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암사
전 날 내린 비를 뜨거운 태양이 건조시키느라 선암사 진입로의 숲속은 습도가 높았다.
그 습도는 입고 있는 청바지 무게를 가중시키고 있었다.
선암사 입구의 승선교는 복구작업으로 포크레인이 달랑 올라가 있다.
그 작업으로 승선교가 제 모습을 찾을 지는 몰라도 치과를 나서는 할아버지의 치아처럼
유적지에 대한 내 맘도 부실해 가고 있었다.
설명을 놓치지 않으려는 가족들이 대장을 중심으로 운집 해있다.
풍광 사진을 찍으며 아웃사이더가 되어 보는 것도 묘미가 있다.
선암사 경내의 모습은 토막 난 세월의 조각으로 모자이크를 한 것 같았다.
이미 단청이 바래 고색이 도는 대웅전과 곱게 화장을 마친 칠성각의 대비가 새 천으로 등을 댄 할머니의 낡은
베적삼을 닮고 있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처마와 처마가 맞닿은 곳에 늘어진 풍경이 아름답다.
유 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터득한 팔작지붕이니 배흘림, 민흘림 기둥이니 조잘 대며 다녔던 문학탐방 시절을 재조명 해 주어 잠시 그 때를 떠 올렸다.
낙안 읍성과 모텔.
사진을 찍고 보니 초가 지붕위로 모텔의 간판이 선명하게 나왔다.
하긴, 주막과 같은 맥락의 주거 형태 변천사인걸....
축소된 민속촌을 돌아 보았다. 삶이 숨을 쉬고 있어 겨우 연명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답답했다.
돌담 옆에 접시꽃이 시인의 소박한 정서를 불러 일으켜 잠시 휴식이 되었다.
정자에 모여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듣는 뭐토스님의 시낭송이 읍성과 잘 어울렸다.
지난 달 하롱베이에서 1불 주고 사 온 월남 모자가 매점에도 걸려 있어 반가운 김에 값을 물어 봤다.
3000원 이라고 했다.
순천만
서울 토박이인 내가 지도의 지명으로만 알고 있던 곳을 오고야 말았다.
벌교, 화순이라는 이정표도 처음 보았다.
철새도래지, 갈대밭, 순천만, TV 화면에서 슬쩍 보았던 광경을 바람과 함께 맞이하였다.
볼품 없는 갈대지만 군락을 이룬 모습은 장관이었다. 가슴이 탁 트여 왔다
쌈박질 하는 님들 좁은 공간에서 화해와 용서를 떠들지 말고
시선마다 갈대밭인 이 곳에서 술이나 한 잔 하라고 하고싶다.
갈대밭 모래톱에 빨갛게 녹 슬은 커다란 기계의 잔해가 누워 있다.
모래와 갈대와 녹 슬은 고철이
영화 라이안의 처녀에서 고뇌에 찬 한 장교의 눈빛이 석양에 물 드는 장면을 회상하게 하였다.
보성 차밭
그 곳 에서 뭔 가를 느낄 수 있다라는 기대를 가지고
대열은 운무가 깔린 삼나무 길을 몽환에 젖어 소리없이 움직이는 군상들이 되었다.
차츰 날씨가 개이면서 씻어 놓은 배추처럼 말끔해진 차밭에서 잠시 우두망찰 했으리라 나처럼
삼삼오오 흩어져 대열을 잃은 개미가 되어 여느 관광객의 모양새로 기념사진을 찍고
차밭으로 띠를 두른 산자락을 내려왔다.
다시 삼나무 길에서 뭔가를 느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수직으로 높게 뻗은 삼나무를 고개를 젖혀 바라보았다. 그 것은 분명 내 몫이었다. 하지만 보이는 것은 은밀하게 토해내는 삼나무의 숨결 뿐이었다.
내 속에서 신호가 온다 자연과 유적은 엄연히 다르다고...
자연 친화적인 마음으로 먹은 녹차아이스크림은 나와 녹차를 연결시켜주는 가교의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쌍봉사
답사 자료집에서 읽은 대장님의 첫사랑 같은 쌍봉사의 소개는 극히 주관적이라고 생각했다.
여행을 하다보면 누구나 내재해 있는 감성과 계절과 심리상태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 가슴에 첫 사랑 하나는 품고 다닌다. 나의 첫 사랑은 1985년의 고창 선운사였다.(지금은 의식적으로 피하는 곳이지만)
이름도 생소한 쌍봉사가 내 앞에 펼쳐졌을 때 첫 느낌은 너무도 귀여웠다.
