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품과선물]
성지순례이든 그냥 관광이든 여행의 즐거움 중에 하나는 방문지마다 특색있는 기념품과 이러저런 사람들에게 선물한 선물을 구입하는 데 있을 것이다. 이번 큐슈지적성지순례에서도 나 빈첸시오는 ① 현지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를 마실것, ② 현지에서 가장 맛있는 술한잔을 할 것, ③ 현지인들의 모습과 유사한 성모님상과 현지산 올빼미인형을 구입할 것 등을 실천하려고 노력했지만, 두번째 사항은 여러가지 이유로 체념할 수 밖에 없어서 그 좋다는 일본 사키, 내가 그토록 즐려마시던 바로 그 사키를 한 모금도 마실 수 없어서 못내 아쉬웠다. 일본 커피는 그냥 그런대로 마실만 했지만, 흡족하지는 못했다.
4일동안 성지순례를 하면서 호시탐탐 성모님상과 올빼미인형을 구입하려고 무진장 애를 썼지만 그게 그렇게 용이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몇 가지를 구입하게 되어 아쉬운대로 만족하기로 했다.
[선글라스]

그동안 쓰고 다니던 선글라스는 1997년 프랑스제로 당시에는 꽤 멋진제품이었지만, 2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은 아주 구닥다리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그걸 쓰고 여행이라도 가면 "그거 90년대식이지요" 하는 말에 내심 불쾌하기도 하고 마치 내가 유행에 뒤떨어진 늙은이가 된 느낌도 들고 하던 차에, 일본으로 출국하면서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서 꽤 괜찮은 가격에 구입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내가 선호하는 나이키제품이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면세가격에 몇십%인가를 할인해주어 선뜻 구입하게 되었다. 사실은 무슨 TV프로에서 상당히 인기있는 탈랜트가 바로 저 모양의 선글라스를 쓰고 밥도 짓고 옥수수도 따고 하천에서 물고기도 잡고 돼지바베큐도 하는 모습이 상당히 멋스러워 보여, 기회가 되면 나도 바로 그런 선글라스를 구입해야겠다고 했었는 데 마침 엇비슷한 제품이 있어 구입해서, 이번 일본성지순례기간 동안 아주 유용하게 사용했다.
[지팡이]

꽤 건장한 체질이었지만 언제부터인가 걷기가 힘들 때가 있어 이번 성지순례에서도 그 점이 상당히 마음에 걸렸었는 데, 정해진 일정에 따사 장시간 버스도 타야 되고 오랫동안 걷기도 해야 되는 탓에 이틀날부터 다리와 허리부분에 통증이 심해졌다. 성지순례 둘쨋날 어디에선가 점심을 먹고 난 후에 아내 마리아가 고맙게도 휴게소 매점에서 아주 가볍고 멋진 지팡이를 선물해주어 성지순례동안 요긴하게 사용했다. 더구나 아내가 선물한 것이라서 오랫동안 아끼면서 사용하려고 한다.
[나무올빼미]

올빼미가 학자의 상징인 까닭은 밤새워 눈을 뜨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야행성이기 때문에 그렇겠지만, 연구자는 밤을 낮삼이 읽고 쓰기에 매진하기에 학자와 올빼미가 동일시 되고는 한다. 지금이야 청한재에서 채소를 가꾸고 정원수를 가다듬는 촌늙은이가 되었지만, 빈첸시도는 한 때는 밤새워 읽고 쓰던 시절이 있었기에 기회만 되면 세계 각국의 올빼미를 수집하고는 한다. 나무 올빼미는 셋쨋날 시마바라성 내에 있는 기념품점에서 구입했다.
[성모님상]

셋쨋날 오우라천주당을 순례했을 때 수녀님이 운영하시는 성당앞 성물매점에서 성모님상을 구입했다. 내심 일본풍의 성모님상을 구입하려고 애썼는 데, 성물매점이 없이고 했도 찾기도 어려워 포기했었는 데, 마침 마음에 드는 아기 예수님을 안고 있는 순백의 성모님상이 있어 선뜻 구입하게 되었다.
[유리올빼미]

사진에서는 아주 커 보이지만 사실은 아주 작은 유리올빼미로 오우라천주당 밖에 늘어서 있는 어느 기념품가게에서 그 모양이나 재질이 독특해서 구입했다.
[겨울목도리]

후쿠오카면세점에서 딸 아녜스에게 선물할 합성섬유 겨울목도리를 구입했다. 형형색색의 화려한 문양의 목도리가 많았지만, 아네쓰에 취향이 맞을 것 같아 구입했는 데, 딸아이가 좋아해서 안심했다.
[미니숄더백]

