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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 왕건 <제 155회>
씬 대야성 주변 어느 산야
지난 회와 장면이 연결된다. 신검과 제장들이 그렇게 모여 앉아 회의를 하고 있다.
신검 도대체 어찌해야 좋단 말이오, 이 일을...? 오도가도 못하게 생겼소이다.
능애 태자마마께서 허락을 하시든 아니 하시든 이미 전령이 금강태자마마께 가서 이 일을 알렸을 것이옵니다. 생각이 있는 분이시라면 구원병을 보내지 않겠사옵니까?
능환 그것은 근본적으로 맞지 않는 말씀이시오. 그쪽에서 이리로 군사를 보내오게 되면 용주성이 다시 또 약해집니다. 그렇게 되면 이쪽도 그쪽도 다 무너지는 수가 있어요.
능애 그거야 하기 나름이 아닙니까? 적을 속이고 군사를 뒤로 빼서 온다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올시다.
능환 아니 됩니다. 우리 하나로 족합니다. 비록 폐하께 꾸중을 듣더라도 우리의 패전 하나로 끝나야 합니다.
능애 그러나 지금쯤 이미 금강태자께서는 우리 일을 알고 있을 것이오. 힘써 구원병을 보내준다는데 그걸 막을 필요는 없소이다.
양검 그건 그렇습니다. 아바마마께 들을 꾸중을 생각해 보십시오. 그 대야성이 어떤 성이였습니까? 아버님께서 그야말로 평생을 걸려 시도해서 얻은 어려운 성입니다. 그걸 하룻밤 사이에 빼앗겨 버렸습니다. 우리는 대야성을 다시 회복해야 합니다.
능애 그렇소이다. 일단 귀추를 두고 보십시다. 금강태자께서 오신다면 형편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신검 어이구... 사면초가로다. 금강이의 지원을 받자니 이거 자존심이 엉망이고 아니 받자니 아버님께 들을 꾸중이 너무 크고.... 사면초가로다, 사면초가야... 어이구...
씬 용주성 외경
씬 동 성안
금강이 종훈과 박영규, 김총, 최필들과 함께 대야성에서 온 전령을 보고 있다. 읽던 장계를 확 거머쥔다.
금강 뭐라고...? 대야성이 함락을 당해...?
전령 예, 태자마마.
금강 이런 세상에.. 하룻밤 사이에 말이냐?
전령 그렇게 되었사옵니다. 성안의 모든 군사들이 술에 취해 있었고 적군은 예상치 못한 시간에 안과 밖에서 급습을 해와 그렇게
되었사옵니다.
박영규 아니 그래도 그렇지. 그렇게 허망하게 성을 내어줄 수가 있단 말인가? 폐하께서 얼마나 신신당부하고 가신 성인가?
종훈 그래, 지금 어찌들 하고 계신가?
전령 일단 모두들 성밖으로 피하여 다시 탈환을 준비하고 있사오나 너무 많은 군사적 손실이 있어 어려운 줄로 아옵니다.
최필 그렇다면 가서 도와야 하지 않겠사옵니까?
종훈 아니 되옵니다. 그러다가 두 성이 다 죽습니다.
박영규 아니 되다니..? 이럴 때야말로 어차피 전투가 아니 일어나고 있는 마당이니 마땅히 군사를 뒤로 빼서 가서 도와야 하지 않겠소?
종훈 우리는 설마 대야성까지야 고려군이 가겠는가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저들은 갔습니다. 그리고 신라 연합군과 합세하여 안과 밖에서 허를 찌른 것입니다. 그렇다면 저들이 이 용주성의 사정을 다 계산하고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되옵니다.
김총 하긴 그렇습니다. 이곳의 사정을 모를 리가 없지요. 조심을 해야 합니다.
금강 허허, 이를 어찌해야 하나...? 형님들이 곤경에 처해 있다니 아니 가는 것도 그렇고... 가자니 이 성이 위험하고...
박영규 소장의 생각으로는 가셔야 한다고 생각하옵니다. 사실 그 동안 형제분들끼리 보이지 않는 틈이 많이 있었사옵니다. 이 기회에 형님을 도와 드림으로서 형제의 정을 되찾을 필요가 있사옵니다.
최필 공감이올시다. 마땅히 가셔야 하옵니다. 다행히 적은 성밖에 있고 성 뒤로해서 대야성으로 가는 길은 큰 무리가 없사옵니다.
종훈 아니 되옵니다. 절대로 아니 되옵니다. 이 성의 병력과 고려군의 병력은 막상막하이옵니다. 이대로는 이 성을 지킬 수 있으나 만약에 병력을 뺀다면 어려워지옵니다, 태자마마. 심사숙고하시오소서.
금강 하지만 사실 이번이 기회라면 큰 기회가 될 것입니다. 큰 형님께서는 사실 나를 많이 미워하십니다. 이 기회에 형제간에 화목을 찾고 싶습니다. 가야겠습니다.
종훈 아니 된다고 하였사옵니다.
금강 적이 쳐들어 와도 이 성을 굳게 지키기만 하면 별 탈 없을 것이오. 최필 장군...
최필 예, 태자마마.
금강 김총 장군과 함께 이 성을 지켜 주시오. 나는 이 길로 삼천의 군사를 빼서 형님께로 갈 것이오. 아시겠소이까?
최필, 김총 예, 태자마마...
금강 매부께서는 서둘러 주십시오. 종훈 군사도 함께 가십시다. 부장들은 서둘러라.
부장들 예, 태자마마...
