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이나 단체, 일반 기업체라도 강도는 다르지만 비슷한 상황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명령을 따를 것인가, 옳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신념을 따를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 사는 경우가 있습니다. 개인의 신념을 따르다가 일이 끝난 후에는 그 조직에서 쫓겨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옳다고 믿는 자신의 신념을 따를 수 있습니다. 개인의 선택입니다. 직업이나 직장을 잃더라도 자신에 대한 긍지 하나는 확실하게 지니고 살 것입니다. 그의 인생을 그만큼 보람있게 만들 수도 있겠지만 때로는 험난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이력서나 추천서에 남는다면 역시 두 가지 가능성이 생깁니다. 좋게 봐주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조직에 부합하지 않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항상 옳은 길을 따라간다는 것이 매우 힘들다고 여깁니다. 여러 가지 환경이 얽혀 있기에 함부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흔한 예로 자식의 생명을 위협하며 국가 정보를 요구한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눈앞에서 자식이 죽는 것을 참으며 버텨야 합니까? 아니 그럴 자신이 있겠습니까? 그냥 평범한 자리에 앉아서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기는 쉽습니다. 그러나 본인이 그 경우를 실제로 당한다면 사실 본인조차도 어떤 선택을 할지 잘 모를 것입니다. 그 순간 어떤 생각과 판단을 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아무튼 옳은 것을 안다고 해도 옳은 것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는 말입니다. 그렇게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삶의 현장에서 기로에 설 수 있습니다.
본인의 신념을 따르다가 군에서 강제제대를 당합니다. 파이롯이라는 경력으로 여객기 조종사로 지원을 합니다. 전투기와 여객기는 다릅니다. 때문에 공군에서 대단한 실력을 갖춘 파이롯이라 하더라도 또 다른 시험단계가 있습니다. 위기의 상황에서 파이롯이야 막말로 자기 하나 보존하면 됩니다. 최종단계에서 낙하산 둘러매고 뛰어나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여객기는 다릅니다. 그렇게 혼자만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갈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는 결코 안 됩니다. 수십 명 또는 수백 명의 생명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함부로 자기 신념대로 따를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됩니다. 그것이 설령 옳다고 확신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개인의 생각이고 신념일 뿐입니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어쩌면 비상사태 발생시 어떻게 대응하느냐 하는 판단능력도 시험하는 것입니다. 한 사람의 잘못 판단으로 자신은 물론이거나와 수백 명의 목숨이 공중분해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 모두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기원하며 항공기를 타고 여행을 합니다. 워낙 먼 거리이고 시간을 벌어야 하기에 해외로 나갈 때는 달리 방법이 없을 것입니다. 빈번하지는 않지만 때로는 항공기 사고를 목도하며 살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항공기 사고는 일단 발생하면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그 절대절명의 위기감 때문에 항공기를 소재로 한 재난영화도 꽤 나오고 있습니다. 기체 결함이나 갑작스런 기후변화 또는 항공기 납치 사건 등등.
그런데 여기서는 좀 독특합니다. 중동 아시아 지역을 비행하던 차 비록 험한 날씨지만 비행은 순조롭게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갑작스런 연략이 옵니다. ‘칸우’라는 화산섬에 뜻하지 않은 화산폭발이 발생하여 많은 관광객이 묶여 있답니다. 물론 나 몰라라 그냥 내 갈 길 가도 그만입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구조를 기다리며 애타하는 모습이 선합니다. 물론 혼자서 임의로 결정할 수 있는 일도 아닙니다. 사정을 이야기하고 승객들의 동의를 얻습니다. 기꺼이 따르든 주위의 표정들을 보며 어쩔 수 없는 선택이든 그곳으로 가서 구조하자고 합의합니다. 그리고 드디어 칸우에 착륙합니다. 기다리고 있던 관광객들이 환호하며 달려듭니다.
공항에는 여객기가 몇 있었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조종사들이 사고로 이미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제 남은 조종사는 방금 도착한 항공기의 기장 ‘레오’와 그의 교육생으로 함께 하는 ‘알렉스’뿐입니다. 사람들은 어서 승선하여 떠나자고 아우성입니다. 그러나 아직 산에서 미처 도착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자, 기다려야 하는 사람들 중에는 사실 가족들이 섞여 있기에 자기네 고집만 부릴 수도 없습니다. 더구나 모두를 구조하려고 온 것이지 누구는 살리고 누구는 죽도록 버릴 수는 없는 일입니다. 물론 위험을 각오해야 합니다. 화산폭발과 지진으로 공항 자체도 위험하게 됩니다. 일단 화물항공기로 있던 사람들이 출발합니다.
비행기가 이륙하였다고 끝나는 일이 아닙니다. 커다란 폭풍우 속을 지나야 합니다. 게다가 앞서가던 화물항공기에서 기름이 유출됩니다. 오래 비행할 수 없습니다. 그냥 추락하여 몰사하도록 내버려둡니까? 1%의 가능성이 있더라도 시도해야 합니다. 가만있으면 추락 그리고 사망이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설령 불가능하다 싶어도 단 0.5%의 가능성이 있다 하면 나서야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승객 모두가 동조하겠는가 하는 것이지요. 놀랐습니다. 여태 공중급유는 보았어도 공중에서 화물 인계가 이루어질 수도 있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화물도 아니고 사람입니다. 죽느냐 사느냐 하는 문제이니 선택의 여지도 없습니다. 영화 ‘파이널크루 : 칸우 탈출작전’(The Crew, 2017)을 보았습니다. 2017년 러시아 작품입니다.
첫댓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