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이유진 선생이 비행기표 관계로 예상보다 이틀 정도 일찍 떠나게 되었다. 시간을 낼 수 없어 마지막 날 일정 때문에 바쁜 선생을 따라다니면서 인터뷰를 할 수밖에 없었다. <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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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홍의 선택 인터뷰'(여성채널)를 녹화하기 위해 이동하는 좌석버스 안에서, 택시 안에서 또 선생을 환송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 틈에 끼여, 헤어지기 아쉬워 2,3차로 넘어가는 술집에서 나눴던 대화를 정리한다. <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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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프랑스에서는 극좌에서 극우까지 모두 법의 보호를 받는다</b><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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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navy">- 오신 지 한 달이 다 되어가네요. 벌써 가신다면서요? 오래간만에 오셨는데 더 있다 가시지 않고요.</font><br>
"장애인인 아들 준경이가 한 달 이상 나하고 떨어져 있으면 불안해 해요. 가서 마음을 다독거려줘야지요."<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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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navy">- 서울오신 첫날, '산이 많은 조국산천이 낯설다'는 선생님 말씀이 한참 가슴에 머문 적이 있습니다. 이제 익숙해지셨는지요.</font><br>
"거의 평지만 있는 파리 모습에 40여년 익숙하다 보니 좀 낯설었지요. 보면 볼수록 쭈그러졌던 정감이 서서히 살아나는 것 갔습니다. 좁아진 골목길, 다닥다닥 붙은 집, 어디서나 똑같은 모습으로 서 있는 아파트, 현대 중세 고대가 나란히 혼재되어 있는
조국의 모습이 많이 <br>
낯설었습니다. 지금은 사이사이로 옛모습이 되살아나 모두 다정해졌지요."<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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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navy">- '프랑스 아미앵 사원에 있는 그리스도 상은 왼손과 오른 손의
높이가 같다. 내가 꿈꾼 것은 왼쪽과 오른쪽이 조화를 이룬 그러한 세상이었고 좌익이든 우익이든 제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유를 말한다'고 말씀 하셨는데 우리나라처럼
'좋은 우익'을 가져보지 못한 나라에서 <좌우익의 균형>이란 말은 실현불가능한 것처럼 느껴지는데요. 프랑스에서 좌우의 균형이 어떻게 가능하며 우익이 갖는 모습은 어떠한지요.</font><br>
"좌우익 개념이 프랑스에서 나왔잖아요. 1879년 혁명을 통해서.
그 동안 그것으로 하도 많이 싸웠어요. 백년 이백년 싸우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상대방을 인정해야겠더라, 인정하지 않으면 전쟁상태가 계속 되니까요. 그 과정에서 조금씩 민주주의가 터득되고 좌우의 균형 문제가 탄생되었던 거지요.<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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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우익은 많이 진보적이지요. 드골대통령이 그의 내각에 공산당원을 입각시킬 정도였으니까요. 만약에 한국에서
그랬다면 빨갱이라고 비난을 받았겠지요. 그때 드골이 공산당원을 입각시키지 않았더라면 프랑스는 내란상태에 빠졌을 거예요. 이데올로기보다는 국가 이익을 앞세운 거지요. 그런 면이 프랑스에서 진보를 만든 거지요."<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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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navy">- 프랑스 우익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개방적이고 합리적이군요.</font> <br>
"한국에서는 좌익하면 나쁜 사람으로 돼 있는 모양인데 좌익을
야당 정도로 생각하면 될 거예요. 인생살이에서 야당 정도. 시민의 입장에서는 우익에게 한번 정치를 하라고 투표했다가 어느
한구석이 미진하거나 좌익이 새로운 정책을 내놓으면 좌익을
찍어서 한번해봐라 하고 집권자를 자주 바꿔서 좌익 우익을 경쟁시키는 것이 이익이지요.<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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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보면 프랑스에서 좌우익 개념과 한국에서의 그것과는 많이 다릅니다. 우선 좌익을 진보주의자, 우익을 전통주의자 또는 보수주의자 정도로 해두죠.<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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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익도 좋은 점이 많습니다. 어느 사회나 지켜야 할 전통, 지켜야 할 질서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 법이니까요. 프랑스에서 우익은 도덕적이고 양심적인 데다가 대부분 검소한 생활을 합니다.