종훈 오호, 이런 이런.... 이 일을 어찌하나..?
그렇게 낙담하는 종훈의 표정에서..
씬 고려군 진영 (노을)
신숭겸과 배현경, 홍유, 염상, 왕충, 윤신달들이 함께 해 있다.
배현경 이보시오, 총사? 왜 성을 공격하지 않으시는 게요? 김락 장군이 이미 대야성을 함락시켰다고 했소이다?
신숭겸 황도를 떠나올 때에 병부령이 몇 가지 계책을 주어 가지고 왔소이다. 그 계책에 이르면 대야성이 함락될 경우 성의 공격을 늦추라고 하였소이다.
홍유 아니,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시오?
신숭겸 저들이 반드시 군사를 빼서 대야성으로 갈 것이라는 이야기올시다. 대야성으로 가는 그 군사를 숨어 있다가 치라는 이야기지요.
염상 그렇게 될지 안될지 어떻게 압니까?
윤신달 아니올시다. 소장이 생각해봐도 일리가 있습니다. 저들은 지금 형제들이 나뉘어 대야성과 이 용주성을 지키고 있소이다. 어느 한쪽이 무너지고 또 도우러 간다는 것은 형제간의 상식이올시다.
배현경 일리가 있소이다. 그러면 미리 가서 매복군을 두어야 하지 않겠소이까?
신숭겸 그렇소이다. 저들은 해가 지면 움직일 것입니다. 본래 이 용주성은 북고남저라 북쪽은 소백산맥으로 그 지맥이 험하고 높은 반면에 남쪽으로는 낙동강과 내성천을 이루고 있소이다. 저들이 지나는 강 쪽에 매복군을 숨겨둔다면 충분히 괴멸시킬 수 있을 것 같소이다. 배장군이 가시지요?
배현경 고마운 말씀이시오. 소장이 가겠소이다. 어떻소이까, 홍유장군?
홍유 하하하.. 고맙소이다. 우리야 늘 함께 다니지 않소이까? 왕충장군도 함께 가십시다.
왕충 예, 장군. 고맙사옵니다.
신숭겸 좋습니다. 그럼 지금쯤 떠나시지요? 아무래도 저들이 움직이려면 한밤중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기병 이천을 드릴 터이니 태자의 목을 좀 배어오시지요?
배현경 알겠소이다, 총사. 자 부장들은 들었느냐? 매복을 할 것이다. 기병들을 점고하라.
부장들 기병들을 점고하라.... 이동할 것이다. 군사들을 점고하라.....
그렇게 배현경과 홍유, 왕충들이 부장들과 함께 이동한다. 남아있던 염상, 윤신달에게 말한다.
신숭겸 염장군 그리고 윤장군...?
두 사람 예, 총사
신숭겸 자, 우리도 성을 공략할 준비를 하십시다.
두 사람 예, 총사.
윤신달 부장들은 남은 군사들을 점고하라. 성을 공략할 것이다. 각 병대는 공격대형으로 집결하라.
부장들 집결하라.... 집결하라....
그들의 그런 표정에서... 신숭겸이 신기한 듯 염상에게 중얼거린다.
신숭겸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오. 황도에 있는 우리 병부령 말이오. 마치 눈에 본 듯이 다 우리에게 전략을 주었소이다. 허허, 그것 참... 과연 신동이에요.
염상 암요, 천재는 다른 것 같습니다. 허허허...
신숭겸 헌데 말입니다... 우리 신동도 그거 하나는 아무 이야기가 없소이다. 견훤왕 말입니다. 대야성에도 없었다고 합니다. 깃발만 있었다는 거예요. 이게 도대체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소이다. 뭔가 있기는 있는 것 같은데.....?
씬 석양길
견훤이 최승우와 상귀들과 함께 질풍처럼 가고 있다. 어느 저자거리를 지나고 닫혔던 성문이 열리고 있다. 그들은 그렇게 지나쳐 간다. 어느만치 서서 보면서...
상귀 이렇게 무풍지대를 달리기는 처음이옵니다. 전혀 적이 없사옵니다. 이러다가는 아침이면 서라벌에 입성하겠사옵니다, 폐하.
견훤 허허, 짐도 그런 생각일세. 이건 너무 싱겁네 그려...
최승우 그렇지는 않사옵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계속 성문을 열어주지는 않을 것이옵니다. 저들이 보내온 밀지에도 아찬 김률과 재상들인 효렴, 영경같은 자들은 철저하게 고려편에 서 있다고 하옵니다. 이제 얼마 더 아니 가면 고을부(영천)이옵니다. 바로 서라벌의 턱밑이옵니다. 분명히 저들의 영향력 아래 있다고 했으니 저항이 있을 것이옵니다.
견훤 그렇겠지. 허면, 대비를 해야겠구먼 그래.
상귀 너무나 싸움이 없어서 하나같이들 따분해 하옵니다. 신에게 맡겨 주오소서. 앞을 서겠사옵니다.
견훤 허허허, 든든한 말이다. 그리 하라.
상귀 망극하옵니다, 폐하.
그들 다시 떠나려는데 한쪽에서 마필이 질풍처럼 달려온다. 대야성의 전령이다. 다가와 군례를 올리면...
최승우 너는 대야성에서 오는 전령이로구나.
전령1 예, 파진찬 어른.
견훤 무슨 일이냐?
전령1 대야성이 함락되었사옵니다.
견훤 뭐라....? 지금 뭐라고 하였어..? 대야성이 뭐 어째...?
