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골 영감이 그 딸을 끔찍히 사랑하였다. 노인은 사위를 고르기 위해 버드나무 궤를 짜서 쌀 쉬흔 다섯 말을 저장하여 놓고 사람들을 모아 이르기를, 「누구든 이 궤의 이름과 속에 든 쌀이 몇 말이 들었는지를 명확히 말하는 자를 내 사위로 삼겠소.」 하고 말했다. 그러나 그것을 알아맞히는 자가 없이 세월은 흘러 딸은 이팔 청춘을 넘기게 되었다. 딸은 나이는 들어가고 쉽게 맞추는 자는 나타나지 않자 고민 고민하던 끝에 궁여지책으로 한 어리석은 장사치에게 아버지의 그 비밀을 일러 주었다. 「저 궤는 버드나무이고 그 속에 든 쌀은 쉬흔 다섯 말입니다. 당신이 그대로만 얘기한다면 반드시 내 남편이 될 것입니다.」 이 어리석은 장사치는 꿩 먹고 알 먹는 일이어서 쾌히 응락하고 그대로 답하자 노인은 슬기로운 사위를 이제야 찾았다고 기뻐하며 성례를 시켰다. 그리고 노인은 그 뒤로는 제반사에 이 슬기로운 사위에게 자문을 구하게 되었다. 어느 날 어떤 사람이 암소를 팔려고 하자 노인은 사위를 불러 그 상(相)을 물었다. 사위가 소를 보더니, 「이건 버드나무 궤로군.」 하더니 이어서, 「아마 쉬흔 다섯 말은 들었겠읍니다.」 하고 기세가 당당한 것이었다. 그러자 노인은 대경실색하여, 「아니 김서방, 망발도 유분수지 어찌 소를 보고 나무라 하는가?」 하고 책하자, 아내가 가만히 남편에게, 「그 입술을 헤치고 이가 적구려, 하고 꼬리를 들고서 새끼를 많이 낳겠구려, 라고 하지 왜 버드나무 궤는 들먹였어요?」 하고 책망했다. 그런 이튿날이다. 장모가 위독하여 노인이 사위를 불러 그 증세를 묻자 사위는 침상으로 다가가더니 장모의 입술을 헤치고 난 다음, 「이가 적구려.」 하더니 다시 이불을 걷어치고 그 엉덩이를 보더니, 정이 너무 깊다 보니 「에이, 새끼를 많이 낳겠어.」 하는 게 아닌가? 이에 장인 장모는 크게 화가 나서, 「소를 나무로 보고 사람을 소로 보는 놈이 세상에 어디 있나!」 하고 장탄식을 하고는 쫓아 버리니 딸은 졸지에 과부가 되고 사위는 홀아비가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