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신의 위험
장성숙/ 극동상담심리연구원, 현실역동상담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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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어떤 부인이 찾아와 자기 아들이 정신적으로만이 아니라 신체적으로도 안 좋다고 했다. 신체적으로는 어디가 안 좋으냐고 물었더니, 그녀의 대답은 이러했다. 어떤 종교 단체에서 하는 수련에 아들을 보냈는데, 그곳에서 너무 혹독하게 몰아치는 바람에 병을 얻게 되었다고 대꾸하였다. 그 수련은 절대적인 믿음만 있으면 뭐든지 이겨낼 수 있다는 신념을 갖은 종교인들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이었단다.
그 후 아들은 툭하면 아프다고 두문불출하더니 인제는 아예 방구석에서 나오지를 않는다고 했다. 어느덧 그 아들이 30대 중반이 되었는데, 자기네가 천년만년 살며 그 아들을 보살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날이 갈수록 시름만 깊어간다며 도움을 청했다.
신앙심만 깊으면 뭐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여기는 무지막지한 사람들이 있고, 또 그것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뭔가 치밀어올랐다. 그러지 않아도 허약하게 태어난 그 아들은 마음도 여려 조심스럽게 다루었어야 할 아이였다. 그런 아들을 무지막지하게 밀어붙이는 프로그램에 참여토록 했다가 도리어 와락 병을 키우고 말았으니, 그 부모의 허물도 만만치 않다.
오래전에 어떤 스님이 6년 묵언수행을 마치고 절을 맡아 운영하였다. 그리고는 열심히 살았는데, 어떤 연유에서인지 그 스님이 정신착란증을 잘 고친다는 소문이 널리 퍼졌다. 열심히 기도하면 부처님의 가피를 입어 어떤 병이든 고칠 수 있다고 그 스님이 말했던 게 아닐까 한다. 사실 그 스님은 돈독한 신심을 지녔을 따름이지 특별한 신통력을 지닌 사람도 아니었다.
어느 날 스님이 사시 예불을 들이는데, 피해망상증을 앓던 청년이 식칼로 스님의 등을 찌르는 사고를 쳤다.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되어 의식을 잃은 스님은 병원에 당도하기도 전에 숨을 거두었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일어난 참상이었다.
이런 소식을 접한 나는 ‘정신질환을 얕잡아보고 신앙의 힘으로 뭐든지 극복할 수 있다는 신념이 무서운 결과를 초래했구나!’ 하며 몸서리쳤다. 아울러 현대사회는 어느 분야든 전문화를 이루고 있는 만큼, 각 분야에서마다 자신의 영역에나 충실하고 다른 영역에 대해서는 함부로 아는 척하거나 넘나들어서는 안 된다고 여겼다. 특히 정신병은 위험천만한 것이기 때문에 특히 주의해야 하는 질병임을 다시금 실감했다.
나는 치밀어오르는 감정과 오래전의 기억을 수습하며, 부모의 무지가 아들을 더욱 곤경에 빠트린 것 같으니 인내심을 갖고 잘 돌봐야 한다고 말했다. 심적으로 허약한데다 신체적인 질병까지 얹힌 상태이니 그 아들로서는 다부지게 살아가는 게 쉽지 않겠다고 여긴 것이다.
아무튼 그 부인이 돌아간 뒤 나는 신앙의 이름으로 벌어지는 무지한 일들에 대해 고개를 가로저었다. 믿으면 뭐든지 이룰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 어쩌다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는 몰라도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가. 아무런 방법이 없을 때는 그런 신념이라도 잡아야 버티겠지만, 지금은 과학이나 의학이 눈부시도록 발달한 세계가 아닌가. 이런 시대에 살면서 그런 확신에 빠져 사는 것은 시대착오라고밖에 할 수 없다.
대체 어떤 이들이 그런 위험하기 짝이 없는 신념에 사로잡히는지 곱씹어보았다. 이런 표현이 조심스럽긴 하지만, 아무래도 현실적으로 취약하니까 반대급부로 그런 신념으로 철갑을 두르는 게 아닐까 한다. 이렇게 하여 자신이 옳다는 식으로 꽝꽝거리는 걸 보면 때로는 기가 차다. 힘들거나 약한 자에게 신앙이 희망의 횃불이 되어 활기차게 살도록 하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지만, 그것이 과신으로 번져 오류를 범한다면 그것은 무지를 넘어 죄악이 된다. 극히 조심할 일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신앙을 갖더라도 내가 주체가 되어 믿어야지 신앙의 노예가 되듯 믿었다가는 득보다 실이 많다고 여긴다. 일단 다른 사람에게 열등하거나 무지하게 비치고, 나아가 그 부인의 아들처럼 고질적인 병을 얻게 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하니 말이다.
첫댓글 정신 질환자 무섭네요.
식칼로 스님의 등을 .... 소름끼치네요..
화요일 고등학생 정신질환자가 폭탄 소문을 내 소동이 벌어졌네요.
여기저기 정신질환자 급증이네요.
가문과 폭염속에서 정신질환자 소동 사건이 많아졌어요.
총기난사 떼강도 절도 마약환자 급증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의 병폐가 경쟁이 아닐까 합니다. 루저라고 일컬어지는 사람들의 정신건강이 심각한 상태라고 봅니다.
"정신병을 치유하는 성/경/적/인 방법은 ‘의학과 기도’이다. 정신병은 교통사고와 같이 육체의 문제이므로 가장 우선적으로 신경정신과 병원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목회자와 성도들이 기도로 하나님의 은혜를 구한다면 가장 효과적이다. 현대 의학의 도움을 받지 않는 것이 믿음이 아니다."
출처 : 본헤럴드(http://www.bonhd.net)
믿으면 뭐든지 해결된다고 하는 식의 태도도 무지막지하게 비처서 난감할 때가 더러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