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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올 여름을
3개의 섬을 순례함으로서 조금은 식혔습니다.
홍도, 안면도, 선유도 -
갔다 왔다고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여행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소개하고 싶어서 간단히 기록해봅니다.
(쓰고 보니 굉장히 길어져버렸습니다. 또닥또닥 타자치는 재미에 빠지다 보니)
7월말 - 홍도
테니스, 여행, 고스톱 좋아하는 (교직에서 정년퇴임한) 친구 다섯이서 신문에 난 광고 보고 홍도 패키지여행에 동참.
2박 3일에 180,000원
8시에 서면 영광 도서 앞에서 출발.
방학 첫 주여서 알고 보니 참여자들이 대부분 3~40 대 젊은 여교사들이었어요.
제자도 한 사람 있었고 후배들도 몇 있었죠.
꽃 속에 파묻힌 셈이죠.
부산에서 8시에 출발, 목포까지 4시간 정도 달려서 목포 부둣가에서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을 들어가며 매운탕으로 점심.
목포에서 쾌속선으로 홍도까지는 3시간.
스쳐 지나가는 아름다운 섬들을 보며 신문도 보고 소설도 읽으며 가니 지루할 틈도 없이 금방 홍도에 도착.
회까지 곁들인 매운탕으로 맛있는 저녁 식사를 하고 홍도 바닷가 (빠돌 해수욕장) 를 산책.
달까지 떠올라 운치를 더해 주던데요.
여관방 5인실에 들어와서는 순서대로 샤워를 하고 가벼운 차림으로 즐거운 투명 고스톱.
다들 보는데서 종자돈 30,000원을 내놓고 점당 100원 짜리.
딴 돈 반은 먹고, 반은 잃은 사람에게 돌려주니 서너 시간 놀아도 잃어봤자 10,000원 정도.
딴 사람은 다음날 아이스크림을 사던지 드링크를 사서 돌리지요.
이 걸 우리는 투명 고스톱이라고 합니다.
이튿날 아침 일찍 서둘러 밥을 먹고 일행은 홍도 유람선에 올랐죠.
마이크를 잡고 가이드가 해설을 너무나 잘 해주었어요.
홍도는 너무나 아름다운 섬이어서 매화보다 낫다고 매가도 (梅加島) 라고 부르기도 한다.
섬 바위의 주성분이 규암과 사암인데 이게 오랜 풍화에 시달려 붉게 산화되어 멀리서 보면 섬이 빨갛대서 홍도 (紅島) (Red Island) 가 되었다.
섬의 상층부는 키 작은 해송들이 덮고 있다. 흙의 표층이 얇아 큰 나무가 자랄 수가 없다.
해송 사이사이로 노란 원추리 꽃이 피어 푸른 소나무와 대비를 이루고 있다.
정말 볼 만한 것은 섬의 하층부 - 한국 해벽미의 정수라고 하는 바위들이다.
파란 물바다에서 마치 돌고래들처럼 힘차게 솟구쳐 오르는 듯 하는 바위 떼들
3시 방향으로, 9시 방향으로, 12 시 방향으로, 혹은 수면과 같이 수평으로 ---
수억 만년동안 비와 바람과 파도와 지표의 용틀임이 저렇게 장엄한 자연미를 만들었구나.
동물 모양 - 사자 바위, 곰 바위, 물개 바위, 다람쥐 바위 등등
사람 모양 - 선비 바위, 부부 바위, 부모와 7 자식 바위 등등
사물 모양 - 독립문 바위, 오륙도 바위, 병풍바위, 만물상 바위 등등
그래서 홍도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받아 돌멩이 하나 뭍으로 가져갈 수 없는 섬이다.
홍도는 바다에 떠있는 거대한 보석.
거제도 해금강, 영도 태종대, 이기대 등의 해안미도 빼어나지만 홍도의 해벽은 이것들을 여러 개 합쳐 놓은 것이라고 할까.
