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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걸 세심하게 뜯어내는 울트라 진상 오너십의 입장으로 파헤쳐봤다.
30대 중반 애 딸린 가장의 고민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살까, 말까?”
미리 고백하건대 난 쏘나타를 타보고 싶어서 안달이 났었다.
대중적인 이름값이나 과감해진 디자인에 끌렸던 건 아니다. YF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절친한 선배가 “생애 최대의 차”라고 격찬했기 때문이다. 자동차 메커니즘에 도통한 정신적 지주 같은 그였기에 호기심이 절로 피어났다. “대체 얼마나 잘 뽑았기에….”
#영업소를 찾다 언론을 위한 쏘나타 시승차가 감감 무소식이라 현대자동차 대리점 두 곳을 찾았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철저하게 소비자 입장에서 파헤쳐 보기로 했다. 난 현재 미니 쿠퍼 S와 GM대우 라세티를 갖고 있고, 마음에만 든다면 아기를 위해 가족차로 쓰는 라세티를 바꿀 요량이어서 자연스레 진지해졌다.
“그런데 이게 뭐람.” 플래티넘 서비스를 펼친다는 YF 쏘나타의 구호에 무색하게 내게 할당된 시승은 단 10분이었다. 게다가 거만한 표정으로 ‘저 치가 차를 살 만한 여력이 있는지 아닌지’를 위아래로 쓱 훑어보는 영업사원의 태도는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시승을 위해 방문한 영업소 두 곳 모두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아니, 시승하는 데 10분이면 충분한 거 아닌가요? 우리도 기름값 써가면서 하는 건데 좀 양해해 주시죠.” 할 말이 없어서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지만 독과점의 폐해는 곳곳에서 드러났다.
프리미엄 쏘나타 역시 강력한 라이벌이 필요한 거지. 르노삼성이나 GM대우가 그 역할을 맡아줬으면 싶지만 상품성이 떨어지는 토스카와 SM5로는 한계가 엿보이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토요타 캠리가 라이벌을 자처할 만큼 국산차 가격이 오른 것도 격세지감의 현실이다.
프로페셔널 의식이 없는 딜러를 탓하긴 싫다. 진입 장벽이 낮아 온갖 고객을 응대해야 하는 그들의 입장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아 다르고 어 다른 게 인지상정 아닌가? 수입차 메이커의 쇼룸에 들어서면 처음 보더라도 반갑게 맞이하는 건 수입차여서가 아니라 서비스 마인드가 충실해서일 거다. 실제로 난 자동차를 이해하고 성심성의껏 응대해주는 영업사원에게 차를 구매해왔다.
#생긴 것에 대한 논박 아쉬운 대로 동네 서너 바퀴 돌고는 알량한 브로셔 몇 장 받아왔다. 아, 그런데 표지에 찍힌 근엄한 모습이 부담스럽다.
어찌 보면 잘생겼지만 잔뜩 찌푸린 눈매와 벌름거리는 콧망울을 보면 심히 피곤하다. 좋게 보면 쏘나타의 오너 지평이 한층 넓어질 것 같다. 20대 후반부터 50대 나이 지긋한 운전자까지 거느릴 태세다. 너무 욕심 부리면 탈날지도 모르는데.
최근 현대자동차가 디자인 슬로건으로 내세우는 플루이딕 스컬프처(Fluidic Sculpture)는 ‘자연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역동적인 조각품을 빚어내는 현대 디자인의 조형 방법’이라고 설명서에 쓰여 있다. 쏘나타는 한 술 더 떠 오키드 스트로크(Orchid Stroke)란다.
‘이게 대체 뭔 소리야?’ 싶었는데 차를 지그시 뜯어보면 이해가 갈 법도 하다. 난을 모티프로 삼았다는 YF 쏘나타의 실루엣이 낯익다. 휠베이스가 구형에 비해 65mm 늘어난 2795mm에 이른다. 앞뒤 오버행도 슬쩍 줄어 옆에서 바라보는 모습이 안정감 있게 느껴진다.
거부감 드는 얼굴도 옆선은 ‘얼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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