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오랜 숙면에 들어갔던 스즈키 SV650이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SV650은 1999년 출시와 동시에 많은 사랑을 받았던 모터사이클이다. 세계적으로 41만 여대가 판매된 집계만 봐도 당시 인기를 가늠할 수 있다. 2009년 글라디우스에게 자리를 넘기며 멈칫했지만, 진화된 외형과 성능을 갖춰 2017년형으로 돌아왔다.
달라진 외모로 얼핏 신참 모델로 착각할 수 있겠지만, SV650은 잔뼈가 굵은 모델이다. 토크가 넘치고 누구나 쉽게 다루기 쉬운 스트리트 바이크를 목표로 1999년 첫 선을 보이며 역사가 시작됐다. 당시 스즈키는 슈퍼 스포츠로 각광받았고, 덕분에 라이더에게도 기술 신뢰도가 높았다. 앞서 출시된 TL1000S/R도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SV650의 엔진이 제작됐다. 완성된 645cc 수랭 90도 V트윈 엔진은 70마력을 발휘했다.
엔진 성능 이외에 165kg(일반 버전)/169kg(S버전)의 가벼운 차체 중량과 805mm의 낮은 시트 높이와 편안한 포지션을 강점으로 출시와 동시에 많은 라이더들에게 선택받기 충분했다. 또한 가벼운 중량과 강한 강성을 자랑하는 트러스 프레임을 적용했으며, V트윈 엔진으로 얻은 날렵한 차체 크기로 도심을 주행하기 유리했다.
1999년형 SV650은 전통 네이키드 스타일을 지향하는 외형과 부족함 없는 엔진 성능 이외에도 650cc급 배기량을 고려해 전륜 듀얼 디스크 로터와 후륜 싱글 디스크 로터로 강력한 제동력도 겸비했었다. 뿐만 아니라 프론트 페어링을 더해 방풍 성능과 공격적인 외형을 구성하고, 엔진 세팅에 미묘한 차이를 둔 S버전도 제작되어 있어 라이더의 취향에 맞게 모델 선택이 가능했다. 당시 S버전은 일부 국가에서만 유통되어 해외 직수입으로 구매하는 라이더도 있었다.
모터사이클 시장에서 화려한 데뷔를 치른 후 2000년형 SV650을 선보였다. 이번 모델은 기존 엔진을 약간 수정해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휠에 검은색을 입혔다. 또 기존 색상 중 라이트 블루가 다크 블루로 변경되었다. 이후 출시된 2001년형 K1과 2002년형 K2는 기존 모델의 성능을 유지했지만 엔진 케이스를 제외한 엔진과 휠의 검은색 색상을 은색으로 변경했다.
그때까지 큰 변화 없이 SV650의 신형 모델들이 출시되었지만, 2003년형 K3는 많은 부분이 변경되었다. 더불어 스즈키 V트윈 엔진 기술의 원조라 불리는 TL1000의 뒤를 이어줄 SV1000이 도입된 시기이기도 하다. SV650과 형제 모델로 996cc 수랭 90도 V트윈 엔진이 적용됐다. 새롭게 선보인 SV650에 많은 부분에서 영향력을 발휘한 모터사이클이다.
2003년 신설된 SV650의 변경된 디자인은 SV1000과 공유했다. 기존의 곡선을 활용한 부드럽고 단순한 디자인은 굵직하고 직선을 활용한 프레임과 카울링 덕에 단단하고 강한 외형을 갖췄다. 변경된 다이 캐스트 프레임은 높은 강성은 물론 대량 생산에도 프레임을 보다 정확한 두께를 조절할 수 있는 방식이다. 변경된 프레임으로 기존보다 5% 향상된 강성을 얻었다.
또, 콤팩트하게 변경된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합쳐진 계기반으로 변경해 시대의 흐름을 반영했다. 엔진 성능은 최고 출력 70마력으로 동일하게 발휘되지만 많은 부분이 변경되었다. 듀얼 스로틀 밸브 시스템(SDTV) 및 전자 연료 분사 시스템 적용 등 새롭게 진화된 엔진이다. 또한 라디에이터에 오일 쿨러를 추가해 향상된 냉각 성능도 겸비했다.
SV650S 역시 동일한 차체 구성을 적용했지만 각 개성을 고려해 설정된 시트 높이와 핸들 간격으로 차별화된 포지션을 완성시켰다. 또한 S버전의 프론트 카울링도 기존보다 날카롭고 세련미 넘치는 디자인으로 변경되어 신설된 차체와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이외에도 서스펜션 등 다양한 파츠도 변경되어 향상된 성능으로 라이더들을 만족시키기 충분했다.
2004년형 K4는 동승자 시트의 높이 변경을 비롯해 연료탱크에 새겨진 로고 부분 변경 등 작은 부분이 변경되었다. 2005년형 K5부터 당시 유행했던 무광 블랙 프레임을 적용하면서 2008년형 K8까지 큰 변화 없이 꾸준히 신차를 출시했다. 변화 없이 지속적으로 출시되는 모델의 경우 차체 완성도가 높기 때문이란 결론이 나온다. 이런 의미를 비춰본다면 당시 SV650의 차체 완성도와 인지도를 가늠할 수 있다.
