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 본문내용
|
다음검색
작은 의자 두개의 감동 /심산스님 |
도심 포교원에서 살다보니 산이 그리워 가까운 양산에 조그마한 텃밭을 마련했다. 동네에서 약 1킬로미터를 산으로 오르면 새 둥지처럼 자리잡고 있다. 한 쪽에는 어지간한 농사에는 충분한 양의 연못이 있는데 봄에는 올챙이가 새까맣고 여름이면 비단잉어와 금붕어가 한가로이 헤엄치는 오염되지 않은 자연이다. 한 여름밤에는 반딧불이가 날고 골짜기에는 가재가 기어다닌다. 하늘에는 별이 쏟아지고 주변이 모두 산이라 한적하고 평화로운 곳이다. 봄이면 진달래가 만발하고 새소리가 쉬지 않고 들린다. 건너편에는 천명의 성인이 출현하셔서 이름 지어진 천성산이 보이고 멀리 통도사 영축산도 바라다 보인다. 그래서 그곳은 도시의 찌든 환경에 사는 모든 신도들의 마음의 고향이다. 두 해 전부터 그곳에는 김장용 배추와 무를 심어 산에다 김장을 담가놓고 내려다 먹고 있다. 밭에는 비닐하우스만 한 채 있을 뿐 다른 것은 아무 것도 없는 원시 상태다. 그나마 비닐하우스마저 없을 때에는 농사짓기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점심이라도 해결하려면 피난민 같은 모습을 면할 수 가 없었다. 그러다 비닐하우스를 짓고 나니 세상을 얻은 듯 부자 된 기쁨이었고 살림이 하나하나 늘어 날 때마다 사는 재미가 이런 것인가 싶었다. 여름은 그런 대로 올라갈 만 했지만 겨울에는 추위에 엄두가 나지 않았었다. 그러던 차에 지난달 난로를 설치하고 나니 이제는 전천후 공간이 되었다. 나무를 때면 난방이 되어 추위는 문제없었고 고구마 구워 먹는 재미는 먹는 것 이상의 기쁨이었다. 장작 타는 소리도 좋고 굴뚝의 연기도 여유롭고 나무 타는 냄새도 좋은데 난로 가까이 쪼그리고 앉아 있으려니 다리가 아파 불편했다. 뭔가 방법을 궁리하다가 난로에 앉아 불을 쬐기에 적당한 앉은뱅이 의자를 두개 만들었다. 톱질을 해서 적당한 크기로 나무를 자르고 못질을 해서 완성을 하고 보니 모양은 못생겼지만 갑자기 노동의 신성함까지 느껴져 오는 것이었다. 모양이야 어디 비교 할 수 없는 하찮은 것이지만 완성의 기쁨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돈 주고 사 온 어떤 것보다 더 큰 애정이 느껴졌다. 잠시 톱질하고 못질한 노력으로 얻은 보잘것없는 의자지만 그 공간 안의 어느 것보다 눈에 들어오는 것이었다. 우리는 스스로 노력해서 무엇을 얻기보다 그저 쉽게 얻어지는 것을 기대하는 경향이 있다. 사회에서도 노력을 통한 결실보다는 로비나 특권을 이용한 횡재의 꿈을 버리지 못하는 일들이 연일 뉴스를 장식한다. 크든 작던 간에 노력을 통해 얻어지는 결실에 만족하고 수용하는 마음씀이 아쉬운 시대다. 옛날에는 어쩔 수 없는 절박한 상황에서 거짓말이나 사기를 쳤다고 한다면 요즘의 세태는 남을 속이는 것도 하나의 직업인 듯하다. 그리고 오히려 당당하다. 작은 의자 두 개 만들고 웬 호들갑이냐 싶겠지만 작은 것에서의 성취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오히려 큰 것만을 추구하다가 아무 것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마치 굶주린 호랑이가 이상만 높아 사소한 먹이를 쳐다 보지도 않는다면 주린 배를 채울 수 없는 것과 같다. 자경문에 말씀하시길 “ 어리석고 안 배우면 교만만 늘고 / 어리석은 마음 닦지 않아 아상만 크네/ 주린 배에 마음만 높은 굶은 호랑이 같고/ 앎이 없이 게으름은 원숭이 같도다.” 하셨다. 지금도 그 못생긴 의자를 생각하면 그저 흐뭇하기만 하다. 통도사부산포교원 주지/심산스님/불교신문에서 |
첫댓글 관세음보살~^^*()도시의 찌든때를 말끔히 싯어 주는곳이 아직도 전재 하다니 반갑기만 합니다.일전에 천성산으로..뭐든 하나쯤은 세상 살면서 자작수가 있어야 겠습니다~^^*()나무관세음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