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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70s] 07
동영: 이제 가. 택시 잡아 줄까?
준희: 아직 백 미터는 남았다, 뭐. 동영씨가 천천히만 걸어주면
칠분은 더 같이 있을 수 있어.
동영: 내가 널 데려다줘야 되는데. 좀 그러네.
준희: (웃음) 미안해 할 거 없어. 나중에 동영씨한테
엄청난 걸 받아낼 거거든.
동영: 나한테 뭐 엄청난 게 있어야지.
준희: 있잖아, 여기. (동영의 가슴에 손바닥을 댄다. 장난스럽게)
펄떡 펄떡 뛰는 김동영씨 심장.
동영: (손을 떼 내며) 니가 여우냐? 내 심장이 필요하게.
준희: 날 생각하믄 피가 끓구, 날 보면 일미리 틈도 없이 양팔에
꼭 껴안고 싶고, 키스하고 싶고, 날 보지 못하면 죽을 것 같고,
나랑 함께 있으면 이대로 죽어도 좋다고, 당신 심장이
그렇게 얘기 했음 좋겠어. 그렇게 느낄 때가 올 거야.
동영: ..(곤혹스러운) 준희야.. 나..네가 귀여워. 그런데 말야, (하는데)
(CIA 요원1의 소리/영어로) 당신이 김동영인가?
동영과 준희, 돌아본다. CIA 요원 1?2?3이 서 있다.
요원1: (영어로) 청와대 정무담당 비서관 김동영 맞나?
동영: (영어로) 그렇소. 무슨 일입니까?
준희: ..(불안한 표정으로 동영과 요원들을 본다)
요원1: (신분증을 보여 준다/영어로) 미대사 특별보좌관(Special Assistant to
Ambassador) 라자스키씨가 모셔오랍니다. 갑시다.
준희: 무슨 일이에요... 동영씨...
동영: 별 일 아냐. 괜찮으니까 준희, 넌 걱정 말고 집에 얼른 가.
(요원에게/영어로) 라자스키 지부장이 날 개인적으로 만날
이유가 없습니다. 거절하겠소.
요원1: (영어로) 그야 가보면 알게 될 일이고.
동영: (영어로) 우리 정부와 협의 없는 개인접촉은 사양합니다. (돌아서는)
요원1: (요원들에게 눈짓한다)
요원들, 동영을 에워싼다. ‘뭐하는 거야!!(동영/영어로)
동영씨!!! 이거 놔요!(준희)’ 요원들 거칠게 반항하는 동영을 밀고 차로 간다.
씬35 사간동 앞 길/CIA 차 안(밤)
준희: 동영씨!! 동영씨!!!
준희, 차를 따라 간다. 준희, 창문을 두드린다.
동영: 걱정하지 마! 난 괜찮으니까 얼른 집에 가.
준희: 동영씨!! 동영씨!!!
준희, 창문을 손바닥으로 두드리며 ‘차 세워요!! 차 세워!!’ 소리친다.
차 출발하면, 준희 따라가다 구두 굽이 부러진다.
준희, 도로에 넘어진다.
씬36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밤)
대통령, 김홍석 장군과 술을 한 잔 하고 있었다. 안주 없이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던지 테이블에 막걸리가 놓여 있다. 비서실장, 대통령에게
동영의 일을 보고 했다. 그 옆에 외무장관, 안절부절 못하며 서 있다.
대통령: (테이블을 손으로 팔로 쓸어버린다) 이 놈의 새끼들!!
내 집무실 도청을 안하나! 바로 내 코앞에서 비서관을
안 잡아 가나!!
외무: 각하 고정하십시오.
대통령: 대체 중정은 뭐 하구 있는 거야!! 씨아이에이 놈들이
날 이렇게 우롱하는데, 뒷짐 지구 구경하구 있었단 거야, 뭐야!!
당장 라자스키진 뭔지 그 지부장 놈한테 전화 넣어!
실장: 예, 각하.
김홍석: 안됩니다.
대통령: 김장관!
김홍석: 어떻게 각하께서 일개 비서관 일로 씨아이에이 지부장과
통화를 하시겠습니까.
대통령: 김동영이 어떡하든 꺼내야 될 거 아니오!
김홍석: 그 정도는 견딜 수 있는 녀석입니다. 그냥 두십시오..
일을 하다보면, 상만 받을 순 없지요. 벌도 자기 몫이고.
책임을 져야 합니다.
씬1 미 대사관 전경(다른 날, 밤)
문 닫혀져 있고, 경비를 서고 있는 군인들.
CIA가 쓰고 있는 한 층에만 불빛이 환하게 밝혀져 있다.
요원1: (설계도면을 흔들며/영어로) 이걸 당신한테 넘겨 준
사람이 누구야! (사진 흐 트러뜨리며) 이 중에 누구야?
요원2: (영어로) 당신 지난 삼월 스토니부룩에서 이휘소
박살 만나 무슨 얘길 한건가! (다른 서류를 흔들며)
핵 개발에 대한 얘길 나눈 거 아닌가!
요원1: (영어로) 웨스팅하우스에 핵발전소를 의뢰한다는 명목아래,
실제론 국방부 무기개발부 직원, (사진 흔들며)
하워들 포섭했지? 그를 통해 핵 기술자들을
은밀히 접촉했던 거 아냐!
동영, 영어로 짧게 ‘Yes/No’만 대답하고 일체 말을 하지 않는다.
(요원1?2의 대사 자막으로 깔린다)
요원1: (영어로) 핵발전소는 구실이고, 실지론 핵개발이지?
누구 지신가? 대통령인 가? 중정인가? 아니면
자네 아버지 김홍석 국방장관인가?
동영: (화가 나서 벌떡 일어난다/영어로) 우리가 핵발전소를 만들든,
핵무기를 개발하든! 그건 우리나라 자주국방과 필요에
의해서 결정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이건 명백한 국가주권의 침해란 말이야!!
씬32 양자의 집, 마당(밤)
추녀 끝에 전구가 밝혀져 있다. 딸기는 사방으로 흩어져 있고,
댓병의 술을 마시고 있는 양자. 더미, 보따리를 들고 나와서
신발을 신는다. 양자, 처량 맞게 최희준의 ‘하숙생’을 흥얼거리고 있다.
