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습사건으로 9일간 병원에 입원해 있었던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29일 퇴원하자마자 곧바로 대전으로 향했다. 30일엔 또 다른 격전지인 제주를 방문할 예정이다.
5·31지방선거 기간 내내 상처 치유를 위해 병원에만 머물렀던 게 못내 답답했던 듯 박 대표는 병실 문을 나서자마자 대전과 제주를 차례로 방문하고 31일에는 대구로 내려가 투표하는 ‘강행군’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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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지방선거 유세중 피습당해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입원한지 9일만인 29일 퇴원에 앞서 대국민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
지원유세에 나설 경우 상처 치유가 더딜 수도 있다는 의료진들의 우려도 대전과 제주에 대한 박 대표의 각별한 관심을 꺾지는 못했다. 피습 뒤 비서실장의 첫 업무보고를 받고 “대전은요?”라고 물었던 박 대표였다. 퇴원 당일 오전까지 당 지도부도 “31일 대구로 내려가 투표만 하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등 박 대표의 대전행을 예상하지 못했다. 박 대표는 이날 병원 의료진의 마지막 검진을 받은 뒤 스스로 대전행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10시 58분경 병실을 나선 박 대표는 기자회견장이 마련된 3층 로비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던 소속 의원들과 당직자들에게 간단한 목례로 인사를 건넸다. 사고당시 입었던 검정 재킷에 붉은색 블라우스와 청 재질의 바지를 입은 박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그동안 많은 격려와 염려를 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상처 부위에 살색 압박 테이프를 붙인 채 천천히 말을 이어가는 박 대표의 표정에서 '트레이드 마크'인 자연스러운 미소는 찾기 힘들었다. 입을 굳게 다문채 엷은 미소만 보였다.
박 대표는 “무사히 병원을 걸어서 나가게 된 것은 내가 할 일이 남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피습으로 목숨의 위협까지 느꼈음을 토로한 뒤 “남은 인생을 덤으로 생각하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건강하고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이번 지방선거에 대한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이번 일로 인해 내 얼굴에 난 상처보다 국민여러분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았을지 걱정”이라며 “나의 피와 상처로 우리나라의 모든 갈등과 상처가 봉합되고 하나된 대한민국이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퇴원하게 된 것은 국민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 덕분”이라며 “정성들여 치료해준 병원 의료진 관계자 여러분께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감사의 말도 잊지 않았다.
박 대표는 다 아물지 않은 상처 탓인지 길지 않은 인사말이었지만 시간은 4분이 넘게 걸렸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병원 문을 나선 박 대표는 기다리고 있던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넨 뒤 자신의 승용차를 타고 곧바로 대전으로 향했다. 박 대표는 박성효 대전시장 후보 사무실을 방문한 뒤 대전 은행동 으능정이거리 유세에 참석할 뿐 아직 낫지 않은 상처로 인해 별도의 유세는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의 대전 지원 유세에 대해 박창일 병원장은 “좀 전의 기자회견처럼 짧은 시간동안 말하는 것은 괜찮지만 말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통증이 올 것”이라며 “비행기를 타는 것은 상관없다”고 말했다. 또한 “상처는 괜찮지만 미음과 죽만 먹어 체력이 많이 저하돼 있다”고도 했다.
한편, 박 대표의 퇴원 사실이 알려지자 병원 주변에는 박 대표 지지자들이 오전 9시부터 삼삼오오 모여들어 박 대표의 퇴원을 축하했다. 박 대표가 지난해 10월 분양한 진돗개를 데리고 온 김진산(50)씨는 “박 대표가 테러를 당해 걱정을 많이 했다. 다행히 무사히 퇴원을 한다기에 위로가 됐으면 하는 마음에 데리고 나왔다”고 말했다. 또한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는 이날 공지까지 띄우고 박 대표의 대전 지원 유세를 따라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