전령1 (장계를 주면 견훤이 읽는데) 고려와 신라의 연합군이 안과 밖으로 내응하여 성을 치는 바람에 당하고 말았사옵니다.
견훤이 보던 장계를 내팽게친다.
견훤 또 이렇게 되었어, 또... 우리 신검이가 또 일을 저질렀어.
모두들 ............
견훤 이보게, 파진찬? 이 멍청한 놈이 대야성을 내주었다네. 어이쿠.. 그 대야성이 어떤 성인가? 내가 젊을 때도 아니 되었고 중년의 나이에도 이루지 못하다가 오십이 넘어서야 간신히 빼앗은 성이야. 이놈이 그걸 내어 주었다는구먼, 파진찬.
최승우 (한참만에) 고정하시오소서, 폐하. 신이 일찍이 두 성이 다 고려에 넘어갈 수도 있다고 하였사옵니다.
견훤 뭐라..? 두 성이 다 넘어가? (하다가) 음, 그런 말을 했었지. 허면, 정말로 그렇게 되는 겐가?
최승우 고려에는 최응이라는 신동이 있사옵니다. 제갈공명과 견주어 결코 낮지 않은 인물이옵니다. 이미 우리를 읽고 있는 듯 하옵니다.
견훤 허허, 이런 그래도 그렇지. 어찌 이럴 수가 있는가? 태자들이 대체 어떻게 하였길래, 태자들이 성을 다 잃어...?
최승우 폐하께서는 성 두개를 내어주시고 고려를 얻고 신라를 얻으시는 것이옵니다. 이보다 큰 거래가 어디 있사옵니까?
견훤 (생각하다가 끄덕인다) 물론 그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너무 아깝지 않은가? 대야성이 어떤 성인가?
최승우 대야성이 아니라 신라와 고려라 했사옵니다, 폐하.
견훤 그렇게 말해주니 다소 위안은 되네마는.. 허허, 이것 참...
최승우 지금은 그저 한 길만 가시는 것이옵니다. 서라벌이옵니다, 폐하. 신라의 황도를 접수하고 왕건이를 불러들이는 것이옵니다, 폐하.
견훤 알겠네. 어서 가세. 자, 어서 가자.
상귀 출발하라.... 어서 가자.... 기마대는 앞을 서라.... 모두 달려라... 서라벌이 얼마 아니 남았다.
견훤, 입을 앙 다문다. 그리고 최승우와 눈짓을 주고받는다. 그리고 그들마저 달리기 시작한다. 그 모습에서.... 디졸브되면 그 위로 들려오는 웃음소리.
씬 신라 황궁 외경
씬 동 황궁 안
경애왕이 기분이 좋아 어쩔 줄 모르고 있다. 김율, 김부, 연식, 효렴, 영경, 김응겸, 유염과 대신들이 함께해 있다. 모두들 와 따라 웃는데 김응겸과 유염, 김부는 그렇지 않다.
경애왕 (장계를 읽고 놓으며) 아무리 봐도 참으로 기분 좋은 장계로다. 오랜만에 실로 오랜만에 우리 신라군이 제 몫을 하였도다. 우리 신라와 고려의 연합군이 대야성을 되찾았다는 것이야.
김율 그러게 말이옵니다. 참으로 감축드리옵니다, 폐하. 또한, 대야성의 함락에는 고려군보다 신라군의 역할이 더 컸다 하옵니다. 이는 신라의 화랑정신이 아직도 시퍼렇게 살아 있음을 뜻하옵니다. 감축드리옵니다.
모두들 감축드리옵니다, 폐하.
경애왕 형편없는 백제놈들 같으니라고.... 그야말로 저들은 불한당이고 이 삼한에서 영원히 사라져야 할 자들이야. 생각들 해보시오. 고려는 그 왕이 우리 신라와 잘 지내겠다 하고 또 조정의 모든 관직과 예법을 우리 신라의 것을 따르고 있소이다. 헌데, 백제는 어떻소이까? 우리 신라를 계속 핍박만 하고 있어요.
연식 그러하옵니다. 백제는 마땅히 멸망되어야 할 나라이옵니다.
경애왕 나라는 무슨 나라... 저들이 도적의 무리이지, 무슨 나라라는 말인가? 백제왕 견훤이는 이 서라벌에서 한낱 하급 군관에 지나지 않는 자였어. 그런 자가 왕이라니 말이나 되는가? 제가 어찌 왕이라는 말인가? 내 곧 잡아들여서 무릎을 꿇릴 것이니라. 살려달라고 빌도록 만들 것이니라.
유염 (비웃는다) ............
경애왕 내가 아니더라도 고려가 그렇게 만들어 줄 것이야. 어떤 일이 있어도 내 견훤이만은 발아래 무릎을 꿇릴 것이야. 괘씸한 자 같으니라고...
김응겸 ......... (연식을 보며 함께 비웃는다)
경애왕 아무튼 그 동안 신라는 너무 기가 죽어 있었소이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고려와 손을 잡은 것은 참으로 잘한 일이오. 어디 대야성 뿐이겠소이까? 우리 신라군과 고려의 연합군은 곧 백제의 수도를 괴멸시킬 것이오. 모두들 힘들을 내시오.
신료들 예, 폐하.
경애왕 이 기분좋은 소식을 어찌 듣고 그냥 있을 수가 있는가? 이보시오, 아찬?
김률 예, 폐하.
