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콩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국사 맞수 열전』
고조선부터 현대까지 용호쟁투 스페셜 인물 한국사
장용준 글 ․ 최경진 그림 / 2014년 1월 2일 발행 / 15,000원 / 308쪽 / ISBN 978-89-6319-095-2 03900
신의 한 수와도 같은 명장면을 탄생시킨
한국사 맞수들의 이야기
유리·온조 형제는 왜 각각 고구려 왕, 백제 왕이 됐을까?
지란지교 정몽주·정도전은 어쩌다 서로에게 칼끝을 겨누는 사이가 됐을까?
장희빈·인현왕후가 비극의 라이벌이 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김옥균은 왜 개화파 동지 민영익을 살생부리스트 맨 꼭대기에 올렸을까?
고대부터 현대까지 정치·사상·문화·예술·종교 등 우리 역사 대표 인물 74명·37쌍이 펼치는 사랑, 우정, 배신, 화해의 드라마를 통해
한국사의 흐름과 재미를 일깨우는 청소년 역사 교양서.
■ 출판사 서평
그때 그 시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2013년 하반기를 강타한 가장 뜨거운 키워드 하나는 ‘역사 교과서’였습니다.
어떻게 역사를 재밌게 배울 것인가보다도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된 지금, 우리 청소년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도대체 그때 그 시절 어떤 일이 벌어졌길래 똑같은 사건이 이렇게도 해석되고 저렇게도 해석되는 걸까요?
『한국사 맞수 열전』은 바로 이러한 호기심에 답하고자, 먼저 역사인물들의 대립 구도 그 자체를 들여다보기를 제안합니다.
맞수를 통해 보는 입체적이고 구체적인 역사
역사에는 언제나 결정적 타이밍을 함께 살다 간 맞수들이 있습니다. 때로는 대립하고 때로는 화해하며 그들이 맞대결을 펼친 그때 그 현장에서 역사가 바뀐 셈이지요.
단적으로 김구와 이승만은 해방 후 ‘남한만의 단독 정부 수립이냐 남북한 단일 정부 수립이냐’라는 문제를 중심에 두고 대립합니다. 해방을 맞기 전까지는 한 길을 걸은 동지였지만 이 문제를 두고 각기 다른 답을 내린 그때, 두 사람의 삶이 달라졌고 역사도 갈림길에 선 것이지요.
이처럼 맞수들의 이야기로 역사를 읽을 때 가장 좋은 것은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을 만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책은 서로 다른 입장을 지닌 인물들이 자기만의 신념을 내보일 자리를 마련해 독자가 양측의 입장을 살피면서 보다 균형 잡힌 시선으로 역사를 바라보게 합니다.
한편 입장 차 분명한 인물들의 갈등이 이야기 축이다 보니 ‘발단-전개-절정-위기-결말’이라는 이야기 흐름이 자연스럽게 펼쳐집니다. 당연히 역사 지식은 보다 쉽고 입체적인 형상을 띠고 다가옵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 보는 역사
2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현직 역사교사로 지내면서 『묻고 답하는 한국사 카페』등 굵직굵직한 역사 교양 스테디셀러를 펴낸 저자 장용준은 서문 ‘이 책의 사용 설명서’에서 당부합니다.
단순히 읽는 데서 끝나지 말고 매 라이벌을 볼 때마다, ‘나라면 그 상황에서 어떻게 살았을까?’를 고민해 보십시오. 역사책 읽기는 자기 관점에서 역사를 이해하고 분석하여 새롭게 해석할 때 진정한 묘미가 있습니다. _5쪽
한국사가 입시를 위한 단기 지식에 머물지 않고 정쟁에 휘둘리는 이념적 지식에 머물지 않으려면, 그 대신 지혜로운 삶을 위한 기름진 지식이 되려면, 그 무엇보다 학생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상상하는 역사 공부를 멈추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자기 눈으로 역사 보기’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저자의 바람은 이 책의 미덕 중 하나입니다.
앙꼬 최경진의 재기 넘치는 삽화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앙꼬의 만화 일기』, 『나쁜 친구』, 『삼십살』의 만화가 최경진은 이 책에서 각 인물의 개성과 시대적 고민을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역사인물들은 시트콤 주인공처럼 리얼하고 친근하게 또 익살스럽게 등장합니다. 각 장의 도입부에 삽입된 74개 캐리커처 외에도 본문에 녹아 든 37개의 일러스트는 만화가만의 재기 넘치는 상상력으로 맞수들의 속마음을 유쾌하고 발랄하게 재현해 책 읽는 맛을 한결 북돋습니다.
