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행일치를 넘어
마음도 일치해야 한다
양애란의 나날의 삶은
곧 가르침이다.
그것은 주변 사람들에게
더없는 본보기가 된다.
그 앞에서 맨 먼저 배우게
되는 것은 부끄러움이다.
그녀의 삶에 비하면 자신의 삶은
뭔가가 턱없이 부족함을 느낀다.
그것은 인간에게서 찾을 수 없는
어떤 것이라기보다는
간절함, 성실함, 순수함,
강인한 의지력과 끈기,
용의주도함, 속 깊은 배려 등
너무나 인간적인 속성들이다.
단지 그것이 원형적이라고
할 정도로 모범적이어서
그 앞에서 결함투성이인 자신의
모습이 두드러져 보이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다.
그녀는 정신세계만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행위가 따르지 않고 말만 무성한
정신은 소용이 없다고 말한다.
육신이 정신을 따라야 한다.
몸과 마음이 하나라고
말들은 많이 하지만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는
몸이 마음을 따르지 않는다
그녀는 고통의 달인이다.
고통을 피하는 법이 없다.
오히려 '고통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한다.
몸에 배인 습 때문에 고통스러운
사람에게 그 습이 없어지도록
사람을 이끌어주고,
몸과 마음이 둘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 그녀가 행하는 일이다.
그녀는 '도인이란 언행뿐만 아니라
마음도 일치되는 사람' 이라고 했다.
언행과 마음이 항상 하나
되어야만 무너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는 미국을 방문했을 때
하루는 로스엔젤레스에 있는
유명한 쇼평센터에 들렀다.
그곳에서 쇼핑카를 몰고 다니는
수 많은 사람들을 보았다.
거의 대부분이 과체중으로
살이 흘러내릴 지경이었다.
걷기도 힘들 정도로 뚱뚱한 사람들이
쇼핑카에 가득 먹을 것을 싣고
어기적거리며 걸어가는 모습을 보자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당혹스러웠다
쇼핑센터를 나와 LA의 뒷골목을
돌아보던 그녀는 더욱
당혹스러운 광경을 목격했다.
거적을 둘러쓴 걸인가족이
지나는 행인들을 향해
손을 내밀고 있었던 것이다.
거대하고 화려한 도시의 이면에
붙어 있는 불행한 혹이었다.
그녀는 난감했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다는 것이
그처럼 불편할 수가 없었다.
몇 푼의 돈이나 빵으로
그들을 구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당장 눈앞의 현실을
모른 척한다는 것은 더욱
마음이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녀는 어떻게 할 수 없어 머뭇거렸다.
그러자 함께 가던 사람이 말했다.
''우리나라 서울역 주변에
가보면 더 비참해요.
도와줄 필요 없어요.
이 사람들은 스스로 노동할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에요.
일자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저런 생활이 몸에 뱄다니까요.''
그의 말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었다.
그녀도 그런 사실을 조금은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 손을 내밀고 있는
저 사람들은 당장
배가 고프고 춥단 말이에요.
그녀는 가지고 있던 동전 몇 개와
생수병을 걸인가족 앞에 다 놓아주었다.
그런 다음 발길을 돌리려는데
뒤에서 방금 놓고 온 그 생수병과
동전들이 날아오는 것이었다.
"그것 보세요. 저런 사람들은
도와줄 필요가 없다니까요.
오히려 자기를
무시했다고 욕하잖아요.''
집어던진 동전과 물병을 주워서
다시 돌아간 그녀는
그 남자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그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멸시와 천대를
받으며 살아온 그의 눈은
사랑과 희망 대신
포기와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그의 눈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생수병을 다시 손에 쥐어주었다.
그리고 별 쓸모없을 한국 돈
백 원짜리 동전도
손바닥 안에 꼭 쥐이주었다.
그는 그녀의 크고 따뜻한 눈을
바라보다가 눈물을 흘렸다
생수 대신 포도주를 건네준 것도 아니고
동전 대신 빳빳한
달러를 건네준 것도 아닌데,
그는 물이 반쯤 든 물병을
손에 쥐고 그냥 울었다.
무엇이 걸인의 눈물을 자아낸 것인지,
옆에 있던 사람들은 영문을 몰라
서로의 얼굴을 쳐다볼 뿐이었다.
