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kbs 아침 마당' 1부에 뉴욕 불광선원 혜민스님이 출현하셨더군요.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참 잘봤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혜민스님 출가 10년"이란 타이틀로 섭외가 되었나 봅니다.
솔직히 방송을 보면서 조마조마했습니다.
기독교 텃밭 kbs에
그것도 두 mc 김재원, 이금희 아나운서가 모두 기독교(개신교)인 이고
보조 mc도 기독교인인데 그런 분위기에서 불교와 출가, 그리고 자신이 전공한 비교종교학을
어떻게 잘 전달하실지 조마조마했습니다.
물론 혜민스님은 참 조리있고 차분하게 말씀을 잘 전달하시더군요.
인상이 매우 차분하시고 본인 말씀처럼 '만년 부반장만 하던 아이' 의 이미지처럼
편안하게 불교를 전혀 모르는 진행자들에게 가능한한 쉽게 이야기 해 주시려는 모습이
오히려 그런 이웃종교인들에게도 편안하게 전해져 온 것 같습니다.
이웃종교 중 기독교가 세운 관동대 의대(연대 재단) 교수 한 분은
기독교인답게 그런 질문을 하더군요.
"불교는 기독교, 가톨릭처럼 승려가 되는데 단계가 있나요?"
저는 다혈질이라 이런 질문 받으면 좀 속이 상하는데 혜민스님은 차분하게
"출가 후 6개월-1년 정도 행자교육 받고 사미계를 수지하고, 이후 남자스님은 비구계, 여자스님는 비구니계를 받습니다."
말씀하시더군요.
제 생각 같아선 여기에 "출가 후 빠르면 5년 정도 후 스님이 될 수 있습니다.
동국대, 중앙승가대학교 졸업해서 정식 학위를 받는 경우와 선방 4년 수행, 지방승가대학 4년 졸업 이렇게 4가지 코스가
자신의 선택으로 가능합니다."라고 정리해서 말씀해 주셨다면 참 좋았을 것 같은데, 혜민스님 본인이
동국대, 승가대, 지방강원, 선방이라는 기본교육을 거치지 않으신 것 같아서, 또는 워낙 상대방이 모르는 것 투성이라
말씀을 부가적으로 하지 않으신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이번 방송출현을 통해 불교 승려들의 이미지가 다양하게 전달되어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해 보고 싶습니다.
기존의 대부분의 비불교도들은 승려들이 높은 교육을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학 못 나온 스님이 훨씬 많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외국승려들이 학력이 좋고 한국스님들은 영어도 못하고
크게 자신들이 부러울 것이 없다고 대개 그렇게 보더군요.
하긴 목사들이 영어권 국가 학위를 독점하고 있으며, 홈페이지를 열어봐도 기본이 목회학석사 이상은 되지요.
좀 큰 규모의 교회 목사들은 목회학석사, 신학석사, 목회학박사 게다가 신학박사까지 학위 4종세트를 구비하고 있으니
비불교들, 특히 개신교인들에게 스님들은 못 배우고, 가족외면하고 나와서 이상한 산 속에 모여서 부적이나 팔고
우상에게 절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해는 갑니다.
헌데 혜민스님이 출현하셔서 잘 생긴 외모, 차분한 언행과 거기에 걸맞는 좋은 학벌을 보여주니 아나운서와 보조mc들이
아주 환대를 하더군요. 혜민스님 별명을 '팔방미인 스님'으로 불러야 할 지도.....
uc버클리 학사- 하버드대 석사- 프린스턴대 종교학 박사 , 일어, 영어, 중국어 가능
중국, 일본 연수 경력 게다가 현직 뉴헴프셔대학교 비교종교학 담당 교수
이런 약력이 스펙(어학, 학벌, 사회봉사를 합친 신조어)을 중시하는 한국사회에서
승려가? 머리 빡빡깍고 집나와 사는 승려가? 이 모든 것을 갖췄다고?
방송 시작부터 이런 분위기더군요.
물론 그들의 잘못된 기준에 승려들이 부합할 필요는 없지요.
하지만 기회가 주워지면 또는 앞으로의 미래 승가의 모습 속에는 다양한 능력과 경험을
공유한 분들이 많이 출가하여 또는 출가하지는 않더라도 사부대중 속으로 들어오셔서
불교하면 엘리트적이면서도 대중적 실천집단이며 문화선구자적 문화지킴이의 모습을 두루 갖춘
그런 집단으로 이미지화 되었으면 좋겠다 생각해보았습니다.
현각스님이 예일대 영문학(연극), 서양철학 전공, 하버드대 비교종교학 석사 -독일 프라이부르크대 수학
으로 14년 전에 불교에 저런 분이 출가를 했다니? 하며 일반 사람들을 놀래켰지요.
