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11번가 부당발령으로 자살한 직원 유서 메일(대표 포함 임원에게 TF 참조로 사망 당일 발송) *해당 직원은 3개년 SSA등급에 우수직원 대상 7차례 올랐던 고과 상위 직원 *자필 유서에도 자신의 죽음으로 동료들에게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내용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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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TF 조직으로 발령받은 구성원 중 한 사람입니다.
이 메일은 제 개인의 발령을 되돌려 달라는 요청도, 특정 개인의 책임을 묻기 위한 글도 아닙니다.
떠나기 전에, 이번 조직개편을 겪으며 느낀 점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앞으로 회사를 위해서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여 이 메일을 드립니다.
회사는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을 것입니다.
회사의 생존을 위해 때로는 구성원 모두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직개편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점 역시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번 조직개편은 일반적인 부서 이동과는 무게가 너무나 달랐습니다.
많은 구성원들은 이번 TF 발령을 단순한 조직 이동이 아니라, 앞으로의 고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결정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많은 구성원들이 그렇게 인식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번 조직개편이 구성원들에게 얼마나 큰 불안으로 다가왔는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적어도 구성원들이 이해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과 절차가 함께 제시될 것이라 믿었습니다.
저는 최근 3년 동안 S, S, A 평가를 받았습니다.
최근 2년 동안 전사 우수 MD 대상에 7차례 올랐습니다.
작년에는 전사 10분러시/60분러시 각각에서 매출과 1천만원이상 상품 수에서 1위를 기록했습니다.
그동안 맡은 역할에서 성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회사에도 충분히 기여했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발령은 더욱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성과가 부족해서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이 아닙니다.
무엇을 기준으로 이러한 결정이 내려졌는지 끝내 이해할 수 없었다는 점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물론 인사는 성과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조직 운영, 사업 방향, 인력 구성 등 다양한 요소가 함께 고려된다는 것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구성원의 커리어와 삶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조직개편이라면, 최소한 구성원이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은 설명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 내가 대상이 되었는지, 어떤 기준이 적용되었는지, 성과는 어느 정도 반영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을 들을 기회조차 없이 메일 한 통으로 통보를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구성원들이 이러한 조직개편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고 믿었던 성과가 이번 결정에서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는 점이 가장 큰 혼란으로 남았습니다.
그렇기에 성과보다 다른 요소가 더 크게 고려된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갖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후에도 다른 조직으로 이동하거나 자신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절차는 없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발령 자체보다 기준을 이해할 수 없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성과를 위해 노력했던 시간은 무엇으로 평가받았는지, 앞으로 어떤 기준으로 일해야 하는지, 회사는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조직은 결과만으로 신뢰를 얻을 수 없습니다.
결과보다 먼저 신뢰받아야 하는 것은 과정입니다.
모든 구성원이 같은 결과를 얻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결과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그 과정이 공정했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구성원들은 새로운 업무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닙니다.
TF구성원들에게 주어진 과제를 보면 자신이 오랫동안 쌓아온 경험과 전문성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을 가장 힘들어합니다.
저 역시 그 점이 이번 조직개편에서 큰 상실감으로 남았습니다.
이번 조직개편을 겪으며 저는 세 가지가 있었더라면 많은 구성원들이 지금과는 다른 마음으로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첫째, 발령 기준에 대한 최소한의 설명입니다.
모든 세부 기준을 공개하기는 어렵더라도 어떤 요소들이 반영되었는지에 대한 원칙만이라도 구성원들에게 설명되었다면 지금과 같은 혼란은 줄어들었을 것입니다.
둘째, 구성원이 자신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절차입니다.
조직개편이 최종 결정되기 전 또는 직후라도 구성원이 자신의 경력, 전문성, 희망 직무 등을 설명하고 다른 조직에서 검토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충분한 면담과 소명 과정입니다.
이메일 한 통으로 통보되는 방식은 구성원에게 너무 큰 상실감과 무력감을 남깁니다.
결과가 달라지지 않더라도 충분한 설명과 대화의 과정은 구성원이 회사를 신뢰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메일이 제 개인의 억울함만을 이야기하는 글로 받아들여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앞으로도 회사는 여러 번의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
그때마다 구성원들이 결과에는 동의하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결정의 기준과 절차만큼은 신뢰할 수 있는 조직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 신뢰는 결국 구성원들이 회사를 믿고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메일은 답변을 기대하며 보내는 메일은 아닙니다.
저는 이 메일을 마지막으로 떠날 예정이기에 회사의 회신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
다만 언젠가 또 다른 조직개편이 이루어질 때, 이번 경험이 누군가에게는 조금 더 납득할 수 있는 과정으로 이어지는 작은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남깁니다.
그동안 함께했던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 글이 누군가를 비난하기 위한 마지막 메일이 아니라, 회사를 아끼는 한 구성원이 남기는 마지막 의견으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첫댓글 마지막 선택을 하면서도 담담하게 의견을 쓴게 더 속상하네…
왜 극단적인 선택을...능력도 있는 사람이 이직을 알아보면 될 텐데
이직이나 퇴사가 아니라 죽기로 마음 먹고 쓴 마지막 메일이 저런 내용이면 애사심이 상당했던거 같은데... 얼마나 상실감이 컸을지 상상도 못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