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다니
..그건
참으로 끔찍하기까지 한 현실이었다
그리운 사람,
때로 너무 생각이 간절해져서 전화조차 버거웠다면 쓸쓸히 웃을까?
그리운 사람
조금씩만 서로 미워하며 살자
-여림 / 손가락들이 봉숭아보다 더 붉어서 아프다 중
흙에
꽃씨가 미쳤고
햇볕에 꽃씨가 발악했다
바람에
꽃잎이 미쳤고
빗방울에 꽃향기가 폭발했다
세상에
미치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
새도
나무에 미치고
푸른 구름에 미쳤기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애절한 노래를 부를 수 있다
별빛에
꽃씨가 미쳤고
빗방울에 꽃씨가 미쳤다
세상에는
미치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
-이근대 / 꽃은 미쳐서 핀다
안녕
나는 너를 아는데
너는 나를 모르지
-악동뮤지션 / 안녕 중
그에게 이름을 불리고 싶다.
연인이 아니라, 그냥 여동생으로도 좋으니까
달을 보며 툇마루에서 불러주었던,
설움이 북받치도록 아무 감정 없었던 그 목소리라도 상관없으니까,
다시 한 번 낮은 목소리로 불러주었으면 좋겠다.
-무라야마 유카 / 별을 담은 배 중
그러기야 하겠습니까마는
약속한 그대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날을 잊었거나 심한 눈비로 길이 막히어
영 어긋났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 같습니다
봄날이 이렇습니다, 어지럽습니다
천지사방 마음 날리느라
봄날이 나비처럼 가볍습니다
그래도 먼저 손 내민 약속인지라
문단속에 잘 씻고 나가보지만
한 한 시간 돌처럼 앉아 있다 돌아온다면
여한이 없겠다 싶은 날, 그런 날
제물처럼 놓였다가 재처럼 내려앉으리라
햇살에 목숨을 내놓습니다
부디 만나지 않고도 살 수 있게
오지 말고 거기 계십시오
-이병률 / 화분
잊지 마세요
더 많은 걸 잊어야 할 때가 올 거예요
그대 기억 속에 피는 꽃이라고 말하진 마세요
더 크고 넓은 꽃잎들을 그대는 잊어야 할 거예요
난 그대에게 줄 게 없었어요
피도 눈물도 내 것은 하나도 없는 몸뚱이를 그대가 가졌으면
사랑한다고 말한 적은 없었지요
유일한 그대 사랑이고 싶었던 날,
없는 우주와 없는 바닷속에서 숨쉬려는 그대는 찾고 싶지 않았겠지요
세상 어디에도 나는 없어요
그대가 내 속에서 달아나버리니 내가 또 있겠네요
없는 세상이 정말로 없어져버렸으니까요
다시 올 거라고 믿어요
오지 않으면 어쩌겠어요
새들이 아침마다 내 방 창틀에 붙매어 우는데 무어라 답해드릴까요?
지난밤 악몽 속에서도 그대는 멀쩡히 아침 출근을 하고 나는 다시 악몽의 꿀단지 속에 빠져들어요.
깨어나면 정오가 넘어요
점심 먹으러 가는 그대가, 아 없어요
그래도 나는 아직 그대 꽃병 속에 박힌 봄꽃이에요
봄이 가도 나는 안 가요
갈 데가 어디 있겠어요?
그대가 가지 않는데,
없는 우주 없는 바다 한가운데 그대가 떠 있어요
아직은 죽지 마세요
내가 붙들어드릴게 잊지 마세요
잊어야 될 더 많은 걸 들고 내가 그대 속에 살아 있으니
-강정 / 나를, 그대를
왜 그렇게 겁이 많은 거야?
한 손엔 총을 들고서 한 손엔 꽃을 들고서 사랑한다고 말하면
나는 어쩌란 말이야 이 바보야
아무도 널 다치게 하지 않아 바보야
널 아무도 마음 아프게 하지 않아 이 바보야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 겁쟁이 중
당신이 없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전화를 겁니다.
신호가 가는 소리.
당신 방의 책장을 지금 잘게 흔들고 있을 전화 종소리,
수화기를 오래 귀에 대고 많은 전화 소리가 당신 방을 완전히 채울 때까지 기다립니다.
- 마종기 / 전화
넌 날 변기 위에서 울리고
넌 날 하루종일 굶기고
넌 날 시간 속에 숨기고 있어.
-기리보이 / 계획적인 여자 중
"당신 냄새가 마치..."
"알아요, 생선같죠."
"아니요... 인어 같아요."
- 드라마 / 티핑 더 벨벳 중
"무슨 생각 해?"
그가 낮게 대답한다.
"네가 병들었으면 하는 생각."
다음 말은 더욱 느리게 흘러나온다.
"약해 보일 때만 네가 내 것 같아."
-은희경 /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중
첫댓글 마지막꺼 너무 좋다...♥
나를, 그대를
지금 내 상황이야ㅜㅜㅜ 힘들다
헐... 완전 좋아.. 고마워ㅠㅠ...
나를 쳤어 내 마음을 쳤어
여시 글 잘 봤어
으 좋아 ㅠㅠ
다 좋다 여시야..♥ 좋은 글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