모든 관람객들이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고개를 꺼떡이며, 혹은 폭소를 터뜨리며 감탄사를 아끼지 않았다.
자연산 고기를 썰어 파는 어선 하나가 유람선에 다가와서 생선회를 판다.
여제자가 20,000 원을 투자하여 우리들에게 한 접시 제공.
이에 친구가 배낭에서 양주병을 꺼내 한 잔 씩 하니 이거야말로 최고의 호사.
술이 약간 들어가면 여자만 예뻐 보이는 것이 아니고 자연 경관도 더 아름다운 법.
이렇게 하여 홍도는 더욱 잊지 못할 섬으로 마음 속 깊이 각인된다.
돌아오는 길에 흑산도에서 1박.
운전기사의 설명을 들으며 버스로 섬을 일주.
동백나무 군락지, 몇 백 살 나이 들었다고 지방 문화재로 귀하신 몸이 된 자귀나무, 정약전 선생의 자산 문화관, 최익현 선생 기념비, 할매 할배 바위,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 등등을 보았는데 해운대구 반송에 집이 있다는 운전기사의 설명만 구수하지 별 볼 것은 없다.
노래비 앞에서 이미자의 흑산도 아가씨를 소래 내어 합창한 것과
밤에 친 투명 고스톱
그리고 새벽에 어느 횟집 앞에 세워 둔 자전거를 무단으로 집어타고 섬의 해안 통을 한 시간여 돌아다닌 것이 더 재미있었다.
홍도는 꼭 가 보셔야 합니다.
8월 중 - 안면도.
아이가 휴가라고 굳이 부모에게 여행을 시켜주겠다는 전화가 왔다.
서울서 작은 월급으로 살아가는 아이가 눈물겹도록 기특하여 그럼 밥값은 우리가 내겠다는 조건으로 응했다.
아이는 춘천 소양호를 보고 막국수와 닭갈비를 먹고 싶다고 했고 우리 부부는 안면도를 보고 싶다고 했더니 그럼 하루는 춘천, 하루는 안면도로 하면 되겠네요. 그러자.
차는 네 차를 쓰고.
춘천은 물의 도시, 소양강이며 호수가 많아 물 반 사람 반이라고나 할까.
소양호는 박통 때 현대가 건설한 한국 최대의 담수호.
유람선으로 한 바퀴 도는데 한 시간 반 정도.
호반의 경관은 극히 평범하다.
한국 최대의 호수니까 한 바퀴 돌아보는 정도의 의미
닭갈비 골목에서 가장 사람이 많이 바글거리는 집을 택해 저녁으로 먹은 닭갈비와 막국수는 소문대로 별미.
식당의 벽에 “박근혜, 잘 먹고 갑니다.” “유시민 왔다 감.” “설운도도 왔어요.”
등등의 사인지가 빼곡하다.
서울서 자고 이튿날 일찍 안면도 행.
경기도를 거쳐 충남 - 서해 대교 - 서산 평야 - 홍성군 - 태안반도 - 안면대교 -
안면도에 들어간 것은 12시경.
안면도 安眠島라? 섬 이름에서 어쩐지 편안한 느낌이 든다.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는 섬이라니 그 이상 좋은 곳이 어디 있겠는가.
안면도는 태안군 소속 - 안면읍과 고남면, 두 개의 행정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섬의 가운데로 77 번 국도가 죽 지나가면서 섬을 동서로 양분한다.
차로 30 여분이면 섬을 관통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섬이다.
예약한 숙소에 들기 전에 섬 구경부터 하였다.
서쪽은 서해에 면해서 10여개의 해수욕장과 600 여개의 펜션으로 서비스업
동쪽은 천수만에 면해서 주로 농사와 어업.
그래서 안면도는 비교적 부촌이다.
섬의 77번 국도는 족 곧은 2차선 - 안면 대교부터 섬의 남단, 고남면 부두까지 양옆에 숲을 끼고 달린다.