『한국사 맞수열전』을 조금 더 재미있게 읽는 몇 가지 팁
■ 이 책은 현대사부터 고대사로, 즉 시대 역순으로 배열되어 있습니다. 서문 ‘이 책의 사용 설명서’에 따라 책 읽는 순서를 달리하면 자신의 역사 지식수준에 맞춤한 책 읽기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 각 장 도입부 그래프 ‘파워지수’를 보고 인물 각각의 특징을 살펴보면 역사인물들이 보다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 책날개 안쪽에 숨어 있는 연표를 펼쳐 본문과 함께 읽어 봅니다.
■ 저자 소개
지은이 장용준
나비가 훨훨 날아다니는 남도 땅 시골 고등학교에서 역사 교사 겸 교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본명보다도 20여 년 전 제자들이 붙여 준 별명 ‘장콩’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아이를 워낙 좋아하고 가르치는 일을 재미있어 하기에 자신을 천생 선생으로 여기며 오늘도 즐겁게 교단에 서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역사를 쉽게 가르칠까라는 고민 속에 삶을 살아가면서 그 고민의 결과물로 다양한 청소년 역사 교양서를 펴냈습니다. 지은 책으로 『우리 역사 이야기』(전3권), 『박물관 속에 숨어 있는 우리 문화 이야기』(전2권), 『묻고 답하는 한국사카페』(전2권), 『묻고 답하는 한국사 인물 카페』, 『묻고 답하는 세계문화유산 이야기』, 『우리나라 세계기록유산』이 있습니다.
그린이 최경진
만화가로 활동하며 어린이 책에 그림도 그리고 있습니다. 어린이 교양서 『스토리텔링 초등 미술 교과서』, 『아롱이 다롱이』등에 일러스트를 그렸고, 만화책 『삼십살』, 『열아홉』, 『나쁜 친구』, 『앙꼬의 그림일기』(전2권), 『내가 살던 용산』(공저)을 펴냈습니다.
■ 차례
이 책의 사용 설명서 ·4
김영삼 vs 김대중 민주화운동의 양대 거목 ·9
박정희 vs 장준하 경제 성장이냐 민주주의 발전이냐 ·19
윤보선 vs 장면 제2공화국이 단명한 이유 ·29
김구 vs 이승만 어떤 국가를 세울 것인가 ·37
손병희 vs 이용구 애국의 길 매국의 길 ·49
전봉준 vs 김개남 동학농민운동의 양대 지도자 ·57
최익현 vs 유길준 척사의 길 개화의 길 ·67
흥선대원군 vs 명성황후 조선 왕실을 굳건히 할 수만 있다면 ·75
김옥균 vs 민영익 급진 개화냐 온건 개화냐 ·83
김홍도 vs 신윤복 조선 풍속화의 두 거장 ·91
정조 vs 심환지 왕과 신화의 기묘한 정국 운영법 ·99
영조 vs 사도세자 조선판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107
인현왕후 vs 장희빈 한 남자를 사랑한 두 여인의 비극 ·115
송시열 vs 허목 서인과 남인의 대변인 ·123
최명길 vs 김상헌 당신은 찢으시오 나는 주우리오 ·131
허균 vs 이이첨 시대의 이단아들 ·139
광해군 vs 인목대비 명군주일까 패륜아일까 ·147
이순신 vs 원균 영웅의 길 반역자의 길 ·157
황윤길 vs 김성일 일본의 전쟁 준비에 대한 서로 다른 시각 ·167
이황 vs 조식 조선 성리학의 큰 별들 ·175
조광조 vs 중종 신하의 나라 왕의 나라 ·181
김종서 vs 세조 왕권 수호를 위한 변명 ·187
세종 vs 최만리 한글 창제를 둘러싼 왕과 신하의 갈등 ·193
정몽주 vs 정도전 고려 개혁이냐 조선 개창이냐 ·199
최영 vs 이성계 나라를 위한 충성의 끝은? ·209
이의민 vs 최충헌 무신 정권을 세운 사람들 ·217
묘청 vs 김부식 서경이냐 개경이냐 ·225
인종 vs 이자겸 외손자와 할아버지의 권력 다툼 ·233
궁예 vs 왕건 새로운 나라를 개창하자 ·241
원효 vs 의상 신라를 불국토로 만든 사람들 ·249
김유신 vs 계백 신라와 백제의 마지막 결전 ·255
무열왕 vs 의자왕 신라와 백제, 최후의 승자는? ·261
장수왕 vs 개로왕 고구려 남진 정책의 결과는? ·267
