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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에세이스트 원문보기 글쓴이: 이민혜
김인후의 소쇄원 48영(瀟灑園 四八詠) (2)
글; 하서 김인후 그림; 하성흡 사진: 이민혜
소쇄원은 보길도 부용동의 윤선도 원림, 영양의 서석지, 강진의 다산초당과 더불어 시경(詩景)이 정원에 잘 표현된 유적지이다. 소쇄원 48영(瀟灑園四八詠)은 하서 김인후가 16세기 중반에 작시한 시로써 소쇄원의 만상과 그 변화를 잘 표현하고 있다. 또한 1755년에 제작된 목판본 <소쇄원도>는 정원의 실제 평면도라기 보다는 '瀟灑園 四八詠'의 詩的 분위기를 풀어 본 일종의 도해이다.
제25영 槽潭放浴(조담방욕) 조담에서 미역을 감고
潭淸深見底 담청심견저 맑은 조담 깊어도 바닥이 보이고 浴罷碧粼粼 욕파벽린린 미역을 감고 나도 맑기는 여전해 不信人間世 불신인간세 미덥지 않은 건 인간 세상이라 炎程脚沒塵 염정각몰진 염정을 걷던 발 때도 씻어버리세
* 조담 槽潭 : 말구유통처럼 생긴 연못 * 린린 粼粼 : 물이 맑아 바닥의 돌이 보이는 모양 * 염정 炎程 : 찌는 듯한 여름날에 걸어가는 일
제26영 斷橋雙松(단교쌍송) 끊어진 다릿가의 소나무 한쌍
㶁㶁循除水 괵괵순제수 콸콸 소리 내며 섬돌 따라 흐르는 물 橋邊樹二松 교변수이송 다리 너머에 두 그루 소나무 서 있네 藍田猶有事 남전유유사 옥이 나는 남전은 오히려 일이 분주해 爭及此從容 쟁급차종용 그 다툼은 조용한 여기에도 미치리라
무이도가 중에서는 '도'를 전하고 싶어도 단교가 되어 사람이 찾아들지 않음을 노래했는데, 이 시에서는 세속의 번거로움이 선지에 스며들까 하여 오히려 단교를 다행으로 여기는 심사가 있다.
제27영 散崖松菊(산애송국) 벼랑에 흩어져 있는 소나무와 국화
北嶺層層碧 북령층층벽 북쪽의 고개는 층층이 푸르고 東籬點點黃 동리점점황 동쪽 울타리엔 점점이 누런 황국이라 綠崖雜亂植 녹애장난식 낭떠러지 장식하여 여기저기 심어 있고 歲晩倚風霜 세만의풍상 세밑 늦가을 풍상에도 버티고 서 있네
이 조용한 곳에서 작자와 양산보는 명예나 이익을 구하지 않고 은일처사(隱逸處士)로 살아가고 있다.
*송국松菊 : 소나무와 국화. 청빈한 은일처사의 상징 *북령北嶺 : 소나무가 심어진 곳. 임금님의 居所를 지칭하기도 함
제28영 石趺孤梅(석부고매) 돌받침 위에 외롭게 핀 매화
直欲論奇絶 직욕논기절 여보소 기절(奇節)을 논하거든 須看揷石根 수간삽석근 모름지기 돌에 꽂힌 매화의 뿌리를 보아야 해 兼將淸淺水 겸장청천수 맑고 얕은 물까지 겸하고 있어 疎影入黃昏 소영입황혼 황혼이면 성긴 그림자들 드리우네
시 27)의 松菊과 짝을 맞춰 노래하면서, 선비의 굳은 절조를 읊었다.
*석부石趺 : 조각품이나 비석 등의 받침. 여기서는 물가 주변 땅 위에 드러난 자연스런 돌받침을 이름. *기절奇節 : 비할데가 없이 매우 기묘하고 기이한 모양
제29영 夾路脩篁(협로수황) 오솔길의 좁은 대숲
雪幹摐摐直 설간창창직 눈에 덮인 대 줄기 곧아서 창창하고 橒梢嫋嫋輕 운초뇨뇨경 구름에 싸인 대 끝 솔솔바람에 간드러지네 扶藜落晩蘀 부려낙만탁 지팡이 짚고 나가 묵은 대껍질 벗기고 解帶繞新莖 해대요신경 띠를 풀어서 새 줄기는 동여준다네
길을 단장하느라 띠로 새 줄기를 동인다. 뜻을 같이하는 벗과 귀한 손님의 왕래를 위해서다. 대밭의 묘사를 실감나게 하고 자연귀의의 몰입경을 그리고 있다.