안면도의 숲은 거의가 충청남도 도유림 - 키 큰 적송 숲이다.
일제 강점기 때부터 인공 조림으로 보호 육성한 빨간 줄기의 소나무들이 빼곡하다.
아마 한국에서 가장 크고 멋진 적송 군락지가 아닌가 싶다.
안면도의 가로수도 특이하다. 여름에 꽃이 한창인 사람 키만한 배롱나무들.
온통 빨간 꽃을 매달고 길가에 죽 도열해 있는 모습이 또한 장관이다.
뾰족 지붕을 한 예쁜 600 여 채의 펜션들이 군데군데 박혀 있어
그림엽서에 나오는 스위스나 스코틀랜드를 연상시켜준다.
아니 조그만 섬에 펜션이 600 개라? 과연 여기가 한국인가?
이름도 예쁜 꽃지 해수욕장에서 맨발로 갯벌을 밟으며 바닷가를 거닐다가 일몰 시각에 맞추어 포장마차에 들어가 조개 구이로 식사를 하면서 하늘을 빨갛게 물들이며 지는 저녁 해를 감상하였다. 유명한 서해의 일몰 광경이다.
아이가 난생 처음으로 제 돈으로 산 맥주를 부모에게 권한다.
예약해 둔 숙소는 “숲속의 집” 이라는 2층짜리 목조 펜션.
이름 그대로 적송 숲속에 위치한 아늑한 집.
새로 지은 집인가 향긋한 소나무 냄새가 집안 가득하다.
1박에 80,000 원
주인은 현지인 농부 - 탤런트 백일섭 같은 텁텁한 사나이다.
방 7~8 개의 펜션 하나 짓는데 3억 가까이 드니 600 여개의 펜션 주인은 대개 서울, 대전 사람들이고 20 % 정도만 현지인들이라고 한다.
“손님들 끼리 기냥 편히 쉬시유 - 지는유 소 저녁밥 주러 가니끼유, 무슨 일이 있으먼 이리 전화하구유.”
펜션 주인은 그냥 동네에 있는 자기 집으로 가버린다.
연령순으로 샤워를 하고
모녀는 침대에, 나는 바닥에 눕는다. 소나무 냄새를 맡으며 숲에서 우는 밤새 소리를 듣다가 잠이 든다. 말 그대로 안면에 들었다.
이튿날 아침 일찍, 자는 아이는 놔두고
아내와 펜션 주변의 숲길과 안쪽으로 들어가 마을길을 산책하다.
백일섭 같이 생긴 펜션 주인이 20 여 마리의 한우를 치는 우사에서 장화를 신고 일을 하다가 우리를 반겨 활짝 웃는다.
- 잘 잤시유?
- 예, 안면도 왔는데 잠은 잘 자야죠. 펜션 경영하고 농사짓고 정말 바쁘시네요.
- 글씨요. 이래도 자식 서울서 공부시키고, 시집 장가 보낼려문 증말 힘들어유.
나이가 나와 비슷해 보이는데 매일 놀러나 다니는 나와
저렇게 열심히 일하는 저 농부와 너무 대조되지 않는가.
그런 말을 했더니 아내는 충청도 말투로
“당신도 40 년동안 수고 했잖아유 - 나랑 실컷 놀다 가세유 -”
과연 나는 수고 했는가?
이대로 마냥 놀기만 하다가 가야 하는가.
남해 누나는 일흔 다섯 나이에 허리가 굽은 꼬부랑 할머닌데도 눈만 뜨면 하루 종일 논밭에서 일을 하는데.
아침 산책을 하고 펜션에 돌아와 마당에서 샘물을 길어 세수를 하는데 어느새 따라온 주인이 텃밭에서 땄다는 싱싱한 복수박 하나와 참외 5개를 소쿠리 가득 담아 주는 게 아닌가.