그래서 좌익은 우익을 소아병적으로 공격하지 않지요. <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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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뉘앙스를 두자면 본래 우익의 모습은 국가 이익에 더 치중하고 좌익은 국민들의 이익에 치중하는 것이 원칙이지요. 우리나라는 좌익이란 개념이 나쁘게 개념규정되어 있는데 그 문제부터 해결을 봐야지요. <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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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사회당이다 진보당이다 하면 으시시하게 여기잖아요.
사회당, 진보당 자체가 악이 아니다, 라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겠죠. 진보당하면 고난하고 맞붙은, 죽음하고 맞붙는 풍토부터 없어야겠지요." <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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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navy">- 프랑스에서는 우익이 도덕적이고 양심적인 데다가 검소하다고까지 하셨는데...</font><br>
"도덕적인 바탕은 사상 이전의 문제이지요. 우익을 하던간에 좌익을 하던간에 도덕적으로 몹쓸 인간이면 정치건 경제건 논할
단계까지 가지 않겠지요." <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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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navy">- 이번 신문사 탈세조사 과정에서 일부 신문과 정치인들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언론탄압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font><br>
"한국사회는 언제나 격동기였지요. 지금도 격동기이고. 경쟁을
골자로 한 격동기. 경쟁에는 아무리 잘못했어도 이기면 된다라고 생각이 들어 있는데 이제 그런 생각은 서서히 극복될 때가 왔다고 봐요. 잘난 사람, 높은 사람, 배운 사람들이 인정 안하고 전부 오리발을 내미니까 그게 문제지요. 서로 불신만 성립되는 겁니다. 잘못한 사람이 잘못했으면 잘못했다고 해야 이쪽에서도
나중에 잘못했으면 잘못했다고 하는데 네가 그렇게 하는데 내가 왜 잘못했다고 그러냐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br>
<font color="navy">- 우리나라 극우냉전세력들은 공직자에 대한 사상검증까지 하고 있거든요. 만약 프랑스에서 극우주의자들이 그렇게 한다면...</font><br>
"아, 그건 위헌이지요. 좌익이든 우익이든 사상검증할 권리는 없어요. 헌법이 보장된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핍박하는 거니까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프랑스에서는 극좌에서 극우까지 모두 법의 보호를 받아요. 일단 폭력만 행하지 않으면. <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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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극좌 트로츠키당 대표가 미국에 갔어요. 프랑스에서는
합법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국회의원인데 미국에서는 '너는 입국거절이다' 그랬어요. 그래서 함께 갔던 사람들이 '그 사람빼면
우리 우익도 들어가지 않는다.' 그래 다른 국회의원들까지 다 같이 돌아온 적이 있었어요. 그럴 적에 우익과 좌익이 협조한다는
거지요. 대 미국관계니까요."<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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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navy">- 아, 그러면 같이 갔던 우익들도 되돌아왔단 말인가요. 극좌주의자 입국거절때문에요?</font><br>
"글쎄 우리나라 우익 같으면 좋아했을텐데 그 사람들은 공적인
한에 있어서 태도를 분명히 하는 게 있어요."<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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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navy">- 우리나라 극우냉전수구 세력들은 자신에게 반대하는 세력은
모두 색깔을 칠하는데요.</font><br>
"그것은 치사한 거죠. 뭐랄까... 저속한 거죠. 서상일이라고 한민당 중진이 빨갱이로 몰린 적이 있었어요. 대구에서. 당시 극우에
