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감성 프렌치 시네마
가을 감성을 자극하는 2023년 첫 프렌치 시네마는 바로 <어느 멋진 아침>(감독 미아 한센-러브)이다.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선보였고, 최우수유럽영화상을 수상한 이 영화는 끝없이 이어지는 삶에 관한 진지한 질문을 주인공들의 무겁지 않은 일상으로 드러낸다.
산드라(레아 세이두)는 5년 전 남편을 잃고, 홀로 여덟 살 딸 린(카밀 르방 마르탱)을 키우는 싱글맘이자 직장인이다. 혼자 일하며 육아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운데, 그녀는 퇴행성 인지장애를 앓는 아버지(파스칼 그레고리)마저 돌봐야 한다. 일·육아·간병이라는 쳇바퀴 일상을 보내던 산드라에게 어느 날 문득 사랑이 찾아온다. 죽은 남편의 오랜 친구였던 클레망(멜빌 푸포)이 마음속으로 들어온 것.
이쯤 되면 불운으로 가득했던 주인공이 새로운 사랑으로 행복해진다는 뻔한 스토리를 예상할 법도 하지만, 프랑스 영화에서 그런 할리우드 스타일의 스토리텔링을 기대해서는 안 될 이야기다. 클레망은 유부남이다. 산드라와의 만남을 즐기면서도 혹시나 부인에게 들킬까 전전긍긍하는 캐릭터.
게다가 부친의 병세는 점점 심각해지고, 산드라의 벌이로는 좋은 요양원은 엄두도 못 내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겹친다. 일과 가족, 사랑 사이에서 삶은 계속되고 때로는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 한다. 하지만 아침은 여느 때와 같이 찬란하게 찾아온다. 그것이 감독이 말하는 <어느 멋진 아침>이 아닐까.
이 영화는 미아 한센-러브 감독의 자전적 경험이 담겨 있어 관객에게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봉쇄되었을 때, 10여 년 벤슨증후군을 앓던 감독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한창 <어느 멋진 아침> 시나리오를 쓰던 그는, 더 이상 부친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긴박감을 느꼈고, 글을 쓰는 것이 그의 존재에 대한 흔적을 남기는 일이라 여겼다. 이는 극중 산드라의 대사 “아버지의 몸뚱이는 요양원에 있지만, 영혼은 그의 서재에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의 책을 보는 것이 더욱 아버지를 만나는 일인 것 같다”라는 대사로 표현되었다.
미아 한센-러브 감독은 <어느 멋진 아침>으로 가족, 특히 부모에 대한 두 편의 영화를 완성했다. 전작 <다가오는 것들>(2016)에서 어머니의 이야기를 했다면, 이번 <어느 멋진 아침>에서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함으로써 결국 자신의 영화 모두가 가족과 관련되어 있다고 고백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산드라 역을 맡은 명실상부한 현재 프랑스 최고의 여배우 레아 세이두의 새로운 얼굴과 연기 변신을 확인할 수 있다. 9월 6일 개봉.
알프스 대자연, 가장 높은 곳에서 피어난 두 소년의 우정!
<여덟 개의 산>(감독 펠릭스 반 그뢰닝엔, 샤를로트 반더미르히)은 프랑스 3대 문학상인 ‘메디치상’ 수상에 빛나는 이탈리아 작가 파올로 코녜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이탈리아 알프스 ‘아오소타’에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두 친구 ‘피에트로’와 ‘브루노’의 눈부신 우정과 재회를 담은 드라마이다. 연출·각본·연기의 뛰어난 3박자에 힘입어 <여덟 개의 산>은 제75회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도시 아이 피에트로는 여름을 맞이해 알프스를 방문하고 그곳에서 산에 남은 유일한 아이 브루노를 만난다. 초록빛이 우거진 풀밭과 눈부신 호수 등 알프스 곳곳의 자연을 함께 누비는 그들의 모습은 유년 시절의 아름다운 우정 그대로를 보여준다. 피에트로의 아버지 ‘지오바니’와 함께 설산을 등반하는 어린 피에트로와 브루노의 모습은 황홀한 대자연의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하지만 아버지의 죽음 이후 둘은 헤어진다.
어른이 되어 알프스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과 새로운 주변인들의 등장은 그들의 상황이 어린 시절과 같지 않음을 암시한다. 하지만 다시 만난 두 친구 뒤로 펼쳐진 광활한 산과 푸른 하늘의 모습은 그들이 어쩌다 산 위에 집을 짓게 되었는지, 또 ‘내가 뿌리내릴 곳은 우정이었다’라는 대사에서 소년에서 청년이 되기까지 산 위에서 단 하나의 우정을 나눈 두 사람의 이야기가 아름다운 산들의 풍광 속에서 가슴 먹먹하게 다가온다.
<마틴 에덴>으로 제7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루카 마리넬리, <내 피부 위로>로 제75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파시네티상 최고 연기상을 수상한 알렉산드로 보르기 등 세계 영화제가 사랑한 연기파 배우들이 두 친구를 맡아 감동을 선사한다.
여기에 스웨덴의 실력파 싱어송라이터 다니엘 노르그렌이 음악으로 참여해 자칫 영상미로 그칠 뻔했던 영화에 노스탤지어가 가득한 사운드를 입혔다. 실제 산속의 집과 스튜디오를 오가며 음악활동을 하는 다니엘의 음악에 대해 감독은 “순수하고 마음을 울린다”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 출처 : 한국교육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