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5/29 07:37 마니아포럼에 기재
98년 처음으로 외국인에게 한국프로야구의 문호가 공식 개방되었을 때만해도, 경기에서 국내 선수들이 주눅들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6년여의 세월이 흐른 지금, 한국프로야구는 외국인선수와 함께 한층 업그레이드되었나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발전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이 기간동안 비록 타고투저 현상의 심화로 피말리는 투수전은 줄어들었지만, 그로인해 팀 홈런 200개·개인홈런 50개 시대를 열었다. 그야말로 파워배팅 시대인 셈. 더욱이 올 시즌에는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트(40-man roster) 제한 규정"이 철폐되면서, 알 마틴(LG) 트로이 오리어리(삼성) 훌리오 마뇽(기아) 등 전년도에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수준급의 외국인선수를 수급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용병 트라이아웃제와 자유 드래프트제에 이어 바야흐로 제 3기 외인시대가 열린 셈이다.
현재 한국프로야구에서 뛰고 있는 외국인선수는 한화에서 뛸 에디 디아즈를 포함하여, 총 16명. 그 가운데 절반은 타자다. 이미 롯데의 마리오 엔카르나시온과 한화의 엔젤 페냐가 부진한 성적과 수비 문제 등으로 퇴출의 칼날을 맞았고, 대신 라이언 잭슨과 에디 디아즈가 각각 롯데와 한화의 유니폼을 새로이 입었다.
8명의 외국인타자 가운데서도 특출난 성적으로 으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이는 단연코 현대의 "존 트라볼타" 클리프 브룸바.
지난 해 SK와의 한국시리즈에서 맹타를 휘두르며, 현대의 V3에 일조했던 그가 올 시즌에는 팀의 주포 심정수를 따돌리고, 현대의 새로운 기둥으로 우뚝 섰다.
28일 현재 타격 3위(0.356) 최다안타 3위(62개) 홈런 1위(19개) 타점 1위(48타점) 장타율 2위(0.724) 등 타격 전부문에 걸쳐 최상위 클래스에 포진해있는 그는 지난 시즌 "히어로" 이승엽(롯데M)을 완전하게 바통 터치했다.
5월 들어서 4경기 연속 홈런을 포함 무려 9개의 홈런포를 쏘아올린 브룸바는 4월 최다홈런 기록(13개)을 경신한 박경완(SK)을 2개차로 따돌리며 어느새 홈런 더비 1위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같은 기간 박경완은 고작 4개의 홈런을 터뜨리는 데 그쳤다. 이제 겨우 46경기를 소화했지만, 현재 페이스(On PACE,경기당 0.41개)대로라면 브룸바의 전경기 출장시 홈런 추정치는 무려 54.9개에 달한다.
역대 외국인타자 최고 기록은 99년 댄 로마이어(당시 한화)와 2002년 호세 페르난데스(당시 SK)가 달성한 45개로, 현재 페이스만 유지하면 새로운 기록도 넘볼 수 있다. 또한 타격 타점 홈런 부문에서도 선두그룹을 형성하고 있어 외국인타자로는 최초가 되는 트리플 크라운의 영예를 안을 지의 여부도 벌써부터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브룸바의 경우, 파워는 물론이거니와 정교함도 갖추고 있어 새로운 역사 달성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밖에 99년부터 4년간 한국생활을 하며 강타자로 이름을 날렸던 한화의 제이 데이비스의 경우, 최근 부상으로 주춤하기는 하지만 1년간 멕시칸리그(LMB)에서 외도했던 선수치고는 양호한 성적인, 0.347의 고타율(6위)과 8홈런(공동 10위) 32타점(11위)으로 여전히 녹슬지 않은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또 지난 겨울 베네수엘라 윈터리그에서 포스트시즌 8경기 연속 홈런을 터뜨리며 괴력을 자랑했던 롯데의 로베르트 페레즈도 한국 생활 2년차에 걸맞는 성적으로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페레즈는 지난 27일 광주 기아전에서 만루포를 터뜨리는 등 올 시즌 타율 0.328 8홈런 40타점으로 "꼴찌" 롯데 타선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현역 메이저리거 출신으로 기대를 모았던 삼성의 트로이 오리어리와 LG의 알 마틴은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고, 지난 2002년 삼성 시절 유격수 최초로 90타점을 달성했을 만큼 파워히터였던 틸슨 브리또(SK) 역시 친정팀에서는 예년만큼의 활약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지난 시즌 말미에 입은 부상의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은 모습이다.
메이저리그 11년 통산 타율 0.274에 127홈런 591타점을 기록했던 강타자 오리어리의 경우, 시즌 개막전부터 작은 소동을 벌이며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더니 본격적으로 시즌에 들어가서도 제 모습을 영 찾지 못하고 있다. 이승엽(롯데M)과 마해영(기아)의 공백을 충분히 메워주리라 예상했지만, 대포 솜씨는 지난 시즌의 이들만 못하다는 게 중론. 적어도 현재까지는 그렇다. 해결사 능력을 가늠하는 타점수도 겨우 27개뿐으로 이는 외국인타자들 가운데 거의 바닥에 해당한다.
메이저리그 탬파베이 출신의 알 마틴도 높은 타율(0.351,5위)에 비해 타점 생산력이나 파워가 심하게 떨어진다. 팬들은 이들에게 시원한 홈런을 바라지만 마틴은 4,5월에 각각 3개와 2개를 치는데 그쳤고, 오리어리는 지난 4일 대구 현대전 이후 벌써 18경기째 손맛조차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브리또는 더욱 심각하다. 한국야구 4년 통산 0.299의 타율에 82홈런 298타점을 기록하며 몇 안되는 공격형 유격수로 평가받았었지만, 올해는 영 맥을 못추고 있다. 5월 들어서는 아예 홈런도 없다. 4년 동안 연평균 20개 이상의 홈런을 날린 그이지만, 올 시즌에는 10개의 홈런도 현재 페이스대로라면 힘들다.
매년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태평양을 건너오는 이들 외인타자들. 외국인선수 제도 도입과 함께 이들은 팀의 시즌 성패를 좌우할 만큼 영향력이 커져버렸다. 벌써부터 개인기록 부문에서 앞서나가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아직 시동이 덜 걸린 선수도 있다. 남은 시즌 동안 외인타자 세계의 지존다툼에서 누가 최후에 웃을 지 진지하게 지켜보도록 하자.
한용현 명예기자
첫댓글 마틴은 앞에 주자가 자주 없었던것두 한몫했죠.
난 마틴이 넘 좋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