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선 풍향도가 어지럽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피습사건이 벌어지고 난 뒤 트럼프 후보는 마치 대선에 당선된 것처럼 어깨에 힘이 엄청나게 들어갔습니다. 여기저기 자신의 지시대로 안 할 경우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언급을 이어갔습니다. 미국 연준의장에게도 대선까지는 절대로 금리인하를 하지 말라면서 그럴 경우 임기를 보장하겠다는 압박을 가하기까지 했습니다. 한국과 유럽은 물론 대만까지도 방위비 분담금을 두툭히 준비해 둘 것을 강요하는 말도 서슴치 않았습니다.가
하지만 해리스 후보가 등장하자 미국내 대선 지지도의 방향이 서서히 바뀌고 있습니다. 트럼프 후보 피격사건이 있고 난 뒤 트럼프쪽으로 저울추가 기우는 상황이었지만 현재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급기야 해리스 후보가 트럼프 후보를 근소하게 앞섰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등장했습니다. 해리스 후보 44%, 트럼프 후보가 42%의 지지를 보인 것입니다. 제 3지대 후보로 나서고 있는 무소속의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를 포함한 가상대결에서는 해리스 후보 42%, 트럼프 후보 38%, 케니디 주니어 후보가 8%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해리스 후보가 등판했을 때 희희락락했던 트럼프 캠프는 초비상상황입니다. 당선은 따놓은 당상이라며 샴페인을 떠뜨렸던 트럼프 캠프 관계자들은 초긴장속에 앞으로의 대책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당장 트럼프 후보의 자세에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피격 사건후 미국의 통합 그리고 갈등의 봉합을 언급했던 트럼프후보는 다시 그의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바로 막말과 험담의 권위자답게 말입니다. 막말 본능이 되살아 난 것입니다.
바이든 후보가 사퇴한 뒤 이뤄진 첫 유세에서 트럼프 후보는 2시간 동안의 연설가운데 대부분을 해리스 후보를 비난하는데 할애했습니다. 트럼프 후보는 "카멀라 해리스의 캘리포니아 사회주의는 아메리칸 드림을 영원히 죽일 것이다. 해리스, 미국의 어느 곳도 당신을 원하지 않는다. 당신은 해고다." 라고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또한 해리스를 과격한 진보주의자 또는 미치광이라고 부르며 그야말로 막말로 일관했습니다.
트럼프 후보는 대통령 재직시절에도 막말을 서슴치 않았던 인물입니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거나 자신의 정책을 비난하는 세력에 대해 강하고 거침없는 막말을 쏟아냈습니다. 여성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트럼프에게는 남녀노소 구분이 없습니다. 그냥 나옵니다. 한때 방송인답게 달변적 험담은 그의 특징이자 대명사로 통합니다. 그래서 트럼프후보에게는 네가티브 선거의 달인이라는 수식어가 존재합니다.
특히 트럼프 후보는 지난 2016년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행한 막말과 거친 언변이 통해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자평하는 사람입니다. 여성 후보를 거칠게 밀어붙여 혼비백산하게 만들어 공개토론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번 해리스 후보와의 TV 토론에서도 그의 거칠고 기습적인 험담이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트럼프후보는 바이든 후보에게 행한 그 고령리스크같은 네가티브 전략이 해리스 후보에게는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해리스후보는 검사출신으로 힘차고 정곡을 찌르는 언변으로 유명합니다. 아마도 공개토론장은 트럼프 후보의 사법리스크의 재판장 같은 장소가 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바이든 후보는 어눌한 언변과 약한 톤으로 기선을 제압하지 못했지만 해리스 전 검사의 끈질긴 질문공세에 과연 트럼프 후보가 어떻게 나올 지도 지대한 관심의 대상입니다.
이제 3개월 앞으로 다가온 미국의 대선이 막말로 가격을 가하는 창과 같은 트럼프 공격이 먹힐지 아니면 역시 창처럼 기습적이고 강한 공격적인 해리스의 되받아치기가 승리할 지 지켜보는 것도 미국 대선의 관전 포인트가 될 듯합니다. 미국 민주당은 지금 기사회생하는 그런 분위기입니다. 고령리스크로 가라앉았던 기운이 젊은 후보의 등장으로 역으로 트럼프를 고령리스크로 가격할 의지로 충만합니다.
이번 미국 대선도 막말과 험담의 선거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과연 전통의 막말 그리고 험담의 아이콘 트럼프후보와 이에 맞서 더욱 적극적으로 트럼프의 약점을 파고 들 해리스의 전략 그 어디에 승리의 여신이 화답할 지 여간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막말과 험담은 이제 그만 둬야할 구시대의 유물임이 분명합니다. 막말로 정치 생명이 끊어진 정치인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이번 미국 선거가 막말과 험담의 캠페인은 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전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희망해 봅니다.
2024년 7월 25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