네이키드 모델인 SV650은 2009년 10주년을 맞이하면서 글라디우스(Gladius)에게 자리를 넘기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글라디우스는 데뷔와 동시에 2009년 일본 굿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하는 영광을 차지했다. 오랜 역사를 가진 SV650의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스즈키가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증거다.
부드러운 곡선을 활용한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을 차량 곳곳에 적용해 매끄러운 라인을 자랑한다. SV650이 둔탁한 남성미를 강조한데 비해 여성스러우면서도 부드러운 곡선 느낌이 강하다. 엔진은 645cc 수랭 90도 V트윈 엔진으로 동일하지만 많은 부분이 개선되어 향상된 성능을 발휘한다.
프레임은 가벼운 중량과 강한 강성이 장점인 트러스 프레임을 적용해 멋과 성능을 더했고, ABS를 적용한 전륜 더블 디스크 로터와 후륜 싱글 디스크로터를 적용해 만족스러운 제동력을 발휘한다. 주변의 이목을 끌기 충분한 외형과 부족함 없는 성능으로 꾸준히 2016년형까지 출시되었다.
이후 그동안 글라디우스에게 자리를 물려줬던 SV650이 돌아왔다. 긴 역사를 자랑했던 모델답게 SV650의 출시 소식에 전 세계 라이더들을 설레게 하기 충분했다. 이미 치러진 2016 서울모터사이클쇼에서 첫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역사가 있는 모터사이클인 만큼 공개 당시 많은 취재진에게 이목을 끌었다.
2017년형 SV650 ABS는 오랜 시간 침묵을 깨고 돌아왔지만, 고유의 개성을 살린 외형으로 예전의 명성을 떠올리기 충분했다. 1999년 SV650의 설정을 그대로이어 모든 라이더가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미들급 스포츠 바이크로 재탄생 됐다. 기존의 장점이었던 경량화된 차체가 발휘하는 민첩한 코너링과 즉각적인 스로틀 반응을 그대로 적용해 도심은 물론 레이스 트랙에서도 만족스러운 주행이 가능하다.
예전 모델에 대비 140여 곳의 부품을 신설 및 개선하여 외형뿐 아니라 성능에서 많은 부분이 향상됐다. 새롭게 제작된 프레임은 기존 대비 8kg 경량화 됐지만 높은 강성을 자랑해 경쾌한 핸들링 퍼포먼스에 도움은 물론 완성도 높은 밸런스를 충족시켜준다. 엔진은 60곳 이상 신설된 구성품을 적용해 유로4 배출가스 기준을 만족시키는 동시에 최고 출력은 76마력으로 향상됐고, 연비를 높이는 결과도 얻었다. 스즈키 최초로 듀얼 스파크 테크놀로지가 적용된 실린더 헤드 덕분에 연소 효율을 높이고 배기가스를 감소시켰다.
중저속 회전 영역대에서 발휘하는 넉넉한 토크는 초보자는 물론 기존 라이더도 다루기 쉽고, 로우 RPM 어시스트와 이지 스타트 시스템을 도입해 누구나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모터사이클이라는 SV650의 메인타이틀을 충족시켰다. 또한 GSX-S1000/F에 사용된 LCD 계기반을 적용해 다양한 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NISSIN사 ABS가 적용된 전륜 290mm 듀얼 디스크 로터와 리어 싱글 디스크로터 사용으로 만족스러운 제동력 역시 확보했다.
인기가 많은 모델은 다양한 테마를 더한 커스텀 모델이 등장하기 나름이다. SV650 ABS가 다시 모습을 보인지 얼마 안됐지만, 기존의 명성이 있기에 벌써부터 커스텀 된 모습을 볼 수 있다. 그중 하나는 최근 유행하는 카페레이서 감성을 더해 제작된 모델로 2016년 오사카 모터사이클쇼에서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SV650 Rally로 명명된 이 커스텀 모델은 심플한 스포츠바이크 SV650 ABS에 비키니 카울과 시트 뒤편에 캐노피를 장착해 카페레이서 감성을 살렸다. 또한 교체된 시트, 두 가닥으로 나뉜 머플러, 사이드미러, 엔진가드 등 많은 파츠들을 더해 전혀 새로운 바이크로 탄생 시켰다. 이는 다양한 모습으로 개성을 살릴 수 있는 SV650 ABS의 무한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이외에도 그래픽 디자인 스케치로 만들어진 자료들도 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스크램블러 커스텀도 제법 잘 어울릴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 모터사이클 제조사는 해마다 당시 트렌드에 맞춰진 신차나 기존의 인기 모델을 보완해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2017년형 SV650 ABS의 출시는 상당한 의미가 담겨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오랜 기간 숨을 고르고 나온 모델이지만 베스트셀러답게 예전의 명성이 아직도 유효하기 때문에 SV650 ABS의 귀환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또한 날카로운 운동신경과 다루기 편한 엔진 성능 등 기존의 강점을 더욱 향상시켜 예전의 인기를 재현하기 충분해 보인다. 진화해 돌아온 SV650 ABS가 모터사이클 시장에서 보여줄 왕성한 움직임을 기대해본다.
글 신성엽 기자 ssy@ridemag.co.kr
제공 라이드매거진(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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