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장 풍경에 대한 단상..
큰 공장을 끼고 대규모 사원아파트단지가 들어선 어느 소도시 외곽 지역.
정확히 그 가운데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복지건물, 그 중에서도 가장 노른자라고 할수 있는 꼭대기층에 자리잡고 있는 탁구장....
건물 앞 광장에서 쳐다보니 통유리창으로 앉아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회원들의 모습도 보이고, 1탁에서 게임을 하던 선수가 손을 들어 화이팅을 외치는 모습도 보인다. 여느 탁구장과 다를바 없는 풍경들...
문을 열고 들어서니 한 눈에 딱 봐도 좋아보이는 시설들..
100여평 정도의 넓은 공간, 높은 천장, 고급스런 나무바닥, 값비싼 크리스탈 소재의 조명기구들 아래 한치의 오차도 없이 일렬로 줄지어선 8대의 탁구대가 빨리 나와서 치라며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 사뭇 다른 풍경의 탁구장. 낯설지만 훈훈한....
한쪽에서 관장으로 보이는 코치가 레슨중이었고,
1탁에선 딱 봐도 멋내기를 좋아하는 30대 중반의 젊은 남자와, 키가 작고 약간 통통한 몸매지만 얼굴은 귀여운 스타일의 40대 초반의 주부(로 보이는)가 같이 짝을 이루고, 상대팀은 40대 중반의 점잖아 보이는 남자와 30대 후반의 비교적 젊은 주부(로 보이는)가 짝을 이루어 게임을 하고 있다. 1탁 옆에 위치한, 아까 밑에서 올려다본 통유리창 아래 일렬로 배치된 의자들 한 가운데에서 또 다른 남자가 심판을 보고 있고, 그 옆으로 주부들 서넷명이 앉아 웃으며 그 게임을 관전하고 있었다.
내가 들어서니, 모든 이의 시선이 나에게로 쏠렸다. 그것이 너무나 동시적이고 노골적이어서 사뭇 놀랐다.
나는 한줄로 늘어선 그 의자들 가운데 주부들이 앉아있는 쪽에서 되도록 먼 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멀뚱히 게임을 관람한다.
뭔가 이상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한 참을 구경하는데, 이상한것은 1탁외엔 탁구치는 사람이 없는데, 왜 의자에 앉아 있는 4명의 여자들은 탁구를 치지 않고 앉아만 있는지 알 수 가 없었다. 그래서, 용기내어 한 번 치자고 해 볼까 하다가 조금 더 분위기를 보자하고 참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이상한 풍경은 의자뒤에 놓여있는 선반위에 일렬로 늘어선 장바구니들이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이상하게도 그 장바구니들이 거슬렸는데, 그 이유는 곧 알 수 있었다.
1탁의 게임이 끝나자, 심판을 보던 남자가 의자에 앉아 있는 4명의 주부들 앞으로 다가가 그 중 제일 이뻐보이는 한명에게 말을 건넸다.
"누님, 같이 한 번 추실까요?" 라며 손을 내밀었다. 순간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치실까요'를 '추실까요'로 잘 못 들었을 거라고,,하지만 내가 잘 못 들었다 할지라도 그 풍경은 뭔가 은밀했다. 내민 손을 잡고 따라나서는 그 주부의 눈빛..탁구를 무지 사랑하는 눈빛. 그 이상이었다.
복식을 끝낸 남자들도 다들 의자에 앉아있던 새로운 파트너들과 2탁, 3탁으로 나가 탁구를 친다.
뭔가 혼란스러웠지만 금새 나는 동물적인 직감으로 알수 있었다. 아 ! 이곳은 탁구장으로 위장한 변종카바레구나 !
아니나 다를까 나에게도 차례는 왔다. 레슨을 끝내고 코치가 다가와 나에게 묻는다. "손님 오늘 처음오신거 같은데, 저 쪽 사모님이랑 한 번 치시죠"
아! 이 탁구장 너무나 사랑스럽다... 여기서도 탁구실력은 곧 인기의 바로메타였다.. 나는 곧 누님들의 사랑을 독차지하였고,
매일 누님들은 시장바구니를 올려놓은채 나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혼자 다 차지할 수 없는지라,, 요즈음 테이블 빈 곳에 서로서로 짝 맞춰서 부킹시켜 주랴 여념이 없다..
탁구장 갈때마다 오늘은 누구랑 칠까 생각하는데,,, 탁구장 밑에 슈퍼가 있어서 장보고 들르신 누님들 보니까 이런 생각이 들어 좀 적어봤습니다..개인적으로 이쁘시고 탁구 잘 치시는 여자분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요..
첫댓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저도 예쁜 누님과 탁구치고 싶습니다. 가슴이 터지도록~
재밌게 읽었습니다 ㅋㅋㅋ
ㅋㅋㅋ 깜빡 속았내여 .괜히 궁굼했다눈 ....
순간 헷갈리레요.
퇴폐?
이런 변종 탁구장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
화학쪽공장이신가..?감이거기인거같은데
뻥치시네요.^^ 아래 13517 번'무서운 탁구장 아주머니'가 리얼입니다.^^
너무 탁구장을 비화(?)시켜 말한거 같아 기분이 영 찝찝하네요..,
뻥 맞습니다. 그냥 탁구장에 앉아있다 그런 상상을 했을 뿐입니다.
재미있습니다. 탁구장을 캬바레로 묘사 ㅋㅋ 근데 은근 공감가는 점도 있네요~ 하지만 결론은 탁구장은 건전한 장소 ^^
깜짝 놀랐네요^^
혹시 소설가 지망생 이신가요^^
카바레도 춤만 춘다면 건전한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춤을 좋아하는 마음과 탁구를 좋아하는 마음은 같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전 영화 감독 지망생이지만, 탁구땜시 도무지 영화에 집중할수 없는 상태입니다.
당췌 뭔 소린지..
글솜씨가 좋으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