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다섯 번째로 발생한 AI는 전북 고창에서 시작하여 부안, 부여, 나주, 천안, 진천, 영암, 화성, 밀양 등 13개 농가가 확진 판정(2/3 기준)을 받았으며 현재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AI의 확산에 따른 철새 범인론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2014년 1월 17일 전북 고창 종오리농가에서 AI가 첫 발생한 뒤 농가에서 10㎞여 떨어진 동림저수지에서 가창오리 100여마리의 폐사체가 발견되었다. 이후 1월 20일,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림식품부)는 AI의 원인이 야생철새인 가창오리에게 유입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고 환경부는 AI 적극대응을 위한 철새도래지 예찰 강화와 함께 철새 먹이주기 행사 중단을 지시하였다.
졸지에 변명할 새 없이 철새를 유죄로 몰아가는 분위기와 그렇게 인식되기 충분한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농림식품부가 AI 발병 원인을 철새로 지목한 가운데 1월 24일 EAAFP(동아시아 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가 인용한 국제식량기구보고서에 따르면 철새는 오히려 피해자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철새에게 저병원성 AI가 자연적으로 발생하지만 사람에게 발생하는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정도이다. 주로 고병원성 AI(HPAI)는 좁은 공간에서 밀집되어 자라는 비자연친화적 환경의 가금류에게 많이 나타나며 야생조류인 철새에게 고병원성 AI(HPAI)가 발병된 사례가 보고된 바가 없다는 것이다.
반면 HPAI는 가금류 농장에서 철새가 이용하는 저수지 등의 외부 환경으로 전염되었을 확률이 높다고 한다. 철새가 원인이라면 가창오리가 우리나라에 도래한 2013년 10월을 기준으로 늦어도 11월 중순정도에는 폐사체가 발견되었어야 한다. AI 발병 원인에 관련한 논란은 최초 발생지와 철새도래지에 대한 다각적 차원의 역학조사가 명확하게 이뤄지지 않는 한 계속 도마 위에 오르내릴 것이다.
AI발생 예방위한 방역작업 작업ⓒ민중의소리
허술한 방역시스템, 성급한 언론보도
2월 4일 집계를 보면 19일간 닭과 오리 등 가금류는 약280만마리가 살처분이 진행되었다. AI가 발생한 과거 2010~2011년 640만마리, 2006~2007년 280만마리에 비춰봤을 때 비슷한 수준이라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살처분되는 추세를 보면 2006~2007년 104일간의 280만마리와 비교하여서 적지 않은 수가 살처분되고 있고 앞으로 살처분 될 예정이다. 이렇게 많은 수의 가금류가 살처분되는 것 중 하나는 예방차원으로 발병농가 반경 500m에서 3㎞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발병되지 않은 대부분의 가금류가 발병농가와 인접하다는 이유로 매장당하고 있는 것이다. 2010년, 이와 비슷하게 구제역이 발생하여 소와 돼지 660여만마리를 살처분한 사례가 있다.
그렇다면 방역시스템은 제대로 작동되는 지도 궁금점이 생긴다.
지난 1월 20일 환경연합은 자체로 현장조사를 실시하였다. 철새도래지 및 발병농가 인근은 오염 확산 우려로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서해안고속도로 IC (고창, 줄포)와 23번 국도를 따라가며 서천 금강하구둑까지 방역 체계를 살펴보았다.
그 결과 허점이 발견되었다. 기본적으로 타지역에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들어오고 나가는 차량에 대한 전방위적 소독이 필요하다. 적어도 나가는 차량에 대하여 필수적 차량소독이 필요하지만 당시 고창IC에서는 반대로 들어오는 차량에서 선택적 방역이 시행되고 있었다. 방역에 사용되는 소독제는 차량의 경우 강한 산성제로 소독한다. 하지만 신발이나 발판에 사용하는 소독제 성분 내 발암물질로 알려진 고독성 글루타알데하이드와 폼알데하이드도 포함되어 있다. 사용설명서에 준하여 사용하더라도 인체에 유해한 것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더불어 1월 27일부터 실시된 항공방재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뿌려지는 소독제 성분도 무엇인지 무슨 제품인지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이번 발생한 AI는 이전과 다른 H5N8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바이러스 형체로 인근 중국과 동남아에서 보고되는 H7N9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 사례와 다르다. 대한의학회에 따르면 H5N8형은 전 세계적으로 인체 감염 사례가 보고된 바 없는 바이러스 아형으로 아직 인체에 피해를 준 사례가 없다. 하지만 농림식품부의 상황 발표 및 그간 진행되는 내용의 언론들은 확진판명이 나지 않은 가운데 다수의 농가에서 추가 발생한 것처럼 보도하였다.