경애왕 황실의 곳간을 모두 열어서 술과 음식을 푸짐히 만들고 사흘 밤낮 연회를 열 것이오. 그리고 이를 기념하고 신라가 아직도 확실하게 살아있다는 것을 천하에 보여줄 것이오. 내일부터 사흘간 연회를 열도록 하오.
김률 예, 폐하. 영을 받들어 거행하겠사옵니다.
경애왕 하하하... 기분이 참으로 좋도다. 내 일찍이 왕위에 올라 오늘처럼 기분좋은 날이 없었도다. 하하하.. 참으로 좋도다. 이 얼마나 시원한 소식인가? 지금쯤 백제왕 견훤이의 얼굴이 아주 누렇게 떴겠구먼 그래. 하하하...
그런 경애왕의 웃음소리와 경애왕을 보는 유염, 김응겸의 비웃는 표정에서... 떠블되면
씬 인서트 (밤길)
견훤군이 계속 노도처럼 밀려가고 있다.
씬 인서트 (또 다른 길)
애술의 군대가 달려 지나쳐 가고 있다.
애술 빨리 가자. 폐하께서 기다리실 게다.
그들 그렇게 지나쳐 가고...
씬 고려 황궁 외경 (밤)
씬 동 황후전
황후 오씨와 유씨, 그리고 두 상궁이 함께 해 있다.
오씨 폐하께서 밤늦도록 신료들과 함께 계신다고..?
제조상궁 그렇다 하옵니다, 황후마마.
유씨 아니, 무슨 중요한 일이길래 아직까지 거기들 계신다는 말인고..?
김상궁 대야성을 함락시켰다 하옵니다. 아마도 기쁜 소식인지라 그리들 계시지 않겠사옵니까?
오씨 하긴 나도 그 소식을 들었네. 크고 중요한 성을 함락시켰다면 그럴 수도 있겠구먼. 그리고 장수들이 총동원되어 모두 전선에 나가 있네. 폐하께서 얼마나 걱정이 많으시겠는가? 우리 고려나 백제나 사생결단들을 한 모양일세. 언제나 이런 근심에서 벗어날꼬..?
유씨 근심이랄 것이야 있겠사옵니까? 대야성을 함락시켰다면 우리 고려가 그만큼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사옵니까?
오씨 호호, 사람하고는.. 마치 자네도 장수의 한사람처럼 말하고 있네 그려.
유씨 그렇사옵니까, 황후마마? 호호호... 하긴 이 시대에 안과 밖이 찌 구별될 수 있겠사옵니까? 칼을 안 들었어도 우리도 마음으로는 싸우는 것이 아니겠사옵니까?
오씨 맞네. 아우님 말이 맞네. 암, 그렇고 말고...
씬 동 대전
왕건과 복지겸, 김행선, 최응, 왕규, 추언규, 정윤 무가 함께 해 있다. 왕건이 아주 기분이 좋다.
왕건 대야성이 함락되고 지금 우리 군은 용주성을 노리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신라군이 제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김행선 그러게 말이옵니다. 신라군도 신라군이지만 김락 장군이 아주 큰 일을 하였사옵니다, 폐하. 감축드리옵니다.
왕규 하오나, 폐하. 이상한 것은 왜 백제의 왕이 그 상징인 대기를 대야성에 걸어놓은 채 모습을 보이지 않는가 하는 것이옵니다.
최지몽 그거야 성이 워낙 크고 중요하다보니 일부러 위용을 나타내고자 하는 것이 아니겠사옵니까?
무 그래도 그렇지 뭔가 이상하옵니다, 아바마마.
최응 그렇사옵니다. 분명 이상하옵니다. 용주에 있는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대야성으로 가는 것처럼 전주를 출발하였다는 것이 중요하옵니다. 과연 도중에 어디로 향했는가가 관심이 아닐 수 없사옵니다.
왕건 (생각한다) 그건 그러하이. 왕 스스로 대야성으로 가는 것처럼 밖에 보이면서 과연 어디로 가 있는 것인가? 그에 대한 첩자들의 보고가 전혀 감지되고 있지 않네 그려.
복지겸 그러게 말이옵니다. 신이 생각하여도 대야성보다도 더 중요한 무엇인가가 있는 것 같사옵니다. 그리고 대야성에 군사가 생각보다 적었다는 것도 의심스럽사옵니다. 견훤왕이 직접 왔다면 그토록 적은 군사로 쉽게 성을 내어주지는 않았을 것이옵니다.
왕건 무얼까...? 과연 그것이 무엇일까..?
왕건은 그렇게 최응을 본다. 김행선도 또 다른 이들도 최응을 본다. 최응이 한참 생각하다가 말한다.
최응 그렇사옵니다. 무언가가 있사옵니다. 대야성보다도 그리고 저 용주성을 내어주면서도 해야할 무슨 일인가가 있는 것이옵니다. (하다가) 복장군..?
복지겸 예, 병부령. 말씀하시오.
최응 용주성과 대야성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라면 무엇이겠소이까? 백제의 왕이 모든 걸 감추고 급히 달려갈 곳이라면 무엇이겠소이까?
복지겸 글쎄올소이다.
최응 서라벌입니다.
모두들 서라벌.............?
최응 신은 일찍이 장졸들을 대야성과 용주로 보내면서 몇 가지 계책을 일러주었사옵니다. 그런데 그 계책들이 너무도 손쉽게 맞아 떨어지고 있사옵니다. 이는 백제국의 책사들이 그 왕과 더불어 다른 일에 몰두하고 있음을 뜻하옵니다.