더미: 나.. 가.
양자: ..(술 마시며 하숙생 부르는)
더미: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 서울 도착하믄 편지 쓸게.
양자: 갈라믄 시덥잖은 소리 그만 하구 얼른 가셔.
더미: 월급 타믄 보낼 테니까..물질 그만 해. 기침두 많이 하구.
물질 그만 해야 돼.
양자: 이년아, 인생은 나그네 길이야. 너가 고관대작
부인이 되나, 정승판서 며느리가 되나, 삽시도 한쪽에서
늙어 죽으나..세월 가믄 다 먼지 밖에 더 되냐.
성공? 돈? 흐흥.. (같잖다) 인생에 뭐 별게 있는 줄 알어.
더미: 암튼...먼지 될라믄 오십년은 있어야 될 테니까
그 전에 돈 벌어 올께.
양자: 올 거 없다. 올 거 없으니까 이 에민 잊어 버리구
잘 먹구 잘 살어.
더미: 같이 가자. 엄마. 같이 서울 가서 살자. 응?
양자: 일 ?졍?.. 돈을 갈퀴루 ?씨? 담으믄서 떵떵 거리구 혼자 살어.
더미: 엄마!
양자: (술 마시다가 기침을 쿨럭 쿨럭 한다) 저 문 넘어서믄
나두 너 잊구, 너두 나 잊구 아예 두 번 다신 보지 말자.
두 번 다시 저 문 들어서지 말어, 들어 오기만 해.
바다 속에 쳐 넣을 테니깐. (쿨럭쿨럭)
더미: 엄마!!! 진짜 이럴 거야!!
양자: (기침을 더 많이 하는) 아, 얼른 가! (쿨럭쿨럭)
양근이네 고깃배 나갈 때 됐어. 퍼뜩 가라니까!!
(자지러질 듯 기침을 한다)
더미:...(양자의 기침하는 모습을 보다, 보따리를 집어 던진다)
그래! 안가! 안가! 안 갈 거니까 엉구럭 줌 쓰지 마!
양자: ..엉구럭은...진짜 기침이 나서..그런 거지..
(호흡이 가파르게 기침한다)
더미, 한숨을 쉬더니 마당에 흩어진 딸기를 바가지에
집어 담기 시작한다.
더미: 날 더러 어쩌라구..진짜..무슨..엄마가 그렇게 딸한테
모진 소리나 하구.. 인연 끊겠다구 협박이나 하구.
못살아..내가 우리 엄마 땜에..못 산 다니까..
더미, 화가 나서 어쩔 줄을 모르며 딸기를 줍고 양자,
그런 더미를 착잡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창회, 야외테이블 앞에 앉아서 와인을 마시고 있다. 야외 바비큐가
준비 되 어 있다. 최비서에게도 와인을 한잔 따라주는 창회.
일하는 아줌마와 보조 (20대, 여), 소시지와 등심을 그릴에 얹으려고
하면. (일하는 여자들, 에이프런 하고)
창회: 우리 준희 사업 감각이 있지? 숙녀복 뷰티 잘 꾸려나가겠지?
최비서: 장봉실 여살 디자이너로 영입할 수 있나,
없나가 관건인 것 같습니다.
창회: 난 우리 준흴 믿어. 사업이든, 정치든. 예술이든.
뭐든 성공하는 사람은 말 야 남다른 열정이 있지.
뜨거운 에너지가 있어.
최비서: ...
창회: 안 그래? 최실장.
최비서: ...아가씨 말입니다.....(망설이다) 지난번 이북오도민
협회 창립 기념식 때 아가씰 봤습니다.
창회: 그야 우리 준희두 패션쇼 리허설 한다고
반도호텔에 있었으니까.
최비서: 박간사 말로...아가씨가 사람을 찾더랍니다.
창회: 사람? 누굴?
최비서: 혹시..(눈치보다, 에라 모르겠다) 아가씨가...그..왜
사리원서 회장님댁에 같 이 살던..
생모를 찾으시는 게 아닌지.
창회: (버럭) 자네 미쳤나!
최비서: (놀라서 보는)
창회: 미치지 않고서야!! 생모라니!! 우리 준희가
생모를 찾다니! 준희 에미가 일사 후퇴 때
임진강가에서 죽은걸 몰라! 준희 생모라니!!
최비서: ...죄송합니다....회장님..전 걱정이 되서..
창회: (너무 흥분한 것을 깨닫고) 어이. 고약한 사람 같으니.
창회, 옷장 안에 딸의 옷을 걸어주고 있다. 준희, 옷을 바꿔입고 있다.
준희: 아저씨한테 가볼래요.
창회: 이미 장군님도 아실 거다.
준희: 느낌이 안 좋았다구요. 대체 싸아이에이서
동영씰 왜 데려가? 아빠..나, 아저씨한테 가봐야겠어.
무슨 일인지는 알아야잖아.
창회: 난..네가 동영이 하고 결혼하는 거 반대다.
준희: (돌아본다) 아빠.
창회: 니가 맘 고생하면서 사는 거 아빤 싫다.
동영이 언젠가 정치하겠다 나서겠지...정치가란 건
늘 절벽에 선 나무 같아서, 온 몸으루 폭풍울
이겨내야 하고.. 끝없는 부침을 겪어야 하고.
내 딸이 그런 맘고생 겪으며 사는 거 원치않아.
준희: ..
창회: 아빠 말대로 할 거지?
준희: 믿을지..모르겠지만... 나, 세상에서 아빠를 젤 사랑해요...
창회: 그래..
준희: 동영씨냐..아빠냐. 꼭 한 사람만 택해야 한다면...
아빠야. 당연히 아빠 옆에 있겠지만...나, 동영씰 사랑해요.
창회: 이 녀석아, 너가 힘들까봐 그래...
준희: 나, 아주 아주 어렸을 때부터 동영씨 좋아했다. 사랑했어.
