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춘덕, 가족 26-15, 고모님 댁 방문
아저씨는 치킨 한 마리 시켜서 고모님을 찾아뵈었다.
고모님은 조카 온다는 소식에 툇마루 문을 열어둔 채 기다리고 계셨다.
“고모님, 저 왔어요.”
“춘덕이 왔는가? 어서 오게. 방으로 들어가.”
“마루에 앉지요. 날도 안 춥은데.”
고모님과 통화할 때는 목소리에 힘이 없어 걱정했는데, 직접 뵈니 생각한 것보다 강건해 보여서 아저씨도 나도 한시름 놓았다.
“어르신, 그간 잘 지내셨어요? 식사는요?”
“점심은 발쎄 묵었지요. 그캐, 온다꼬 애썼소. 우째 지냈소?”
“아저씨와 저는 잘 지냈습니다. 평소랑 다르게 어르신 목소리가 안 좋아서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직접 와서 뵈니까 훨씬 나은 것 같아요.”
“요새는 더 힘이 없고 그래요. 자꾸 깜빡깜빡하고 머리도 띵하고 어지럽고, 생각도 안 나고 그렇더라꼬요.”
“오늘은 시간이 있더나? 요새는 일이 바쁘다 카더만.”
“공일에는 일 안 해요.”
“어르신, 작년에 아저씨 도우면서 쓴 책이 나왔어요. 어르신께 보여드리려고 가져왔는데, 사진이라도 한번 보시겠어요?”
“또 책을 썼다꼬요? 내가 글을 몰라.”
각 과업에 실린 사진을 보면서 어떤 내용인지 간략하게 설명했다.
고모님과 아저씨는 흐릿한 흑백 사진을 두고 옥신각신 실랑이했다.
“이거는 내가? 여는 누고?”
“이 사람은 지숙 씨고, 이게 고모님이네.”
“그캐, 내가 눈이 침침해서 당췌 누가 누군지 모르겠다.”
고모님, 백지숙 씨와 백권술 씨, 교회 목사님, 직장 대표님, 집주인 부부와 찍은 사진을 두 분에게 차례대로 보여드렸다.
“아, 여게가 집주인이라? 주인이 젊은 사람이네?”
“젊어요. 애도 둘 있고.”
“같이 일하는 사장님 인상이 좋네. 전에 일하던 데는 아예 안 가나?”
“그게는 일 안 하는데, 와 가요?”
“그 집에 아자씨가 몸이 안 좋다 카더만 요새는 좀 괜찮은가, 어떤고?”
“괜찮다 캐요.”
“덕원농원 사모님하고 통화한 지도 꽤 되었는데,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전화해 볼까요? 아저씨 생각은 어떠세요?”
“사모님한테 전화해 봐요.”
“고모님은요?”
“한번 해보소. 목소리라도 듣구로.”
두 분에게 의향을 여쭈니 흔쾌히 승낙했다.
“사모님, 안녕하세요? 건강하시지요? 아저씨 모시고 북상 고모님 댁에 왔는데, 고모님께서 덕원농원 소식을 궁금해하셔서 연락했습니다. 통화 괜찮으세요?”
“괜찮습니다. 다들 잘 지내시지요? 아저씨 모시고 북상 가셨구나.”
“잘 지냈소? 집에 아자씨가 몸이 많이 안 좋다 카더만 좀 어떻소?”
“지금은 괜찮아요. 많이 좋아졌어요. 어르신은 건강하시지요?”
“나도 이자 나이가 있는데 건강이 좋겠소. 그래도 아자씨가 좋아졌다 칸께 다행이네. 그캐, 고생이 많지요? 이것저것 신경 쓰고 챙길라만 힘이 들 낀데.”
“괜찮습니다. 어르신은 어떻게 지내세요?”
“나야 다리가 아픈 께 맨날 집 안에 들어앉아 있지요. 그래, 농사는 좀 하요?”
“많이는 안 하고 쪼매 합니다. 우리도 이제 힘들어서 아들한테 다 넘겼어요.”
“하모, 그래야지. 몸이 아픈데 농사가 많으만 되겠소.”
“그래도 춘덕 아저씨가 옆에 있어서 자주 찾아뵈니까 좋으시지요?”
“그렇지요. 야가 올 때마다 뭘 사 들고 이래 자주 오니까 늘 고마바요.”
“춘덕 아저씨가 참 잘하시네요. 아저씨, 건강하시지요?”
“나는 잘 있어요.”
“안 그래도 가끔 아저씨 이야기해요. 우리는 아저씨 보고 싶은데, 아저씨는 우리 생각 안 나는가 봐요. 아저씨, 우리 안 보고 싶었어요?”
“아니요. 보고 싶었어요.”
“집에 놀러 오시라 해도 안 오시니까, 우리가 아저씨 댁으로 한번 갈게요. 그래도 되지요?”
“예, 와요.”
“그래요, 아저씨. 고모님하고 이야기 많이 나누고요, 놀다가 천천히 가세요. 고모님, 오래오래 건강하시고요. 다들 목소리 들으니까 반갑고 좋네요. 연락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래, 아지매도 잘 지내고 건강하소.”
통화를 마친 아저씨는 치킨 봉지를 풀었다.
“그냥 오지, 맨날 치킨 튀기 온다꼬. 돈이 어데 그리 있나?”
“일해서 돈 벌잖아.”
“어르신, 아저씨가 이렇게 사 오지 않으면 치킨 드실 일이 없지요?”
“그 말이 맞아. 야가 안 사다주만 생전 묵을 일이 없지.”
“고모님, 많이 들어요. 뼈 없는 걸로 시킸어.”
“그캐, 빼가 없응께 영 묵기가 수월하네. 춘덕이도 어여 묵어.”
소통이 원활하고 음식도 잘 드시는 고모님을 뵈니 한결 마음이 놓였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저씨는 이렇게 말했다.
“5월에 또 가요.”
2026년 4월 19일 일요일, 김향
바쁜 일정 틈에 때마다 고모님 챙기시니 고모님이 참 고마워하실 것 같습니다. 조카 사정을 훤히 아시네요. 전화 통화도 그렇고, 이렇게 관계가 두루 이어지는 게 놀랍습니다. 박효진
고모님 기운 있고 강건해 보였다니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기를 빕니다. 덕분에 덕원농웡 소식도 듣네요. 다들 이렇게 잘 사시니 감사합니다. 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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