*수황脩篁 : 곧게 뻗은 대숲. 시 10)의 간竿과는 다른 왕대나무 *탁蘀 : 대나무 껍질. 죽순에서 나오는 껍질은 장마철이 되어 벗겨짐 *요繞 : 동여매다. 얽다.
제30영 迸石竹根(병석죽근) 바위틈에 서려 뻗은 대나무 뿌리
霜根牌染塵 상근치염진 흰 대 뿌리 티끌에 더럽혀질까 하면서도 石上時時露 석상시시로 시시로 돌 위에 뻗어 나오네 幾歲長兒孫 기세장아손 어린 대 뿌리 몇 해를 자라났는고 貞心老更苦 정심노경고 곧은 마음은 오랠수록 더욱 모질다네
제31영 絶崖巢禽(절애소금) 벼랑에 깃들인 새
翩翩崖際鳥 편편애제조 벼랑 가에서 펄펄 나는 새 時下水中遊 시하수중유 때때로 물속에 내려와 노네 飮啄隨心性 음탁수심성 마시고 쪼는 건 제 심성 그대로요 相忘抵白鷗 상망저백구 본디 잊었다네. 백구와 저항하기를
제32영 叢筠暮鳥(총균모조) 해 저물어 대밭으로 날아드는 새
石上數叢竹 석상수총죽 바위 위 여러 무더기의 대나무 숲 湘妃餘淚班 상비여루반 상비의 눈물 자국 아직도 남았어라 山禽不識恨 산금부식한 산새들 그 한을 깨닫지 못하고 薄暮自知還 박모자지환 땅거미 지면 제 깃 찾아들 줄 아네
제33영 壑渚眠鴨(학저면압) 산골 물가에서 졸고 있는 오리
天付幽人計 천부유인계 하늘이 유인에게 부쳐준 계책은 淸冷一澗泉 청냉일간천 맑고 시원한 산골짜기 샘물이라네 下流渾不管 하류혼불관 아래로 흐르는 물 모두 자연 그대로라 分與鴨閒眠 분여압한면 나눠 받은 물가에서 오리 한가히 조네
제34영 激湍菖蒲(격단창포) 세찬 여울가에 핀 창포
聞說溪傍草 문설계방초 듣자니 여울 물가의 창포 能含九節香 능함구절향 아홉 마디마다 향기를 지녔다네 飛湍日噴薄 비단일분박 날리는 여울 물 날로 뿜어대니 一色貫炎凉 일색관염량 이 한가지로 염량을 꿰뚫는다오
제35영 斜簷四季(사첨사계) 기운 처마에 핀 사계화
定自花中聖 정지화중성 정작 꽃 중의 으뜸으로 치는 사계화 淸和備四時 청화비사시 사시로 청화함을 갖추어서인가 茅塹斜更好 모첨사경호 초가지붕 비스듬해 더욱 운치 있어라 梅竹是相知 매죽시상지 매화와 대나무도 곧 알아준다네
제36영 桃塢春曉(도오춘효) 복숭아 언덕에서 맞는 봄 새벽
春入桃花塢 춘입도화오 복숭아 언덕에 봄철이 찾아드니 繁紅曉霧低 번홍효무저 만발한 꽃들 새벽 안개에 드리워 있네 依徵巖洞裏 의징암동리 바윗골 동리 안이라 어렴풋하여 如涉武陵溪 여섭무릉계 무릉계곡을 건너는 듯하구나
제37영 桐臺夏陰(동대하음) 오동나무 언덕에 드리운 여름 그늘
巖崖承老幹 암애승로간 묵은 오동 줄기 바위 벼랑까지 이어 있어 雨露長淸陰 우로장청음 비와 이슬의 혜택이라 항시 맑게 그늘 지네 舜日明千古 순일명천고 순임금의 은혜 길이길이 밝혀져서 南風吟至今 남풍취지금 온화한 남풍 지금까지 불어주네
제38영 梧陰瀉瀑(오음사폭) 오동나무 그늘 아래로 쏟아지는 폭포
扶疎綠葉陰 부소녹엽음 무성한 나뭇가지 녹엽의 그늘인데 昨夜溪邊雨 작야계변우 어젯밤 시냇가엔 비가 내렸네 亂瀑瀉枝間 난폭사지간 난무하는 폭포 가지 사이로 쏟아지니 還疑白鳳舞 환의백봉무 돌아보건대 봉황새 춤추는 게 아닌가
제39영 柳汀迎客(유정영객) 버드나무 개울가에서 손님을 맞으니
有客來敲竹 유객래고죽 나그네 찾아와서 사립문 두드리매 數聲驚晝眠 수성경주면 몇 마디 소리로 낮잠이 깨었네 扶冠謝不及 부관사불급 관을 쓰고 미처 인사드리지 못했는데 繫馬立汀邊 계마립정변 말 매놓고 버드나무 물가에 서 있네
제40영 隔澗芙蕖(격간부거) 골짜기 건너편 연꽃