이젠 상상이 안돼. 동영씰 생각하지 않는 나, 동영씰
사랑하지 않는 나. 동영씨 옆에 없는
나.. 그런 미래가 상상조차 안돼, 아빠.
창회: ...
준희: 갔다 올 게요.
창회: 너무 늦었다..장관님한테는 내가 전화해 볼 테니까
좀 더 상황을 알아보고 가자.
준희: 고마워요. 아빠.. (안긴다)
준희, 창회에게 안기려다가 책상 끝에 둔 핸드백을 친다.
우르르- 쏟아지는 핸드백. 그 안에 더미의 이력서가 있다.
‘으~ 분위기 잡으려다 망했다!/ 녀석, 덜렁대긴’
하면서 핸드백의 물건들을 줍는다. 창회, 물건을 줍다가
더미의 이력서를 집는다. 창회, 화장대 위에 올려놓는데.
준희: 아, 참! 그거. 아빠 내일 공장가죠?
창회: 왜?
준희: 이거. 공장장님한테 좀 주세요. 누가 동영씨 통해서,
우리 공장에 들어오고 싶다 그래서.
창회: 그래. (받아서 펴본다)
창회, 더미의 이력서를 펴본다.
(인서트) 이력서.
창회, 무심하게 이력서 내용과 더미의 사진을 일별한다.
(별 느낌 없이 한 번 훑어보는 시선이다)
씬42 창회의 서재(밤)
창회, 서류를 검토하다 책상 앞에서 깜빡 선잠이 들었다.
책상 위에는 ‘태을방직 숙녀복 확장에 따른 경비 산출’
이라고 쓰인 서류가 놓여있고. 그 옆에 더미의 이력서가
아무렇게나 놓여있다.
창회, 가위에 눌리는 듯 진땀을 흘리며 꿈을 꾸고 있다.
(인서트) 창회의 꿈
동굴에서 준희가 탄 봉실의 차와 스쳐 지나며 영수의 시선에
준희가 보이던 장면. 영수, 차를 급히 돌린다.
영수: 준희요! 저기 준희가 있어요!
동굴이 폭파하고 고남리 강가에 떨어지던 모습.
서재의 창회, ‘으응..여보...’ 웅얼거린다.
식은땀이 흐르는 창회의 이마.
(인서트) 창회의 꿈
죽음 앞에서 피를 토하며 준희를 찾아달라던 영수의 마지막 모습
영수, 창회의 손목을 움켜쥐고.
영수: (창회의 팔목을 움켜잡는다) 우리..딸. 꼭..찾아요.
우리..준희 찾아야되요. 우리 준희..찾아야 된다구요...
창회: 여보!! 영수야!! 영수야!!!
창회, 번쩍 눈을 뜬다. 창회, 튕겨지듯 벌떡 일어나느라
책상 위에 얹혀 있던 양주잔을 팔꿈치로 친다.
조금 남아있던 술이 엎어지고.
서류와 더미의 이력서에 술이 묻는다.
창회: ..(꿈이었구나..)
창회, 허탈한 마음으로 서류를 치우고,
더미의 이력서에 손을 뻗는다.
(인서트) 꼼꼼히 눌러쓴 연필글씨와 웃고 있는 더미의 사진.
창회, 더미의 사진에 묻은 술을 닦으면서 더미의 사진을 본다.
창회, 이력서를 휴지로 꼭꼭 눌러 닦는다.
씬43 준희의 방(밤)
준희, 동영과 찍은 사진들을 보다 선잠이 들었다.
사이드테이블의 스탠드 켜 놓고 자고 있는 준희.
창회, 들어와서 보고 있다. 앨범을 사이드테이블에 올려놓고,
베개를 고여 준다. 자고 있는 준희의 얼굴 위로
최비서의 소리가 들린다.
(최비서의 소리) 오도민 협회 박간사 말로 아가씨가 사람을
찾더랍니다. 혹시 생모 를 찾으시는 게 아닌지.
창회: ...(세상 모르고 곤히 자는 딸의 얼굴을 본다)
(준희의 소리) 믿을지 모르겠지만 나, 세상에서 아빠를 젤 사랑해요.
창회: ..믿지. 믿고말고...아빠도 그래. 세상에서..
널 제일 사랑한다...준희야..
창회, 준희의 몸에 얇은 이불을 덮어준다. (Dis)
씬2 CIA 한 방(밤)
수염이 제멋대로 자란 동영, 초췌한 차림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녹음기가 돌아가고 있다. 동영의 발언이 전부 녹음되고 있는.
요원1, 녹음기를 다시 누른다. 양복 겉옷 벗고 넥타이 푼 채
와이셔츠를 걷어 올린 동영, 잠이 오는지 머리를 흔든다.
요원1: What did you talk about with Dr. Lee Hwi So?
[이휘소 박사와 만나 무슨 얘길 했냐니까!]
동영: We exchanged everyday greetings! I'm happy to hear
that you are the pride of NYU! Hope you keep up
the good work!
I just delivered what the President told me to!
[일상적인 안부 인사였소!! 뉴욕주립대의 자랑이라니 기쁘다!
앞으로도 조국을 빛내 달라! 각하가 전해달라는 격려 말씀만
전했다니까!]
요원1: Why do you happen to meet up with particle physicist now?
There must've been other message from the President!
[왜 하필 이 시점에 입자물리학자를 당신이 만나!
대통령의 다른 전언이 있었지!]
동영: All I delivered was a pen from the President as a gift!
[각하 하사품인 만년필 갖다 준 게 다라잖아!]
요원1: You bastard!
요원1, 테이블을 엎어 버린다. 녹음기와 사진, 서류들이
와르르- 떨어진다.
동영, 반사적으로 벌떡 일어나 요원1에게 한걸음 성큼 다가간다.
두 사람, 서로 주먹이라도 날릴 것 같이 팽팽해진다.
순간, 문 열리고 요원2 쟁반을 들고 들어온다.
동영의 저녁식사다. 요원2, 방 안의 상황을 일별하고 동영의 의자에
쟁반을 내려놓는다.
요원2, 요원1에게 ‘Have supper, and alternate.’ 이야기 나누며 문 쪽으로.