왕건 옳거니.. 헌데, 서라벌이라니..? 그곳이 그렇게 쉽게 갈 수 있는 곳인가?
최응 충분히 가능하옵니다. 저들은 이미 그 길을 준비해 놓은 것 같사옵니다. 신라의 대신들과 밀약이 있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옵니다.
왕건 ............. 밀약이라?
최응 신은 기억하옵니다. 신라의 사신 김율이 왔을 때에 신라 조정은 친 백제계와 우리 고려계로 갈라져 있다고 말했사옵니다. 그리고 지금의 박씨왕이 신라의 진골들에게 많은 불만을 사고 있다고 했사옵니다. 신라의 불만 있는 대신들과 백제가 손을 잡았다면 지금쯤 견훤왕은 그리로 가고 있을 것이옵니다. 복장군, 급히 세작들에게 영을 내려 그쪽 방향을 알아봐 주십시오.
복지겸 알겠소이다. 급히 파발을 놓겠소이다.
왕건 이런 세상에... 그 중요한 성들을 버리면서까지 서라벌로 간다? 그 중요한 성들을 버리면서....?
씬 용주성 외경
씬 동 성루
어둠 속에서 최필과 김총이 성밖을 보고 있다. 그곳은 불야성이다. 고려군이 진을 치고 있는 것이다. 최필은 불안하다.
김총 최장군, 아무래도 뭔가 잘못되고 있는 것 같소이다. 겨우 이천 밖에 안되는 군사들을 남겨놓다니요. 적은 오천이나 됩니다.
최필 무슨 일이야 있겠소이까? 저들이 오려면 벌써 왔을 겁니다. 아마도 모두들 대야성으로 가고 군사가 모자라기 때문에 아직까지 공격을 못하고 저러고 있을 것입니다.
김총 아니올시다. 저들은 뭔가를 노리고 있는 것이올시다.
최필 그럴 리가 없소이다. 공격을 하려고 했다면 벌써 했을 것이외다. 뭔가가 저들도 사정이 있으니까 오지 못하고 저러고 있는 것입니다. 금강태자께서도 형님들을 구하러 가신 것은 백번 잘한 일입니다.
김총 글쎄올시다.
최필 아무쪽록 나라가 편안하려면 황실이 편안해야지요. 잘한 일입니다, 암요.
김총 (보다가 놀란다) 아니, 고려군이 움직이고 있소이다. 오고 있어요.
그제서야 최필도 본다. 수많은 횃불이 일렁이며 성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공격이 시작된 것이다.
최필 맞소이다. 고려군입니다. 오고 있어요. 저들이 우리의 약세를 본 것 같소이다. 공격을 시작한 게 맞소이다.
김총 이럴 줄 알았소이다. 이 적은 병력으로 어찌 싸울꼬...? 제장들은 들어라... 고려군이 온다.... 북을 쳐라... 소라를 불어라... 전군 전투에 돌입하라...
갑자기 아우성이다. 소라를 불고 북소리가 쉬임없이 들리기 시작한다. 군사들이 이리저리 뛰기 시작한다. 두 장군은 아연실색하고 있다.
씬 고려군 진영
신숭겸과 염상, 윤신달이 오고 있다. 공격용 장비들과 특별 편성된 공병대들이 앞에 섰다.
신숭겸 이미 적군이 빠져 나간 것이 확인되어 보고가 올라왔소이다. 성안에는 이천여 군사 밖에 아니 남았답니다. 염장군, 선봉을 한번 서 보시지요.
염상 하하하... 너무 쉬운 일을 맡겨 주시니 이거 부끄럽소이다, 총사. 허면, 소장이 달려가 성문을 열겠소이다.
윤신달 소장이 뒤에서 바치겠소이다. 잘해보십시다.
신숭겸 공격하시지요.
염상 알겠소이다. 부장들은 들어라. 우리 군이 선봉을 선다. 공격하라... 전군 공격하라...
부장들 공격하라... 공격하라...
고려군은 그렇게 용주성으로 몰려가기 시작한다. 운제가 걸쳐지고 석포가 날고 충차가 성문으로 다가가고 있다. 피아간에 화살이 난무한다. 그 싸움을 보는 신숭겸의 표정에서....디졸브
씬 낙동강 내성천 기슭
강과 잇닿은 숲길 절벽위로 매복군이 숨어 있다. 배현경, 홍유, 왕충들이다.
배현경 이거야말로 참 싱거운 싸움이올시다. 적이 오는 것을 뻔히 알고 계곡 위에 숨어서 보고 있으니 통 재미가 없소이다.
홍유 죽이지 않으면 죽는 전투이올시다. 배장군께서는 재미를 운운하시오이까? 허허허..
배현경 그래도 전투란 일진일퇴를 거듭하면서 아슬아슬한 묘미를 느껴야지요. 피를 튀기고 찰나에 목숨을 거는 재미 말이올시다.
왕충 하하하.. 듣고 보니 사실이 그러하옵니다. 일방적 전투는 때때로 회의가 들 때가 종종 있사옵니다. 속절없이 목숨이 너무 많이 죽어가기 때문에 말이옵니다.
홍유 쉬이... 적이 오기 시작합니다. 그물에 들 때까지 충분히 기다릴 필요가 있습니다.
그들은 수신호를 주고받고 어둠 속으로 몸을 숨긴다. 카메라가 판하면 끝도없이 많은 고려군이 매복해 있다.
