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용 충남 동천안농협 상무(오른쪽)와 청년농 지영은씨가 벼 공동육묘장에 구축한 스마트팜에서 작물을 살펴보고 있다. 농협경제지주와 동천안농협은 올 하반기 스마트팜 보급형 모델 현장 시범사업으로 육묘장 시설을 리모델링해 준스마트팜 협동농장을 추가로 구축할 계획이다. [농협 유통혁신 실천의 해] (3)스마트 영농체계 구축 11개 모델 개발…하반기 시범사업 돌입 스마트농기계 공급기종 확대 수급예측정보시스템 구축도 박차 농협은 올해 유통혁신 과제 중 하나로 농축산물 생산·유통의 스마트화를 적극 추진 중이다. 특히 스마트팜 활성화를 통해 일손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생산 현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청년농의 농촌 유입을 촉진하는 데 역점을 뒀다.
◆스마트팜 보급형 모델 개발=국내 스마트팜 시장규모는 2017년 4조5000억원에서 올해 5조67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스마트팜시장이 꾸준히 성장하는 이유는 농촌인구 감소와 4차산업혁명의 영향으로 그 필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어서다. 거기에다 최근 농업분야의 탄소중립이 강조되면서 스마트팜이 농업 에너지원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도 스마트팜 확대정책을 적극 추진 중이다. 하지만 농업 현장에선 스마트팜의 진입장벽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특히 스마트팜(비닐하우스)을 짓는 데 3.3㎡(1평)당 50만원 이상 소요되는 비용문제 등은 중소농과 청년농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농협은 이같은 현실을 타개하고자 스마트팜에 대한 전방위적인 지원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팔을 걷어붙였다.
그 일환으로 올 3월 중소농과 청년농을 위한 ‘스마트팜 보급형 모델’ 연구용역에 착수해 6월말 11개 모델을 개발했다.
기존 비닐하우스나 노지·과수에 정보통신기술(ICT) 장비·시설을 공급하는 준스마트팜, 661㎡(200평) 규모에 적합한 단동형 스마트팜, 1983∼3305㎡(600∼1000평) 규모에 맞는 연동형 스마트팜 등이 대표적인 모델이다.
농협은 보급형 모델을 중심으로 스마트팜 전후방산업에 대한 종합적이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플랜트(생산·제조 설비 일체) 공급사업도 추진한다.
스마트팜 보급형 모델 연구용역에 참여한 이종원 한국농수산대학 교수는 “보급형 모델은 초기투자비·운영비 최소화와 에너지 절감, 생산성 향상에 중점을 두고 개발했다”면서 “플랜트사업을 통해 스마트팜 자재·시설의 일괄공급체계가 갖춰지면 투자비를 더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스마트팜 보급형 모델은 올 하반기 충남 동천안농협에서 처음으로 현장 시범사업이 실시될 예정이다.
3636㎡(1100평) 규모의 벼 공동육묘장 시설을 리모델링한 준스마트팜 협동농장을 구축한 뒤, 공모로 선정한 중소농·청년농, 로컬푸드직매장 출하농가에 순환 배정한다. 생산작목은 기존 농가와 겹치지 않는 신소득작물이나 연중 생산 가능한 작물로 정할 계획이다.
김기용 동천안농협 상무는 “65세 이상 조합원이 70%가 넘을 정도로 고령화가 심각한 데다 노지재배 농가가 많아 적은 인력으로 연중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스마트팜 보급이 시급하다”면서 “준스마트팜 협동농장에서 생산한 농산물은 로컬푸드직매장과 로컬푸드종합유통센터로 전속 출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천안농협은 올 2월부터 벼 공동육묘장에서 330㎡(100평) 규모의 스마트팜 협동농장을 운영하며 스마트팜 활성화기반을 다져왔다. 이 스마트팜은 양액을 작물의 뿌리 부분에 미세하게 분사해 재배하는 ‘분무수경’ 방식 등을 적용해 노동력 절감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협동농장에서 유럽형 샐러드 채소를 재배하는 지영은씨(31)는 “스마트팜에선 토경재배 때 필요한 노동력 4분의 1만 들여 농사를 지을 수 있고 양액재배와 일정한 환경 제어로 상품성도 균일하다”고 말했다.
향후 농협은 스마트팜 활성화를 위해 스마트팜 준비부터 농산물 판매까지 전 과정을 지원할 계획이다.
신상하 농협경제지주 스마트영농팀 과장은 “올 하반기 연구용역을 통해 스마트팜 농가 조직화와 생산물 판매·유통 활성화방안을 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마트농기계 보급 확산…산지유통시설도 스마트화=농협은 스마트팜을 넘어 생산·유통 전반의 스마트화를 통해 디지털농업을 준비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우선 스마트영농 지원 확대방안으로 농민 니즈(욕구)를 반영한 스마트농기계 기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직진자율주행 이앙기 1개 모델을 공급한 데 이어 올해는 4월까지 원격관리 트랙터, 직진자율주행 이앙기 등 17개 모델을 공급했다. 무인방제보트와 드론 모델 공급도 확대했다. 올 하반기에는 자율주행농기계와 방제 드론 등 스마트농기계 시연회를 열 예정이다.
농산물 수급 안정을 위한 수급예측정보시스템 구축도 한창이다. 농협은 2022년까지 10대 농산물 생산정보를 통합·제공하는 원스톱서비스를 구축해 사전 예측을 고도화함으로써 사후 피해와 수급 조절 비용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올 2월부터 무·배추·마늘·양파·건고추·겨울대파 등 노지채소 6대 품목의 수급예측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예측 결과를 농협 전반에 제공 중이다. 연내 청양고추·토마토·사과·배· 등 과수·과채 4개 품목의 예측정보시스템 구축도 완료할 계획이다.
산지유통시설의 자동화·디지털화를 통해 운영 효율을 높이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특히 스마트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시범사업은 충북원예농협을 1호 사업소로 선정해 중점 추진하고 있다. 올 하반기 시범사업을 통해 APC 수기업무를 전산화·자동화하고 농가에서 소비지까지 농산물 유통의 전후방정보를 결합해 마케팅에 활용하는 등 APC 스마트화기반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천안=하지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