보통 사찰에서는 경건함과 고정적인 미(美)와 탐,진,치,의 깨달음을 상기 시켜 주는 선(善)의식에 감염되어 숙연한 발걸음을 옮기지만 쌍봉사는 아니였다.
너무도 매혹적이었다.( 이 것 역시 주관적이라 말 할 수 있지만)
가슴에 품고 싶도록 고운 자태의 여인을 닮은 삼 층의 대웅전을 한 바퀴 돌아 보았다.
물기를 머금은 파란 잎사귀 밑에 다소곳이 숨어 있는 산딸기 같은 모습.
다른 곳은 아예 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만 맴 돌아도 지루하지가 않았다.
덮어 놓은 책처럼 무거웠던 요즘 내 마음에 쌍봉사는 나의 동력이 되어 주고 있었다.
삼 층 대웅전을 살포시 가슴에 쓸어 담았다.
언젠가는 사랑 하는 사람에게 보여 주리라 생각하니까 발바닥이 간지러웠다.
쌍봉사는 나에게 절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의인화된 정을 교감하게 해준 여인이었다.
유스호스텔과 녹차의 만남
차 한잔이 주는 의미는 사뭇 다르다고 생각한다.
미장원에서 종이 컵에 담겨 나온 티백의 녹차가 하대 받듯이 어디서 어떻게 마시느냐에 따라 그 가치는 결정된다.
토기쟁이가 빚은 다기에 찰랑 담겨져 나온 한 잔의 녹차와의 만남은 참으로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녹차의 고유 맛으로 알고 있는 떫은 맛과 쓴맛이 전혀 없는 그 맛이 참 좋았다.
버섶님의 차 에 관한 상식을 들으며 다도에 관심이 쏠리는 것을 알았다. 차 한잔의 여유를 마다 하는 사람이 있겠는가 퀴즈로 수선스럽긴 했어도 낯선 곳에서의 차 한잔은 큰 의미가 되어 내 머리에 각인 되었다.
보약같은 복분자 술이 불콰해진 흥으로 내 달릴 때 아무도 제동을 걸지 않았다.
내 속에 양면성중 동(動)적인 것이 난무하자 그대로 허슬을 추면서 표출했다.
커다란 우주 거기서도 지구 거기서도 대한 민국 거기서도 분자처럼 흩어진 구석구석에서 모여진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이렇게 건전하게 즐길 수 있을까?
누구 한 사람의 능력이 아니라고 여겨진다. 모여서, 모여서, 맞아! 모여서 모놀이구나!
김 빠진 맥주가 된 사유
우리 집 컴이 지독한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남편이 똥 고집으로 혼자서 퇴치 하고 있기를 한 달여
하긴 직업 상 오기도 생기겠거니 기다렸다.(직업이 컴퓨터 프로그래머)
모놀이 궁금해 피시방에 가서 답사후기 꼬리 글 달아 주다가 머리가 아파서 그만 두었다.(공기가 무척 나쁨)
그런데 결정적으로 문제가 생긴 것은 내 오른 팔 이었다.
그 것도 봉사랍시고 노인정 할머니들 점심밥 해 드리는 일을 혼자서 일주일에 두 번 하고 있었다.
더러운 냉장고가 신경이 쓰였지만 워낙 오른 팔에 문제가 있어서(오십견)
외면하고 지내다가 그 날은 도저히 못 참고 청소를 시작했다. 얼마나 상쾌했던가 하지만 그 대가는 밤새 나타났다.
다음 날로 통증클리닉을 찾아 가보니 유착된 인대를 과도하게 사용했다며 무리 하지 말라고 하셨다.
마우스 클릭조차 못했었다. 그렇게 되었다.
끝으로 룸 메이트였던 향기님과 작별인사를 나누지 못한 점을 사과 드립니다.
발가락에 물집이 생겨 버스에 그냥 앉아 있었습니다.
두 분 참 보기 좋았습니다. 특히 아침에 배드민턴 치시는 모습에서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을 읽었습니다.
항해사 아들이 버스에서 목에 핏대를 세워 가며 불렀던 노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 ~ ~ "
모놀 가족 여러분을 아름다운 사람들의 만남이라고 하겠습니다.
