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매우 바쁘게 돌아가는 사회다. 정보의 홍수 속에 사람들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아무도 모르게 인천국제공항을 빠져나가려던 최윤겸 감독도 결국에는 언론과 이야기를 해야 했다. 이 글의 번역자이기도 한 조건호 기자는 끝까지 최윤겸 감독을 추적했다!
최 감독은 공항에서 이렇게 말했다.
"터키 문화는 낯선 문화이고 적응이 쉽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제가 적응하는 수 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나는 이 말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모든 축구 선수들과 지도자들이 배워야 할 태도라고 생각된다. 약 1년 전, 대전의 지휘봉을 내려놓을 수 밖에 없었던 최 감독은 새 직장 찾기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 분명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유’가 최 감독을 또 다른 도전으로 몰았다면, 자신의 삶을 위해 필요한 선택을 한 최 감독의 행동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내 의견은 이렇다. 최 감독은 폭력 사건과 함께 곧바로 해고됐어야만 했다. 그러한 사건에도 불구하고 잠시라도 더 남아달라던 대전의 태도는 꽤 놀랍게 느껴졌던 것이 사실이다.
대전은 조이 바튼의 예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 감독과는 달리) 조이 바튼이라는 선수는 수 차례의 폭력 사태를 저질렀고, 현재는 철창 신세를 지고 있다. 하지만 바튼 역시 뉴캐슬의 선수로 계속 뛸 것 같은데, 나는 뉴캐슬 구단이 폭력배인 그를 해고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뉴캐슬이 그를 해고한다 해도 다른 팀이 곧장 데려갈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조이 바튼은 선수고 최윤겸은 한 프로 구단의 감독이었다. 선수와 감독의 위치는 완전히 다르다. 감독은 팀의 기강과 질서를 책임지는 사람이다. 감독이 팀의 코치에게 해악을 끼쳤다면, 잘못된 행동을 하는 선수들을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물론 최윤겸 감독은 조이 바튼보다는 훨씬 더 나은 사람이다. 조이 바튼이 어떤 인물인지 잠시 살펴보자. (http://kr.youtube.com/watch?v=qMorhNRmiDM). 그러나 바튼의 통장에는 여전히 엄청난 주급이 들어오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런 생활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반면 최 감독은 자신의 과오를 뒤로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그는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가 낯선 곳에서 생활하는 것은 커다란 용기가 필요하다. 특히 최윤겸 감독 또래의 남자들이 저러한 결정을 내리기는 더욱 어렵다. 문화에 대한 적응도 힘들고 생활 환경도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조만간 최 감독은 “이런 제길! 내가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순간을 이겨내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터키 진출은 최 감독의 선택 중 가장 멋진 기억이 될 수도 있다. 터키는 유로 2008에서 큰 성공을 거뒀기 때문에 타이밍도 괜찮은 것 같다.
더 많은 한국인 지도자들이 해외로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느 날 최윤겸 감독이 터키 구단의 지휘봉을 잡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팀의 승격을 이끈 뒤 1부리그에서도 큰 활약을 펼친다면, 최윤겸 감독 개인의 명성뿐만 아니라 한국 축구의 위상도 크게 올라갈 것이 분명하다.
해외 진출의 무대가 꼭 유럽이 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아시아 출신 감독들이 해외에서 활동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이 부분이 바로 한국인 지도자들이 개척할 수 있는 분야라고 본다. 그렇게 해서 쌓은 경험, 인적 네트워크, 축구에 대한 지식은 한국 축구 발전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캄보디아 대표팀의 감독이 한국인이라고 알고 있고, 이장수 감독이 베이징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그 밖에는 별다른 소식이 없다.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도 수 많은 축구 팀이 있다. 이들은 한국 프로리그에서 활동했던 감독을 환영할 것이 분명하며, ‘축구 선진국’에서 온 지도자들에게 자신들의 역량을 보여주려 할 것이다.
한국은 아시아의 축구 최강국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네덜란드는 전 세계로 자국의 지도자들을 수출한다. 한국도 아시아의 네덜란드가 될 자질을 갖고 있다.
최윤겸 감독의 터키 행은 작은 발걸음에 불과하지만, 우리는 그의 도전을 지지하고 용기를 북돋아줘야 한다. 그가 만약 성공을 거둔다면 한국의 축구 지식을 세계 무대로 전파하는 선구자가 될 수도 있다.
최윤겸 감독이 유럽에서 성공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성공과 실패에 관계없이 그곳에서의 시간들은 최윤겸 감독을 더 나은 남자로, 더 나은 감독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존 듀어든은 런던 정경대학(London School of Economics) 을 졸업했으며 풀타임 축구 저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가디언, AP 통신, 축구잡지 포포투(영국, 한국), 골닷컴에 아시아 축구에 대한 심도 있는 기사를 송고한다. 현재 서울에 거주 중인 그는 호주 ABC 라디오와 CNN에서도 활약하는 국제적인 언론인이다.
http://cafe.empas.com/duerden 번역: 조건호 (스포츠 전문 번역가)
http://news.empas.com/issue/show.tsp/4249/20080704n14508/spo setFaceSize(0); |
첫댓글 좋은 글 ㅎㅎ
우리나라 신문의 스포츠 기자들은 낚시밥이나 던지고 선수 까대기에나 바쁘지 이런 글 좀 써봐라...... 어떻께 된게 영국기자인 듀어든이 한국축구에 대해서 더 훤한거 같어...........
아 듀어든씨 글 진짜 매번 좋다
최감독님 보고싶고 사랑합니다!! 꼭 터키에서 성공하십시오!!
이분의 팬이된지 오래되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