씬 그곳 내성천
강뚝을 타고 오는 금강군이 드디어 내천을 건너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강을 다 건넌다. 삼천의 군사가 뒤를 잇고 있기 때문에 대열은 끝도 없다. 그리고 그들은 드디어 서서히 강 절벽 밑으로 가기 시작한다. 금강과 종훈이 앞을 섰고 박영규와 부장들이 뒤를 따른다.
금강 새벽이면 도착할 수 있겠습니까?
박영규 아무래도 아침 나절은 되어야 할 것이옵니다.
금강 마음은 바쁜데 거리는 너무 멉니다. 형님들이 저를 반가워할까 모르겠습니다.
박영규 아우가 형을 도우러 왔는데 반가워 안 한다면 말이 되겠사옵니까?
금강 하지만 신검 형님과 용검, 양검 형님들은 어려서부터 저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박영규 허허허.. 그래서 이 기회에 풀어야 한다고 하지 않사옵니까?
금강 예, 매부. 저도 그랬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될런지.... 자신은 없습니다. 워낙 특별난 분들이 아니십니까?
종훈 (가다가 주변을 보며) 아무래도 이 길이 예사롭지 않아 보이옵니다.
박영규 (주변을 보며) 적군이 매복하기는 아주 알맞은 곳입니다. 기분이 좋지는 않아 보입니다마는...
종훈 (주위를 더 기울이다가 제지한다) 태자마마, 아무래도 이상하옵니다. 분위기가 너무 죽어있지 않사옵니까? 풀벌레 소리도 들리지 않사옵니다. 매복이 있다는 증거이옵니다.
금강 그럴리가요..? 우리는 쥐도 새도 모르게 빠져 나왔습니다.
그때다. 갑자기 소리와 함께 불화살이 하나 공중으로 치솟는다. 그와 동시에 배현경의 소리가 들려온다. 모두들 놀라서 본다.
씬 그곳
배현경들이 사정권에 들어온 그들을 보고 있다. 소리친다.
배현경 고기가 그물안에 들었다. 퍼부어라... 한놈도 남기지 마라. 화살을 쏴라... 통나무를 굴려라...
홍유 장애물을 설치하라... 퇴로를 끊어라....
왕충 화살을 쏟아 부어라... 공격하라...
명령과 동시에 금방 아비규환이다. 불화살과 통나무들과 돌과 장애물들이 쏟아져 내린다. 시체가 삽시간에 쌓여간다. 금강과 그들은 우왕좌왕 어쩔 줄 모른다.
씬 그곳
금강들은 어쩔 줄 모른다.
금강 적의 매복입니다. 군사 어찌하면 좋겠소..?
종훈 어쨌든 이곳은 벗어나야 하옵니다. 총력을 다하여 앞으로 나아가시오소서. 이미 뒤는 끊겼을 것이옵니다.
박영규 (공격을 막으며) 태자마마 급하옵니다. 어서 이곳을 피하오소서. 적의 숫자가 너무도 많사옵니다.
금강 (계속 화살을 막으며) 하지만 앞에는 적이 너무도 많소이다. 돌아가십시다. 이곳은 아니 됩니다.
박영규 앞으로도 뒤로도 모두 적이옵니다.
종훈 어찌되었든 앞으로 가야 할 것이옵니다. 부장들은 무얼 하느냐? 앞을 뚫어라... 앞을 뚫어라...
금강 이럴 수가 있는가..? 저들이 우리가 가는 것을 어찌 알았다는 말인가?
종훈 말씀드리지 않았사옵니까? 저들은 다 알고 보고 있었사옵니다. 부장들은 어서 길을 뚫어라... 길을 뚫어라...
박영규 길을 뚫어라....
우왕좌왕하면서도 그들은 날아드는 화살과 통나무와 돌들을 피하기에 여념이 없다. 곳곳에 불길이 번지고 화광이 온 주변을 붉게 비치고 있다. 그들은 필사적으로 그곳을 벗어나고 있다.
씬 다시 그곳
배현경들의 공격은 갈수록 더욱 치열하다. 홍유가 소리친다.
홍유 배장군, 백제국의 태자를 잡아야 하오이다. 군사를 몰고 가십시다.
배현경 아니올시다. 조금 더 저들의 기세를 꺾을 필요가 있소이다. 얘들아, 저들의 앞과 퇴로를 막고 있는 대로 다 퍼부어라. 그리고 태자가 있는 쪽을 찾아라.
왕충 공격하라... 공격하라...
치열하다. 피아간에 일방적으로 벌어지는 전투이다. 시체는 금방 쌓인다. 그 혼란속으로 저만큼 금강들이 빠져나가는 것이 보인다.
홍유 배장군, 아니되겠소이다. 저들이 활로를 찾고 있소이다. 쫓아야겠소이다. 금강이라는 놈이 저기 가고 있소이다.
배현경 그리 하십시다.
홍유 (말을 달려 나가며) 백제의 태자 금강을 잡아라. 저들이 저기 가고 있다... 잡아라...
그렇게 달려나가면 부장들과 기마대가 뒤를 따른다. 비호처럼 달려나간다.
씬 다시 그곳
금강들이 도주하고 있다. 쫓아오는 배현경들을 본다. 혼비백산이다. 다급하게 박영규가 말한다.
박영규 선발대는 계속 길을 뚫어라. 그리고 나머지는 저들을 막아라. 태자마마를 보호해야 한다. 저들을 막아라.. 모두 막아라..
홍유 (멀리서 다가오며) 게 섰거라... 어디를 도망가느냐? 게 섰거라..
박영규 막아라.. 저들을 막아라..
