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자신 (童子神)
◇등장인물
보정대사:촉나라의 노승
관운장:촉나라의 장수
무녀 ; 촉나라의 무녀
전미숙:30대 초반
오보살: 강보살의 신어머니
강보살: 무녀(30대 후반)
동자신들: 3∼4세의 남자아이들.
그 외 등
S# 1. 숲 속의 산사(밤)
N: 중국 촉나라 시대에 보정대사가 있었다. 이분은 독특한 수행정진을 했는데, 전쟁터를 찾아다니며 아군과 적군의 시체 사이에 촛불과 향, 꽃, 음식 등을 푸짐히 갖춘 제사상을 차려놓고 목탁을 치고 염불독경을 하여 위령과 천도제를 지내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 날도 보정대사는 전투가 있은 가까운 산사에 제물을 갖추어 위령과 천도제를 지내려고 한다.
법당 중앙 문을 열어놓은 놓은 채 보정스님이 혼자 부처님을 등 뒤로 하여 법당 마루에 정좌하여 법당 앞 제사상 쪽을 향해 두 눈을 지그시 감고 마치 돌부처처럼 앉아 있다. 보정스님은 두 눈을 감은 채 입안으로 지장보살을 부르고 오른 손은 지장보살을 부를 때마다 백팔염주를 한 알씩 한 알씩 헤아리고 있다. 부처님의 자비스러운 얼굴. 보정스님의 두 눈을 감은 얼굴이 교차한다.
그 때 일진광풍의 차거운 바람이 쏴아― 불어온다. 바람에 법당 추녀에 매달린 풍경이 갑자기 요란스럽게 밤의 적막을 깨뜨린다. 보정스님의 감은 두 눈의 눈꺼풀이 감전된 듯 미동을 하는 듯 한다. 차가운 바람은 법당안에 까지 몰려들어 보정스님의 옷깃을 흔들어 헤집고, 불탁 위의 촛불을 춤추게 한다. 부처님의 얼굴과 보정스님의 얼굴이 교차한다. 그 때 차가운 바람과 함께 짙은 밤안개가 산사를 깔리기 시작한다. 어디선가 흐느끼는 소리들이 들려 오더니 그 소리는 점점 다가온다. 그 때, 보정스님은 감은 두 눈을 번쩍 뜬다. 보정스님은 자비롭게 미소하며 말한다.
보정스님: 오, 어서들 오너라.
어느 틈에 법당 앞 계단 아래에는 전쟁터에서 무참히 비명횡사한 적군과 아군의 귀신들이 슬피 흐느끼고 있다. 귀신들은 밤안개속에 푸른 인광으로 서 있다. 귀신들은 죽어서도 영혼끼리 서로 적대감을 버리지 않고 으르렁 거린다. 그러나 하나같이 보정스님에게는 슬피 울면서 다투어 보정스님에게 하소연을 한다.
귀신 1 : 대사님, 저는 가난한 농부이온데, 강제로 병졸로 끌려와 이곳 전투에서 억울하게 죽었습니다. 고향에는 저를 기다리는 노모와 아내와 자식이 있어요.
귀신 2 : 저는 열다섯의 소년인데, 병졸로 끌려와 이곳 전투에서 창에 찔려 죽었어요. 어머니가 보고 싶어요.
귀신 3 : 저는 열여섯인데, 칼에 목이 떨어졌어요….
귀신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억울한 비명횡사를 보정스님에게 하소연하며 슬피 울음을 터뜨린다. 보정스님의 눈에 뜨거운 눈물이 흘러 양볼을 타고 내린다.
보정스님: 모두가 인간의 탐욕의 업보로다. 이제 어찌 하겠는가? 육신을 잃어 버렸으니…. 천지가 무너지듯 통곡을 하여도 이제 어찌할 수가 없도다. 나는 평생을 전쟁터에만 찾아다니며 그대들같은 불쌍한 영혼을 위로하고 천도할 뿐이다. 전쟁을 하지 말라고 내가 아무리 위정자에게 간언해도 위정자의 탐욕이 전쟁을 일으키는 것을…. 사해가 한 형제처럼 평화롭게 살아도 인생 백년도 못사는데 인간은 스스로의 탐욕에 생사를 재촉하고, 죄없는 그대들도 억울하게 생사의 고통을 받는 것이다.
귀신들은 더욱 소리높여 흐느낀다. 보정스님은 그들을 위로하며 간절히 말한다.
보정스님: 내가 그대들을 위해 조촐한 상을 마련했으니 맛있게 들고, 원귀로 떠돌지 말고, 인연을 찾아 환생을 하여라. 추위와 더위, 굶주림속에 헤매지 말고 인간의 몸으로 환생하기를 바란다.
귀신들은 감읍하면서 제사상에 둘러 앉아 허겁지겁 음식을 먹고는 보정스님에게 절하고 안개속으로 스러진다. 귀신들이 모두 물러났을 때, 말발굽 소리가 요란하게 다가온다. 한 장수가 청룡도를 들고서 푸른 인광으로 모습을 드러내며 말 위에서 위엄있게 보정스님을 부른다. 그 장수는 뜻박에 촉의 장수 관운장이다.