해당하는 한민당 당원이었는데도 이승만 세력에게 그런 소리를
들었어요. 자신에게 반대했다는 이유겠지요."<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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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navy">- 근데 문제인 것은 사람들이 아직도 그것을 받아들인다는 거죠. 전쟁이라는 것을 겪으면서 형성된 정서가 아직도 강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지요.</font><br>
"그게 '사람들'이라고 말하는 게 재미있는데 그럴 경우 사람들이란 말을 안쓰는 게 좋은거예요. 왜냐하면 '사람들이' 그러면 다
그런다고 생각하기 쉽거든. 이런 문제를 이야기할 때는 '일부 사람들'이 아직도... 이렇게 하면 제 머리로 살겠다는 사람들에게
힘을 좀 실어줄 수가 있겠지요.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좌우가 협력하는 경험이 쌓이면 그렇게 생각했던 '일부 국민들'도 생각이
바뀌겠지요."<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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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프랑스에서는 기자도 철학자가 될 수 있다</b><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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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navy">- 요즘 신문개혁이 이슈화되고 있어요. 민주주의 발전과정에서
언론의 역할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프랑스 신문은 어떻습니까? 먼저 소유관계는 어떤 형태를 띠고 있는지요.</font><br>
"르몽드 지나 피가로지 모두 일인이 소유하는 형태가 아니라 주식회사 형식을 갖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소유주 한두 사람이 휘어잡는 것은 드물고 여러 사람이 주식 소유분을 나눠가지고 30%로 가진 사람이든, 20% 가진 사람이든 많이 가진 사람이 회장이면 회장 이렇게 하는 거지요.<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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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navy">- 소유와 경영은 분리되어 있는지요.</font><br>
"당연히 분리되어 있지요. 월급문제로 또는 소유주가 돈 가지고
장난을 치면 기자들이 파업을 합니다. 피가로지는 우익지인데
도덕적으로 파탄한 소유주가 돈가지고 좌지우지해서 같이 일하던 기자가 나온 적도 있습니다. 도덕적으로 깨끗한 우익이 도덕적으로 파탄된 우익을 비판한 거지요."<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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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navy">- 기자들이 파업하면 국민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font><br>
"프랑스에서는 파업에 대한 기본개념이 되어 있어요. 나한테 불편하지만 그건 당연하다, 그런 거지요. 물론 메트로나 철도 이런
데서 파업이 일주일 이상 가면 불만이 올라오기 시작하지요. 그러면 파업하는 사람들이 압력을 받아요. 파업하는데 양쪽이 다
능란하니까 70% 이상은 대개 합의점을 찾지요. 서로 자기한계를 알고 인정하고. 때로는 정부가 중개자 역할을 할 때도 많고요."<br>
<br>
<font color="navy">- 편집권은 독립되어 있는 거죠</font><br>
"그렇죠."<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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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navy">- 기자들이 우리나라와는 다른 자격조건을 갖는다고 들었거든요.</font> <br>
"프랑스에서는 기자들이 다 실력있는 사람들이 들어가요. 거기서 작가가 나오고 철학자가 나옵니다. 기자들은 늘 책을 읽습니다. 그래서 자신들이 책도 직접 써내고 어떤 정치가, 어떤 철학자, 어떤 학자, 재벌들을 만나도 따져들어갈 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있지요. <br>
<br>
또 한편으로 기자들이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신문사의 자유로운 시스템 운영 때문에 가능하겠지요. 기자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주지요. 사상적으로나 글의 형식면에 있어서나요. 우리나라에서는 작가가 기자는 될 수 있어도 기자가 작가 되기는 힘든
