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상당히 재미있게 됐습니다. 그야말로 노인 둘이 나와 다소 우중충한 분위기를 연출해 화면 보기가 싫어졌다는 미국 유권자들의 시선이 확 달라졌습니다. 바이든 후보 81살 그리고 트럼프 후보 78살, 불과 3살 차이였지만 트럼프는 시종일관 바이든을 향해 노령리스크 주먹을 날렸습니다. 바이든 후보도 사법 리스크를 내세우면서 트럼프 후보를 공격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트럼프는 시도때도 없이 그 나이를 들어 바이든을 코너에 몰아넣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정말 트럼프에게는 그 노령리스크만큼 효과적인 공격법이 없었습니다. 물론 현재 미국의 경제상황들을 거론하며 공격도 했지만 말이죠.
하지만 바이든 후보가 전격 사퇴함에따라 상황은 매우 달라졌습니다. 그 지긋지긋하게 바이든후보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고령리스크가 갑자기 트럼프에게로 날라간 것입니다. 트럼프후보는 사법리스크에다 고령리스크라는 혹을 하나 더 달게 된 것입니다. 트럼프후보가 그렇게 공격했던 수법이 이제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날아오고 있는 형국입니다. 그렇게 상대를 향해 강펀치를 날리던 트럼프가 이제는 쌍펀치를 맞게 생겼습니다. 트럼프 후보나이는 78살입니다. 이에비해 새로운 민주당 후보로 거의 확실시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이제 59살입니다. 트럼프후보에 비해 19살이나 적습니다. 아버지와 딸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제 트럼프는 그야말로 고령 리스크에 직면했습니다. 이제 트럼프 후보는 미국 역사상 가장 나이 많은 대선 후보가 되고 말았습니다.
조롱섞인 비평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유명 정치평론가인 마이클 크라이스는 SNS에 "공화당이 늙은이를 대통령으로 내세운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맙소사"라고 비꼬았습니다. 그동안 공화당이 민주당 바이든 후보에게 행한 그런 내용의 글입니다. 워싱턴 포스트를 비롯한 미국 주요 언론들은 바이든 후보가 사퇴한 이후 트럼프 후보의 나이와 건강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트럼프 후보는 심장병과 비만 경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트럼프 후보측은 건강상태를 진단하는데 도움이 되는 구체적인 자료들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바이든 후보로 인해 민주당도 더 이상 문제를 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민주당 캠프에서 이제 반대로 트럼프 후보의 건강관련 자료 공개를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고령리스크를 무기로 민주당 후보에게 공세를 폈던 전략에서 이제 반대로 민주당캠프로 부터 공격을 당하는 수세적 위치가 된 것입니다. 정말 웃기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한 대목입니다.
해리스 후보가 부통령으로 해놓은 실적이 별로 없다는 것을 공화당측은 약점으로 지적하기도 하지만 사실상 미국의 정치구도상 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이 극히 제한되어 있습니다. 막강한 미국 대통령 옆에서 그를 돕고 유사시 대통령 대행을 하는 것이 미국 부통령이 할 수 있는 최대 덕목입니다. 지금 해리스에게 실적 운운 하는 것은 상당히 어폐가 있어 보입니다.
해리스 후보가 구원투수로 등장하자 미국의 정치 풍향이 상당히 바뀌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해리스 후보가 호탕한 웃음과 춤으로 온라인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해리스 후보가 부통령시절 연설때 했던 독특한 표현들은 밈이 되어 SNS로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미국 MZ 세대는 해리스를 지지한다는 의미로 코코넛 나무 이모티콘을 올리고 있습니다. 코코넛은 해리스 후보가 부통령때 행한 언급에서 유래됐다고 합니다. "너희는 코코넛나무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다" 즉 지금 MZ세대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닌 미국의 전통과 문화속에 태어나 성장한 앞으로 미국을 이끌 대단히 중요한 세대라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미국 MZ 세대들에게 해리스 후보는 이상하지만 재미있는 이모로 통하고 있다고 합니다. 해리스 후보가 아직 트럼프의 지지율을 뒤집지는 못하지만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것만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정치에 무관심한 미국의 젊은이들이 증가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 배경에는 초고령의 바이든 대통령과 그에 준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오기싸움 그리고 럭비공처럼 행동하며 늙은이 고유의 몽니를 부리는 그런 분위기에 미국 젊은층들이 혐오감을 가진 것도 사실입니다. 오로지 돈으로 세상을 계산하는 전직 대통령에게 실망한 것도 현실입니다. 하지만 바이든 후보의 사퇴로 전격 등장한 해리스 후보는 여러가지 면에서 새로운 모습입니다. 흑인출신이자 여성 후보이자 바이든과 트럼프에 비해 현격하게 젊은 리더인 점이 상당한 강점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여성 오바마라는 별명이 있으며 명랑해 보이지만 검사출신답게 강한 어조의 말투 그리고 유쾌한 웃음 등 바이든과 트럼프에게서 발견하지 못한 특징들이 상당한 강점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제 미국 대선은 백일 남았습니다. 미국 대선은 새로운 대진표를 형성했습니다. 역사상 유래가 없는 선거임박 후보 교체에 노령리스크와 사법리스크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 새로운 대격돌속에 놓여 있습니다. 미국 역사상 두번째 백인후보와 흑인후보의 격돌 그리고 2016년에 이어 남성 대 여성 여성 대 남성의 한판 승부가 되고 있습니다. 공화당캠프에서는 트럼프 저격사건으로 당선 일보직전까지 도달했지만 마지막 대단한 복병을 만난 셈입니다. 아마도 공화당에서는 지금 새 전략을 세우느라 엄청 분주할 것입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미국의 젊은이들이 정치에 대한 관심을 다시 가지고 그 여파를 몰아 투표장까지 간다면 정말 이번 미국 대선 어떻게 될지 정말 모르는 상황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백일 정말 흥미진진할 것입니다. 미국의 정치가 다시 살아날 것인지가 앞으로 백일에 달려 있습니다.
2024년 7월 23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