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이상을 고용한 자영업자는 직원임금 명세를, 일반기업은 일용직 근로자의 임금명세를 각각 제출토록하고 이를 어겼을 땐 2%의 가산세를 부과하는 소득세법시행령 개정안을 정부가 발표했다. 200만여 명에 이르는 간이과세자 자영업자와 380만여 임시일용직 노동자의 소득파악률을 높이는 획기적인 조치이지만, 실효성이 의심된다.
우선 대부분의 소규모 자영업자가 직원임금명세를 제출하면 사업주는 4대 사회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이들 보험료는 인건비의 약8.1%에 이르고, 저임금 종업원의 실수령 급여도 7% 인하될 것으로 보인다. 2% 가산세보다 자영업자의 원가부담이 커서 제대로 임금명세를 제출할 자영업자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이며, 결국 수백만 명의 범법자만 양산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들은 임시일용직근로자에 대해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을 사업장에서 가입해주지 않고 있는데, 새 제도 시행으로 일용직근로자 임금명세가 제출되면 사회보험의 직장가입이 불가피해진다. 이는 기업의 원가상승으로 이어져 경쟁력이 약화되고, 해외이전 등을 부추길 수도 있다.
셋째, 소규모 무기장 사업자가 임금신고 및 4대 보험 업무처리를 위해서는 세무대리인 등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그 비용도 매월5-10만원으로 만만치 않다.
넷째, 임금명세 제출을 하지 않을 경우 현재의 국세행정력으로는 적발이 어렵다. 따라서 세무조사로 적발되더라도 죄스러운 마음보다 억울한 마음을 가지게 될 것이다.
정부가 이처럼 실효성이 의심되는 정책을 서둘러 시행하는 이유가 뭘까. 당정은 저소득층 서민에게 현금을 보조해주는 근로소득보전세제(EITC)를 올 2008년에 도입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현재는 소득파악률이 낮아 지원대상인 차상위계층 대부분이 소득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 당연히 소득이 파악되는 근로소득자부터 먼저 시행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새롭게 소득이 드러날 임시일용직노동자, 영세 자영업자에 고용된 노동자는 당분간 EITC 혜택을 받지 못하면서 해당 재원의 일부를 부담해야하는 비적용 차상위계층에 속할 게 분명하다. 당장의 제도시행으로 실질임금 감소와 공허한 사회보험 부담까지 짊어질 이들 계층에게 ‘장밋빛 미래’가 과연 와 닿을 것인지 의문이다.
소득파악률이 낮고, 비정규직 및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EITC 도입을 서두르는 것 자체가 문제다. 미국도 시행 후 30년 동안 신청금액이 30배, 적용인원이 3.4배나 늘어났고 부정수급률이 30%에 이른다. 지금 상황에서 EITC가 도입되면 근로빈곤층 부조라는 정책목표 대신, 엄청난 국민 세금만 낭비될 가능성이 있다. 일단 시행되면 중단하기 어렵고 계속 확대될 수밖에 없는 복지정책 특성상 도입을 신중히 해야 하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복지정책도 행정적 토대가 뒷받침되지 않으며 실패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 정부’의 선거공약에 따라 소득파악의 행정적 토대도 없이 1999년 국민연금을 도시자영업자로 확대한 결과, 6개월 이상 체납자가 250만 명, 재산이 압류된 자가 43만 명이나 양산됐다.
이번 세법 시행에 앞서 ▲1개월 이상 일용직노동자에 대한 국민ㆍ건강보험 가입의무 완화 ▲중소기업 및 소규모 자영업자 및 근로자의 4대 보험료 경감 ▲최저생계비에 대한 국민연금부과 제외 ▲세무대리인을 통하지 않고 쉽게 임금자료를 제출할 수 있는 시스템 등 선결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조세행정의 동반자인 납세자의 협력이 과세관청의 일방적인 강행을 통해 이뤄질리 없다. 납세자의 자발적인 협력의지를 이끌어 내기 위한 과세당국의 적극적인 홍보는 물론, 충분한 적응기간을 보장하면서도 납세협력비용을 큰폭 줄이는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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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많은분들이 서명하셧네여 여기에 해당되시는분들이 많으신것 같은데 모르고 계신분들이 있으신것 같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