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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회 작은책 생활글 공모전 수상작]
40대 중반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중입니다만 - 이은주-
40대 중반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중입니다만..(이은주)
4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하던 일을 다시 시작하는 것도,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도 두려운 일이 되었다. 어떤 일을 하며 살아야 할까 고민하고 근심에 빠져 있던 중에 동생에게 연락이 왔다. 결혼 후 가정주부로만 살아온 동생이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동생은 결혼 전에 아르바이트만 잠시 했을 뿐 직장생활을 해 보지 않아서 어떤 일이든지 하려는 엄두도 내지 않았다. 몸도 약해서 집안일을 많이 하면 몸살이 나기도 했다. 직장 생활을 할 큰 능력도 없고 기술도 없는 동생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마음을 먹고 찾아보았다. 동생 핑계를 대고 있었지만 어쩌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았을 지도 모른다. 기술 없이 할 수 있겠다 싶은 일자리를 찾고 검색을 하며 알아보던 차에 숙박업소에서 단기로 청소하는 일이 눈에 띄어서 지원서를 냈더니 오라는 문자를 받았다.
내가 맡은 일은 모텔 야간 청소인데 업무시간은 저녁 6시부터 다음날 1시까지였다. 손님이 나간 침대와 이불을 정리하고 냉장고에 음료 채우기, 세안 물품 챙기기, 화장실청소, 룸 바닥청소였다. 한참 바쁜 여름 성수기 동안 4~5일 정도만 하는 거라 긴 시간에 매이지 않고 일도 그렇게 힘들 것 같지 않았다. 첫날 저녁은 전임자가 청소와 정리하는 방법을 알려줬고 이후 혼자서 하는 동안에는 바쁠 때 실장님이 조금씩 도와주기도 했다. 이불과 침대커버를 벗겨내고 다시 씌우는 일을 혼자서 하려니 더디고 움직이는 동안 땀이 비 맞은 것처럼 흘러서 옷이 흠뻑 젖었다. 일을 하면서 몸은 힘들었지만 새로운 일을 하는 게 즐겁고 재밌었다. 5일만 하려고 했는데 열심히 하다 보니 실장님이 다른 숙박업소로 나를 소개해 주셨고,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하는 일이라 딱 내가 원하는 만큼 일하고 쉴 수 있어서 좋았다.
숙박업소 청소일을 계기로 자신감이 생겨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었다. 여러 일자리에 지원서를 냈는데 회사 청소하는 일로 연락이 왔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라 두려운 마음이 들었지만 살짝 기대도 됐다. 가보니 회사에서는 벽이나 바닥에 기름을 닦거나 긁어내고 먼지를 제거하는 업무를 하게 됐다. 함께 채용된 4명중에 두 명씩 다른 장소로 배치됐다. 하필 우리가 간 곳이 찜질방 같은 곳이었다. 바람 한 점 들어오지 않아 답답하고 숨이 막혔다. 뜨거운 물이나 사우나에 잠시도 못 있는 편인데 좁은 곳에 들어가서 천장 벽을 보루로 닦는데 여기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정신없이 밖으로 나갔고 벽에 몸이 부딪혀 아픈 줄도 몰랐다. 물을 한잔 마시고 다시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찜통 같은 그 안으로 들어갈 자신이 없었다.
그만 둔다는 얘기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들어갔는데 같이 일하시는 분들을 보니 내가 빠지면 그분들의 일이 늘어날 테니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나중에 얘기를 들으니 그 분들도 너무 더워서 속이 안 좋고 힘들었지만 참았다고 했다. 점심을 먹으며 같이 일하러 왔던 언니에게 너무 덥고 답답해서 오후까지는 못하겠다고 나는 먼저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언니가 “나도 답답하고 힘든데 처음 하는 일이라 그럴 수도 있으니 우리 조금만 참고 해보자”라는 말을 했다. 같이 와서 혼자 가는 것도 미안했고, 찬바람을 좀 쐬니 한결 마음이 나아졌다. ‘그래 좀 더 참고 해보자’는 마음을 먹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몸이 적응을 하는지 조금씩 나아졌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오전보다 바람이 통하는 곳으로 옮겨서 청소를 하니 답답하지 않고 일할 만 했다. 퇴근하면서 들을 얘긴데 내가 일한 곳은 너무 더워서 새로 온 사람이 일을 하고 나면 다시 오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나와 언니는 더위를 참고 버텨서 하루 일을 무사히 끝냈다. 마칠 때쯤 아침에 다른 곳에 배치된 두 사람에게 그쪽 일은 어땠는지 물어보니 다음에도 또 일을 하러 올 거라며 괜찮았다고 했다. 저 사람들이 우리가 했던 곳에 갔다면 저런 말이 나오진 않을 텐데라는 마음이 올라왔다. 그분들도 우리에게 다시 일하러 올 거냐고 물었는데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일을 마치고 얼마 뒤 그곳 담당자에게서 문자가 왔다.
