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르신'아니고 '선배시민'이라...
어느 사람이 축제행사를 보러 갔다가 “어르신, 조심하세요. 차 지나갑니다” 란 말을 듣고 “내가 50대 중반인데 왜 어르신이냐?”고 따졌다 한다.
그 사람은 또한 병원에서 ‘아버님은 어디가 불편하세요?’란 말을 듣고 그 병원에 다시 가기 싫었던 적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50대도 나이 든 사람 취급이 싫은데 60~70대는 오죽할까 싶다고도 했다.
한자 기(耆)와 노(老)는 ‘늙었다’는 뜻이다. ‘예기’(禮記)에선 ‘기’를 60세, ‘노’를 70세라고 했다. 수명이 극단적으로 짧았던 과거엔 두 한자가 귀한 대접을 받았다.
조선 시대 왕이 연로한 고위직 관리들을 예우하기 위해 만든 관청 이름이 기로소(耆老所)였는데, 요즘 표현으로 회원 가입 경쟁이 치열했다.
지금은 ‘노인’이란 표현이 들어가기만 해도 외면 당하기 십상이다. 명칭 때문에 ‘노인 대학’에 가기 싫고 지하철 ‘노약자석’을 피한다는 사람도 있다.
유엔은 1950년대에 노인 기준을 65세로 정했고 우리도 1964년부터 이를 따르고 있는데 지난 반세기 수명이 크게 늘면서 이 기준이 정서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맞지 않게 되었다.
일본 의학연구소가 조사에의하면 2007년의 87세는 1977년의 70세에 해당한다고 했다.
그러니까 지금의 65세는 한 세대 전 45세의 몸으로 살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45세가 노인인가? 내년에 경로 우대를 받는다는 지인은 “내가 노인이라니 황당하다”고 했다.
경기도 의회가 65세 이상 도민을 ‘선배시민’으로 명시하는 조례를 만들었다. ‘풍부한 경험을 쌓은 선배로서 사회 활동 하시라’는 응원의 뜻을 담았다고 한다.
서울시도 10년 전 공모를 통해 노인을 대신할 용어로 ‘어르신’을 택했다. 활기차게 산다며 ‘골든 에이지’ ‘신중년’도 쓰고 있다.
일본은 60대를 ‘활발히 경륜을 펼칠 나이’라는 의미로 실년(實年)이라 부르고 그보다 나이 많으면 고년(高年)이라 하고 있다.
중국은 60대를 장년(壯年), 70대를 존년(尊年)이라 부른다. 영미권에선 젊은(young)과 노인(old)을 합성한 ‘욜드(yold)’라는 단어도 등장했다 한다.
고대 로마 철학자 키케로는 ‘노년에 맞서는 최고의 무기는 학문을 익히고 미덕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미 2000년 전에 ‘노인 됐다고 은퇴할 생각 말고 늘 새것을 배워 세상과 지혜를 나누라’고 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령 인구가 내년 1000만명을 넘어선다고 한다.
국민 5명 중 한 명꼴이니 그들을 ‘뒷방 노인’ 취급했다간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기 어렵게 됐다.
어쩌다보니 ‘선배시민’이 되어버린 나이인데 아직도 나는 사과나무를 심고있다. '선배시민'님들 화이팅 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