그리고 서울대 출신 7인이 출가가 몇 년간 한국사회를 놀래켰지요.
왜 서울대 출신들 불교동아리 7인이 출가했을까? 그 중에는 수학과 박사수료자, 행정고시 출신 사무관 등이 있는데
그런 엘리트들에게 왜 기독교가 아닌 불교? 그것도 현실의 기득권을 버리고?
이런 말들이 당시 한국사회에 오간 것도 사실이죠.
아마 용주사 신도 축구선수 박지성이 출가를 하고
독실한 불교신자 축구선수 이청룡이 출가하고
불교신자 야구선수 박찬호, 추신수가 출가하면 엄청난 반응이 생겨나겠죠.
그러나 이미 가정을 이룬 분들이 그럴 필요는 없죠, 출가집단만이 불교는 아니니까요.
암튼, 가톨릭의 김연아 마케팅과 개신교인들의 하나님 봉헌 마케팅, 십자기 기도 세레모니 등이
난무하는 한국 다종교 사회에서 우리 불자들도 좀 더 이미 가지고 있는 자원(인적, 물적)을
공개적으로 홍보할 기회를 많이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혜민스님 말고도
태고종 일미스님(교수)
데이비드 주니가(David Zuniga)인 태고종 대일 스님(大日)의 활약도 방송에서 많이 보여진다면
불교에 대해 몰이해에 빠진 비불자들을
"주님의 은총으로 하버드대 합격했다."는 기독인들의 말에
우리 불자들도 "주님 안 믿어도 하버드, 예일 잘도 가더라." 화답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첫댓글 ()()() 잘 읽었습니다.혜민스님이 방송에 나오셨군요.
^^()()()
저도 서울에서 방송 보면서 연락하는 사람들 전화 받았습니다. 선재동자님 이 소감을 좀 정리하여 미주현대불교에 싣고 싶습니다. 몇일 무슨 프로그램에 나왔는지도 아울러 소개해 주시면 참 좋겠는데 가능할까요.
네 ^^ 쪽지 보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하게 잘 읽었습니다. 어쩌면 한국인들이 불교에 대해 가지고 있는 심리를 잘 분석하신 것 같네요.
하지만, 글 중에서 옥에 티를 발견했는데요. 스님들의 기본교육기관을 열거하면서 지방강원... 지방강원하시는데, 이또한
선재동자님이 승가교육기관을 세속적 기준으로 서열화시키는것 같아서 못내 불편합니다. 오히려 승가내부에서는 전통강원
출신의 스님들에 대한 선호도나 자부심이 훨씬 더 강합니다. 그렇다고 동국대나 중앙승가대를 폄하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최소한 소위'지방강원'스님들이 동국대나 중승대를 들어갈 능력이 안 되서 산 중에서 어른 스님들 모시고 가람수호하면서
공부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거죠.
글 다시 한번 읽어봐 주세요. 지방승가대학에 진학하는 분에 대해서 폄하한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개인날'님께서 출가하신다면 해인사, 송광사 승가대학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저 역시 세속에서 이미 학위를 받으신 분이시라면 더더욱 지방 승가대학 추천해 드립니다. 오해 없으시길 바라며, 비구계 받은 과정에 '4 가지 코스가 있다' 라는 뜻에서 승가대학을 말씀드렸으며 단, 지방승가대학은 중앙승가대학과 달리 '비정규학위과정'이기에 '대학'이란 명칭과 달리 학위를 수여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려드린 것 뿐입니다.
그리고 요즘도 스님들이 지방승가대학 마저도 등급을 매겨놓아서 그로 인한 차별도 분명 있습니다. 지방승가대학 안에서의 차별에도 신경써 주시기 바랍니다. '해인사 강원'을 나와야 조계종 사관학교를 졸업한 인재(?)라는 풍토도 분명 있지요.