동영, 그들이 나가고 닫힌 문에 콜라를 집어 던진다.
씬3 김홍석 장군의 집, 동영의 방(밤)
김홍석, 책상 위에 놓인 액자를 들고 보고 있다.
동영의 육사 졸업식 때 정복 차림으로 함께 찍은 사진이다.
김홍석, 동영의 얼굴을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짓다,
이내 동영에 대한 걱정 때문에 얼굴에 그늘이 진다.
(소리) 책상 위의 전화벨이 울린다.
김홍석, 액자를 내려놓고 수화기를 든다.
김홍석: 김홍석이오. (표정 굳는다)
씬4 청와대 앞(밤)
인적 끊긴 한 밤중에 자동차 서너 대가 시차를 두고 몰려들기 시작한다.
김홍석을 비롯해, 요인들 비상 연락을 통해 청와대로 호출되고 있다.
헌병1?2의 경례를 받으며 김홍석의 차, 통과한다.
씬5 대통령 집무실(밤)
불 꺼진 대통령 집무실에서 슬라이드를 보고 있다.
대통령과 김홍석, 외무장관, 중정부장의 보고를 듣고 있다.
한쪽 벽면에 설치된 스크린에 사진이 뜨고 있다.
존 하워드(동영이 CIA 조사를 받을 때 거론 되었던)의 사진이 올라온다.
중정부장: 미 국방부 무기개발부 존 하워드가 재판에 회부됐습니다.
중정부장, 손에 들고 있는 리모콘을 누르면 스크린에 다음 사진이 뜬다.
동영이 존 하워드와 카페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는 장면이다.
대통령 표정 굳어지고, 외무장관 신음소리를 낸다.
김홍석, 감정을 자제하고 아무 표시를 내지 않는다.
중정부장, 불을 켠다.
중정부장: 참고인으로 김동영이 지목됐고 신병확보를 위해,
곧 김동영을 미국으로 소환한답니다, 각하.
대통령: 그래서? 소환해서 뭘 어쩌겠다는 거야?
중정부장: 혐의가 사실로 인정되면, 가담 정도에 따라 김동영
비서관은 최고 10년에서 최하 5년의 실형을 살게 됩니다.
김홍석: ..(굳은 얼굴로 스크린 위의 동영의 환한 미소만
뚫어질 듯 보고 있다)
대통령: 이거 미친놈들 아냐. 허허-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오는)
지 놈들 마음대로 데려다가, 조사 한다 뭐한다 하더니,
이젠 뭐? 미국으로, 소환?
외무장관: 현행 소파(SOFA) 규정상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각하.
대통령: (무시하고, 중정부장에게 낮게) 데려와.
중정부장: 예?
대통령: (차분한) 소파고 나발이고. 무슨 일이 있어도 김동영이
내 앞에 데려다 놔.
씬6 맹골도 바다(다른 날, 아침)
더미와 양자, 물질을 하고 있다. 양자, 망사리에 건져 올린 소라를 넣고
다시 숨을 크게 머금고 바다로 들어간다. 더미, 조개를 들고 올라온다.
거친 호흡을 몰아쉬는 더미. 망사리에 조개를 넣는다.
더미, 숨을 머금고 다시 바다로 들어간다.
씬7 맹골도, 선착장 근처
더미와 양자, 집으로 간다. 더미, 함지를 들고 있다.
정복 차림의 양근, 기분 좋게 휘파람 후후~ 불어대며 우편가방을
들고 배 에서 내린다. 양근, 두 모녀를 본다.
양근: 어!! 장모님!!! 더미야!!!
양근의 소리에 더미와 양자, 바라본다.
양근, 우편가방을 들고 뛰어온다.
양자: 진도 갔다 오니?
양근: 예~ 장모님. 더미야~ 물에 들어갔다 나왔냐?
머리가 젖으니깐...(느끼하게)더..촉촉해 보인다.
뭐랄까...더..너의 풍만한 몸매가..
더미: 야아! (함지 내려놓고) 너, 죽을래!! 진짜!!
(한손으로 양근을 때린다)
양자: 아이구! 아이구! 못살아! 이러니까 더미한테 밉쌍을 바치지!!
양자와 더미, 한손으로 양근을 때린다. 양근, 우편가방 던지듯
내려놓고 양손으로 과장되게 방어한다. ‘어. 어. 제가 뭘 어쨌다구요.
장모님. 틀린 말두 아닌데요!’
더미: (우편가방을 본다) 진도서 가져온 거야?
양근: 응. 내가 하는 일이 좀 많냐. 우리 맹골도 철통 보안관에,
우편배달부에, 조난구조대에.
더미: (말 자르며) 나한테 편지 온 거 없어?
양근: (고개를 짤래짤래 흔든다)
더미: 진짜 없어? (가방 열어본다)
양근: 봐. 봐. ?종?. 너네 집에 한 통두 ?졈?. 영숙이네 하구.
미자네. 용호네 그렇게 밖에 없어.
더미: ...(조개가 든 함지를 들고 양자에게) 조합에 갔다 올게..
엄마부터 집에 가..
양자: 어. 그래. 얼른 와. 배고프겠다.
열무김치에 국수 비벼 먹자.
더미, 씨무룩해서 걸어간다. 양근, 더미가 사라지면 눈치보다
양자를 끌고 간다.
양자: 어! 어! 왜 이래! 이것 안 놔!
양근: 아, 이리 줌 와보세요. 장모님.
양근, 양자를 끌고 가서 히쭉- 웃는다.
양자: 양근아..넌..왜 갈수룩 이상해지니...
양근: 흐흐~ 이상한 게 아니구 신중한 겁니다~
(주머니에서 편지를 꺼내 내민다)
양자: 이게 뭐야.. (하고 편지를 받는)
양자, 편지봉투를 확인한다.
(인서트) 태을방직 영등포 공장에서 발송된 편지.
한더미가 수취인으로 되어 있다.
양자: !
씬8 양자의 집, 마당
양자, 평상에 앉아 편지를 뜯어 확인하고 있다.
(인서트) 간결하게 되어 있는 채용고지.