석탈해 vs 호공 이주민 탈해가 임금이 될 수 있었던 이유 ·275
유리 vs 온조 형은 고구려 왕 아우는 백제 왕 ·281
주몽 vs 대소 주몽의 고구려 건국기 ·287
준왕 vs 위만 단군조선 위만조선 ·297
찾아보기 ·304
참고문헌 ·308
■ 그림으로 보는 맞수열전
■ 책 속으로
두 인물이 한국 정치사에 남긴 큰 흔적들을 마주하면, 두고두고 ‘만약에’라는 단어를 가져다 붙여 두 사람의 행적을 다시 복기해 보고 싶어요. 둘이 서로 화합해서 다정하게 정계를 이끌어 갔다면, 우리 정치와 사회는 더 발전하지 않았을까요? _17쪽
경제 발전과 민주주의. 여러분은 두 가치 중 어떤 것이 더 소중하다고 판단하세요? 인간다운 삶을 꾸리는 데 더 중요한 것은 빵일까요? 아니면 인간의 권리일까요? 이 문제를 골똘히 생각해 보며 동시대를 살다 간 박정희와 장준하를 다시 한 번 평가해 보세요. _27쪽
아니라 다를까, 왕비가 된 옥정의 권세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어요. 인현왕후가 퇴출된 지 6년이 지나 숙종이 다시 깜짝 쇼를 연출했어요. 남인이 새 왕비를 등에 업고 조정을 좌지우지하자, 주도권 세력을 서인으로 교체하기 시작했어요. _120쪽
청음은 지천이 쓰고 있던 편지를 빼앗아 읽더니, 몸을 부들부들 떨며 편지를 갈기갈기 찢어 버렸어요. 청음의 행동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지천은 찢어진 종잇조각이 바람에 날리자 그것을 주우며 한마디 했어요.
“대감은 찢으시오, 줍는 일은 내가 하오리다.” _134쪽
광해의 얼굴은 치욕과 모멸감으로 얼룩졌지만, 인목대비는 그를 계속 다그쳤어요. 광해가 한 죄목을 읽을 때마다 ‘그다음’, ‘또’를 외쳐 가며 계속 외치기를 강요했어요. 광해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죄목을 끝까지 다 읊고 나자 그때서야 인목대비는 쓰러질 듯 앉아 울다가 시녀들의 부축을 받아 안으로 들어갔어요. _152쪽
하지만 이 무렵부터 정도전과 정몽주는 개혁의 방법과 속도를 놓고 다투기 시작해요. 정도전이 생각하기에, 고려 왕조는 썩을 대로 썩어서 아무리 개혁을 단행해도 결코 백성을 위한 건강한 나라가 될 수 없었어요. 그가 생각하기에 썩은 이는 뿌리째 뽑아야 치료가 되듯이 오직 새 나라 개창만이 백성을 진짜로 살릴 수 있는 길이었어요. 반면에 정몽주는 고려 왕조 내에서 점진적 개혁만으로도 백성에게 도움이 되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봤어요. _203~204쪽
북위의 왕은 백제의 비밀 편지를 장수왕에게 그대로 가져다주고 백제에게는 통보조차 하지 않았어요. 중국에서는 힘깨나 쓰던 강대국도, 고구려를 화나게 하는 행동은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죠. _273쪽
그런데, 참으로 요상해요. 아니 세상에! 이빨 많은 사람을 왕으로 추대하는 나라가 있다니, 이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요? 하지만 이 이야기는 신라 초기 사회가 연장자의 경험을 높이 산 사회였음을 보여 줘요. 왜 연장자가 임금을 했냐고요? 생각해 보세요. 나이가 많다는 것은 오랜 세월을 살며 다양한 경험을 축적했다는 얘기이고, 이 경험들이 나라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데 큰 힘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컸지요. _279쪽
중국 역사서를 보면 이 시기 고조선인들을 교만하고 잔인한 사람들이라고 하고 있는데, 이러한 평가가 중국 사서에 나오는 이유는 그만큼 고조선이 강했다는 것을 의미해요. 왜냐고요? 생각해 보세요. 나라와 나라가 서로 대립하며 싸우고 있는데, 상대편을 마냥 좋게 평가하지는 않겠지요. _29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