“돈을 드려야 할 텐데---”
“무슨 말씸이유. 기양 드세유. 우리 집에 오신기 얼매나 고마운디유---”
좋은 사람 만나는 것도 여행의 보너스 - 펜션 주인 농부의 웃음이 안면도 여행 중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는지.
펜션 주방에서 아침을 해먹고 다시 해수욕장으로 갔지만 바다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사실 서해의 해수욕장들은 가에 백사장이 있고 가운데 갯벌이 죽 펼쳐져 있고 근 100 여 미터를 가야 물을 만날 수 있으니 부산의 해수욕장에 비하면 이건 해수욕장이 아니라 순 뻘밭이 아닌가.
여기까지 왔는데 해수욕은 하고 싶고 - 그래서 좀 비싸겠지만 롯테에서 지은 오션 캐슬이란 안면도에서는 가장 높은 (10층 짜리) 호텔에 들어갔다.
그 안에 찜질방, 가족용 거품 목욕탕, 풀장 등이 고루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3인의 입장료가 물경 75,000 원.
한국 최고의 목욕터인 온천장의 천일탕이나 녹천탕에서 4~5,000 원 주고 목욕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내가 정말 비싼 목간 한 번 했다.
본전 뺀다고 반나절을 물장구치며 보냈다.
오후에는 고 정주영 회장이 기증했다는 수목원 구경
안면도 유일의 절인 안면암에서 천수만을 굽어보다.
갯벌을 길게 거느리고 있는 잔잔한 호수 같은 바다.
안면도를 떠난 것은 오후 7시.
배롱 나무가로수길, 하늘로 죽죽 뻗어있는 적송, 빨간 저녁놀 - 펜션 주인 농부의 치열 고른 하얀 작별의 웃음이여 안녕!
안면도여 오늘 밤도 잘 자거라.
9월 초 선유도
선유도라? 仙遊島 - 신선이 유람할 정도로 아름다운 섬.
그 이름이 벌써 우리를 유혹하지 않는가?
평소부터 가 보고 싶었는데 9월 초 부산 일보에 금강여행사 라는 곳에서 모집 광고를 냈다.
선유도와 강경 젓갈 시장 구경 가실 분 오세요.
여행비는 단돈 20,000 원 - 거기다가 아침, 점심, 저녁까지 3식 제공
이거 놓치지 말아야지 하고 있는데 용케도 아내의 계군들이 모은 회비로 선유도에
간다는 것이 아닌가. 계군은 모두 9명.
그런데 10 명 이상 모아오면 한 명은 공짜로 갈 수 있다는 광고 문구가 보인다.
내가 붙으면 1명은 자연 공짜 - 공돈 20,000 원으로 다니면서 아이스크림이나 뭐 맛있는 거 사 먹을 수도 있다.
내 이름으로 10 명 전화 예약을 했다.
개인으로 간다면 왕복 버스비가 아마 30,000 원 넘을 거고 배 삯 또한 20,000 원 이상 될 것 - 아무리 맞추어도 타산이 안 되는데 - 밥값은 또 어쩌누.
가는 도중에 뭐가 있겠지. 어떤 업소에 들리겠지. 금산을 거치니까 인삼 매점 아닐까.
눈 딱 감고 안사면 그만 아닌가. 몇 사람은 사 주겠지.
좌우튼 정각 7시에 40 여명의 손님을 싣고 관광버스는 서면 롯테 앞을 출발하였다.
3분지 2가 여자 손님. 50 대들. 남자들은 대부분 나처럼 60 대.
백수들이겠지. 월요일에 관광 여행 다니는 사람들이니.
그 무덥던 여름도 한 풀 꺾이고 시원한 초가을 바람이 차창으로 들어오는 상쾌한 날씨.
걸쭉한 입담의 가이드 아줌마가 인사를 하고 돈을 거두고 아침 식사로 김밥을 나누어 준다.
한 줄이던 두 줄이던 양껏 자시라고 한다.
김밥 두 줄을 맛있게 먹고 나니 가이드가 오이 안주에 소주까지 한 잔 쳐 준다.