첫댓글 김빠진 맥주라니요? 파란 신호등이 그려져 있는 시원스런 하이트맥주네요.. '대한 민국 거기서도 분자처럼 흩어진 구석구석에서 모여진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이렇게 건전하게 즐길 수 있을까' 지난번 안동답사때 관리인에게도 들었습니다. 그분 모놀식구가 되었구요.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늦게 본 자식(?) 처럼 반갑고 귀한 글 잘 봤습니다. 가끔씩 올리시는 꼬리글만 보고도 내공을 짐작했었는데 역시 대단하시군요. 그날 밤 허슬은 단연 백미였습니다.
녜....감사합니다. 모든 일정을 매끄럽게 무리없이 진행하시는 대장님의 모습이 믿음직 스럽더군요.....아울러 이 자리에서 맵씨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언제 한 번 술을 사겠습니다. 기쁜 마음으로요....... *^_^*
우와..너무 감동입니다..김빠진 맥주가 아니라 사우나하고 나서 마시는 짜릿한 캔맥주처럼 대장님의 글 고픔도 채워주시고..점심후 나른한 오후에 청량감을 제공해 주시네요~..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아낙수나문님~~ 유쾌한 오후되세요.. 좋은글~ 구경하고 갑니다~^o^~ 건강관리 ...잘 하시구요~~
속 씨~~~~~~~~~원한 짜릿한 캔맥에 한 표! 대장님을 위해서도 우리식구들을 위해서도 참으로 행복하고 다행한 일입니다! 그나저나 어깨랑 팔은 좀 나으셨나요? 너무 무리마세요^^ 그 아픔 저도 잘 아는데 허준님 약이 명약인데......
다음에 차 한잔 더 드릴께요...^^*
우리의 문화유산이나 산야의 아름다움도 좋지만 사람들, 그것도 마음이 통하는 좋은 사람들의 만남이야 말로 축복입니다.몸 조리 잘 하시기 바랍니다.
앗~~룸메이트,아낙수나문님..왜 글이 안올라오나 했지요..후기 쓰실만한 분인데 하구요..여러 나라 여행도 많이 하시고,느낌이 있는 후기를 기대 하고 있었거든요..조목조목 잘도 쓰셨네요..글고픔도 조금 해소되고요..오십견 꽤나 오래 갈텐데 힘들어도 열심히 팔운동 하시고 빨리 낳으시길요..사과 주신다구요?..땡큐임다
향기님! 고맙습니다. 건강하시죠? 두 분..... 베드민턴 치실 때 알아 봤습니다. ^_^ 반신욕 열심히 하면서 운동 하고 있습니다. 다음에 또 뵙기를 기대합니다....
아주 유려하십니다.. 후기를 읽을때마다 느끼는건데.. 저두 언젠가는 이런 글을 쓸 수 있을 만한 깜냥이 생길까요? 아낙수나문님..만나뵈어서 너무 반가웠습니다..다음에 또 뵐께요.. 따뜻하게 미소지으시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즐건 하루 보내세요.
통증속에서 나온글 잘읽었읍니다 근데 어깨 저도 물리치료 받다가 받다가 그냥 흔들고 걷기했거던요 ( 가끔 쭉펴서 돌리기도하구요) 어느날 나아졌어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홍삼엑기스를 먹은 느낌입니다.....^^*
같은 테이블에서 건배를 했었죠..미소 띈 얼굴이며, 정이 담긴 말씀들이 지금도 제 기억속에 있습니다. 나도 저렇게 나이먹어 가야지...모놀에서 느끼는 인생 선배님들의 모습입니다. 스스로 찾고, 참여하고, 맘껏 즐거워하고, 어울리고..행복하고..나누는 삶....건강한 모습 또 뵙고 싶습니다.
늦게 왔습니다. 인사동 해도님 전시회때 뵈었죠? 역시 궁금했습니다. 기대도했고 .. 닉네임을 잘 기억못해서 여러가지 궁금했습니다. 인사늦었네요. 잘 들어가셨죠? 빨리나으세요. 스포츠맛사지도 효과가 좋을것 같은데...어떨지요...
노란장미님 ! 안녕하세요? 일본은 언제 가시나요? 답사에 한 번이라도 동참 할 수 있는지 궁금하네요...성격이 밝으셔서 표정도 노란장미 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꼬리글 주신 가족님들!!! 건강을 염려 해주셔서 고맙습니다.......덕분에 행복합니다....*^_^*
역시 아낙언니야~~ 나도한번 언니하고 모놀여행에 동참을 해야할텐데.......여인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