“힘든 그 곳에는 보내지 않을 테니 다시 일을 하러 오세요”.
지난번보다 나은 곳에 간다니 다시 한 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갔는데 그때 연락했던 담당자가 전화를 두고 갔다며 연락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더워 죽을 뻔 했던 그곳으로 가게 됐다. 오늘도 여기서 일을 해야 하나 생각하며 걱정이 태산이었는데 다행인지 기계들을 미리 꺼놔서 저번보다 덥지 않아서 괜찮았다. 나중에는 담당자분이 나를 못 찾았다고 하면서 미안하다는 문자를 받았다. 그리고 오늘 같이 일했던 분들도 내가 열심히 하는 걸 보고 다음에 같이 일을 하자고 했다.
단기 청소일이 끝 난 후 다른 일자리를 찾던 중 과일가게 구인광고를 봤다. 명절 전이라 손님들이 많이 왔다. 아침 7시부터 저녁 6시까지 과일을 팔고 정리하고 진열했다. 4일만 하기로 했는데 첫날부터 하루 종일 서서 일하다보니 허리가 아프고 다리도 쑤셨다. 지난번 회사청소 일할 때와는 또 다른 고통이 몰려왔다. 덥지만 않으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종일 서있으려니 떼려치우고 싶었다. 손님이 쉴 새 없이 밀려들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가격을 얘기 하고 과일 고르는 걸 돕고 계산까지 해야 되는데 한꺼번에 많은 양을 구입하는 경우엔 실수를 할까봐 긴장을 하니 식은땀을 흘려 온 몸이 땀 냄새로 진동했다. 하루 종일 계산을 하면서 안 쓰던 머리를 쓰려니 암산이 늦고 계산기 사용이 서툴렀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다. 밥 먹고 화장실 갈 때 빼고는 계속 서 있다 보니 생각보다 힘들었고
‘미쳤지 왜 4일이나 한다고 했지’하고 후회했다. 3일째 되는 날은 어느 정도 적응했다 생각했는데 오후가 되니 정신이 흐려져서 힘들었지만 겨우 버텼다. 사장님께서 다음 설날에 올 수 있냐고 물으셨는데 아무 대답을 못했다. 다시는 오지 말아야지라는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마지막 날에는 힘들었지만 계산연습을 해서 다시 와볼까라는 생각 들기도 했다.
40대 중반에 숙박업소객실청소, 공장기계 청소, 과일판매 등 처음해보는 일에 도전했다. 열심히 일을 하니 나의 노력을 인정받게 됐고, 다른 일로 연결이 됐다. 이렇게 일을 하면서 나이가 많은데 오라는 데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 벗어나 일을 하면서 자존감이 많이 올라갔다. 나이와 상관없이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다보면 나를 찾는 곳이 더 많아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일단 어떤 일이든 용기를 내서 도전하다보면 나와 잘 맞는 일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지금도 꾸준히 다양한 일에 지원서를 내고 떨어지기를 반복하고 있지만 지원한곳에 떨어진다고 해서 두려워하지 않는다.
‘퇴짜 맞으면 어떠하리’ 하며 긍정의 마음을 가지고 살아간다.
나처럼 나이가 많다고 주저하지 않고 일자리를 찾는 많은 사람들을 응원하고 우리 모두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다.
<수상소감>
작은책 공모전에 당선된다는 생각을 하지않고 설마 내가 뽑힐까 하고 있다가 장려상이라는 전화를 받으니 반가운 마음에 웃음이 났습니다.
때마침 다양한 일을 하게 되었고, 그 일들이 글의 소재가 됐습니다. 지금도 저는 다른 일을 하며 노동속에 힘들지만 즐겁게 진심을 다해 일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바쁜 아내 엄마로 챙겨주지 못해도 밥 잘 챙겨 먹고 다니는 나의 배우자 차이나씨와 아이들에게 고맙고 사랑합니다. 옆에서 도움 준 미정, 미아와 긍정의 응원을 해준 은연이 고마워 너희 덕분이야!!!!
저의 글을 선정해 주신 작은책 심사위원분들께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