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볼 일 없는 가을철에 유난히 눈길을 끄는 양주시청의 새빨간 단풍나무 한 그루를 보며 지겹도록 오가는 산길로 들어가 손을 꼭 잡은 채 맨몸으로 내려오는 청춘남녀와 배낭을 바짝 밀착시키고 불콰한 눈길로 담소를 나누는 중년 남녀 등산객들을 보면서 빛바랜 우중충한 산길을 따라간다.
짙은 구름에 가려있는 도봉산을 바라보며 불곡산 상봉(x466.4m)을 넘고 상투봉(x431.8m) 암 능에서 온통 추색에 물들어가는 산자락을 둘러보다 안부로 내려가 마음에 안 드는 높은 나무 계단들을 타고 낯익은 바위들을 돌아 임꺽정봉(x447.5m)으로 올라가 시끌벅적한 산객들을 피해 한북정맥으로 꺾는다.
언제나 쓸쓸한 마음을 달래던 바위에 앉아 사과대추 몇 알로 빈속을 채우고 군부대를 길게 우회해 청엽굴고개로 내려가 광백저수지 쪽 도로 공사 현장을 보면서 건설 중인 송전탑을 지나 이런저런 상념에 젖어 널찍하고 잔잔하게 이어지는 낙엽 길을 천천히 걸어간다.
날랜 몸으로 나를 추월했던 젊은 분이 벤치에 앉아 쉬고 있는 도락산(x439.6m)에 올라 샘내고개를 넘어 천보산을 오를까 하는 생각으로 한북정맥 지도를 흩어보고는 밧줄 난간들이 촘촘히 쳐져 있는 거대한 바위를 통과해 무심코 임도를 따라가다 능선으로 붙어 석축 참호가 있는 까치봉(x284.8m)으로 올라간다.
곳곳의 송전탑 공사장들을 보며 덕정고교 삼거리를 지나 약하게 얼굴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으며 체육 시설들이 있는 새재봉(x250m)을 넘고 오래전에 산우들과 도락산으로 향했었던 묵은재고개 삼거리에서 이정표가 서 있는 왼쪽 지능선으로 꺾어 잘 정비된 산책로를 타고 임도로 내려가 억새 무성한 용암저수지에서 어둠에 잠기는 산하를 바라보며 짧은 산행을 마친다.
(12:53-17:37, 12.1km, 4'44', 2025.11.8)
▲ 불곡산 정상
▲ 불곡산에서 바라본 임꺽정봉
▲ 도락산
▲ 상투봉 정상
▲ 양주시
▲ 임꺽정봉
▲ 뒤돌아본 상투봉
▲ 임꺽정봉 정상
▲ 광백저수지
▲ 도락산 정상
▲ 까치봉 정상
▲ 새재봉 정상
▲ 용암저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