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의 쓰레기분리수거장은 일주일에 한 번 정리가 된다. 이사를 오가면서 평소보다 많은 것이 나온다. 그중에는 가구를 중심으로 계제에 새것으로 기분 좋게 바꾸거나, 헌것이라도 아직은 그래도 쓸 만한 물건이지만 용도에 맞지 않아 버려지는 경우가 있다. 내놓는 사람은 수거용 딱지를 붙이기 전에 혹 필요한 사람이 있는지 조심스레 내놓으면 누군가는 재활용품으로 살그머니 들여가기도 한다. 직접 주고받지 않는 간접 선물이 되는 셈이다. 버리는 사람은 좀은 서운해도 갑자기 애물단지가 된 것을 버려서 홀가분하다. 가져가는 사람은 큰 눈치 없이 새 물건을 공짜로 얻었으므로 좋은 것이다. 명절 같은 특별한 날이 끼어 있으면 빈 상자가 평소보다 몇 배는 많게 쌓인다. 올해는 무슨 상품이 인기인지 대충 짐작이 간다. 주로 과일이나 고기 생선 같은 식품류가 많다. 선물도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아 양이나 품질도 현저하게 달라지기도 한다. 계절에 따라 나오는 쓰레기도 다양하다. 복숭아 참외 포도 사과 배 상자도 곧잘 보인다. 그런 빈 상자가 눈에 띄면서 우리 집 것은 어떻게 되었는지 챙기게 된다. 그런가 하면 뜬금없이 그 선물 상자와 연관된 추억 같은 것이 소환되어 씁쓸한 미소를 머금게 하는가 하면 당황하게 하기도 한다. 이미 그 과일은 다 먹어서 소화되었고 흔적조차 지워졌다. 그러나 그 과일과 연관된 사연은 추억이 되어 포도송이처럼 알알이 박혀있다. 밖으로 튀어나오고 싶어도 아주 깊숙이 그리고 철저하게 갇혀있다가 모처럼 기회를 얻어 외출이라도 나온 것 같다. 그날의 일들이 생생하게 머릿속을 훑고 지나간다. 어쩌면 그리 선명하게 기록이 되었는지 신기할 정도다. 그러면서 그때는 내가 너무 지나쳤다는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너무 소홀하게 대처하여 아무래도 일방적인 손해를 본 것처럼 씁쓸하기도 하다. 그러나 이미 자상하게 분석을 거쳐 필름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이의를 제기할 틈도 없다. 마치 통보하며 되새겨 보게 하는 것 같다. 어쨌든 지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