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간 20만원 빌려주고 年 5214% 이자 강요
법정 최고 이자율 年 49%… 초과땐 안갚아도 돼
서울에 사는 20대 여성 오모 씨는 급전이 필요했던 올해 2월 생활정보지에 난 대부업체 광고를 보고 찾아가 50만 원을 빌렸다. 대부업체는 오 씨에게 선(先)이자 20만 원에 보증금 10만 원을 뗀 20만 원을 7일 후 갚는 조건으로 빌려줬다. 7일 동안 원금 20만 원을 빌리고 여기에 이자 20만 원이 붙은 것으로 계산하면 오 씨에게 적용된 이자율은 연 5214.30%. 법정 최고이자율(연 49%)의 100배가 넘는 살인적인 금리다.
대부업체의 횡포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오 씨가 일주일 내 원금 20만 원을 갚지 못하자 대부업체는 추가로 ‘연장 수수료’를 요구했다. 연장 수수료 46만 원에 원금 20만 원까지 오 씨가 낸 돈은 66만 원. 현행법상 연장 수수료는 이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오 씨에게 적용된 이자율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하지만 이 업체는 “원금은 20만 원이 아니라 50만 원”이라고 우기며 추가로 30만 원을 더 갚으라고 요구했다.
○금감원 홈피 이자율계산기 활용을
정부가 대대적인 불법 사금융 단속에 나섰지만 여전히 피해가 극심하다.
금융감독원은 22일 불법 고금리 피해 사례와 신고 방법을 정리해 소개했다. 금감원 서민금융지원실 박원형 팀장은 “대부업체가 선이자를 떼는 경우 대출자가 실제로 받은 돈 20만 원을 원금으로 계산해야 한다”며 “법정 이자율 초과분은 갚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오 씨가 20만 원을 7일간 빌렸을 때 법정 최고이자율을 적용해 내야 하는 이자는 약 1876원에 불과하다.
서울에 사는 20대 신모 씨는 지난해 9월 근무하는 유흥업소의 주인에게 일수(日收) 대출로 400만 원을 빌리며 96일 동안 매일 5만 원씩 갚아나가기로 했다. 선이자 20만 원을 제외한 380만 원을 현금으로 받았다. 신 씨가 약속한 날짜 안에 돈을 갚지 못하자 유흥업소 주인은 “너 같은 ××는 죽어야 한다”며 협박했다.
매일 원금과 이자를 갚아 나가는 일수 대출은 연리로 환산하려면 ‘함수’를 동원해야 할 정도로 계산법이 쉽지 않다. 일수업자들은 100만 원을 빌려준 뒤 주먹구구식으로 “2만 원씩 60일 동안 갚아라”며 이자율은 20%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금감원이 내놓은 공식 계산법은 다르다. 일수 대출은 원금과 이자를 일별로 갚아나가기 때문에 원금이 갈수록 줄어들고 그만큼 적용 이자율은 높아진다. 연체를 하면 연체금액이 원금에 포함돼 이자율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공식 계산법에 따르면 신 씨가 내야하는 이자율은 연 141.8%에 이른다.
일수 대출자 중에는 본인이 법정 이자율을 초과해 이자를 갚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금감원 홈페이지(www.fss.or.kr)에 나오는 ‘일수 이자율 계산기’에 상환 횟수, 1회 상환 원리금, 원금 등을 입력하면 적용 이자율을 알 수 있다.
○불법 고금리 피해땐 사금융피해상담센터서 도움
불법 고금리의 피해를 당했을 때는 금감원 내 사금융피해상담센터나 한국대부소비자금융협회에 연락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금감원 박 팀장은 “상담 결과 이미 원금과 이자를 상환한 상태라면 초과 이자분은 내지 말라고 조언해주고 있으며 금감원이 피해자 대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소액의 원리금만 남았는데 대부업체에서 법정 이자율보다 많은 금액을 갚으라고 요구하면 한국대부소비자금융협회가 나서 대부업체와 소비자 간 채무 조정을 해주기도 한다. 금감원이 직접 운영하는 ‘서민금융119’ 사이트에서 본인 신용도에 맞는 소액 대출상품을 찾을 수 있다.
자료원:동아일보 2009. 6.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