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수필>
- 궁합 -
권다품(영철)
한의원에 가면 음력 생년월일을 묻는다.
우리 한의학에서는 환자의 생년월일에 따라 달리 나오는 그 사람만의 체질에 따라 약을 다르게 짓기 위함이란다.
한의원에 가면, 우선 아픈 곳을 물어보는가 하면, 맥을 짚어보고, 눈빛이나 피부 색, 손톱 색도 본다.
또 귀를 요리 조리 보는 한의사도 있다.
귀를 눌러보면 아픈 부위에 따라 아픈 곳도 다르다고 한다.
귀에는 우리 몸의 맥이 다 있다고 한다.
위가 안 좋으면 위에 해당하는 귀의 어느 부분이 그렇게 아프고, 발목이 안 좋으면 발목에 해당하는 귀의 부분을 누르면 그렇게 아프다.
내가 경험해 봐서 나도 안다.
여러분들도 스스로 귀를 골고루 만져 보라.
건강한 사람은 귀를 만져도 안 아플 것이고, 어딘가가 안 좋은 사람은 그 안 좋은 부분에 해당하는 귀의 부분이 아플 것이다.
그 귀안에 우리 몸의 맥이 다 있다고 한다.
또, 한의사들이 맥을 짚어보고, 눈빛이나 피부 색이나 손톱 색도 본다.
사람들 중에는 시설들이 잘 갖춰진 병원이 낫다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요즘은 한방 병원에도 병원 못지않은 좋은 의료 기자재들을 갖추고 있는 경우도 참 많다.
한의사가 어디 아프냐고 먼저 문진을 하고는 요즘의 최신 의료 기자재들로 확인을 해서, 환자들에게 믿음을 준다니, 나는 믿음이 가기도 한다.
또, 한약은 다른 사람이 그 약을 먹고 나았다고, 그 약이 같은 병을 앓는 내게도 그 약이 맞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생년월일에 따라 체질이 달라서, 사람마다 체질에 따라 다르게 지어야 하기 때문이란다.
또, 사상체질을 따져서 짓는 경우도 있고.
체질은 사람마다 다르고, 참 중요하단다.
체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리 민족의 좋은 예가 있다.
우리 조상들은 자녀들 결혼을 시킬 때, 반드시 음력 생년월일을 따져서 궁합을 봤다.
궁합이 다르면, 결혼을 시키지 않았다.
그런데, 사주팔자를 보는 사람만 궁합을 중요하게 따지는 게 아니라, 한의사들도 궁합이 중요하다고 말을 한다.
한의사들의 말을 들어보면, 생년월일에 의해 나오는 체질에 따라 우리 생활에 신경을 써야 하는 경우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우리 건강은 식생활에 의해 좌우된다고 한다.
생년월일에 따라 체질이 다르고, 그 체질에 따라 맞는 음식이 있단다.
음식은 좋아하고 싫어하는 수준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건강과도 아주 놀라운 관련이 있단다.
육류 체질인 사람에게 체소류를 자꾸 먹인다거나, 체식이 체질인 사람에게, 육류를 자꾸 먹이면 이상하게 속이 안 편한 사람도 있다고 한다.
보통 아내들은 자기는 체소류를 좋아하는데, 신랑이 육류를 좋아하다보니, 따로 하기가 그래서 그냥 육류를 먹는다.
물론 반대인 경우도 있다.
육류를 좋아하는데, 신랑이나 가족들이 체식을 돟아한다면, 체식이 안 맞으면서도 먹는 경우가 있다.
한방에서는, 자기 체질과 안 맞는 음식을 계속 먹으면, 한꺼번에 병이 오는 것은 아니지만, 서서히 병이 온다고 한다.
예민한 사람은 금방 나타나는 사람도 있단다.
안 맞는 음식을 먹고 나면 배가 아프다거나 두드레기가 나기도 하고, 몸에 어떤 이상이 와서 병원에 가는 경우도 있단다.
이런 걸 보면 언제부턴가, 서양 문물에 익숙해져 버렸고, 서양 의술을 너무 맹종하다 보니, 우리 의술 한의를 너무 무시하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유전 인자라는 것도 있단다.
윗대에 암을 앓아서 죽은 사람이 있거나, 치매를 앓았던 사람, 폐병으로 돌아가시거나 기관지 천식이 있었으면 그 자녀도 윗대의 병을 물려받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서양 의학에서는 그렇게 유전된다는 사실을 근세에 와서야 알고는, 요즘은 병원에 가면 꼼꼼한 의사들은 윗대에 누가 이런 병을 앓았던 분이 있느냐를 묻기도 한단다.
그런데, 우리 조상들은 옛날부터 그런 걸 엄청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혼인을 할 때, 서로 사줏단자를 주고받는 이유가, 생년월일을 뽑아보면 그 사람의 체질이 나오기 때문이란다.
생년월일을 받아서 서로 궁합이 맞는 사람, 즉 체질이 비슷한 사람끼리는 같은 음식을 먹어도 괜찮고, 성격도 비슷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단다.
이런 걸 보면, 궁합을 보는 우리 전통혼례가, 정말 과학적인 결혼 방법이다 싶기도 하고, 우리조상들의 지혜가 생각할 수록 대단하다 싶기도 하다.
서양 문화를 동경하고, 서양 문화를 따라하는 젊은이들도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나서 서로의 마음을 주고 받는 자유로운 연애?
좋지!
그런데, 결혼을 할 사이라면, 성격은 비슷한지, 좋아하는 음식이나 취향은 비슷한지 정도는 좀 따져 보고 만났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음력 생년월일로 궁합을 따져보면 더 좋겠고.
사실 만나다 보면 그게 어렵기는 하다.
만나다 보면 벌써 정이 깊어지고, 정이 깊어지다면 헤어지기가 힘이 들고, 그래서 결혼을 하고...
음력 생년월일로 맞춰보는 남녀 궁합은, 판위에다가 쌀 던지고, 휘파람 불면서 부체를 촥 펴서 길흉을 점치는 점괘하고는 다르다 카더라꼬.
혹시 보거나 들어 봤는지는 모르겠다마는, 자기 입맛에 맛는 음식을 해서 밥상에 올리거나, 지 하고싶은 말 못 참고 다 하거나, 욕을 못 참고 해버리는 기갈 센 여자들 있더라 아이가 와?
그런 여자들을 가만히 보면 집안이 시끄럽거나 심하면 과부로 사는 사람들이 많더라꼬.
또, 남자들이 지 몸에 안 맞는 음식 때문에 병을 얻고, 기갈 세게 함부로 내뱉는 여자의 입 때문에도 병을 얻고, 아니면 집안이 풍비박산 나는 경우도 있고....
신랑 성질이 괄괄하고, 자기 입맛에 안 맛는 반찬 올라온다고 소리 지르는 집의 아내는 병으로 꼬랑 꼬랑 하거나, 무단히 무슨 병이 걸려서 빨리 죽는 경우도 있고.
그래서, 우리 집은 각자가 자기 먹고 싶은 음식을 해먹는 편이다.
어이, 우리 문화 무시하지 마래이.
나는 우리 문화가 얕은 서양 문화의 잣대나 서양 사람들의 과학적 잣대로만 판단할 수 있는 수준보다는 훨씬, 아주 훨씬 높은 수준이지 싶더라꼬.
2024년 1월 31일 낮 12시 37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