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정신질환
장성숙/ 극동상담심리연구원, 현실역동상담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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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사회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한강의 기적 운운하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한국은 부자 나라일 뿐만 아니라 첨단기술을 자랑하는 IT 강국으로 발돋움했다. 자연히 개인소득은 높아졌고, 아울러 개개인의 영역에 대한 경계는 더욱 선명해지는 편이다.
수많은 변화 중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를 빼놓을 수 없다. 전에는 자녀를 잘 키우는 게 부모의 의무였고, 아울러 자녀는 노부모를 봉양하는 가장 큰 덕목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자녀를 독립시킨 후 100세를 사는 시대인만큼 부모는 자신의 힘으로 살아야지 자식에게 의지해서는 안 된다는 게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인식이다. 그리하여 자녀가 결혼할 때 바리바리 싸주기보다 그만큼 키워주었으면 됐다며 각자 알아서 독립적으로 살자고 한다. 즉 부모가 자식에게 의지하지 않으려면 자기 재산은 끝까지 자기가 지키야 한다는 것이다.
오래전에 나를 찾아온 한 젊은이는 아버지의 의처증이 심해 어머니와 이혼할 지경에 이르렀다며 고민했다. 아버지의 증세가 심상치 않아 입원을 시켜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런데 30대 중반인 그에게서 뭔가 석연찮은 게 느껴졌다. 아버지에 대한 걱정은 그저 형식적인 듯했고, 어떻게든 아버지를 강제 입원시킬 방안에 혈안이 되어있는 듯했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리저리 탐색해보니, 제삿밥에 눈이 멀 듯 그는 아버지의 재산에서 자기가 차지할 지분에 열중하고 있었다. 써늘해진 나는 그에게 편집증을 앓는 그런 아버지에게는 가족이 더더욱 헌신적으로 보살펴 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즉 그런 취약성을 가진 아버지를 자극하지 않도록 온 가족이 조심해야 가까스로 그러한 병세를 물리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그는 나의 말을 귀담아들으려 하지 않고 아버지를 금치산자로 몰아가는 데 상담자인 내가 동조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내가 그의 목적에 어긋나는 말을 하자, 그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의처증이나 의부증은 고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내게 반문했다. 사실, 그의 말이 아주 틀린 말도 아니어서 나는 잠시 침묵했다. 잠시 후 나는 다시 그에게 충분한 정성을 들이기도 전에 아버지를 금치산자로 몰아 재산권을 빼앗은 것은 가족이 할 수 있는 짓이 아니라고 하였다. 더구나 피를 나눈 아버지에게 자식이 그럴 수는 없다며 하다 안 되면 그렇게 하는 수밖에 없겠지만, 서둘러 그렇게 하는 것은 자식으로서 할 짓이 못 된다고 한 것이다.
얼마 전에도 어떤 여성이 나를 찾아와 남편이 의처증을 보인다며 괴로움을 토로했다. 그동안 겪은 고충을 들어보니, 남편은 심하게 아내를 의심하며 괴롭히는 것 같았다.
언제부터 그 남편이 그렇게 되었는지를 살펴보니, 회사에서 상사와의 갈등으로 그는 점점 설 자리를 잃었던 듯했다. 그러든 차에 가족력에 의한 편집적인 성향이 가세해 아내를 의심하는 쪽으로 그는 증상을 보였다. 그런데도 이 부인은 자기가 하는 일에 온통 정신이 팔린 나머지 남편을 소홀히 했고, 남편이 자기를 괴롭히는 것에 대해 화를 내면서 남편과의 갈등을 고조시키고 있었다.
나는 예전에 아버지를 금치산자로 몰려고 했던 남자를 떠올리며 그 부인에게 일이 더 중요한지 아니면 남편이 더 중요한지 잘 생각해보라고 하였다. 그렇게 의심하는 증상을 내보이는 사람일수록 측근 사람이 헌신하며 보살펴 주어야 가까스로 증상을 누르게 된다고 간곡하게 일렀다. 그러자 그녀는 알아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다른 한편 난감함을 감추지 못했다. 남편을 안정시키기 위해 일까지 그만두기는 어렵단다. 자기도 이 정도 위치에 이르기까지 숱한 고생을 했고 나름 성취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나도 무슨 심정인지 이해한다는 의미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날 여성들은 남자 못지않게 재능을 발휘하며 자신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있다. 여기에서 일이라는 것은 돈을 버는 수단 이상으로 자기를 실현하는 방식인데 그것을 포기하는 건 엄청난 희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 설명하기를, 일단 남편을 최우선으로 하여 그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그런 다음 일하는 것을 논의하면 잘 될 수 있을 거라고 그 부인을 구슬렸다.
오늘날 개개인의 권리가 강조되면서 가족 간의 애정은 그만큼 위태로워지고 있는 듯하다. 그 누구도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되는 시대를 살아가면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헌신하기를 바란다는 것은 좀처럼 수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족은 남이 아니라 자신의 일부로서 연결되어있기 때문에 누구 한 사람이라도 무너지면 그만큼 자기도 영향받게 되어있다. 즉 연동 관계에 있는 대상임으로 어떻게든 보듬어야 서로 무난하게 살아갈 수 있다. 그러므로 가족을 한낱 동거인 정도로만 취급한다면, 과연 우리는 어디에서 위로를 받고 또 어디에서 재충전을 할 수 있을지 심히 걱정스럽다.
첫댓글 "가정은 이 세상의 작은 천국" 행복한 가정생활은 건강하고 풍성한 삶을 약속~~
수영장에서 만나는 여러나라 사람들 문제도 거의 가족간의 문제..
문제종류도 정말 다양해요.
어느 노부부문제,,, 왜 음식마다 Tumeric powder를 뿌리느냐???
식당에서 음식은 10불정도로 오더해라..
하루 한끼니는 남편이 차려라.. 등등..
가정은 우리 삶에서 최후의 보루라고 여깁니다. 그런데 사소한 일들로 늘 울근불근하는 데가 바로 가정인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