비과학적 내용으로 인한 국민들의 공포감과 불안감을 조장하기 충분했다. 확진이 아닌 가능성의 경우도 혼돈되지 않도록 정부 내부와 외부보도시스템을 정비하고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주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AI 확산 방지를 위해 철새 먹이주기를 재개하자는 기자회견ⓒ김철수 기자
농축산업 시스템의 개선과 생명존중 인식 통해 근본 해법 찾아야
우리나라는 전세계적으로 보호해야 할 생물종을 포함한 철새의 중간 기착지이고 월동지로 중요성이 인식되고 있다. 철새에 대하여 주요한 정책으로 기존 철새모니터링과 함께 볏짚 존치, 먹이주기 등 생물다양성 사업이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AI 사태가 발생하며 2009년을 정점으로 생물다양성 사업 예산이 줄면서 철새들이 안정적으로 먹이를 공급받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환경부의 철새 먹이 나누기 행사 중단 조치는 일반 시민과 함께 하는 대규모 행사를 자제하는 것이기에 지자체와 환경단체가 방역시스템을 갖춰 먹이를 주어야 한다.
환경연합은 굶주린 철새들이 먹이를 찾아 인근 농가나 사람들의 거주지까지 진출하는 상황이 목격되고 있는 것을 파악했다. 이에 감염지역의 철새들이 전국으로 분산되어 이동하는 것은 막는 예방적 차원으로 철새 먹이 나누기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전국 7개 지역조직과 함께 철새 먹이 나누기 활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환경부가 1월 29일 철새 먹이주기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철새에 대한 아사를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그러나 철새 보호와 가금류 보호관리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정부의 농축산 시스템 개선을 통해 가능할 것이다.
현행 가축사육시설 단위면적당 적정 사육기준에 의하면 오리는 0.246~0.333㎡당 1마리, 닭은 0.042㎡당 1마리를 사육할 수 있다. 닭은 A4 용지 한 장정도의 크기에서 살게 되는 것이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축산 농가의 대부분이 이런 기준에 따라 사육하고 있는 상황을 지적한다. 자연친화적 사육방식이 아닌 공장식 축산업은 항생제와 성장호르몬 사용 및 밀집된 사육공간으로 비위생적 축사관리가 문제되고 있다.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되는 가금류는 당연히 바이러스 노출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국민들에게 질 좋은 닭과 오리를 제공하려는 축산 농가의 의도와도 맞지 않는다. AI가 발생하면 무조건 살처분하는 정부의 정책에 오히려 축산 농가들은 냉가슴을 앓을 뿐이다. 몇 차례의 AI 발생 사태를 빌어 향후 AI가 재발될 경우 정부는 예방차원을 이유로 대량 살처분할 것으로 대응하리라 짐작된다.
하지만 진행되는 살처분은 지침에 따라 이행되는 경우가 적어 비윤리적 매장이 자행되며 계속 무자비한 생명을 희생하는 것은 근본적 대응책이라 볼 수 없다.
볏짚단을 가축사료로 쓰기 위해 비닐포장하는 곤포사일리지처럼 농업의 현대화로 기계가 발전하며 논밭의 낙곡률은 현저히 감소했다. 철새들이 자연적으로 먹이를 구하기 어려운 조건이 된 것이다. 낙곡률을 농민들과 협의하여 조금이라도 증가시킨다면 철새들과 인간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
철새 도래지 반경 일정 범위 내에 신규 축산농가 인허가를 재고하거나 기존 농가에 대한 이전 조치를 취한다면 향후 철새가 오해받을 상황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생물다양성 사업도 확대하여 조금씩 철새들에 대한 체계적인 보호정책이 마련되고 국민들도 철새와 가금류에 대해 귀중한 생명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길 바란다. 이는 철새와 가금류 뿐만 아니라 생태계 순환에 포함되는 인간에게도 이로운 결과를 가져오는 진정한 공존의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