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오를 때가 있다.
이런 생각은 흐르는 물과 같아서 가둬두지 않으면 사라지고 만다.
강물을 되돌릴수 없듯 생각도 시간이 지나면 잊혀 진다.
나중에 다시 떠올리 려고 해봐도 그 분명 했던 생각이 쉽게 되살아나지 않는다.
기억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고,
좋은 생각이나 스쳐가는 영감을 붙잡아 두기가 어렵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18년간
전남 강진에서 유배 생활을 하면서도 500여 권의 저서를 남겼다.
그 엄청난 저술을 가능하게한 뒷심이 뭘까?
두 가지를 꼽자면 하나는 고립이 주는 여백이고,
또 하나는 언제나 생각이 날때마다 메모하는 습관일 것이다.
그가 나랏일에 정력을 빼앗기고 당쟁에 휘말려 기력을 소진 했다면 언감생심이다.
그렇다고 외적 환경이 저절로 저작으로 이어졌을리 없다.
한양대 정민 교수는 다산의 위대한 학문 뒤에는 체질화된 메모 습관이 있다”고 했다.
조선 최고의 문장가로 꼽히는
연암 박지원이 ‘열하일기’와 같은 저작을 남길수 있었던 것도
메모의 힘이다.
그는 연행(燕行)을 떠나면서 벼루와 붓, 먹과 공책을 먼저 챙겼다.
낯선 여정에서 만날 예측 불가의 상황, 그 보다 더 큰 기복(起伏)을 겪게 될 심리적 변화를 담아 낼 준비가 돼 있었다.
그가 이처럼 촘촘한 메모의
그물망을 준비하지 않았다면 최고의 여행기가 탄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둔필승총(鈍筆勝聰)이라는 말이 있다.
천재의 기억력보다 둔재의 메모가 낫다는 것이다.
이처럼 요즘같이 변화가 많고 복잡한 세상에서는
적고 메모하는 자가 살아 남는 것이다.**
<옮긴글>
[출처] 둔필승총(鈍筆勝聰) (은혜성서교회) | 작성자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