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변주곡/ 김수영
욕망이여, 입을 열어라.
그 속에서 사랑을 발견하겠다.
도시의 끝에 사그라져가는
라디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사랑처럼 들리고,
그 소리가 지워지는 강이 흐르고,
그 강 건너에 사랑하는 암흑이 있고,
삼월을 바라보는 마른 나무들이
사랑의 봉오리를 준비하고,
그 봉오리의 속삭임이
안개처럼 이는 저쪽에
쪽빛 산이,
사랑의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우리들의 슬픔처럼 자라나고,
돼지우리의 밥찌기 같은 서울의 등불을 무시한다.
이제 가시밭,
덩쿨장미의 기나긴 가시까지도 사랑이다.
왜 이렇게 벅차게
사랑의 숲은 밀려닥치느냐.
사랑의 음식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 때까지.
첫댓글 파밭가에서/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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