피아간의 백병전이 계속된다. 양쪽의 사상자가 부지기수다. 그 사이에 금강과 종훈은 박영규의 호위 하에 황급히 빠져나간다. 그렇게 달려가는 그들의 모습, 특히나 너무나 참담한 금강의 그 돌아보는 표정에서 천천히 랩 디졸브된다. 그리고...
씬 강변 야산 어느 곳
금강과 박영규, 종훈들이 일단의 패잔병들을 거느리고 오고 있다. 꼴이 말이 아니다. 금강이 돌아보며 한숨 짖는다.
금강 따르는 군사가 수백도 아니 되는 것 같소이다.
박영규 그러게 말이옵니다. 거의 전멸을 당했사옵니다.
금강 미안하오, 군사. 군사의 말을 들어야 했습니다. 어서 다시 성으로 돌아가십시다.
종훈 성으로 가도 늦었을 것이옵니다.
금강 늦다니요..? 왜요..?
종훈 성에 남은 병력은 채 이천도 아니 되옵니다. 저들이 어찌 고려의 명장이라는 신숭겸 군을 당하겠사옵니까? 가나 마나일 것이옵니다.
박영규 그런 말이 어디 있소이까? 우리가 비록 매복군에 걸려 패했을 지라도 성까지 빼앗겼다고 어찌 장담하는 것이오? 성으로 가십시다. 거기는 별일 없을 것입니다. 가서 군사를 재정비하십시다.
그때다. 어둠 속에서 마주 오는 군사들이 있다. 모두들 긴장해서 본다. 그들은 최필과 김총이다. 금강이 보다가 한숨 짖는다. 박영규도 마찬가지다.
최필 태자마마, 소장 최필이옵니다.
금강 도대체 어찌된 것이오..? 성은 어찌 되었소이까?
최필 당했사옵니다. 태자마마께서 떠나시자마자 저들이 공격해와 얼마 버티지를 못하였사옵니다. 죽여주시오소서, 태자마마.
금강 (큰 한숨) 이를 어이하면 좋다는 말인가? 이런 참패가 있는가? 아버님이 맡겨주신 두 성을 우리 태자들이 다 잃지 않았는가? 이를 어이한다는 말인가, 이를....?
종훈 어찌되었든 이곳도 위험하옵니다. 저들의 사정권에서 멀리 벗어나야 하옵니다. 신검태자마마께서 계신 곳으로 가시오소서. 그래도 그곳은 몇 천의 군사가 아직 남아 있사옵니다.
금강 도대체 이를 어이하면 좋소이까? 성을 잃어버리다니요? 아버님이 주신 군사를 다 잃었소이다. 아아.. 어떻게 아버님을 뵙는다는 말인고..? 어떻게...?
그 위로 고려군들의 함성소리가 들려온다.
씬 강 주변 계곡
배현경들이 승리에 들뜬 군사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곳곳에 시체가 끝없이 쌓여 있다. 아직도 불길이 곳곳에 계속 타고 있다.
왕충 대단한 전과이옵니다, 장군.
배현경 그러게 말이오. 계산대로 너무 싱거운 싸움이었소이다.
홍유 하지만 백제의 왕이 아끼는 금강태자를 놓친 것은 참으로 섭섭한 일이올시다.
배현경 하하하.. 어디 뜻대로 다 된다면 얼마나 좋겠소이까? 이만해도 충분하오이다. 조물성 전투 이후 이만한 쾌거가 없었소이다. 자, 군사를 정비해서 돌아가십시다. 지금쯤, 용주성이 함락되었을 것입니다. 하하하...
그런 그들의 모습에서..
씬 용주성 외경 (새벽)
여명이 밝아오는 새벽 성루에 신숭겸과 염상, 윤신달이 서 있다. 그들은 모두 만족한 미소를 띄고 있다.
신숭겸 작전대로 우리 고려군의 대승이올시다. 이 용주성과 대야성이 모두 고려의 것이 되었소이다.
윤신달 폐하께서 참으로 기뻐하시겠습니다, 총사.
염상 왜 아니겠습니까? 조물성 전투의 빚을 참으로 후련하게 갚았소 이다. 하하하...
신숭겸 허나, 지난밤에도 이야기를 하였지마는 도대체 견훤왕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소이다. 큰 성이 두 곳씩이나 떨어졌는데도 소식이 없소이다. 절대로 그럴 사람이 아닌데 말이올시다.
염상 병부령 최공이 지금까지의 전략을 모두 세워 다 맞아 떨어졌소이다. 그 일도 혹시 알고 있는 것이 아니겠소이까?
신숭겸 그러게 말입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겠으나 그렇지 못하다면 무언가가 있는 것이지요. 큰 성이 다 떨어져 나가는데도 그냥 있을 백제왕이 아니올시다. 분명 무언가가 있어요.
생각하는 신숭겸의 표정에서....
씬 이른 아침
아직 해가 뜨기 전의 이른 아침이다. 견훤군이 넓은 냇가를 건너고 있다. 오다가 그들은 산등성이를 본다. 저만큼 산성이 보인다.
최승우 폐하, 힘들지 않으시옵니까? 벌써 오늘로 이틀 밤을 쉬지 않고 내쳐 왔사옵니다. 이제 고을부 성에 다왔사옵니다.
견훤 허허, 그렇다면 서라벌에 다 왔다는 얘기가 아닌가?
최승우 그러하옵니다. 하오나, 여기서부터는 우리가 내통한 신라 대신들의 영향력을 받지 않는다 했사옵니다.