양자: 귀하는 태을방직의 여직공으로 채용되었음을 통지합니다.
0월 0일까지, 태을방직 영등포 공장, 인사과로 와 수속을
밟아주시기를 바랍니다. (화가 나 서 편지를 확- 구긴다)
아니, 내가.. 양근이한테 단단히 부탁을 해뒀는데..
이력선 뭔 수루 붙인 거야?
씬9 맹골도, 언덕
더미, 바다를 보며 앉아 있다. 멀리, 헬기가 소리를 내며 떠간다.
더미: ! (혹시나 동영일까 싶어 벌떡 일어나 본다)
그러나 헬기, 다른 곳으로 사라진다.
더미: ...(실망해서 주저앉는다) 이...아저씨..내 이력서 떼 먹었나봐...
그 때가..언젠데...아직두..연락이 없어..나쁜..놈.
더미, 속이 상해서 멀리 사라지는 헬기를 바라본다.
씬10 CIA 한 방(새벽)
동영, 수면부족으로 두 눈이 충혈 된 데다,
시간이 흐른 만큼 몰골은 더 엉 망이다. 의자에 등을 쓰러질 듯
기대고 발음까지 꼬이는 동영.
요원2, 녹음기에 테이프를 갈아 끼운다.
동영: In year before last... May... with John howard
[존 하워드와는..재작년.. 5월] (조느라 정신이 없어, 한국말로)...
테네시 오크리지 에너지연구소.. ORNL 주체..대체 에너지 포럼..
.(고개가 뒤로 휙- 젖혀진다)
요원2: (자기도 하품하면서, 책상을 손바닥으로 탁탁, 친다)
동영: (정신을 차리려고 애써보는) our country whose only
depending on the middle east became friends
asking about situation right now...
[중동에 만..의지하고 있는...우리나라에...현..상황에..대한
자문을...구하면서..서로 친구가 되었고] (다시 존다)
요원2: Kim dong Young! hey, Kim dong Young! (책상을 탁탁 친다)
동영: (화가 나는, 책상을 짚고 벌떡 일어나 소리 지른다)
개새끼들! 대한민국이 너희 호구냐! 식민지야!
What's wrong to get substitution energy for my country!!
[국익을 위해 대체 에너지를 갖겠다는 게 무슨 잘못이야!!]
동영이가 영어로, 소리 지르기 시작할 때, 문 열리고 요원1, 들어온다.
요원1: Bravo!! (박수치고) you are doing it for your country,
we are doing it for my country.
[너는 너희 나라의 국익을 위해,
우리는 우리나라의 국익을 위해]
동영: (요원1을 본다)
요원1: Kim dong Young. I've listened to your speeches
very well. lets hear rest of them at the
U. S. Supreme Court.
[김동영. 웅변 잘 들었다. 나머지는 미합중국연방헌법재판소
에서 듣기로 하지]
씬11 미 대사관, 앞(밤)
(소리) 통금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한다.
외무번호판을 단 차량이 나온다. 동영을 가운데 태운 차량이 뒤에 서고,
앞에 호위차량이 간다.
씬12 국방부 장관실(밤)
김홍석, 창 밖을 보며 서 있다. 중정부장, 책상 위의
전화기로 보고를 받고 있다.
중정부장: 김포가 아냐? (사이) 알았어. (사이)
제2라인 준비해! 제1라인 빨리 합류시키고! (끊고)
김홍석: (돌아본다) ...
중정부장: 용산에서 면책용 CIA 특별전용길 띄운답니다.
워싱턴까지 다이렉트로 갈 모양인데요, 장군님.
김홍석: ..
씬13 동영의 구출 몽타쥬(밤)
용산으로 향하는 어느 도로.
교통차단막이 쳐져 있다. 도로 공사 중, 푯말이 붙어 있고
(하수도 매설이나, 전화매설 같은) 인부들로 위장한 중정요원들.
무전을 받으며 대기하고 있다.
교통경찰로 위장한 중정요원1?2, 교통 신호봉으로 차량을 통제한다.
뒤로, 공사 장비를 실은 작은 트럭이 세워져 있다.
CIA차량 차단막이 걸려있다. 중정요원1?2, 앞 차를 통과 시킨다.
뒷좌석의 김동영, 요원1?2 사이에 끼어 앉아 밖을 본다. 중정요원1
과 눈이 마주친다. 김동영, 알고 있는 사람이다.
요원1, 동영만이 알아 볼 수 있는 신호를 한다.
요원2, 중정요원을 쳐다본다. 요원, 신호봉을 흔들어 통과시킨다.
선두에 호송차량 벌써 제법 앞서 갔다.
동영이 탄 차가 차단막을 지나가면, 중정요원들,
총을 꺼내 뒷바퀴를 쏜다.
총알이 바퀴에 명중되고, 차 선다. 순간 동영,
요원1을 팔꿈치로 가격하고
뛰어 내린다. 요원1?2와 운전을 하던 요원3,
조수석의 요원4. 재빨리 총을 뽑아 들고 내린다.
요원들, ‘Son of a bitch/KCIA!/Catch the Kim dong young first’
소리 지르며 쫓아온다.
\김동영, 뛰어간다. 이미, 시동을 걸고 대기하고 있던 위장택시,
동영의 앞으로 다가온다. 김동영, 택시에 올라탄다.
택시가 달려간다.
씬14 한강변, 혹은 어느 벌판(새벽)
날이 밝아온다.
동영이 탄, 위장택시가 모래톱 위로 도착한다.
차 한대가 동영을 기다리고 있다.
동영, 내린다. 미리 기다리고 있던 차의 운전석 문이 열리면서
김홍석이 내린다. 김홍석, 직접 운전을 해 아들을 만나러 왔다.
동영, 아버지를 바라본다. 김홍석, 아들을 바라본다.
동영, 김홍석에게로 걸어간다.
두 사람, 잠시 아무 말이 없다. 이윽고.
동영: (눈시울이 붉어진다) ...죄송합니다, 아버지.
김홍석: (와락, 동영을 끌어안는다)
김홍석, 두 팔에 힘을 줘서 동영을 꽉- 끌어안는다.
