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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운명, 부산진 전투 '김 장군'에게 달렸다!
[정희준의 '어퍼컷'] PK 혈투의 마지노선
기사입력 2012-04-09 오후 3:52:02
4·11 총선은 사실상 박근혜와 문재인의 싸움이다. 그 중에서도 부산·경남(PK) 지역은 두 사람의 자존심 정도가 아니라 사활을 건 대회전이다.
자신의 아성을 방어하려는 박근혜와 어떻게든 그 성벽에 균열을 내려는 문재인. 총선에서 이겨야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 특히 문재인은 자신의 고향이자 새누리당의 아성인 부산에서 선봉장으로 나서 승리해야만 자신의 정치력도 인정받고 세를 불릴 수 있다. 그렇다면 야권 연합이 몇 석을 얻어야 '박근혜의 선방' 또는 '문재인의 승리'라고 결론 내릴 수 있을까.
박근혜의 '생물학적 기반'은 대구·경북(TK)이지만 정치적 기반은 PK까지 아우른다. 박근혜 입장에서는 경기, 서울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부산, 경남 그리고 울산을 절대 놓칠 수 없다. '부울경'이라 불리는 PK의 인구는 800만 명이다. 그래서 최근 '부산이 흔들린다'는 말이 나오자 TK는 거의 찾지 않지만 부산은 벌써 다섯 번 왔다 갔고 지난 주말엔 이례적으로 1박을 하며 선거 유세에 나서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TK를 제외하면 박근혜에게 이만큼 확실한 지지 기반은 없다. 수도권 선거 유세에서 사람들에게 악수를 청하면 외면받기도 하지만 PK에 오면 언제나 구름 관중이다. 시장의 아주머니, 할머니 상인들은 울기까지 한다. "부모 다 총 맞아 죽고," "시집도 못 가고," "불쌍해서" 운다.
이러한 지역 민심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일당 독재? 지역주의 타파? 그거 다 서울 이야기다. 중앙당 이야기다.
이번에 민주통합당이 PK 공략에 나서면서 '지역주의 타파'를 내세웠는데 지역에선 공개적으로 그런 이야기하기 힘들다. 비판적이라는 언론조차 그런 내용은 적어도 제목으로 올리지는 못한다. 지역주의 타파 같은 이야길 지방에서 하면 기성세대는 단박에 화를 내고, 젊은 세대는 그게 무슨 이야긴지 모른다.
현재의 판세는?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이명박 정부를 만난 덕에 이번 총선에서 야권은 쉽게 승리할 듯했다. 그러나 역시 그렇지 않다. 하루 전까지도 모르는 게 선거다. (노무현의 드라마를 기억하는가.)
올해 초까지만 해도 부산의 진보 진영에서는 총선 출마자들이 넘쳐났다. 거의 나가기만 하면 된다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선거 구도가 짜이면서 그것은 일장춘몽이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현재 야권 후보 중 당선이 유력시 되는 인물은 사상의 문재인과 3선에 도전하는 사하(을)의 조경태 둘 뿐이다.
'문·성·길' 트로이카의 한 축이었던 부산진(을)의 김정길은 지지율 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있고 사하(갑)의 최인호는 문대성의 논문 표절 문제가 호재가 되는 듯 했으나 열세를 뒤집기엔 시간이 너무 없어 보인다.
희소식이 있다면 북강서(을)의 문성근이 3월말 새누리당 김도읍 후보와 20퍼센트 이상 벌어져 있던 격차를 지난 주 오차 범위 내지만 앞서고 있다는 사실이다. <부산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젊은 층이 문성근 지지로 돌아섰고 (20대 73.5퍼센트, 30대 60.9퍼센트) 통합진보당 지지층도 89퍼센트가 문성근을 지지한다고 밝혀 다른 지역보다 단일화 효과가 두드러진다고 한다.
그렇다면, 문성근까지 당선돼 3석이면 문재인의 승리가 될까?
▲ 대선 전초전인 부산 총선. 문재인 승리의 기준은 무엇인가? ⓒ연합뉴스
PK 야권 승리의 기준은?
지난 6일자 프레시안 기사는 "민주당이 2석이면 새누리당의 선방, 3석이면 민주당 선전, 4석이면 민주당 승리"라고 했는데 나는 이 의견에 동의하지만 한 가지는 표현을 바꾸고 싶다.
2석이면 새누리당의 선방이라기보다 문재인의 패배다. 민주통합당의 지역 공천뿐 아니라 비례 대표까지 자신의 의견을 반영하고 관철시킨 그가 PK 전투에서 (3선에 도전하는 조경태를 제외하고) 혼자 살아 돌아오는 것은 사실상 장수가 전투에서 패배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3석을 가져가는 경우 민주당은 나름 씨를 뿌렸다는 의미를 거둘 수 있고 문재인으로서도 적지에서 바람을 확산시켜 '동반 당선'이 가능한 대중 정치인의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그렇지만 3석으로 민주당이 PK 전투에서의 승리를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간신히 체면치레를 한 정도일 것이다.
