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구의 임종(24.6.16)
한 달 전부터 민구가 밥도 남기고 산책 시에 숨을 헉헉 거린다.
이제 8살이 넘어 기력이 딸리는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3주 전부터는 밥도 먹지않고 앉아만 있고 짖지도 않으며
산책도 볼일만 보고는 들어오는 것이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한림에 있는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니 심장사상충이란다.
약을 6일치, 그리고 또 6일치를 지어다가 소고기와 생선
그리고 북어국을 끓여서 약과 함께 먹였다.
차차 기력을 찾더니 조금씩 걸음걸이도 빨라지고 짖기도 했다.
증세를 말하고 다시 10일치 약을 지어와서 먹이는데
3일 전부터 아예 밥을 먹지 않고 물만 먹고는 누워있다.
기운이 없어 이곳 저곳 옮겨다니며 늘 업드려 있다.
약도 1일치만 남아있어 내일(월) 병원을 방문하려고 하고는
씨마늘 작업을 하면서 수시로 민구를 보니
신음소리는 내지 않지만 복수가 많이 차고 괴로워하는 듯하다.
5시경 마늘작업을 마치면서 다시 민구를 보러갔는데
나무 밑에 누워있었다.
민구를 불러도 대답이 없어 가까이 가 보니
약간 입을 벌리고 누워있는데 숨을 쉬지 않는 것 같았고
파리 몇 마리가 날아다녀 민구를 만져보니 이미 숨져있었다.
임종전 증상이 친구와 흡사하다.
평소에 심장이 좋지 않았던 친구지만 임종 시에는
큰 고통없이 간 것이 다행었는데
민구도 고통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
거의 한 달 정도 고생을 했던 것 같다.
날씨가 더워 어떻게 처리할까 생각하다가
반려견을 시청에 등록했기 때문에 전화를 했지만
휴일이라 담당부서가 근무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장에게 이야기를 하자 면사무소 담당에게
집으로 전화해서 안내를 받았다고 한다.
내일 반려견 등록증을 가지고 사망신고를 하면 된다고~
집안에 들어와 샤워하고 저녁을 먹자
민구와의 추억이 생각나며 슬픔이 밀려온다.
항상 이별은 슬프고 고통스러운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겪을 때마다 같은 감정이다.
다시는 키우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2018년 12월, 20년간 키운 짱구와의 사별
2021년 3월, 18년간 함께 했던 친구와의 사별
제주에 이사온 다음 해인
2016년 봄부터 2024.6까지 8년간 함께 한 민구와의 사별
그러고 보니 3년마다 사별을 한 셈이다.
민구를 키우게 된 사연은 이러하다.
2016년 어느 날, 아내가 제주시 5일 장에서 강아지 한 마리를 사왔다.
장을 보면서 이리저리 둘러 보는데
할머니 한 분이 강아지 5마리를 팔려고 가지고 나와
한 마리도 팔지 못하고 계셨는데 거저 1마리 가져가라고 했단다.
그래서 제일 똘똘하지 못하고 한 쪽에 혼자 있던 놈을
5,000원을 주고 사온 것이다.
이름은 짱구, 친구가 있었기에 구자 돌림으로 민구로 지었다.
민속5일장에서 사온 것이란 뜻으로.
사실 나의 족보이름은 봉구이다.
그래서 우리 집에는 구자 돌림 4형제가 있었던 것이다.
민구와의 추억은 짱구, 친구와 비교하면 많지 않고
밖에서 키우다보니 주인의 관심도 많이 받지 못했다.
종종 나의 산책 동반 역할을 했을 뿐.
그러나 짱구, 친구가 죽고 난 2021년 부터 민구에게 관심을 갖고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같이 나누었다.
사료만 먹어야 건강에는 좋겠지만 인정상 주고 싶었고
민구가 맛있게 먹는 행복한 모습이 너무 좋았기에~
그리고 수컷이기에 별 신경을 안썼는데
어느 날 새벽에 동네 개가 우리 집을 방문해
민구에게 총각딱지를 떼 주고 자식들도 갖도록 한 사건도 있었다.
처음으로 하는 민구의 자세가 영 서툰 듯.
하지만 자식을 여러마리 번식했다고 이웃에게서 들음.
그러면서 한 마리 더 키우라고 했지만 거절.
민구는 비록 족보도 모르지만 허우대가 좋고
순하고 평상시에는 짖지 않고 필요시만 짖어서
동네에서 잘생기고 순하고 착하다고 칭찬이 자자했다.
외출했다 돌아오는 자동차 소리만 들어도 꼬리를 치며
주인을 마중하러 대기하는 모습은 늘 든든하고 믿음직 스러웠다.
한 가지 오점이라면 마당을 고치는 작업을 할 때
길을 잃고 헤매는 새끼고양이가 불쌍해서 데려와
밥을 주고 몇 일 키웠는데 잠깐 한 눈을 판 사이
민구가 새끼 고양이를 살짝 무는 것을 발견하고 떼 놓았는데
고양이가 누워서 숨을 헐떡이며 조금있다가 죽어버렸다.
민구의 일생 딱 한 번의 실수였다.
이제는 민구와의 추억을 뒤로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나의 삶을 살아야 겠다.
오늘 밤은 늦게까지 잠이 오지 않아 소주 한 잔 하고
친구와 함께한 삶을 회상하며 정리해 본다.
하느님의 품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길!
주님 민구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영원한 빛을 비추어 주소서.
첫댓글 세 마리 반려견을 사랑하고 돌보아 주신 마음이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아이들도 고마운 마음 안고 하늘로 갔을 거라 생각합니다 🥲
감사합니다.
세월이 마니 흘렀네요,,
짱구,친구,민구,~
제 수명대로 살다
갔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