구조라고 들었습니다. 형편이 이런데 철학자 되기는 더 힘들겠죠." <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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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navy">- 기자는 시험봐서 뽑나요?</font><br>
"시험 보지 않는 걸로 알고 있어요. 행정부문에서 우수한 예나
같은 좋은 대학 인재나 또는 중고등학교 선생이나 대학교수 중에서 신문기자를 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그냥 들어가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가령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시인이 되고 싶은 경우 신춘문예를 통과하거나 문예지에 당선되야 가능한데 프랑스의 경우 그런 것 없이 시가 좋으면 추천을 통해 시인이 되는데
기자도 마찬가지지요." <br>
<br>
<font color="navy">- 프랑스 신문은 공정한지요.</font><br>
"공정하다는 말이 재미있는 건데 모든 신문은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입니다. 가령 르몽드는 좌익지란 말을 듣고 피가로는 우익지란 말을 듣지요. 그래서 우익지에서는 우익을 지지하는 게 원칙이고 좌익지는 좌익을 옹호하지요. 그러나 좌익지도 좌익을
비판할 때는 따갑게 비판<br>
하지요. 자기 편에서 무조건 다 옳다, 그런 속된 것은 없어요."<br>
<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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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프랑스 언어의 섬세함과 은유적 깊이는 좌우협력의 오랜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b><br>
읽었습니다. 그만큼 인생의 깊이가 스며있었다는 말인데요. 문학을 좋아하셨는지요.</font><br>
"시는 더러 읽고 써보기도 하고 그랬어요. 중학교 3학년때부터."<br>
<br>
<font color="navy">- 프랑스 같은 경우 대통령을 비롯하여 정치하는 사람들이 텔레비전에 나와 토론을 해도 언어 자체가 매우 문학적이라는데요.</font><br>
"그게 무슨 말이냐면 프랑스 사람들은 자기 사상을 표현할 때는
항상 뉘앙스를 깔고 표현을 해요. 델리키트(섬세한)한 면을 표현하자니까 문학적이란 말이 나올 수 있죠. 섬세한 언어를 쓰면 왜
문학적이라 하잖아요. 그런 의미겠지요."<br>
<br>
<font color="navy">- 뉘앙스를 깔고 이야기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font><br>
"그게 무슨 의미냐면 프랑스의 정치는 한국정치에 비하면 고도의 정치니까, 흑백논리라는 건 프랑스 사회에서는 통용되지 않아요. 그래서 극좌 극우가 맥을 못추죠. 극좌 극우는 흑백논리거든요. 자기 것 아니면 다른 것들은 다 안된다고 그래요. 유권자들은 거기에 안 넘어간다 이 거지요. 흑백 논리를 거부하니까요.
좌익과 우익 그 사람들 서로 마주보며 웃고 지내요. 여기서처럼
막 얼굴 붉히고 그렇게 지내지 않아요. 좌우 협력의 오랜 경험이
언어를 섬세하고 깊게 만든 거지요. 서로 자신의 감정과 사상을
표현할 때 많이 배려해야 하니까요."<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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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디베르시떼(다양성 diversit`e)을 아는 사람이 가장 폭
넓다</b><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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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navy">- 지금까지 했던 이야기의 연장선상인데요, 프랑스 사회가 우리나라에 주는 메시지를 한 단어로 표현하면 무엇이 될까요. 홍세화 씨는 똘레랑스(관용), 최연구 씨는 솔리다리떼(연대)라 했는데요.</font><br>
"상대방의 인격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알고 보면 똘레랑스나 솔리다리떼는 모두 함께 살기의 한방편들이죠.
똘레랑스는 사람마다 다 생각의 차이가 있으니까 그것을 관용하지 않으면 다 원수가 될 것 아녜요? 그래서 관용하라고 한 것이죠. 이것은 자유하고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요. 솔리다리떼는
보통 좌익이 쓰는 단어인데 그건 유대, 연대란 뜻이에요. 못사는
사람끼리 서로 상부상조하면서 정 나누고 살아가자 이런 의미죠. 이것도 의미 깊은 말이예요.<br>
<br>