차창 밖으로는 온통 초록 물결 - 아름다운 산야가 흘러간다.
경상도 전라도를 거쳐 충청도 금산 까지 세 시간을 신나게 달린다.
여자들이 음악에 맞추어 한 시간 정도 춤을 추다가 영감들의 호응이 전혀 없으니까
싱거운지 얌전해진다. 천만 다행이다.
예상했던 대로 금산에서 버스는 어느 인삼매점 앞에 선다.
안 사셔도 좋으니 매점에 들어가 설명만 들어주십시오. 가이드 언니의 애원.
우리 여행에 협찬을 많이 해 주셔요. 부담 갖지 마세요.
홍삼이란 말은 들었어도 흑삼이란 말은 처음 들었다.
홍삼보다 사포닌이 두 배는 더 들어 있는 최고의 인삼이란다.
이번에 금산에서 세계 인삼 엑스포를 하는데 흑삼이 최고 인기 품목이 될 거라고 한다.
30 만 원짜리를 다섯 분이 산다. 무조건 고맙다. 흑삼 자시고 건강하십시오.
인삼차 한 잔씩을 얻어먹고 20 여분 반강제 강의를 듣고 다시 버스에 올랐다.
어디든 매점에 들어가면 몇 명은 사 주는 사람이 있으니 용하다.
금산을 떠니 이어 논산 연무대 - 저기 저 훈련소에서 43 년 전 훈련병 생활을 했지.
- 내 인생에서 가장 춥고 고달프고 배고팠던 한 달이었지.
12시경 강경 젖갈 시장 도착. 젖갈 냄새가 진동한다.
바다 장군이란 젖갈 도매상 앞에 차를 댔다.
도매상 한 쪽은 큰 식당.
창란 젖, 꼴뚜기 젖, 오징어 젖, 조개 젖 네가지 젓갈 반찬에 생선찌개, 콩나물 무침 등 훌륭한 반찬으로 점심 식사를 맛있게 먹다.
그리고 거기 그 식당에서 젓갈 쇼핑.
새우젓 조개 젖을 비롯하여 벼라 별 젖이 다 있다.
젖갈 안사는 아줌마는 하나도 없다. 비닐봉지에 젖갈을 넣어 이름을 적고 버스 트렁크에 밀어 넣는다.
젖갈 집에서 손님들에게 점심을 공짜로 준다는 말이 아마 맞는 말인 것 같다.
젖갈 많이 사신 아줌마들 젖갈 많이 드시고 오래 사십시오.
우리는 혈압이 높아 젖갈 많이 먹지 못해 미안합니데이.
강경은 우리나라 젖갈 시장의 50 % 를 취급한다고 한다.
소금을 적게 넣고 저온에서 숙성시키는 기술이 오래 전부터 발전해서 - 젖갈 하면 강경, 강경하면 젓갈이다.
김장철에는 전국에서 하루 100 여대의 버스가 온다고.
그래서 젖갈 가게만 100 여개, 100 평 이상 대형 젖갈 가게도 여러 개라고.
강경을 떠나니 얼마 안 가 금강 하류 - 금강 하류가 그렇게 넓을 줄 몰랐다.
바로 바다다. 하구언을 막아 금강호를 만들어 엄청난 물을 담아 두었다.
여기까지가 충청도이고 버스가 조금 좌회전 하면 전라북도 군산이다.
군산은 인구 30 만에 가까운 큰 도시. 항내가 굉장히 넓다.
유람선을 갈아타고 군산항을 빠져 나가는 데만도 거의 한 시간이 걸린다.
선유도는 군산항에서 50 km 상거.
60 여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고군산 열도의 중심 섬이다.
열도의 중심에 선유도, 무녀도, 장자도, 대장도 네 섬은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서해를 순찰하던 신선 두 분이 선유도가 하도 아름다워 두 산 봉우리에 앉아 세월 가는 줄 모르고 바둑을 두었다. 글자 그대로 신선놀음.
