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화 밑창에 땅이 폭신하게 밟힌다. 목덜미로 느껴지는 햇볕이 따스하다. 지난주 남도 산행에서 찬란한 봄의 색을 보았다면 이번 주는 소박한 강원도 산골에서 감촉으로 봄의 포근함을 느낀다. 주중에 내린 눈 녹은 물을 한껏 머금은 풀과 나무를 바람이 보드랍게 깨운다. 지수화풍이 또 이렇게 나의 57번째 봄을 빚어낸다.
원래의 계획과 다르게 점심을 차에 두고 1부 산행을 상안미리에서 시작한다. 그간 유람산행을 하다가 오랜만에 제대로 된 오지산행을 하게 되어 부담스러웠는데 배낭이 가벼워지니 마음도 가벼워진다. 등용봉까지 약 600미터의 고도를 올려야하는 길이었는데 다행이다. 거기에다가 우리는 약초꾼이라며 본업에 충실하라는 총대장님의 지령으로 산행이 더 지연되면서 더더욱 큰 무리없이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우리는 약초꾼이야 자신을 알라. 약초를 캐며 땅의 보드라움에 놀란다.
등용봉에서 약초 대장님
백석산 능선. 눈 덮인 능선과 봄꽃이 일견 계절의 착오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봄이 더욱 약동하는 듯 느껴진다.
내려오는 길에 만난 생강나무꽃과 노루귀. 여려 보이지만 추위를 뚫는 힘찬 몸짓
외솔배기 가는 길.
해마 나그네 길가는 듯
외솔배기. 5G 시대가 강원산골까지 들이닥칠 기세.
두루, 스틸님, 총대장님 그간 오지에서 뵙지 못했던 반가운 얼굴을 맞이한다. 버스안에서 늘 이것 저것 준비하고 이사람 저사람 챙겨주는 두루의 낯익은 부산함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무한님은 오늘 오랜만에 정상에서 단체사진을 찍었다고 하신다. 부상 여파로 스틸님은 2부 산행은 생략했지만 금당산으로 직접올라서 하산길은 동향하신다. 여걸님 쏴라있네👍!!
2부 산행이다. 공짜점심은 없다. 점심을 차에 두고 올라 편했는데... 그덕에 2부산행은 빡시게 고도를 높여야한다. 그래도 이런 맛에 오지산행을 한다고 자위를 하며...
거문산까지 또다시 600미터를 직등해야한다. 정상부근에는 암벽을 타고 올라야하는 난코스가 기다리고 있다.
남쪽 사면은 햇볕이 따스하다.
모닥불누님이 발견하신 문제의 독사. 독사하면 수담님이다. 뱀을 입에 달고 살았다고 이야기하다가 뱀 지나간 다는 말에 놀라 공중부양하셨던 수담님.
수담님이 오지 않으니 왠지 산행이 싱겁다고 모두 입을 모은다. 수담님과 더불어 인치성님 무한님 59년생 모두 허풍 센 분들로 도매금이 된다.
구생동. 아홉살이. 아홉가구가 살았다는 뜻이란다. 거문산에 오르며 8백고지쯤에서 무덤가를 발견한다. 여기까지 누가? 아! 이 고지에 사람들이 살았구나. 구생동이 바로 그 은적의 땅이다. 곧바로 화전민이 경작하던 개활지가 나오고. 더 올라 양지바르고 바람을 피할 수있는 개울가에 집터가 나타난다. 잠시 이곳에 나고 생을 마쳤던 사람들의 삶을 느껴본다.
화전민 집터. 그 너머에 개울이 있다.
산 위에서 바라본 구생동. 평지 한뼘을 떼어 산꼭대기에 올려 놓은듯하다.
건강이 회복되고 있는 무한님. 금연후에 볼살이 올랐지만 혈색이 좋다. 앞으로 이 기세면 택극 삼세번 도전하시겠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거문산에 올랐다. 이제는 능선길후 하산. 여유있게 한담을.
최종 목적지 금당산.
금당산에서.
더산님. 나중에 사정을 알고 사진을 보니 뭔가 있는 표정이다. 역시 약초 대가께서 빈손으로 돌아실 수가 없다. 마치 로얄 스트레이트 플러쉬를 들고 포카페이스를 하고 있는듯한 모습. 2리터 패트병 길이에 맞먹는 대물을 금당산 오르는 길에 캐셨다. 역시 형님 꾸벅..
정상은 눈길이지만 산밑은 계류에 물이 넘친다. 올해는 겨울과 봄의 경계가 유난히 길다.
험한 너덜계곡를 내린 후의 하산길
버들개마을 체험학교. 산골짜기에서도 팬션과 글램핑의 안락함을 요구하는 시기에 이제는 한물간 비지니스 모델이다.
박제된 메세지 그리고 몰락한 이념인양 퇴락하고 부서진 이승복 동상. 타임캡슐을 열어보는듯하다.
아들의 역습.
등산후 집에 와보니 아뿔싸... 큰아들녀석이 나 없는 사이에 물타기와 밑밥깔기 신공으로 제 엄마를 녹여 놓았다. 시험때문에 힘들다며 엄마의 동정심을 자극하면서 설겆이 몇푼으로 가사 보너스를 두둑하게 챙겨버렸다. 거기다가 험한 오지등산을 즐기는 아빠는 체력과 정신력이 탁월하신 분이라며 밑밥까지 깔아 놨다는데... 알면서도 당하면서 넘어갈 수밖에. 그래 일요일은 고르곤졸라 치즈가 들어간 크리미한 오므렛이다. 향상 언니는 샐러드 준비하고.
언니와 콜라보.
첫댓글 달랑달랑
예쁜 버들강아지
매력 뿜뿜..
부드러운 솜털로
봄향기 발산하는
닮았네
향상님
오지의 자랑
따스한 아버지,
한 여인의 남편
집안의 가장입니다!
늘 행복하소서!
누님들과 같이 봄산행을 해서 더욱 즐겁습니다^^
시각의 봄과 감각의 봄, 뱀과 노루귀 그리고 생강나무. 빈손 약초꾼과 대물 자연인. 이 모든 게 언니와의 콜라보를 위한 준비였나 봅니다. 요리상이 봄꽃 같아요.
ㅎㅎㅎ 거꾸로입니다. 언니와의 콜라보가 다음 오지를 가기 위한 준비.
1,2부로 나누는 거 원치 않아요~
가벼움의 끝은 늘 있쟎아요!^^
ㅎㅎ 그동안 언니는 놀구 먹는 줄 알았지유~~!
아들과의 남편을 적당히 요리하는 능숙한 요리사네요~~~
그래서 그냥 입닫고 언니로 모시고 있습니다. ㅎㅎ
걸어도 걷고 싶은 산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