그래서 그로 인한 학인들과 승가대 교수들 사이에 여러 사건도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교수스님 고무신에 똥을 넣은 사건은 아주 유명하죠. 강원 폐쇄 된 적도 있다죠? 암튼 스님들마다 선호도가 틀리니까 기본교육과정이 4개가 생긴 것이라고 봅니다. 동국대에 진학시키든 해인사 강원이 힘들어서 중퇴하고 다음해 중앙승가대학에 진학하든 깨달음으로 바로 가고 싶다는 구도열로
지방승가대학 진학 거절하시고 바로 사미때부터 기초선원(동화사, 백담사 선원부설)에서 8안거 성만을 달리시든 그것은 다 본인들의 선택과 의지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그것을 어찌 우월한 선택! 열등한 선택!, 선호도나 자부심의 우열의 문제로 평가해 볼 수 있겠습니까? 다른 사람들이 많이 진학하는 코스로 가면 성불 이룰 확률이 높을까요? 다 성인이 된 나이에 출가를 하는 것이기에 어른스님 결정과 자신의 결정을 잘 조화시켜서 4년간 필요한 공부 잘 회향하면 족하다고 봅니다. 기본교육과정 선택이 메이저, 마이너로 그룹으로 나눠지면 그것이 바로 차별이겠죠. 저는 선운사 승가대학이 전체학인이 8명이지만 꼭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뜩이나 요새 조계종에서 지방승가대학 통폐합 문제로 지방승가대학 재직중인 교수스님들과 지방승가대학 재학중인 학인스님들, 지방승가대학 전통교육에 지지를 보내는 스님들 모두가 고민이 많으시겠지만 이 문제를 기존의 동국대, 중앙승가대학의 존재 이유와 결부시켜서 섭섭하게 생각하는 것 보다는 지방승가대학을 모든 사미승들이 가고 싶어할 정도로 환희심을 내도록 끌어들일 방법을 찾는 것이 우선일 것이라는 생각을 저는 가지고 있습니다. 어느 곳에 진학하든 그것자체가 모두에게 똑같은 교육효과를 보장하지는 않기에 어디에 진학하냐보다 학인들이 얼마큼 노력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겠죠.
해인사, 운문사 승가대학 졸업하면 중국 청화대에서 정규학력으로 인정해 준다는 자매결연을 맺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국대 경주캠퍼스랑 원격강의로 사회복지사 과정을 운영하는 지방승가대학도 있지요. 지방승가대학이 이와 같이 자구책을 마련한다면 더 많은 학인들이 진학하리라고 봅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더 큰 문제는 지방승가대학 스님들끼리도 자신의 승가대학에 대한 지나친 프라이드와 타 승가대학에 대한 폄하를 많이 보았습니다. 그 모든 것이 차별을 계속 양산시키고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누군가 동국대, 중앙승가대학 진학 못해서 지방승가대학(강원)간다고 말하면 그게 마구니겠죠. 강원 정말 힘들죠.
선재동자님은 글을 잘 쓰시는 것 같습니다. 미국에 사시면 고정 필자로 꼭 모시고 싶습니다.
선재동자님의 본문과 덧글의 취지에 공감합니다. 그리고 승가교육에 대한 선재동자님의 진지한 관심을 알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까지 드네요. 하지만 저는 '지방강원'이나 '지방승가대학'이라는 표현이 일반적으로 쓰이지 않는 표현인데, 새삼 강조해서 쓰셔서 오해의 여지가 있다는 점을 말씀드린 것입니다. 덧글에서도 계속 '지방승가대학'이라는 표현을 고집하고 계시구요. 선재동자님의 좋은 글이 사소한 용어사용, 오해의 여지가 있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우려하시는 차별의 문제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겁니다.
차별을 양산하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하셨는데... 공감합니다. 그런 취지라면 더욱 더 용어사용에 신중해 주셔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시겠지만 언어가 관념을 지배하고 또 다른 왜곡된 관념을 파생시켜 나가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지 않습니까. 오랜 만에 좋은 글을 읽고나서 용어사용에 대한 제 개인적이고도 지극히 사소한 아쉬움을 표현한 것이 선재동자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면 참회드립니다. 그리고 참고로 저는 해인사 강원을 졸업한 비구입니다. 강원에 대한 애정과 관심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 보일 합장
스님이셨군요. ^^ '지방'이라는 용어는 어쩔수 없는 것 같습니다. 안암동을 거쳐 현재 김포에 있는 '중앙'승가대학교와 구분 짓다보니 '지방'승가대학 이라는 명칭이 부득이 쓰이게 되는게 아닌가 합니다. 지방이라는 용어가 '변두리', '덜 중요한' 이란 의미가 담긴 것 같아서 제 생각에도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차라리 '전통승가대학'이라고 부른다면 어떨까요? '전통승가대학'이라고 표현하면 무방할런지요? ^^
차라리 그게 나을 것 같네요.^^ 사소한 지적을 넓게 섭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방이라는 용어가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만은 적어도 한국사회에서는 묘하게 권력적 함의를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선재동자님의 다른 글도 읽을 기회가 있었는데요. 세상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글 곳곳에 묻어나오는 것 같습니다. 단 한번도 역사적 삶의 현장을 떠나 본적 없었던 붓다의 보살도가 바로 이런 모습을 두고 하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디 건강하시고 정진하시는데 장애없기를 기원드립니다. - 보일 합장
스님의 격려에 부족한 제가 힘이 나네요.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