던진 그 바둑돌들이 바로 고군산 열도의 섬들이 된 것이다.
군산항 방파제를 벗어난 지 50 여분 만에 선유도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좌우에 세 섬을 거느리고 하얀 백사장으로 띠를 감고.
선장은 1시간을 줄 터이니 놀다 오라고 한다.
선유도는 자전거와 오토바이, 그리고 섬을 돌거나 모텔에 손님을 실어 나르는 봉고차가 서너 대 있는 게 교통수단의 전부다.
우리 팀은 1인당 5,000 원씩 내고 봉고차에 올라 선유도를 일주했다.
서해안에서는 보기 드문 하얀 백사장의 명사십리 선유 해수욕장
반질반질한 하얀 돌로 된 몽돌 해수욕장
마이산처럼 생긴 두 개의 큰 바위 봉우리 망주봉 - 옛날에 귀양살이 하던 두 선비가 임금
이 다시 불러 주기를 애타게 기다리다가 그대로 돌이 되어 버렸다는 전설이 있다.
그래서 바라 볼 望 자 임금 主 자를 써서 망주봉이라고.
네 섬을 연결하는 다리가 있지만 너무 약해서 차는 건너지 못하고 자전거와 오토바이만 건넌다고 해서 우리는 다른 섬을 가보지 못하고 선유도 하나만 일주했다.
좌측에 보이는 무녀도는 여자 무당이 굿을 하는 모양이라고 무녀도.
네 섬 중에서 가장 작은 섬인 장자도에는 인구가 몇 안 되는데도 판검사가 3명
대장도에는 어부 남편을 기다리가 그대로 돌이 되어 버린 할매 바위
어촌에 흔한 이야기들이다.
선유도를 비롯한 네 섬은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한 이틀 봤으면 좋겠다.
구석구석 다니고, 낚시도 하고, 회도 먹어보고, 100 여 미터 남짓 밖에 안 되는 각 섬의 산꼭대기에도 올라 가 보고해야지 한 시간 가지고 선유도를 봤다고는 말하기조차 부끄럽겠다.
다시 배를 타고 군산으로.
밤이다.
진안에서 전주비빔밥으로 맛있는 저녁 식사.
7,000 원짜리다.
부산으로 달리는 차중에서 아줌마들 - 피곤한지 음악을 틀어주어도 춤도 안 추고 잠만 잔다. 마음에 든다. 아줌마들 수준 높네.
김해를 통과할 무렵 내가 마이크 잡고 오늘 공부 -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총 정리하여 요약해주고 박수를 받았다.
20,000 원 내고 하루 종일 차타고, 배타고, 세끼 먹고, 흑삼 구경하고, 젖갈 시장 보고, 군산항 보고, 선유도 봤으면 억수로 수지맞는 장사다. (대충 봤지만)
- 너무 길게 써서 우리 카페를 어지럽히지 않았나 염려됩니다.
미안하고,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에게 억수로 감사합니다.
첫댓글 자식자랑, 부인자랑, 마누라 친구들 자랑, 그런건 빼고 좋은 곳 구경 잘하고 잘 쉰 것 자랑만 했다 치고, 자랑 잘 봤으니 고맙고, 복 많은 사람-구운몽의 주인공은 8선녀와 같이 노닐었는데 좀 낡은 선녀들이지만 9선녀와 같이 노닥거린 남계-이 부럽고. 먼길의 노독과 9선녀와의 유희의 피로가 많이 쌓였을 텐데도 이렇게 자세히 올려주신 성의는 우리 카페의 보물이고...암, 그렇고 말고
南溪선생 올여름 三島순례 멋지게 하셨네---선유도가는 염가관광 나도 보았지--이와 유사한 관광상품이 더러 있더라. 근데, 망설려지는 것은 분위기인데-- 이런 분위기이면 가 볼만한데--- 06년도 여름, 아름다운 추억의 여행으로 남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