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별곡 27]‘오수獒樹의견문화제’를 아시나요?
올해로 38회째랍니다(코로나로 2020-21년은 대면행사를 못했다는군요). 1천여년 전(통일신라 말 or 고려초) 제 몸에 물을 적셔 술 취해 잠든 주인을 살린 ‘의로운 개’의 넋을 기리는, 의견義犬의 성지聖地를 넘어 ‘반려문화伴侶文化’의 중심으로 부상한 지역(임실군 오수면) 주민들이 38년째 자발적으로 진행하는 문화제이더군요. 과문의 소치이겠으나, 이렇게 역사가 제법 긴 지역문화제는 전국적으로도 흔치 않을 것입니다. 검색해 보니, <춘향전春香傳>의 무대인 남원의 ‘춘향제’가 올해 93회째라더군요(5.25.-5.29.). 청춘남녀의 로망스나 의로운 개의 설화를 바탕으로 한 이런 행사는 세세년년 이어가야 마땅할 미풍양속美風良俗이라 하겠지요.
허나, 아무리 애향심愛鄕心에서 우러난 행사라지만, 속내를 조금 들여다보니 애로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더군요. 관官 주관의 행사가 아닌 주민 주관의 행사인인만큼, 무엇보다 막대한 행사비용이 걸림돌이더군요. 행사는 해가 갈수록 자꾸 진화進化 발전發展돼가야 하는데, 집행부가 쩔쩔매는 것을 보니 안타깝더군요(위원장 박세근 등 30여명). 그래도 올해 군에서 각별히 신경을 써줘 어떻게 꾸려갈 수는 있겠다는군요. 의리義理나 신의信義가 차츰 사라져가는 세상에, 전해 오는 의견의 일화가 우리에게 인륜人倫이 무엇인지 그나마 작은 경종警鐘을 줄 수 있는 일이지 않을까요. 고려 무신정권의 실세 최우가 대문장가 이규보를 시켜 이 일화를 글로 써 널리 알리게 한 것은 그 까닭이 무엇인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겠지요(출처: 1235년 발간한 최자의 보한집).
1985년 1회 행사를 당시 오수청년회의소(JC)가 몇 회 주관했으며 (사)의견문화전승회가 이어받았고, 현재의 의견문화제전위원회가 설립되어 주관하게 된 게 10여년 전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반려동물 인구가 1천만명을 넘어 1500만여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대통령 공약에도 끼일 정도가 되었으며 ‘반려문화’라는 말이 결코 낯선 조어造語가 아니게 되었음을 생각할 때, 한 지역의 의견문화제가 의미하는 바는 여러 모로 크다 하겠습니다.
군소재지와 면소재지 거리 곳곳에 달린 행사 현수막이 유난스러워 유심히 보았습니다. 이름하여 <2023 임실 N 펫스타>입니다. 4일(목) 오후 ‘큰 개 오獒, 나무 수樹’ 오수 지명의 유래가 된 영천마을(임실 지사면) 김개인金蓋仁 생가에서 풍물패(필봉농악)의 터울림 전야제를 시작으로 <2023 임실 N 펫스타>행사가 오수의견공원 일원에서 5, 6, 7일 화려하게 펼쳐집니다. 지난해에는 5만여명이 참가했는데, 올해는 10만여명이 참가할 것으로 추산하더군요. 행사도 무척 다채롭습니다. 반려동물 훈련사 강영욱, 수의사 설채현, 교수 이웅종의 ‘의견토크쇼’는 지난해에도 입추의 여지가 없이 반려인들이 몰렸으며, 사인을 받으려는 행렬이 100m 정도 이어진다니, 솔직히 직접 보지 않고는 ‘그 정도일까?’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올해는 <무엇이든 물어보견犬> 코너에 ‘반려인’으로 소문난 개그맨 박성광, 김원효, 이정규, 김경진 등이 동참하여 흥을 더욱 북돋게 되었다며, 행사관계자들이 한껏 고무되어 있더군요. 문제는 예산이므로, 지자체에서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전국에 수많은 지역축제와 문화제가 있지만, 이렇게 가상한 ‘의견문화제’만큼은 정책적으로 지원하여 존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설무대에선 애견과 함께하는 놀이마당, 반려견 훈련 시연, 애견운동회 등이 펼쳐집니다. 6일(토) 저녁에는 JTV(전주방송)와 함께 하는 열린음악회가 개최되는가 하면 임실이 낳은 가수 최갑석('삼팔선의 봄' '고향에 찾아와도' 등을 부른 50-60년대 스타)을 기리는 <최갑석가요제>가 실시간 중계 공개방송도 한다는군요.
아무튼, 지역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격하게 환영’할만한 행사임에 틀림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반려동물, 반려문화에 대하여, 심하게 말하면 혐오심嫌惡心이 앞서지만, 그것을 떠나서 우리 고향이 세계적인 반려동물의 성지가 된다는데야 싫어할 까닭은 눈곱만큼도 없습니다. 1천여년 전의 의견비(오수 원동산 소재) 하나만으로 관광상품이 충분히 되고도 남을 일일 것입니다. 수 년 째 어렵게 이어오고 있는 오수의견문화제 행사 관계자들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성원을 보냅니다. 오수에는 또 '오사모(오수를 사랑하는 모임)'라는 단체도 있다는군요. 40-50대 50여명(청년들이지요)이 고향 사랑에 앞장서 봉사활동도 유별나나 봐요. 좋은 일입니다. 고마운 친구들이지요. 그들의 노고에도 칭찬을 보냅니다. 고향 사랑의 시작은 바로 이렇게 이어오고 있는 문화제에 대한 무한한 성원聲援이지 않을까요? 이번 주말, 우리 고향 오수가 완전히 '개판'이 된다는데, 반려개들의 재롱잔치 한번 보러 가지 않을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