견훤 전투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최승우 그래야 할 것 같사옵니다. 이곳에서 지름길로 나누었던 우리 군대를 만날 것이옵니다.
상귀 이미 신도 준비하고 있사옵니다, 폐하. 껍데기뿐인 신라군이옵니다. 무엇을 망설이시옵니까? 계속해 행군령을 내리시오소서,
최승우 그러하옵니다. 서라벌 턱밑에 이르렀사옵니다, 폐하. 폐하의 위엄을 갖추시오소서. 관을 새로이 쓰시고 갑옷 투구도 바꾸시오소서. 그리고 기치창검을 높이 세워야 할 것이옵니다.
견훤 그래야 하겠구먼. 대야성을 내주었으니 그 빚도 받아야겠고 말일세.
그때, 다시 한필의 전령마가 달려온다. 그리고 군례를 올린다. 상귀가 보다가 말한다.
상귀 어디서 오는 전령이냐?
전령2 용주성에서 오는 길이옵니다.
견훤 용주성...? 거기에 무슨 일이 있느냐?
전령2 예, 폐하. 금강 태자마마께오서 대야성을 구하러 가다가 매복군에 걸려 대부분의 군사가 전멸 당했사옵니다.
견훤 뭐라...? 금강이가..?
전령2 예, 폐하. 또한, 용주성 마저 고려장군 신숭겸군에게 함락 당했사옵니다.
모두들 ..............
견훤 파진찬, 자네는 다 보고 있었구먼 그래? 다 알고 있었어.
최승우 .... 폐하?
견훤 자네는 알고 있었어. 이야말로 서라벌 하나를 얻기 위해서 참으로 너무도 값비싼 미끼를 놓은 것 같네 그려. 용주성과 대야성 그리고 우리 태자들, 군사들.... 이건 처음부터 파진찬의 대모험이었구먼 그래...? 그런 것인가, 파진찬...?
최승우 폐하, 폐하께오서는 이미 신라의 문 앞에 이르렀사옵니다. 작은 것들을 내어주고 큰 것을 얻으시는 것은 오로지 폐하만이 하실 수 있는 일이옵니다.
견훤 일만의 군사를 작은 것이라 하고 큰 성 두 곳과 태자들의 목숨까지 걸어놓고서 작다고 말하고 있는 자네의 배포, 허....세상에 누가 자네의 그 생각을 따르겠는가? 이런 모험 또한 자네만 할 수 있는 일일 것이야.
최승우 망극하옵니다, 폐하. 통일대업이 폐하의 눈앞에 와 있사옵니다. 속히 행군을 명하시오소서.
견훤 암, 가야지.. 이제 서라벌로 들어가야지.
바로 그때다. 한쪽에서 무수한 흙먼지를 일으키며 끝도 없는 군대가 모퉁이를 돌아 나오고 있다. 애술과 신덕이다. 견훤이 미소를 지으며 보고 있다. 그들이 가까이 이르러 군례를 드린다.
신덕 폐하, 저희 두 장군이 이끄는 군대가 조금 전 합류하여 이리로 왔사옵니다. 조금 늦었사옵니다, 폐하.
애술 송구하옵니다. 폐하께서 먼저 오셨사옵니다.
견훤 하하하... 조금 늦고 아니 늦고가 무슨 상관인가..? 이제 눈 앞이 서라벌일세. 자 들 가세. 저 고을부 성을 넘어야 하네.
상귀 출발하라... 행군하라...
그들 그렇게 몰려간다.
씬 그곳 고을부 성
멀리서 견훤군이 오고 있다. 일만의 대군이다. 끝도 없이 자욱하다. 이미 견훤은 옛모습을 되찾았다. 백마에 황제차림의 갑옷으로 올라 수많은 기치창검을 휘날리며 오고 있다. 성루에서 신라군 성주가 보고 있다가 기겁을 한다. 그렇게 견훤군이 가까이 온다.
성주 어디서 오는 군사들인가?
견훤들 .............
성주 나는 고을부의 성주이니라. 말하라. 어디서 오는 군사들인가?
최승우들 .........
성주 왜 말이 없는가..? 어디서 오는 군사들인가? 웬 군사가 이리 많은고...?
애술 네, 이놈..... 뉘 안전이라고 함부로 주둥이를 놀리느냐? 대 백제국 황제폐하께서 앞에 서 계시는 것을 모르느냐? 어서 성문을 열어라.
성주 (기겁하며) 백제국의... 황..황제...?
견훤 ...........?
애술 어서 성문을 열어라, 이놈아.. 폐하께서 서라벌로 가시는 길이니라. 성문을 열어라.
성주 (더욱 기겁한다) 백제군이라니..? 백제군이 여기까지 왔다는 말인가? 얘들아, 적군이다... 적이 왔다... 황도에 알려라... 적군이 왔다...
상귀 어찌 하오리까? 공격 하오리까?
최승우 영을 내리시오소서, 폐하. 이제부터는 숨돌릴 사이 없이 서라벌 신라의 황궁으로 가시는 것이옵니다.
견훤 (끄덕인다) 허허허.. 알고있네 그려. 신라땅에 와서 첫 전투로구먼. 상귀장군은 성문을 열도록 하라. 저 성이 바로 서라벌의 첫관문이니라. 이제부터 대 백제국의 황제가 왔음을 알리 필요가 있느니라. 저 성문을 열어라. 성문을 열어라.
호령하는 견훤의 표정에서...
<155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