지난 겨울 눈이 엄청 내린 어느날
다용도실 천정이 젖어 들었다 .
한동안 발견을 못해서인지 젖은 면적이 크다.
그러다가 똑똑 물이 떨어지기까지 했다.
심란한 마음으로 2층에 올라가 본 나는 경악했다.
베란다에 눈이 수영장 처럼 쌓여 있는 것이다.
서둘러 눈을 치웠지만 초록 인조잔디 사이로 녹아 스며든 눈이
찬 겨울 날씨에 얼어 붙고 낡은 집의 작은 실금 사이로 스며들어
양이 많지는 않았지만 새는 것이다.
이참에 낡아진 주방가구도 좀 바꾸고
천장 수리도 해야겠다 싶었다.
내가 작정하지 않았는데도 생긴 일은
성령께서 하시는 일이라는 평소의 신념대로
성령의 은총을 누리리라 믿고
동네 페인트 아저씨께 전화를 했더니
방수공사를 챙겨서 해 주시겠다 한다.
그래서 나흘째 방수공사와 페인트칠을 하고 있다.
아침에 마당에 나가보니
집이 많이 산뜻해졌다.
내가 늙어 가는데 집이라고 다르랴!
분칠이라도 해서 나풀거리며 들어올 봄을 기쁘게 맞이 해야지.
이 와중에 병원도 공사를 벌여 놓았으니
마음이 짚수세미처럼 복잡하고 심란하다.
허나 공사비도 준비해 두었으니
"모든 것은 다 지나가는 것이다."
라는 말씀을 기억하고
이번 부활은 내 집도 병원도 부활일 거라고 희망하며
오늘 맡겨진 일을 묵묵히 해 나가야지 결심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