'민주당 4석'이면 '이겼다'는 표현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문재인, 조경태, 문성근 외에 누구일까. 누구여야 하는가. 현재 상황으론 부산진(갑)의 김영춘이다. 이곳은 지난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허원제 의원이 통합민주당 정해정 후보를 49.71퍼센트 대 13.35퍼센트로 이긴 곳이다. 이번 총선에는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정근이 불복하고 무소속 후보로 나오는 바람에 여권 표가 갈리게 됐다.
지난 달 말 여론 조사에서는 새누리당 나성린 후보가 27.4퍼센트, 무소속 정근 후보가 27퍼센트를 기록했는데 김영춘은 23.5퍼센트로 처져 있었다. 그런데 지난 3일 부산 지역 언론사들의 조사에서는 나성린(25.1퍼센트), 정근(26.2퍼센트)을 제치고 김영춘(26.3퍼센트)이 오차 범위 내지만 앞서기 시작한 것이다. 세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1.2퍼센트도 안 되는, 한 언론의 표현대로 '초박빙'도 아닌 '초초박빙'의 혼전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일단 당선 유력시 되는 문재인, 조경태에다가, 경합이지만 우세인 문성근, 김영춘, 이렇게 네 명만 부산에서 당선돼도 문재인은 두 발 뻗고 자는 거다. 김정길, 최인호나 다른 후보 한 사람만 더 나오면 문재인은 웃으면서 잘 수 있다. 거기에 서부산 벨트의 김해, 양산에서 적어도 한 석 이상 나오면 이제 수도권과 부산의 '정치적 고속도로'가 뚫리는 거다.
김영춘 빼고 '문·성·길'
김영춘은 서울의 광진(갑)에서 재선을 했고 민주당 최고위원도 지낸 인물이지만 자신이 나고 자란 지역에서 지역주의를 깨고 새로운 정치를 해보겠다며 부산으로 옮겨왔다.
특히 지난해엔 아들을 포함한 가족이 모두 부산으로 내려왔다고 한다. 부산의 국회의원들 다수가 당선 후 자식, 가족 모두 서울로 보내버리는 행태에 비하면 정말 이례적이다. 또 지역의 토론회에도 자주 보이고 끝까지 앉아 자리를 지키며 공부하는 모습이 부산의 지식인들 사이에 좋은 평을 얻기도 했다.
김영춘의 경우 조금 안타까운 점도 있다. 사실 내가 김영춘이 광진(갑)을 포기하고 민주당으로선 무덤이나 다름없는 부산을 택한다고 들은 시기가 거의 2년 전이니까 그의 결심은 그 이전이었을 것이다. 당시에는 이를 별로 주목하는 이도 없었다. 언론은 더더욱 아니었고. 그런데 문재인, 문성근의 부산 출격이 확정되고 부산이 격전지로 부상하게 되자 당에서는 부산 전투의 선봉장으로 '문·성·길'을 내세우며 김영춘을 뒤로 물렸다.
이른바 낙동강 벨트가 형성되면서 그 동쪽은 더 주목도가 떨어지게 됐다. 민주당이 놓친 것은 김영춘이 '문·성·길'보다 젊다는 점, 그리고 사실 지방은 지역주의 안에 또 다른 '소지역주의'가 있다는 점이다. 같은 지역에서 초·중·고교를 졸업한 김영춘을 내세우는 것이 더 나을 법했다. 요즘 부모 성 모두 쓰는 사람들도 있던데 차라리 '문·문·길·춘'이 어땠을까 싶다.
나성린은 새누리당, 정근은 토박이, 김영춘은 젊은 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 김영춘의 당락은 아무도 모른다. 무소속 지지층의 경우 투표 당일 '사표 심리'가 작동한다는데 그러면 새누리당 후보가 유리할 수 있다. 부산에선 야권 지지를 드러내지 못한다니 무응답층은 민주통합당 표로 연결될 수도 있겠다.
문재인 승리, 부산의 미래 모두 김영춘에게
김영춘은 낙동강 벨트가 아닌 부산의 심장 부산진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다. 부산진은 부산 젊은이들이 낮과 밤을 보내는 곳이다. 가장 상징적인 젊은이들의 공간이다.
중딩, 고딩도 섞여 있기에 이 지역을 잡는다는 것은 곧 부산의 미래를 잡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그래서 이곳에서 민주당이 성공한다는 것은 민주당이 부산의 변방인 서부산 뿐 아니라 부산의 중심부 한복판까지 진출한다는 의미다. 또 동부산과의 교두보도 확보되는 것이다.
/정희준 동아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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