후쿠오카면세점에서 딸 아녜스에게 선물할 미니숄더백을 구입했다. 사실 그동안 국제학회나 성모성지순례차 해외여행을 하때 이런 유형의 미니숄더백은 많이 선물했지만 짜임새나 문양이 특이하고 예뻐서 구입했는 데, 딸아이 역시 아주 좋아했다.
[키플링가방]

키플링가방은 뭐가뭔지 잘 모르는 어리벙벙한 빈첸시오가 고릴라도 매달려 있고 색감도 선명하고 해서 딸 아녜스가 좋아할 것 같아 구입하려고 아내 마리아한테 말했더니 이런 스타일은 아줌마스타일이라고 해서 얼결에 아내를 위해 구입하게 되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고릴라는 키플링가방의 악세사리로 매달려 있는 것이었다. '난 왜 그런 걸 잘 모로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후의 만찬(1000조각퍼즐)]

최후의 만찬 1000조각 퍼즐을 구입한 까닭은 시골 청한재에 겨울이 오고 한없이 눈이 쌓여 꼼짝 못하게 되면, 길고 긴 겨울에 그저 퍼즐이나 맞추면서 보내자 하는 심정으로 구입했는데, 1000조각? 생각만해도 벌써부터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전지가위]

전지가위는 시골 청한재의 정원수와 수목을 정리할 때에 요긴하게 사용할 것 같아 구입하게 되었다. 뭐, 꼭 일본산이 국산보다 더 좋을 거야 없겠지만, 그냥 한 번 사용해보려고 구입했다.
[손목시계]

지금 생각해도 저 손목시계를 뭣할라고 구입했는지 모르겠다. 늙으면 몸만 늙지 말고 감성도 늙어야 되는 데 아직도 빈첸시오의 감성은 늙지 않은 것일까. 무슨 초친 멋으로 언제 저 손목시계를 차겠다고 구입했는지 진짜 모르겠다. 아무리 중저가이고 면세점이라 하더라도 값을 지불해야 된다는 사실을 까마득하게 잊어버린 것일까. 구두부터 중절모까지 한 때 멋을 내던 시절이 있긴 있었지만, 지금이야 별 수 없는 촌늙은이가 되어 채소나 가꾸고 정원수나 돌보고 풀이나 깎고 하는 주제에 왜, 저 손목시계를 구입했을까. 후회는 언제나 늦게 오기 마련이지만, 언젠가 누구에게 선물할 기회가 있으리라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추수려본다.
[일본, 일본인, 일본문화]
1991년 학회참석차 일본 동경에서 10여일, 이번 성지순례에서 4일을 경험하고 일본, 일본인, 일본문화를 언급하는 것은 주마간산만도 못한 것이지만, 큐슈지역 성지순례를 하면서 강한 인상을 받은 것은 대로변이나 뒷골목이나, 도시나 농촌이나 한결같이 깨끗하는 점이었다. 정말 쓰레기를 찾아볼 수 없었고, 도로에 접한 어느 가게에서도 인도까지 상품을 진열한 곳이 없었다.
일본인들은 남을 불편하지 않게 하는 데에 익숙한 듯이 보였다. 소리치지도 않고 부딪치지도 않고 마주치면 먼저 양보하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남을 배려하는 것이 습관화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호텔 온천탕에서 물줄기를 쫙, 쫙, 뿌려대고 마음 놓고 잡담하고 어, 시원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없었다. 노인이든 젊은이든 한결같이 온천이 끝난 다음에는 자신이 사용한 모든 집기들을 제자리에 정리한 후 온천을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하고는 했다.
일본인들은 모든 전통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민족이라는 생각도 했다. 몇 백년된 음식점도 있었고, 조상들이 쓰던 물건을 하나같이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다. 박물관이나 기념관에는 어느 것 하나 버리지 않고 아주 소중하게 전시하고 있었다. 참, 대단한 민족이라는 생각과 함께 조금은 섬뜩한 느낌까지 들었다.
키에르케고르는 "비교는 행복의 끝이며 불행의 시작이다."라고 강조했지만, 왜 자꾸 일본의 모든 것을 한국과 비교하고는 하는 것일까. 누군가가 말했듯이 칼이 지배했던 일본문화와 붓이 지배했던 한국문화의 차이는 저런 것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2016년 성지순례계획]
내년 2016년에는 동유럽쪽으로 성지순례를 가볼까 한다. 동방정교회의 전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그곳 수도원을 중심으로 성지순례를 하면 좋을 것 같다.
첫댓글 성지순례라면 동유럽 강추합니다. 특히 얀 후스(1369~1415)를 배출한 체코는 필수코스이지요. 그는 신앙의 유일한 권위의 바탕은 성경임을 주장하면서 로마교황청을 비판하고 대립각을 세우다가 1411년 교황 요한23세에 의해 파문당했으며, 콘스탄츠 공의회 결정에 따라 1415년 화형을 당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