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 말에 이사를 왔다. 지금 살고 있는 이곳으로. 이사라고 하면 저동네로 집을 옮기는 것을 생각하지만 우리집이 하는 이사란, 주안사거리 신기사거리 제일삼거리 용일사거리 안에 들어가는 블럭안에서 조금씩 움직이는 것이다 한동네에서 17년을 살았다. 그렇게 ^^
이사를 와서 학교에 버스라는 것을 타고 다니게 되었다.
버스타고다니는 언니들이 참 부럽기도 하고 비록 같은 동네이지만 이사를 오게 되어 좋았다.
학교로 가는 버스정류장과 우리집은 나의 걸음으로 정확히 7분이 소요된다. 8차선의 횡단보도를 건너야 하기 때문이다. 졸업할 쯔음 1분이 소요되는 정류장에 노선이 늘기는 했다. 15분마다 오는 버스가 있었다. 그곳에
신호등을 기다리는 시간은 나에게 있어서 버러와플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신호등을 같이 기다리던 친구가 쿠우양이다.
아이비 교복에 변함없는 일자단발머리 하얀피부 파랑 이스트팩 작은 손가방 하나 항상 같은 표정
아이비 교복에 깡으로 A line 머리를 가끔하고 거의 일자단발머리 (우리 학교는 일자단발머리만이 가능했다. 더 짧아도 안되고 층을 넣어도 안되고.)까만 구두 하얀 양말 도시락만 들어있는 빨강 이스트팩 ^^* 공부는 학교에서만...ㅋㄷㅋㄷ
쿠우양은 학교에서도 아주 가끔 이나마 만날 수 있었다.
자켓 주머니에 빼꼼히 존재를 알리는 초록 이름표를 보고 `우리 학년 이구나...`
어느 날 용기를 내어 `안녕!~`
대답없는 쿠우양...
이름이 뭘까? 나는 이렇게 항상 이름표의 존재를 알리고 있는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나는 이렇게 웃고 있는데...
고등학교에 입학을 하고 나는 또 걸어 다니기 시작했다.
이사를 한건 아니지만 학교까지 가는 길이 참 좋아서 걸었다. 아주 빠른 걸음으로 30분이나 걸어서...
어느 날
어... 그 친구다...
나랑 같은 학교네.
일본어 반일까? 중국어 반일까?
몇주 후 나와 다른 중국어 반임을 알 수 있었다. 스토킹을 한건 아니고 일본어 반이 아니였으므로 중국어 반임에 틀림 없다는 추측에 의한 판단이다.
일년 후
인문곌까? 자연곌까?
몇일 후
나와 같은, 자연계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자연계반만 따로 층을 썼기 때문에. 자연계반끼리 유난히도 친해서 알아내는데 알아냈다기 보다는 자연계친구중에 그는 없었다. 그리 오랜 기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자퇴를 하고
소라 = 최희진이라고 알아?
아휘 = 몰라 이희진은 아는데
소라 = 내가 델리 좋아하는 내 친구한테 "내 친구중에 신혜(그렇다 아휘 이름은 신혜다)라고 있는데 델리 좋아해" 했더니 너 안다고 하던데...
아휘 = 몰라 누구지??? 어떻게 생겼는데?
소라 = 참~해. 니가 좀 유명했잖아.
아휘 = 자퇴하느라 좀 했지 내가 ㅋㄷㅋㄷ 누구지 그런데???
그리고 며칠 동안 내내 생각했다. 최희진이 누굴까... 누군데 나를 안다는 걸까...
까훼에 글을 올리고 소라한테 물어도 나의 호기심을 채워줄 대답은 없었다.
희진이라는 친구가 쿠우양 이라는 사실, 나의 호기심은 여전히 목말라 했다.
어느 날
쿠우양 이라는 이름의 메일이 왔다.
그날따라 컴이 어찌나 느리던지 꼴록 침을 삼킨다.
우리 같은 중학교 나왔어 4반 최희진 찾아봐.
라는 한줄 읽고.
다락(주택은 다락이 있다. 요즘은 없나? 우리집에는 다락이 있다. 우리집은 주택이다. 어설픈 삼단논법 ^^)속에 무늬처럼 놓여져 있던 앨범을 끄집어 내려 (다락에 계단이 있다는 사실은 다 아리라) 펼치자. 바로 희진양이 눈에 뛰었다.
그 애가 희진이구나. 쿠우가...ㅋㄷㅋㄷ
참 반가웠다.
반갑다 쿠우양~ 중학교 때 인사 안 받았어도 우리는 이렇게 만날 인연이었나보다.
인터넷에서 아는 사람 만난거 처음이라 더욱 반갑고 신기하기 그지 없다.
집도 가까운데 갑자기 학교에서 교과서를 안가져 왔다거나 하면 전화해라. 다른건 애들 주고, 버리고 수능보는 과목은 집에 있으니 ... 이과에서 안배운 세계지리도 있다. 참고로 새책이다. 그냥 줄 수도 있다. 배가 고픈데 돈도 없고 밥하기도 귀찮으면 전화해라 밥들고 날라가겠다. 집도 가까운데
이렇게 메일을 보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일상적인 이야기를 회원 2000명이 넘는 이 곳에 올려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이 꼭 한명은 있으리라 생각된다.
전산시간 컴 끌 때 꼭 재부팅 하는 애가 각반에 한명씩 있듯이
나에게 유감을 표하는 회원에게, 아무 느낌 없는 회원에게 한마디 하고자 한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이야기이다. 이건
자칫 소홀해 질 수 있는 이야기의 주제를 밝히고자 함이다.
나는
오늘도 나의 머리를 얼굴을 본 사람은 셀 수 없을 것이다.
세상은 참 좁다.
인터넷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언니의 후배가 나와 친한 언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도 티비에 나오는 연예인이 조금은 멀지만 친척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