씬15 동 장소(시간경과)
중정요원들은 떠나고 빈 택시와 김홍석의 차만 있다.
벌판에 김홍석과 동영만이 남아 있다.
김홍석: 뮌헨으로 가라. 짐은 내가 꾸려 왔다.
동영: ..
김홍석: 오년..길면..십년만 거기에서 지내. 형편이 여의해지면
분데스데르 연방군 대학에서..군사법을 공부하는 것도 좋겠지.
동영: 워싱턴으로 가겠습니다.
김홍석: (본다)
동영: 이대로 제가 도망치면, 각하께서..아니..
아버지가..곤경에 처하십니다.
김홍석: ..
동영: 아버질..한번 뵙고 싶어서..뵙고..떠나려고 왔습니다.
건강하세요.. (깊이 인사 하고 돌아선다)
동영, 두어 발자국을 걸어간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김홍석.
김홍석: (고뇌에 찬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동영아..아버진..널..
.워싱턴에 보낼 수가 없구나.
동영: (돌아본다)
김홍석: 늘, 국가가 먼저여야 한다고. 그렇게 살려고 애는 써봤는데
...안되는구나, 이번에는. (자조적인) 좋은 군인도 못되고..
좋은 아버지도 못되고..
동영: ..(우뚝 서서 아버지의 말을 듣는다)
김홍석: 널..위해서..내가 아니라 네 어머니가 곁에 있어줘야 했다.
미안하다..동영아.
동영: ...(목이 멘다) 김홍석 장군 아들로 태어난 것은..축복입니다.
김홍석: ..(본다)
동영: 세상에 많은 아들들이..자신들의 아버지를 사랑하겠지만..
한 인간으로..존경하기는..어렵고. 세상에..많은 아버지들이..
아들을 아끼겠지 만..한 인간으로....신뢰하기는..어렵습니다.
아버지는..어떤 경우에서도 저를 믿어주셨습니다.
김홍석: ..
동영: 저는...늘..아버지를 닮고 싶습니다. (눈시울이 붉어진다)
김홍석: ..(울지는 말고, 눈시울만 붉어진다)
동영: ...아버지를...존경합니다. (참고 있던 눈물이
자신도 모르게 흐른다)
김홍석과 동영,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에서 뜨거운
부자지정이 느껴진다.
씬16 김포공항, 일각(저녁)
여전히 초췌한 표정과 돋아난 수염의 동영, 의자에 앉아
여권을 보고 있다. 그의 발밑에 작은 트렁크가 놓여 있다.
동영, 여권을 넘겨보면 독일비자가 찍혀있고. 앞 페이지를
열면 위조된 신 분증이 붙어있다. 동영의 사진은 붙어있지만,
이름은 김준호로 명기되어 있다. (중정에서 준비한 여권)
(인서트) 동영의 여권 앞면.
동영, 비행기 티켓을 본다.
(인서트) 대한항공으로 서울에서 홍콩. 루프탄자로 홍콩에서
환승해 프랑크 푸르트행 편도 티켓.
동영,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젖히고 손바닥으로 얼굴을
한 번 쓸어 내린다. 동영의 시선에 문득 들어오는 전화.
한쪽에 간이 코너를 마련해 공항 여직원들이 걸어서 바꿔주는 형태다.
전화를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씬17 반도호텔, 패션쇼 장(저녁)
‘오사카 엑스포 70. 한국 대표 디자이너 선발 장봉실 패션쇼’
라는 플랜카드가 붙어 있다.
패션쇼가 진행 중이다.
고창회와 최비서, VIP좌석에 앉아 있다. 사람들, 넋을 놓고 구경하는.
씬18 패션쇼, 무대 뒤 일각(저녁)
준희, 급하게 웨딩드레스를 입고 머리손질을 한다.
차연, 준희의 머리를 손 질해 주고 화관장식과 액세서리를
달아주고 있다. 다른 쪽 탈의실에서는 장봉실, 방육성,
상희와 피에르 방 등의 시중을 받으며 모델들의 소품들을
손봐주고 있다. 스카프를 매주거나, 꼬사쥬를 달아주는.
숨 막힐 듯 바쁘게 돌아가는 패션쇼 무대 뒤.
준희, 입구 쪽을 보다 빈이 들어오는 것을 발견하고 머리 손질 멈추고
벌떡 일어서서 빈, 쪽으로 뛰어간다.
준희: 어떻게 됐어! 동영씨, 알아 봤어?
빈: 그게, 잘 안 되네.
준희: 벌써 열흘이 넘었어! 어디 있는지는 알아볼 수 있잖아.
빈: 글쎄, 내가 뭔 수로?
준희: 너, 미국 대사 딸하구 춤추러 잘 다니잖아.
동영씨, 어떻게 된 건지 알아볼 수 있잖아!
빈: 형이 어디 포로수용소 끌려갔냐? 잘 나가는 비서관에,
국방장관 아버지에. 나까지 안 나서도 안 다쳐.
안달 좀 하지 마.
연경, 패션쇼라 나름대로 헤어밴드에 멋 낸 차림으로 서둘러 들어온다.
연경, 빈을 본다.
연경: (머리 매만지며) 굿 이브닝 빈씨~
빈: 어, 누나. 오늘 힘 줌 줬네.
연경: 신경은 좀 썼는데.. (머리 매만지다, 버럭)
어우야! 나, 누나 아니라니까!
차연: (연경을 보고) 넌 입구에서 문 통제하라니까!
여긴 왜 또 들와!
연경: 아! 전화요. 전화. 고준희씨 전화요.
준희: 응? (뜬금없다..무슨 전화)
연경 김동영씨래나 뭐래나...공항이래나..어디 래나..
준희: (출입구 쪽을 향해 뛰기 시작한다)
차연: (놀라서 소리 지른다) 준희씨, 어디 가! 준희씨! 준희씨
무대 다 됐는데 어딜 가냐구!
씬19 반도호텔 로비(저녁)
준희, 웨딩드레스 차림으로 비즈니스 센터를 향해 뛰어간다.
씬20 반도호텔 비즈니스 센터/공항 일각(저녁)
준희, 동영과 통화하고 있다. 뛰어 들어오는 빈.
