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어(民魚)
'민어'라는 이름은 '백성의 고기'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민어(民魚)를 민어(鰵魚)라 기록한 것도 있다. 정약전(丁若銓)의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민어를 면어(鮸魚)라 하고, 그 속명을 민어(民魚)라고 하였다.
지역에 따라서는 개우치, 홍치, 불등거리, 보굴치 또는 보구치, 가리, 어스래기, 상민어 등으로 불리며 여수 지역에서는 제사상에 꼭 올라가야 할 생선이라 불릴 만큼 맛이 좋은 고급 어종이다. 어획 시기는 봄부터 가을까지이며 33cm 이하는 포획이 금지되어 있다.
정문기의 어류박물지에는 전남 법성포에서는 30㎝ 내외의 것을 홍치(통치), 완도에서는 '부둥거리'라 했으며, 서울과 인천 상인들 사이에선 작은 것부터 보굴치→가리→어스래기→상민어→민어라고 불렀다고 했다.
평안남도 한천(漢川) 지방에서는 민어 새끼를 '민초'라고 불렀고, 전남 지방에선 민어의 특대를 '개우치', 소금에 절여 말린 민어의 수컷을 '수치'라 불렀고, 암컷은 '암치'라 불렀다고 했다.
민어는 담백한 맛에 비린내가 적어 ‘살아생전에 먹지 못하면 죽어서라도 먹어야 한다’ 고 해서 제사상에 올린다는 말도 있다.
민어는 맛뿐만이 아니라 영양가도 좋아서 여름철에 보양식으로 쓰기도 한다.
민어의 맛을 두고 생긴 말이 여름철 복더위에 민어찜이 1품, 도미찜이 2품, 보신탕이 3품이란 말까지 있을 정도로 그 맛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민어는 비늘 말고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물고기다. 민어 부레로 만든 아교풀은 접착력이 뛰어나 나전칠기 등의 고급 장롱과 각궁, 합죽선의 부챗살, 갓 대 등을 붙일 때 쓰고 있다. 그래서 이 풀 저 풀 다 써 봐도 민어풀만한 것이 없다는, 강강술래 매김소리까지 있으며, ‘옻칠 간데 민어 부레 간다’거나, ‘민어가 천냥이면 부레가 구백 냥’이란 속담까지 생겼다.
승정원일기의 기록을 보면 제향(祭享)에 쓸 황대구어(黃大口魚)는 해당 공인(貢人)이 진배(進排)하는데, 현재 어류 생산이 너무 귀하다 보니 연해(沿海)를 사방으로 수소문해도 사서 가지고 올 방도가 전혀 없어 오는 12월 2일에 행할 종묘 별대제(宗廟別大祭) 때에 봉(封)하여 올릴 수 없으니, 민어(民魚)로 우선 대신 봉하여 올린다고 임금께 아뢰는 대목이 있다.
이러한 기록으로 보더라도 민어를 얼마나 고급 어종으로 여겼기에 종묘제례에 황대구어를 대신해서 민어를 사용하겠다고 임금께 아뢰었던 것은 민어를 그만큼 고급 어종으로 여겼음을 알 수가 있을 것 같다.
1938년 07월 24일 자 동아일보는 仁川近海民魚 對外輸出激增 一尾二圓五十錢의 高價라는 기사가 실렸다.
일제강점기에는 민어의 어획량이 상당히 많은 편이었던지 수출까지 했던 것을 보면 아주 많이 잡혔던 것 같다.
민어잡이 철인 6월~10월엔 500여 척의 어선이 몰려 태이도(台耳島)파시에 680여 명의 어부가 몰렸고 요리점이 18개소이고, 음식점은 61개소나 됐다는 1925년 8월 11일 자 동아일보 기사가 있다.
그렇게 많던 민어의 어장은 어디였을까?
1908년에 발간 된 한국 수산지(韓國水産誌) 제1집의 기록에 의하면 민어의 산지에 대하여 민어의 어장은 완도, 진도, 태이도(苔耳島), 칠산탄(七山灘), 격음열도, 인천, 진남포, 연평열도, 압록강이고, 가장 주요한 어장은 목포 근해 태이도, 금강 강구(江口), 군산 근해 및 압록강 강구라고 하였다.
홍민어 (출처 : 우리바다 어류도감)
그렇게 많이 잡히던 민어가 다 어디로 갔을까?
요즘은 수요량의 70퍼센트가 넘는 양이 수입된다고 한다. 약간 붉은색을 띠는 중국산 홍민어가 대량 수입되어 민어를 대신하고 있다.
아래 시는 옥담시집에 실려 있는 것이다.
민어(民魚)
입이 크기는 농어와 닮았는데 / 巨口同鱸狀
비늘은 농어보다 조금 크다네 / 纖鱗少有差
피부는 풍성한 살로 채워졌고 / 肌充豐膳足
창자는 속현을 가득 안은 듯 / 腸抱續絃奇
솥에 끓이면 탕이 맛있지만 / 入鼎湯猶可
회를 치기에는 좋지 않아라 / 盤膾不宜登
보시라 건조 시킨 뒤에는 / 當看乾曝後
밥 먹을 때 손이 먼저 가리라 / 臨飯手先持
이 시는 건민어가 더 맛이 좋았음을 말하고 있다.
첫댓글 수고 많으십니다.
자료 구하기가 어려울터인데...
쉽지는 앟지요.
덕분에 공부하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