나는 디베르시떼, 즉 다양성을 강조하고 싶은데 이 말은 똘레랑스처럼 자유와 맞물리는 개념입니다. 지금까지 심리학자, 철학자, 사회학자들이 다양성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해왔어요. 다양성이 참 중요한데 왜냐하면 사람들은 다양성 없이 획일화되면
그러나 천연색을 보면 자연스러움과 다채로움을 느낄 수 있어요. 초록, 청색, 노랑색이 있는 데다가 초록빛깔의 배경이 깔리면 정말 흥미롭겠죠. 그래서 다양성이란 것은 자연철학하고도
관련이 있어요. 사상도 한 가지 색이면 금방 질리겠죠. 저는 개인적으로 카톨릭도 좋아하고, 성서도 좋아하고, 불경도 좋아하고, 논어, 맹자, 노자, 장자 다 좋아하지요."<br>
<br>
<font color="navy">- 다양성이 자연철학과 관련이 있다는 말씀은 무척 참신하네요.</font><br>
"자연이라는 것이, 지구라는 것이 원래 다양한 거예요. 가령 피레네 산맥 저쪽으로 가면 반진리(反眞理)인 것이 이쪽으로 오면
진리(眞理)라는 이야기, 그게 뭐냐면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의 수준에서 진리를 알 수 없고 이 동네에서는 먹혀들어가던 말이 저쪽 동네에서는 안 먹혀들어가는 거지요. <br>
<br>
그런 면에서 다양성을 인정한다는 것은 곧 관용하는 것이고 관용을 배경으로 어려울 때가 되면 솔리다리떼, 즉 연대도 함께 하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다양성을 아는 사람들이 가장 폭넓다고
볼 수 있겠지요. 인품도 더 있고요. 왜냐하면 공산당을 만나도
두려워하지 않고 인격적인 대우를 해주면 그 사람도 나를 인격적인 대접을 해줄 수밖에 없겠죠. <br>
<br>
근데 내가 아, 저 빨갱이 새끼해봐. 그러면 저쪽에서 화날 것 아니예요, 그러면 아, 이 반동새끼 그러면 결국 총질해야지요. 사상이건 감정이건 기본적으로 상대방의 인격을 인정하고 그 다음에 논쟁을 붙던지 그래야겠지요."<br>
<br>
<font color="navy">- 우리나라 극우주의자 중에는 인격적으로 대해줘도 대화가 안되는 세력이 있어요.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되는지요.</font> <br>
"자기들이 옳다고 얼굴 빤히 쳐들고 대들 때는 상대방이 인정하는 법에 따라서 해결해야지요, 정치가 개입할 필요가 없어요. 판사에게 맡기면 되는 거지요. 문제는 판사가 정치의 입김에 놀아나거나 할 적이 문제지요. 프랑스에서는 판사가 압력을 안 받으려고 해요. 그러면 언론이 도와주기도 하고."<br>
<br>
<font color="navy">- 법이라는 것도 힘에 의해 좌지우지 될 때도 있잖아요.</font><br>
"법에 따라 안될 때는 아무도 대답을 할 수 없지요. 혁명을 해야겠지요. 그렇지만 인류사회의 문제가 혁명 가지고만 해결되는
것도 아니지요. 희생도 많이 따르고..."<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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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navy">- 어려운 문제네요.</font><br>
"정치문화가 성숙해야겠지요. 며칠동안 서울 시내를 돌아다녔는데 아직도 '신고하는 국민정신, 사라지는 좌익사상' 이런 글귀가 쓰여져 있더란 말이죠. 프랑스 같으면 위헌이고 고소감이지요."<br>
<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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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전통사상에도 심리는 있다</b> <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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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navy">- 선생님께서 억울한 일을 당하시고 원망의 마음을 다스려보려고 10년 동안 중국어를 공부하시고 동양학에 심취했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리고 이번에 프랑스에 돌아가시면 한국사상을 심리적인 차원에서 정리하실 생각이라고 들었는데요.</font><br>
"한국사상을 정리하려고 해도 기초자료가 부족합니다. 프랑스는 이미 오래 전에 다 해놓았고 일본이나 러시아 같은 경우도 이미 100년 전에 해 놓았던 작업이 우리나라에는 전혀 안되어 있어요. 그냥 개별적으로 취미 삼아서 몇 편 해놓은 것은 있어도,
체계있게 연구한 사람은 극히 드물고 연구한다하더라도 한두
관점에서만 보고... 기초자료가 많이 부족하지요."<br>
<br>
<font color="navy">- 어떤 방법으로 하실 생각이신지...</font><br>
"기초작업을 쌓은 것에서 시작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br>
<br>
<font color="navy">- 한국사상가 중에 누구를 좋아하세요?</font><br>
청신한 야당역할은 잘해낼 분이죠. 야당보다는 여당이 힘든 거예요. 그러니까 정권을 빼앗기지요."<br>
<br>
<font color="navy">- 우리나라 전통사상에도 심리란 말이 적용될 수 있는 건지요.</font><br>
"나는 그렇다고 봐요. 사람이 살았는데 왜 심리현상이 없겠어요.
