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나무
이여진
푸른 생명을 안고 몸은 말라 숨죽이는
고무나무 아기 잎이
기지개를 켜며 팔을 벌리는 아침
매일 창가에서 눈인사 나누던
그 윤기 나고 싱싱했던 잎이
거뭇거뭇 모르는 병에 걸렸나 보다
생명을 잃어가는 잎을 잘라낸다
절규하듯 끈적거리는 진액을 쏟아내며
아파하는 고무나무
병을 앓고 앙상하게 남아있는
가지 끝에 몇 잎이 귀하고 장하다
푸르던 잎을 떨쳐내고
파릇하게 돋아나는 새순을 기다리듯
문득, 길 잃은 내 영혼의 상처를 보듬어 본다
살다 보면 삶의 무게를
내려놓아야 할 때가 있는 것처럼
아파도 새순을 기다려야 할 때가 있다
[작가프로필]
김포문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공저 [바느질하는 남자]가 있다. 신석초전국시낭송대회 대상을 수상했다. 시낭송가, 숙명여대, 경희대 시낭송과정 출강, 김포문학 등에 작품발표
[시향詩香]
시는 맛과 향이 있다. 계절을 타듯 운율과 리듬을 타기도 한다. 화초를 키우다 보면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부분 리듬을 잃어버리거나 계절적 변화를 조율하지 못한 경우가 대분이다. 물을 자주 주는 바람에 뿌리서 상하고 급기야 이파리가 누렇게 떠 결국에는 지고 만다. 옛말에 "화초는 게으른 사람이 잘 키운다".고 했다. 곱씹어보면 멋쩍게 살짝 이해가 된다. 시인은 날마다 고무나무를 바라보며 '내' 삶의 한 부분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말 못하는 것들에서 삶의 지혜를 얻고 교훈을 배운다. 고무나무가 누구에게는 보편적 은혜라면 시인에게는 특별 은혜가 아닐까? 그만큼 화초를 통해 자신의 영혼을 비추어 본다는 것은 삶의 무게의 정도보다 훨씬 내적 성숙의 경지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때는 '삶의 무게를/ 내려놓아야 할 때가 있는 것처럼/ 아파도 새순을 기다려야 할 때가 있다.'는 평범한 소회는 그 깊이가 마리아나해구보다 더 깊게 다가온다.
글 : 송병호 (목사/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