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 시 경계산행(8구간)
일시 : 2,010. 8. 29. 비/흐림
인원 : 40여명
위치 : 경산 시 남천면
안내 : 경산 시 경계산행협의회
제 8구간 : 경흥사-동학산-대청봉-경산공원묘지-남성현재
소요시간 : 6시간 50분 (출발 08:30-15:20)
길이 끝나는 곳에서 비로소 등산은 시작 된다
그 길을 찾아 오늘도 나서니
8월의 무더위가 아직 옷자락을 적신다
다들 달빛 산행이후 일주일 만에 뵙는 얼굴이나 무척 반갑다
버스가 남천 산전에 도착하니
그 옛날 그린벨트 단속 차 이곳에 들러
개울가 맥반석을 줍던 추억이 가랑비와 함께 젖어 내리고
오늘은 예상 못한 우리 막무가네 님의 생일상에
촛불 밝힌 케익은 비바람 속에 피어 너무 고와 스럽다
비는 계속 내리나 내 우산 속에
잠시나마 버들 여인이 동행을 하니 기쁨 또한 두 배라
희미한 기억 속에 계단을 오르니 경흥사는
옛 모습 그대로니
세상사 변한 것은 인간 심사뿐이로다
바지가랑이를 적시며 이어진 숲길에는
달맞이꽃 제비꽃이 손을 씻으며 웃고 있네
굽이 친 능선 길을 다시 한번 어영차 하니
가랑비는 거치고 풀 향기 안개 너머
개울물을 지나니 갈수록 길은 오리무중
숲길, 총대를 멘 사무국장이 전차군단처럼 낫을 들고 찍으니
무성한 잡초들이 아우성을 치며 쓰러진다
길은 처음부터 놓인 게 아니라 만인이 걸으니 길이 되더라
어느새 비, 바람, 안개 멎고 햇살 길을 뚫으니 동학산 정상이라
잠시 숨 돌려 산등성을 지나니 우리 마음의 쉼터
일행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풋고추, 날된장에 물김치, 섞어 밥 한술을 뜨니
혀끝에 녹아 나는 그 맛은 한 겨울의 눈(雪) 맛이라
이어진 오락은 박카스를 마시는 즐거움
다들 둥그레 앉은 저편에선
“오늘은 민들레가 안 보이네” 하며 입을 모은다
다시 허리띠를 조이며 몇 봉을 넘어서니
연분홍 얼굴이 생끗 웃는 칡꽃이랑 계피 향이 코끝을 찌르고
키 작은 떡갈나무 숲은
배추 단처럼 누워있어 내 고향 들판 소식을 부르네
발길은 어느새 대청봉이라
먼저 온 사람이나 나중에 온 사람도
하늘 멀리 아늑한 풍광에 젖어들고
휴식도 잠시 오늘도 참으며 걸어온 가시밭길
어찌 소홀할 수 있으랴
지금 부는 산바람아
문이 닫은 내 가슴에
단추를 열어다오
오늘도 너의 향기로운 자연림에 몸이 흠뻑 젖었다
구름 같은 생각을 하며 한 고비를 넘어서니
우리 함께 미래에 쉴 공간
푸른 잔디고향 경상공원 묘지로다
일행은 싸늘한 침묵 속에 비를 피해 내려온 길은
내 몸이 마치 스프링처럼 튀어 오른다.
이미 젖은 바지가랭이는 다들 포기하고
남성 현 고개에 도착하니 하산 주는 구름 아래 기다리고
버스는 오르막길에 부채 살 모양 멈춘 채 일행을 맞으니
이 보다 더 넉넉한 꽃술 자리가 어디 있으랴
나는 고갯길에 앉아 청도가 낳은 이호우 시인의
지금은 떠난 빈자리 과거에 묵은 시비를 기억하며
막걸리 두부 안주에 섹스폰이 울려 퍼지니
지나는 한 두 사람 구경들 하고
상에 놓인 젓가락 장단은 더덩실 춤을 추고
비가 내리는 날에도 울어라 열풍아를
부슬부슬 기약하며 손을 흔든다..
9월의 소리 그 날을...
무척 수고하셨습니다.
첫댓글 2년전 8월이네요~ 무더위가 그대로 전해집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