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투어】출국 날은 다가오는데 마음만 초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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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발 3일전, 이빨을 뽑으시오!
출발 3일전 갑자기 치통이 심해 치과를 찾았다.
의사는 치아의 상태를 보더니 이를 뽑자고 한다.
그것도 어금니를.....
평소 과중한 훈련으로 몸이 피곤하기만 하면
치통이 유발되곤 하는데,
작년 춘천대회 하루 전에도 치통으로 고생을 꽤나 했다.
"내일 모래 보스턴에 마라톤 하러 가는데
웬 이빨을 뽑으라고요?"
의사는 그냥 두는 것 보단 뽑는 것이 통증이
없을 수 있다고 한다.
의사가 한말을 듣고 막막하기만 했다.
한참을 망설인 끝에 나는 이렇게 사정했다.
"보스턴 갔다와서 이빨을 몽땅 다 뽑던지 할 테니깐
일주일간 먹을 치통약이나 좀 주슈"
그는 나의 단호함에 한발 후퇴한 듯....
"좋아요. 약을 줄 테니 아플 땐 이 약을 먹고 잘 뛰고 오시오"
하며 약을 처방해 줬다. 약을 먹으니 치통이 많이 가라앉는 듯..
▷ 출발 이틀 전 저녁!
보스턴에서 입을 유니폼과 신을 신발이 마음에 드는 것이 없다.
솔직히 말해 아직 난 변변한 마라톤복 한 벌 없다.
검푸유니폼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대회 참가하여
기념품으로 받은 볼품없는 것뿐이다.
삼성플라자 아식스 매장에서 딱 한 종류의 마라톤복이 있었으나
별로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다.
유니폼 사는 것은 일단 포기하고 신발에 눈을 돌렸다.
동아대회 직전에 새로 구입한 아식스 신 모델은 밑창이 밀리고
약간 커서 레이스용으로 신기는 좀....
.
아식스 <솔티매직>을 생각했으나 원하는 사이즈가 없어
'르까프 로드맨' 모델을 카드를 긁고 구입했다.
아내가 볼까봐 집밖에 감춰두고 살며시 집으로 들어갔다.
마라톤신발이 일곱 켤레나 있는데 또 구입했으니 미안해서 그만.....
여기서 밝히고 넘어가야 될 일이 또 하나 있다.
마누라한테 요로콤 뻥을 쳐 놨는디...(어케?)
때는 작년 10월초 춘천대회가 있기 얼마전인가보다.
내가 이번에 춘천에서 보스턴 자격증을 따게되면
조선일보와 검푸클럽에서 절반씩 비용을 부담,
나를 보스턴에 보내준다고 뻥을 쳤다.
반신반의(半信半疑) 하면서 잘 믿으려하지 않았으나
그래도 하늘같은 서방님의 말쌈을 어찌 안 믿겠는감.
이번에 보스턴마라톤참가 준비와 여행비 등 돈이 제법 깨졌는데
이 일이 밝혀지는 날엔 몇 개 남지 않은 내 머리털을 통째로 뽑히고
당장 이혼하자고 할텐데....이 일을 우짤꼬!(회장님 나 좀 살려주소!).
(에그그, 이 놈에 마라통 때문에 쪽박 차겠군 그리야...)
다시 도둑고양이 같이 살며시 집을 빠져 나왔다.
새로 구입한 신발을 신고 시험주행을 해봤다.
이것은 밑창 앞부분이 푹신푹신해서 착용감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아이구, 이거이 돈만 버렸네....)
이때 문득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것은 작년 10월 춘천마라톤에서
나에게 보스턴 자격증을 따게 해줬으며
하프 최고기록까지 달성케 한
아디다스 <쿠바토 : Cubato> 레이싱화다.
한 짝의 무게가 겨우 140g에 불과......
이 신발은 다 좋으나 오른쪽 앞쪽 부분이
엄지발가락에 닿아 발톱에 치명상을 입은 적이 있다.
면도칼로 앞부분을 여러 번 찢어 부드럽게 한 후
신고 달려보니 괜찮았다. 일단 이것을 신고 뛰기로 했다.
▷ 출발 하루전날 밤, 시집가는 새아씨 마냥!
그러나 이것뿐만 아니었다.
또 어떤 유니폼을 입고 뛸 것인가!
이것도 많은 고민을 했다.
탄천검푸 유니폼을 입고 달리려니
양넘들이 한글을 알 리가 없고
지금와서 새로운 유니폼을 또 구입하는 것도 그렇고,
많은 고민 끝에 노란색 유니폼과
춘천에서 받은 아식스 유니폼에다 태극기를 붙였다.
마치 국가대표 선수가 올림픽에라도 출전하듯....
전쟁터에 가는 것도, 미국에 처음 가는 것도 아닌데...
더구나 보스턴에서 기록수립을 꼭 해야 될 이유도 없는데....
왜 자꾸만 초조해지는지 나도 모르겠다.
그것은 아마
내 생애 최대의 프로젝트가 돼버린
보스턴마라톤에 참가한다는 그 이유 때문일게다.
이것저것 짐을 챙기다보니 벌써 새벽 2시가 지나고 있었다.
간신히 잠자리에 들긴 했으나 잠이 제대로 오지 않는다.
마음은 벌서 보스턴에 가 있어 뒤척이다 간신히 잠이 들었다.
* 다음은 드디어 장도(壯途)에!
<눈 덮인 후지산을 내려다보며(3)>로 이어집니다.
감사합니다.
2002.5.18
106th Boston Marathon Finisher
*****************lonely Ru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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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투어】출국 날은 다가오는데 마음만 초조(2)
알핀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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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3.20 12:12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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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3편이 빨리 읽고싶습니다.
주자불로님 형님 여기 또 계시네...새로산 신발 밖에다 감춰두고 가시는분....... 재밌네요^^
고놈의 신발이 사람을 치사하게 만듭니다요.
앞으로 게시판이 심심치 않게되어 다행입니다.더군다나 꿈의 마라톤대회인 보스턴대회 참가기를 애독하시는 회원님들도 많은도움과 달리기에 더 열정을 쏟을것 같네요.로제형님 힘!!!!
보잘 것 없는 저의 글에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시길.....그냥 미국에 놀러 한번 갔다 온 것으로 가볍게 읽어주셨으면....어느 별난 사람의 별난 여행기 정도로 말입죠. 성원에 감사를 드립니다. 천클! 천클! 힘!
이번에 보스턴에 참가하시게될 산성님께서 많은 도움이 되시겠네요~ 아,물론 저희들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