'내가 건넨 것은 하잘것없는 물병이지만
마음으로는 당신에게 따뜻한 음식과
편히 쉴 수 있는 집을 드렸습니다.
내 마음을 받았다면
당신도 다른 누군가를 위해
열심히 일해서 마음을 전하세요.'
그녀는 그를 바라보며 그런 기도를 했다.
그저 바라만 보았을 뿐, 말은 하지 않았다.
말이 통하지 않기도 했지만..
마시다 남은 물과 쓸모없는 한국 동전으로
미국인 거지를 울린 것은
그녀의 작은 행위 속에 담긴,
그보다도 더 애틋하고 간절한 마음일 것이다.
세상에는 행위 없는 빈말도 난무하지만.
우리는 얼마나 많은,
마음이 담기지 않은 행위를 하며
허수아비 처럼 살아가고 있는가?
그녀는 모든 행위 속에
반드시 마음을 담아야 하고
더욱더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는 행위가 아니라
마음을 담는 행위라고 강조하면서
부처님의 일화를 소개한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마갈타국 다츠기나기리 지방의
에가나라고 하는 바라문 마을에
머물고 있을 때의 일이었어요.
마침 곡식을 파종하는 시기였으므로
바라문들은 종자를 뿌리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바라도바자라는 부자
역시 5백 개 정도의 쟁기를
소들에게 이끌도록 하는
파종 작업에 여념이 없었어요
그러나 그는 바쁜 와중에도
보시를 하기 위해 탁발승이 찾아오면
반드시 먹을 것을 나누어주었답니다.
마침 석존께서도 먹을 것을 얻기 위하여
걸식하면서 그곳 을 지나시게 되었어요.
그리고 바라도바자의 보시에 참여하려고
줄 끝에 서서 음식을 기다렸습니다.
마침내 석존의 차례가 오자 음식을 나누어주던
바라도바자가 석존을 향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출가자여, 나는 항상 땅을 일구어 파종을 하고
그리하여 거기에서
거뒤진 곡식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또 이렇게 탁발승을 위해 보시를 합니다.
그대 또한 나처럼 일을 함이 어떻소?'
석존께서 대답하셨습니다.
'바라문이여, 나 또한 일을 합니다.
당신과 마찬가지로 땅을 갈고
씨앗을 뿌리고 그리고 식사를 합니다.'
'그대는 호미도, 호미자루도,
소를 부리는 채찍도 없고 소도 없지 않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대 또한 땅을 갈고
종자를 뿌려서 거둔 뒤에
먹을 것을 얻는다고 하니,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소.
알아듣기 쉽게 설명 좀 해보시오.'
바라문의 질문에 석존은
다음의 비유를 사용하여 답을 하셨습니다
내게는 마음이 밭이요, 믿음이 종자요,
계가 비입니다 지혜는 쟁기요,
반성은 쟁기자루요,
선정은 쟁기를 잡아매는 줄이지요.
바른 생각은 쟁기 끝도 되고
채찍도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내게 있어서의 노력이란
쟁기를 이끄는 소와 같다고 할 수 있소.
이것은 반야의 경지로
나를 이끌어주기 때문이요.
이와 같이 해서 경작한 열매는
영원히 죽지 않고 존재하오.
이것이 내가 당신에게 말한
경작의 의미라고 할 수 있소.
그렇기 때문에 나는
마음의 밭을 경작하는 사람이오.
여러분들은 보시를 하는
바라도바자처럼 행위를 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또 성실하게 살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행위를 조심하고
열심히 살아도 해결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마음의 본면목을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마음을 잘 경작해야 깨달음의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마음은 바 로 남 속에 있는
또다른 나를 볼 수 있는 눈을 떠야만
진정으로 알수 있습니다''
언행일치란 말과 행동이
일치되는 것을 말하지만
그것을 좀 더 깊이
보이지 않는 세계로까지
확장해보면
마음까지도 일치해야 하는 것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입으로 행동으로
언행일치를 보여주고 있지만
마음까지도 하나된 사람들은 많지 않다.
진정으로 그 사람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껴안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자신의 행복과 남의 불행을
바꾸자고 할 때
그것을 그대로 실천할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는가?
그녀는 눈으로 마음으로
우리의 고통을 내어놓으라고,
자신에게 다 달라고
오늘도 우리를 다그친다
첫댓글 매일 올려주시는 글 잘 보고 있습니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