빈: 야, 나 좀 바꿔봐.
준희: (흘기고/수화기) 동영씨!
동영: 오늘 빈이 어머니 패션쇼지? 못 가봐서 미안하다.
어떡하지 자꾸 약속 못 지켜서.
리허설 때도 못가고 오늘도 못가고.
준희: 그럼 약속 지켜. 얼른 뛰어 와. 웨딩드레스
입은 거 어울리나 봐줘야잖아.
동영: (쓸쓸한 미소) ..
두 사람의 통화에 탑승 수속을 알리는 안내 멘트가 나온다.
(안내 멘트) 대한민국의 날개 코리아항공에서 홍콩까지 여행하시는
손님 여러분께 안내 말씀드리겠습니다. 18시 10분,
홍콩으로 출발하는 코리아항공B125편..
홍콩행 항공기로 여행하실 손님 여러분께서는 수속을
밟아주시기 바랍니다.
위의 멘트들이 흘러나오는 위로 동영과 준희의 대화가 이어진다.
준희: 거기 어디야? 동영씨 어딨는 거야?
동영: 뮌헨에 갔다 올게.
준희: 거긴...왜?
동영: 출장. 한 오년쯤 걸릴 거야. 길면.
.한 십년쯤..걸릴지도 모르지.
준희: ! (놀라서 수화기를 떨어뜨린다)
빈: (얼른 대롱거리는 수화기 줄을 낚아채고) 왜 그러냐?
수화기에서 동영의 소리 흘러나온다.
(동영의 소리) 준희야. 잘 지내. 빈이 하고 싸우지 말고.
빈: (수화기 떼고, 준희 보며) 형, 뭔 소리 하는 거냐?
준희: (빈에게서 수화기를 뺏고) 농담해요? 김동영씨..지금 패션쇼
못 와서 미안하니까, 얼렁뚱땅 넘어갈려구 농담하는 거지?
동영: 가기 전에 너한테 할 얘기가 있어서.
언제고 이 말만은 해주고 싶었다.
(준희의 소리) 아니, 만나서 들을 거야!
동영: 준희가 아니어도 돼.
준희: (놀라고) !
동영: 강희로 살아도 괜찮아. 네가 준희든..강희든
아저씨도, 나도 널 그대로, 있는 그대로 아낀다.
준희: ..
동영: 그냥 네가 행복할 수 있는 모습 그대로 살아.
잘 있어, 준희야. (끊는)
준희: 동영씨! 동영씨!
씬21 패션쇼, 무대 뒤(저녁)
장봉실,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다.
준희가 벗어놓고 간 웨딩드레스를 보고 흥분하는 차연.
그 옆에서 모델들의 의상 시중을 들고 있는 연경과 상희.
차연: 아우, 아우 기 막혀. 고준희 얘 미친년 아냐..(생각하다)
선생님. 이거 음모 아닐까요?
상희: 생님~ 뭔 음모요?
차연: 넌 그거, 그거 신발 끈이나 묶어 줘!
(장봉실에게) 딴 디자이너들이 선생님 엑스포 못
나가게...혹시..공작해서..? 그렇다! 맞다. 맞아! 그거야!
장봉실: (대꾸도 안하고 다른 모델에게) 어깨 좀 더 젖혀야겠다.
긴장하지 말구. 평소 하던대루 해.
차연: 선생님. 피날레 드레스 없는 무대가 어딨나요?
아쉬운대루..어떻게..저라두..쫄라 매구..한..일
센티만..내두..입을만한데.. (발을 동동 구르는)
어떡해요! 어떡 해! 벌써 음악 깔리잖아요! 선생님.
씬22 패션쇼, 무대(저녁)
피날레 드레스 음악이 깔리고 있다.
연경, 준희의 웨딩드레스를 입고 소품 부케를 들고 걸어 나온다.
쭈빗쭈빗..긴장해서 떠는 연경, 발을 삐걱거리며 걷는다.
사람들, 연경의 실수에 웃으면 자신도 헤쭉- 웃으며 손을 작게 흔든다.
사람들, 와르르- 웃음을 터트린다.
VIP석의 창회, 어리둥절해서 최비서를 본다.
창회: 이게..어떻게 된 거지? 피날레가 우리 준희 아니었나..?
씬23 김포공항 앞(밤)
빈의 윌리스 지프 급정거한다. 뛰어 내리는 준희와 빈.
씬24 공항 일각(밤)
준희, 두리번거리며 동영을 찾고 있다.
안내 데스크에서 출국자 명단을 확인하는 모습의 빈,
준희에게 뛰어온다.
빈: (긴장된 얼굴이다) 없어. 형 출국 명단에 없어.
준희: 내가 분명히 들었단 말야. 항공 안내방송 들었다구.
홍콩 말구 딴 데서 환승하는지 한 번 더 찾아봐.
동경? 싱가폴?
빈: 없다니까. 전 노선 다 찾아봤어. 예약자 명단까지
다 뒤져봤는데. 김동영이란 사람 자체가 아예 없어.
준희: 그럴 리가 없잖아.. 뮌헨 간단 사람이..여기 아님 뭔 수로 간다구...
빈:· (표정이 굳어진다) 뭐가..잘못된 모양이다.. 감이 안 좋아...
씬25 맹골도 양자의 집, 마당(밤)
밤이 깊은 양자의 마당.
마당 빨랫줄에 걸린 생선들이 꾸둑꾸둑 말라간다.
양자의 방에는 불이 꺼져 있고, 더미의 방에는 불이 켜져 있다.
(소리)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밤을 잊은 그대에게
이성?d니다. 오늘, 첫 곡은 여러분들이 너무나 너무나 좋아하는
클리프 리차드의 Early in the morning! 입니다.
씬26 양자의 집, 더미의 방(밤)
(음악) Cliff Richard의 ‘Early in the morning’
더미, 이불을 활짝 편다. 꽃무늬 천으로 시쳐진 이불.
더미, 잠시 생각하다 장난스런 미소를 지으며 이불 호청을
따기 시작한다. (Dis)
더미, 옷을 만들고 있다. 방안 가득 널려 있는, 잘려나간 호청.
