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들의 이야기를 전문적으로 전해주는 유튜버가 있습니다. 이 사람 저 사람을 초대하여 실제 이야기들을 나눕니다. 물론 본인이 여러 번 북송을 당하면서 그 고난을 이겨내고 탋북에 성공하여 우리나라에 자리잡아 일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튜브를 올리고 있습니다. 수만 명에 이르는 탈북민들이 우리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제각기 사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 듣고 있자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한 마디로 우리와 얼마나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는지 듣습니다. 그곳을 빠져나오느라 얼마나 위험하고 긴 고난의 길을 지나야하는지 알게 됩니다. 정말 목숨을 걸고 이곳으로 오는 것입니다. 물론 목숨을 잃은 사람도 많습니다.
꿈을 꿀 수 없는 곳, 꿈을 꾸지 못하는 곳, 아니 꿈을 꿔서는 안 되는 곳입니다. 그냥 주는 대로 먹고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곳입니다. 어쩌면 내가 왜 태어났나 하는 질문도 해서는 안 되는 곳입니다. 쉬운 말로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되고 태어난 자리에서 주어진 자리대로 살아야하는 것입니다. 그래도 사람인지라 나름의 욕망이 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길을 찾으며 살아갑니다. 우선은 살아야하니 적응해야 하고 남다른 일도 꾀해보아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더 먹고 좀 더 좋은 것을 찾을 수 있다면 찾아내고 그 환경에서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러나 진흙탕 속에서 꽃 피워내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아무리 철저히 막는다 해도 들어오는 틈새라는 것이 있습니다. 발도 없이 천리를 간다고 하지요. 누군가는 바깥구경을 하고 옵니다. 입이 간지러울 것입니다. 한번 입을 열면 숨기려해도 이렇게 저렇게 번져갑니다. 그렇게 하여 귀동냥이라도 해서 듣습니다. 일단 뭔가 다른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듣고 나면 말은 하지 않아도 꿈을 가지게 됩니다. 물론 철저히 세뇌당하여 있다면 머리를 설레설레 저으며 지우려 할 것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현실이 너무 기막히다면 그 꿈을 키워갑니다. 아무리 단속해도 사람 마음 속에 담겨있는 꿈마저 강제로 지울 수는 없습니다. 조금씩 자라다보면 그것을 현실로 만들고자 하는 욕망도 생깁니다. 어차피 이렇게 살바에는, 하는 마음도 생기지요.
탈북민 대부분은 일단 중국으로 가서 먼 동남아로 내려갑니다. 그곳에서 비행기를 타고 들어옵니다. 가깝기야 바로 이웃하여 있는 철책선을 넘으면 됩니다. 그러나 정말 위험하지요. 주변이 온통 지뢰밭입니다. 때문에 먼 길을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그 길도 만만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당장 폭발하여 죽지는 않습니다. 많은 사람이 두만강을 건넌답니다. 아마도 압록강보다는 수월한 모양입니다. 그렇게 위험을 무릅쓰고 우리 땅으로 오려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그곳에서 짐승만도 못하게 사느니 목숨을 걸고라도 한번 건너보자 하는 마음으로 탈북을 감행하는 것입니다. 난생 처음 비행기를 타고 나면 때로는 북한으로 가는 것은 아닌지 두려워하기도 한답니다.
그렇게 인천공항에 도착하면 완전히 별나라지요. 드디어 사람의 삶을 시작하게 됩니다. 일단 사람이 사는 곳으로 들어왔다 생각하면 안심은 됩니다. 그러나 북에서 교육받은 내용들이 쉽게 가시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마주치는 이곳 공무원들의 태도와 제공되는 식사에 차츰 마음을 열게 됩니다. 그야말로 전혀 다른 세상입니다. 조사를 받고 다른 범죄혐의가 없다면 우리나라에서의 생활 적응훈련을 받게 됩니다. 자신에게 맞는 직업도 알선받습니다. 거주할 집도 제공됩니다. 물론 완전 제공이라기보다는 스스로 벌어서 갚아가는 임대 형식입니다. 그래도 전혀 경험해보지도 기대하지도 않은 혜택에 놀람과 감사가 넘칩니다. 그렇게 우리 사회에 들어오지만 시간이 걸립니다.
10년 만기 제대를 코앞에 두고 있지만 이 나라에서는 앞날이 없다고 확신한 ‘규남’은 진작부터 탈주를 계획합니다. 그런데 부하 중 하나가 눈치채고 자기가 먼저 나서서 탈출을 시도합니다. 얼떨결에 쫓아 나서지만 얼마 가지 못하여 붙잡힙니다. 실컷 두들겨맞고 상부에 보고된 대로 보위부 상관, ‘현상’이 방문 조사합니다. 그런데 이 녀석 잘 아는 후배입니다. 어려서 책을 선물로 준 적도 있습니다. 사실 규남이는 그 책을 보며 꿈을 키웠는지도 모릅니다. 더구나 책갈피에 선배가 친필로 써준 말이 의미가 있습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고 의미 없는 삶을 두려워하라.’ 하지만 두 사람의 길이 많이 달랐습니다. 그 사회에서 본다면 귀족과 평민입니다.
현상은 그 상황을 자기 명예와 권세 지키는 기회로 이용합니다. 덕에 규남은 탈주자가 아니라 탈주자를 붙잡은 영웅 대접을 받습니다. 그렇다고 꿈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래봤자 언제이고 권력 잡은 자들의 소모품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압니다. 그래서 오히려 영웅의 자리를 이용하여 다시 탈주를 시도합니다. 대충 아는 비무장지대 지뢰밭으로 들어서고 그 지도를 가지고 있던 현상도 뒤쫓습니다. 도대체 죽음을 무릅쓰고 넘어가려는 규남을 이해해주기 어려울 것입니다. 하기야 현상은 오히려 그곳에 사는 것이 더 편하고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그 사회 소수에 드는 계급이니까요. 그러나 대부분의 백성은 전혀 다릅니다. 그래서 목숨을 거는 것입니다. 영화 ‘탈주’(ESCAPE)를 보았습니다. 탈북민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