관운장; 보정대사, 나요, 운장이요. 어릴 때 친구를 잊지는 않으셨겠지요?
보정스님:(놀랍고 반가워 하며) 아니, 형주성에 계신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어찌된 일이오?
관운장: 동오의 장수 여몽의 함정에 빠져 억울하게 죽고 말았소이다.
보정스님: 아아, 정말 안타까운 일이오.
관운장: 보정대사, 나는 억울하게 죽어서 이승에서 떠돌고 있소이다.
보정스님: 이제 장군은 운명을 달리 했으니 하늘의 법도를 따라 이승을 떠나셔야 합니다.
관운장: 나는 억울하게 죽어서 복수를 해야 하오.
보정스님:(정색을 하고) 장군은 어찌 자신의 죽음만 억울하게 생각합니까? 장군의 손에 죽은 오관참장(五關斬將)과 무수한 장병들의 영혼은 어찌 억울하지 않겠습니까?
관운장:(불쾌한 듯) 나는 유비 형님을 도와 한실을 중흥시키려는 큰 뜻이 있고, 내 칼에 죽은 자들은 큰 뜻이 없는 박지범부이잖소!
보정스님: 하늘아래 모든 인간은 귀천이 있을 수 없습니다. 내목숨이 중요하면, 남의 목숨도 중요한 줄을 알아야지요. 천하의 영웅들이 각기 태평천하를 만들기 위해 거병을 한다고, 하지만, 결국은 권력을 향한 의지일 뿐이지요.
관운장:…!
보정스님: 이제 운장공은 촉나라에 연연하지 말고, 내생을 향해 미련없이 떠나시오. 천하의 영웅인 관운장이 개인적인 복수를 위해 원귀로 활동해서야 되겠소이까?
관운장: 대사의 말씀을 들으니 눈앞에 미몽의 안개가 걷힌 듯 하구려. 대사, 고맙소이다 나는 이제 미련 없이 내생을 향해 달려가겠소이다. 대사, 내생에도 좋은 친구가 됩시다.
관운장(에코)내 목숨이 중요하면, 남의 목숨도 중요하다, 으핫하하하….
관운장은 크게 웃으며 적토마를 타고 안개속으로 홀연히 사라진다. 모든 영혼들이 떠나가버린 제사상. 법당 추녀의 풍경소리도 고요하다. 보정스님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향을 피우고 3배의 절을 올리고, 법당에서 나와 제사상이 있는 도량에 선다. 보정스님은 자욱한 밤 안개속에 서서 합장하여 사라진 영혼들을 위해 나직히 지장보살을 부른다.
그 때 보정스님의 귀에 무녀의 방울소리가 아득히 들려온다. 방울소리는 초혼가처럼 들려온다, 보정스님은 독백한다. ‘저 방울소리는 초혼을 하는 소리인데, 누가 어느 영혼을 부르는 것인가?’보정스님은 천천히 소리를 따라 밤안개를 헤치고 숲길을 달려간다.더욱 짙어지는 밤안개 속의 시야에 무녀의 신당이 보인다.
S# 2. 신당.
보정스님이 숨어서 숨죽여 보니 40대 초반의 무당이 무복을 입고 신당 마당에 자리를 깔고 제상을 차려놓고 한 손에 방울을 흔들면서 영혼들에게 음식을 접대하고 있다. 보정스님이 자세히 보니 어린 영혼인 서 너명의 동자신들이다. 푸른 인광의 동자신들은 제상 앞에 앉아 음식에는 손을 대지 않고, 하나같이 애처롭게 울며 제엄마를 애타게 부르고 있다.
동자신들(에코)엄마아― 엄마아―.
무녀:(슬퍼하는 얼굴로)아가들아, 아무리 엄마를 불러도 엄마는 오지 않는단다. 모두 잊고,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새로운 인연을 찾아나서거라.
무녀는 동자신들의 친엄마처럼 동자신들의 처지를 진실로 위로하며 음식을 권하고, 새로운 환생을 권하고 있다.
무녀: 불쌍한 아가들아, 너희를 버린 부모에게 원한을 갖어서는 안된다. 굶주림속에 눈비 맞으며 더 이상 부모를 찾아서는 안된다. 이제 새로운 부모를 만나서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알았지?
'선재, 선재라’보정스님은 무녀를 찬탄하며 무녀 앞에 나섰다. 무녀 깜짝 놀라면서 반갑게 합장하여 공경한다. 보정스님 기쁜 얼굴로 무녀를 찬탄한다.
보정스님: 그대야 말로 진실한 신의 딸이로다.
무녀, 보정스님을 보며 빙긋 웃는다.
...
첫댓글 더 빨리 이글을 만났으면 좋으련만....... 이제야 인연이 되었구나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