가위, 바이어스, 지퍼, 짝짝이 단추들..등등. 더미, 양근이가 얻어다
준 다 낡은 잡지 의상계와 보그를 펴 놓고, 대충 흉내 내기로
옷을 만들고 있다.
옷본도 없이, 주먹구구로 만드는 옷이지만, 더미의 손놀림이 익숙하다.
더미, 노래를 따라 부른다. 중간 중간에 흥이 나면, 고개를 흔들기도 하고
가위를 엿장수 마냥 쩔그럭-거리면서 박자를 맞추면서. 말 안 되는
엉성한 영어로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하면서, 재봉틀을 들들 돌린다.
씬27 양자의 집, 툇마루(이른 아침)
더미, 간밤에 만들던 옷을 입고 나온다. 자루형의 미니 원피스다.
천도 그렇고, 모양도 그렇고..나름대로 흉내는 냈지만 엉성하고, 촌스럽다.
더미, 밤을 새 피곤한 듯 기지개를 하면서 나온다.
안방 문 열리면서, 마루 로 기어나오는 속곳 차림의 양자.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한다.
더미: 어, 엄마 일어났어?
양자: 일어나긴! 잠을 자야 일어나지! 밤새 되도 않는
노래 꽥꽥-되지! 밤새 들들들들- 틀 머리 돌려대지!
머리 속이 시끄러서 어떻게 자! 너 대체 뭐가 될 라 그러니?
더미: (마당에서 핑그르르- 돈다) 이거 어때?
양자: 어떻긴. 잘 하믄 똥꾸녘 보이겠다! 옷 갈아 입구 불이나 지펴!
씬28 양자의 집, 부엌(아침)
더미, 입이 댓발이나 튀어나와, ‘똥꾸녘이 뭐야. 똥꾸녘이.
체.. 언제 뭐, 옷이나 사준 적 있나.’ 투덜거리며 가마솥에 물을 붓는다.
물을 끓이기 위해, 아궁이에 불을 지피려고 쭈그리고 앉는데.
옷이 상당히 불편하다.
더미, 엉거주춤하게 앉아 신문지에 성냥을 그어 붙이고 아궁이에 밀어 넣다
얼핏 아궁이 안에서 편지봉투를 본다.
더미: 앗, 뜨거 뜨거!!
더미, 불붙은 신문지를 부엌 바닥에 놓고 밟아 끄고 아궁이에서
편지봉투를꺼낸다.
(인서트) 태을방직 영등포 공장에서 발송된 더미의 편지.
더미: !
더미, 아궁이에 머리를 집어넣고 편지를 찾는다. 이어,
꾸깃꾸깃 구겨 안쪽 깊숙이 버린 편지를 찾는다.
더미, 서둘러 편지지를 펴 본다.
(인서트) 편지 내용
더미: 귀하는.. 태을방직의 여직공으로 채용되었음을.. 통지합니다!
씬29 양자의 집, 안방(아침)
양자, 옷을 갈아입다 말고 문득 짚이는 바가 있다.
양자, 몸빼 바지는 입었 지만, 윗옷은 칠부 얇은 속옷 바람
그대로 안방과 연결된 부엌문을 연다.
씬30 양자의 집, 부엌(아침)
양자, ‘더미야!!’ 부르며 신발 꿰신고 내려온다.
더미, 한 손에 편지를 들고 두 눈에 눈물이 그렁하게 고인 채
양자를 원망스럽게 바라본다.
양자: ..(당황한, 그래도 사태를 수습해보려고) 더미야~
엄마 말 줌 들어봐~ 그게 어떻게 된 거냐 하믄.
더미: ..(눈물이 뚝, 뚝 떨어진다)
양자: (한발 다가오며) 아구, 우리 딸 애기네, 애기.
그깟 일루 식전 댓바람부터 눈물이야~
(눈물을 닦아주려고 손을 뻗는다)
더미: (양자의 손을 탁- 치우고, 밖으로 나간다)
씬31 양자의 집, 더미의 방(아침)
더미, 보따리에 자신의 짐을 다 꾸렸다.
다 낡은 보그지에, 의상계 잡지까지 싸고..
탄환에..
다시 잘 편(그래도 구겨진) 이력서 챙겨 들고 일어난다.
씬32 양자의 집, 마당(아침)
양자, 빨랫줄에 널어놓았던 생선을 채반으로 옮기다가 더미, 자기 방에서
보따리를 들고 나오는 것을 본다.
더미, 보따리를 들고 마당을 가로질러 걸어간다.
양자: 진짜 간다구? 엄마만 두구 간다구?
더미: ..(아무 말 없이 나간다)
양자: 너, 지금 가두 소용없어. 오늘까지 오랬는데,
어떻게 해 안에 서울에 가? 너 오라구 자리 비워두겠어?
널린 게 여직공인데. 더미야. (더미를 잡는)
더미: (양자의 손을 풀고 걸어간다)
양자: 너, 거기 안서!! 이 년이, 거기 서라니까!
양자, 화가 나서 생선을 더미의 등에 던진다.
더미, 이번에는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뒤도 안돌아보고 사립문을 빠져 나간다.
양자: 으응..저 기집애가...더미야! 더미야!!
양자, 쫓아나가려다 보면, 여전히 내복차림이다.
급히 안방 쪽으로 몸 틀고.
씬33 선착장(아침)
보따리를 들고 온 더미, 선착장으로 걸어온다. 막 도착한 배에서
한 남자가 내린다. 더미, 배로 걸어가다가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선 사람을 올려다본다. 동영이다.
더미: ! 어...어...(놀라서 말이 안나온다)
동영: (미소) 어디 가?
더미: (말문이 안 터져서 고개만 힘차게 끄덕거린다)
동영: 이렇게 이쁘게 차려 입은 거 보니까, 서울 가는 길이구나?
태을방직에서 채 용통지서 왔어?
더미: 예. (동영의 트렁크를 보고) 근데 아저씬 어쩐 일이에요?
동영: 글쎄...내가 왜 왔을까.. 살려구, 여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