淨植非凡卉 정식비범훼 조촐하게 섰는 게 훌륭한 화훼(花卉)로다 閒姿可遠觀 한자가원관 한가로운 모습 멀리서 볼 만하고 香風橫度壑 향풍횡도학 향긋한 기운 골짝을 건너와 풍기네 入室勝芝蘭 입실승지란 방안에 들이니 지란(지초와 난)보다 좋구나
제41영 散池蓴芽(산지순아) 연못에 흩어져 있는 순채 싹
張翰江東後 장한강동후 장한이 강동으로 귀향한 후로 風流識者誰 풍류식자수 풍류를 아는 이 그 누구던고 不須和玉膾 불수화옥회 반드시 사랑하는 농어회 같이 하지 않더라도 要看長氷絲 요간장빙사 기다란 순채 싹 맛보고자 하네
제42영 櫬澗紫薇(친간자미) 골짜기 시냇물에 다가 핀 배롱나무
世上閒花卉 세상한화훼 세상엔 무성히 자란 꽃이라도 都無十日香 도무십일향 도무지 열흘 가는 향기 없다네 何如臨澗樹 하여임간수 어찌하여 산골 물가의 배롱나무만은 百夕對紅芳 백석대홍방 백일 내내 붉은 꽃을 대하게 하는고
제43영 滴雨芭蕉(적우파초) 빗방울이 떨어지는 파초잎
錯落投銀箭 착락투은전 어지러이 떨어지니 은 화살 던지는 듯 低昻舞翠綃 저앙무취초 푸른 비단 파초잎 높낮이로 춤을 추네 不比思鄕廳 불비사향청 같지는 않으나 사향의 소리인가 還憐破寂寥 환연파적요 되레 사랑스러워라. 적막함 깨뜨려 주니
제44영 映壑丹楓(영학단풍) 골짜기에 비치는 단풍
秋來巖壑冷 추래암학랭 가을이 드니 바위 골짜기 서늘하고 楓葉早驚霜 풍엽조경상 단풍은 이미 서리에 놀래 물들었네 寂歷搖霞彩 적력요하채 아름다운 채색 고요하게 흔들리니 婆娑照鏡光 파사조경광 그 그림자 거울에 비친 경치로다
제45영 平園鋪雪(평원포설) 평원에 깔려있는 눈
不覺山雲暗 불각산운암 산에 낀 검은 구름 깨닫지 못하다가 開窗雪滿園 개창설만원 창문 열고 보니 평원엔 눈이 가득 階平鋪遠白 계평포원백 섬돌에도 골고루 흰 눈 널리 깔리어 富貴到閒門 부기도한문 한적한 집안에 부귀 찾아들었네
제46영 帶雪紅梔(대설홍치) 눈에 덮인 붉은 치자
曾聞花六出 증문화육출 듣건대 치자꽃 여섯 잎으로 핀다더니 人道滿林香 인도만림향 사람들은 그 자욱한 향기 넘친다 하네 絳實交靑葉 강실교청엽 붉은 열매 푸른 잎과 서로 어울려 淸姸在雪霜 청연재설상 눈서리에도 맑고 곱기만 하여라
제47영 陽壇冬午(양단동오) 애양단의 겨울 낮
壇前溪尙凍 단전계상동 애양단 앞 시냇물 아직 얼어 있지만 壇上雪全消 단상설전소 애양단 위의 눈은 모두 녹았네 枕臂延陽景 침비연양경 팔 베고 따뜻한 볕 맞이하다 보면 鷄聲到午橋 계성도오교 한낮 닭울음소리가 타고 갈 가마에 들려오네
제48영 長垣題詠(장원제영) 긴 담에 걸려 있는 소쇄원 제영
長垣橫百尺 장원횡백척 긴 담은 옆으로 백 자나 되어 一一寫新詩 일일사신시 하나하나 써 붙여 놓은 새로운 시 有似列屛障 유사열병장 마치 병풍 벌려 놓은 듯하구나 勿爲風雨欺 물위풍우기 비바람만은 함부로 업신여기지 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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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43詠 적우파초의 廳은
원문 확인결과 聽의 誤記로 보입니다
https://cafe.daum.net/gobangseyee/LYFv/15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