동양에 심리학이 없다고 믿고 서양심리학을 이야기 하는데 서양에서도 심리학이란 것은 1세기 겨우 넘을까 말까 하는 거예요. 왜냐면 과학과 연결시키기 때문에 그래요. 심리학은 원래 철학에서 분리되어 나온 것인데 근대과학하고 연결시키면 과학적인 실험이 가능해야 심리학이라고 일컬어지는 거죠. 서양도 심리적인 과거는 있지만 심리학은 없었다고 보는 겁니다."<br>
맥락에서 말할 수 있겠지요. 지금도 미국심리학이 세계적이라고 말들 많이 하는데 이제야 미국자체 내에서도 미국 이외의 나라 심리학에 대해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하더라구요." <br>
<br>
<font color="navy">- 구체적으로 전통심리에 대해 고민해 보신 적이 있는지요.</font><br>
"체계화 시킨 것은 아직 없고 내가 곤경에 빠지고 어려운 일이
닥치니까 옛날 사람들은 어떠한 곤경 속에서 어떠한 원칙으로
어떤 방식으로 뜻을 꺾지 않고 살다갔나 그런 측면에서 많이 살펴봤어요. 쫓아올라가다 보니까 석가모니도 나오고 공자도 나오고 노자도 나오고 장자도 나오고 그런 거죠. <br>
<br>
서양심리로는 수백페이지 쓸 것도 동양심리에서는 단 한문장으로 표현되더란 말이죠. 한번은 서른두살된 장자가 길을 가다가
자기옷을 쳐다보았어요. 옷은 구멍이 다 뚫리고 배는 고팠지요.
그래서 스스로에게 말했어요. "아, 이것이 내 운명이로구나!" 이
한 문장이 자기 위로의 말이고 심리치료의 말이지요. 길 위에 자기의 운명을 놓고 그는 남들이 가지 않은 자신만의 길을 간 거지요.<br>
<br>
개인적으로 40대가 가장 힘들었어요. 그때 서울 들어올까말까
굉장히 고민했죠. 왜냐하면 나도 집 사서 평범하게 살고 싶었어요. 허리를 꺽고 타협하면 가능한 일이었지요. 소명절차 빨리빨리 밟고... 그런데 죽어도 못하겠더라고요. 오십이 되니 안정되기 시작했지요. 일제시대때도 배신자들이 40대가 제일 많았다는 말이 있어요. 40대가 제일 힘들어요. 그때가 가장 일할 때니까, 자연법칙상." <br>
<br>
<br>
<b>술은 역시 소주가 최고</b><br>
<br>
<font color="navy">- 선생님은 해외 민주인사 중에 정식적으로 소명절차를 밟지 않고 한국으로 들어온 첫 번째분이신데요. 아직 들어오지 못한 분들을 위해 법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는데...</font><br>
"김진 변호사가 맡아서 추진 중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다른 것은 다 필요없고 그저 소명절차 없이 자유스럽게 왔다갔다 할 수
있게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그 사람들에게는 전부이지요." <br>
<br>
<font color="navy">- 술을 굉장히 좋아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애주가들을 위해 좋아하시는 프랑스 술을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font><br>
"프랑스에서 포도주는 한국에서 소주와 같아요. 사람들이 소주처럼 흔하게 즐기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밝고 경쾌한 보르도보다는 맛이 묵직한 꼬뜨뒤론을 좋아하지요. 또 꼬르비에는 한국의 소주값으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술입니다. 파리에서 소주는
매우 비쌉니다. 먹고 싶어도 못 먹지요. 술 중에는 소주가 최고지요." <br>
<br>
<font color="navy">- MBC 스페셜에서 '다음 생에는 철저한 이기주의자가 되어 어머니 곁에 머무르시겠다'고 말씀하셔서 가슴이 뭉클한 적이 있는데요. 이제 어머니도 뵈었으니, 조국으로 돌아오실 생각이신지요.</font><br>
"장애아들 준경이 때문에 당분간은 파리에 더 머물러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에는 아직 장애아들이 살기에는 불편할 것 같아서요.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혼자 사시는 어머니 곁에 머무르고 싶은데... 장벽 하나를 넘으니 또 다른 장벽이 있군요...
<td align="right" bgcolor="#F4F4F4"><p><font color="#4F6465"><a href="./article_search.asp?writer%5Fname=%B1%E8%BC%F8%C3%B5&no=45252&rel%5Fno=1&back%5Furl=&back%5Fchk=true">김순천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a></font></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